333화. 모두 사라지다
금색 교룡은 거대한 머리를 움직여 사방을 둘러보더니, 굵직한 꼬리를 앞으로 말아 올리면서 순식간에 공격했다. 꼬리가 날아오자 금색 파문이 일어났는데, 그 기세가 무지개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펑! 펑! 펑!
일곱 번의 소리가 연달아 크게 울렸다.
본래 약간 어두워져 있던 빛의 막이 다시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차에 있던 나머지 선천 제자들이 입에서 선혈을 마구 토해냈고, 눈알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들은 결국 그 위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모두 숨이 끊어졌다.
일곱 대의 금색 비차가 잇따라 아래로 떨어졌다.
금색 교룡은 빛의 막이 어떻게 되든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휘감으며 하늘로 날아올랐고, 이어 입을 크게 벌리고 금색 화염을 내뿜으며 붉은 빛의 막을 공격했다.
금색 교룡의 화염은 주선진의 붉은 빛의 막에 닿자 맹렬하게 타올랐다. 이어 일곱 지계 강자의 손에 쥐어진 핏빛 영패도 동시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팍! 파파팍!
일곱 개의 핏빛 영패가 잇따라 터지면서 산산 조각이 났고, 하늘을 감싸고 있던 일곱 개의 붉은 빛의 막은 화염의 불길 속에서 흩어지며 잿더미가 되었다.
“꺅!”
또다시 교룡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교룡은 시뻘건 입을 크게 벌린 채 투명하고 맑은 금빛을 내뿜었고, 놀랄만한 위압감을 발산하며 칠성주선진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했다.
그러자 일곱 도인은 대경실색하며 영력을 동원, 각종 법상을 만들어냈다.
금색 교룡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백석 도인을 향해 돌격했다.
그때 십 장 높이의 흰색 거인의 허영이 백석 도인의 뒤에서 나타났다. 거인은 손에 자신의 키만 한 항마철곤(降魔鉄棍)을 쥐고, 돌진해오는 금색 교룡을 마치 산을 깎듯 내리쳤다.
금색 교룡은 철곤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도 몸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재빨리 몸을 치켜 올리더니 배 아래의 커다란 발톱을 내밀었다.
교룡의 한쪽 발은 항마철곤을 붙들었고, 다른 한쪽 발은 거대한 허영 속으로 들어가서 거인의 머리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순간 백석 도인의 몸이 흔들리더니 일곱 구멍에서 온통 선혈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금색 교룡이 다시 내려왔고, 교룡은 그의 몸을 붙잡아 위로 던지더니 입을 벌려 그대로 삼켜버렸다.
백석 도인이 교룡에게 먹히자 그의 거인 법상도 사라지기 시작했고, 작은 흰색 빛들이 그의 몸을 따라서 교룡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흰색 빛이 들어가자 금색 교룡의 몸에서 빛이 번뜩였고, 몸의 작은 상처들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기운이 더욱 강해졌다.
“백석 사형!”
얼굴이 네모난 도인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붉은빛을 내뿜었다. 그러자 커다란 검을 쥐고 있는 거대한 법상이 포효했다. 하지만 그 역시 금색 교룡의 공격을 받고 한 입에 목이 잘려나갔고, 법상도 교룡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다른 쪽에서는 거인 법상이 두 날개를 펼치며 남포 도인을 데리고 도망가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역시 금빛의 기둥에 관통당한 뒤 교룡의 두 발에 붙잡혀 두 동강이 나 버렸다.
* * *
이제 통천선교의 지계 강자 중에는 교룡과 맞설 수 있는 이가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명이 교룡의 밥이 되어버린 것이다.
일곱 명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청목 도인은 교룡으로부터 제일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달아나려 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자옥 도인을 보며 잠시 슬픈 기색을 내비쳤지만, 이어 표정에 결연한 의지를 떠올렸다.
금색 교룡은 여섯 명의 지계 강자를 통째로 집어삼킨 뒤 기운이 더욱 강렬해졌고, 이어 그는 입을 벌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옥 도인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거대한 푸른색의 반달이 급강하하는 금색 교룡의 몸을 휘감았다.
펑!
금색 교룡의 몸에서 뜨거운 금빛과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고, 교룡은 그대로 멀리 나가떨어졌다.
청목 도인은 손에 푸른색 나무 막대기를 쥐고 있었는데, 뒤에 있는 법상은 자취를 감춘 대신 몸 전체가 푸른빛에 휘감겨 있었다.
이어 청목 도인의 몸의 기운이 점차 거세지면서, 지계 중기에서 단번에 지계 후기를 뛰어넘어 지계 대원만의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금색 교룡의 몸에서는 이미 금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금빛 위에 있던 반달의 푸른빛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금색 교룡은 포효하며 입을 크게 벌리더니 금빛 화염을 토해내며 청목 도인에게 다가갔고, 이에 청목 도인은 푸른색 나무 막대기를 몸 앞에 세웠다. 그리고 왼손으로 서둘러 법결을 만들면서 방어에 나섰다.
우르르!
푸른색과 흰색의 거대한 태극 문양이 청목 도인의 앞에 나타나더니, 둥그런 방패처럼 그를 호위했다.
금빛 화염은 계속해서 태극 방패를 태웠지만, 방패에 새겨진 두 마리 물고기 문양이 쉴 새 없이 돌면서 화염의 불길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하지만 청목 도인의 낯빛이 점차 어두워지는 게 오래 견디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때 금색 교룡의 뒤에서 좁고 긴 자주색 빛이 내려왔다.
자세히 보니 그 빛은 자주색의 비단이었다.
비단은 삼 척 정도로 그리 길지 않았지만, 어느새 금색 교룡의 몸을 강하게 휘감았다. 비단의 다른 한쪽 끝은 자주색 빛을 발하며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금강(金剛)의 손에 들려 있었다. 바로 자옥 도인의 법상이었다.
금강은 세 개의 머리와 여섯 개의 팔을 가지고 있었는데, 두 손에는 두 개의 자주색 비단을, 다른 두 손에는 자주색 화염에 휩싸인 보검을 들고 있었다. 또 머리와 가까이 있는 두 손은 자주색 정병(凈甁:차가운 병)을 받쳐 들고 있었다.
금강이 자주색 비단을 들고 있는 손을 뒤로 넘기자 금색 교룡의 거대한 몸이 아래로 떨어졌다.
한숨을 돌린 청목 도인이 큰 소리로 외쳤다.
“자옥 사형, 왜 아직 가시지 않고, 저놈을 상대하지도 못하게 하십니까?”
그러나 자옥 도인은 청목 도인의 말은 들은 척도 않고, 어두운 얼굴로 법결을 맺어 금강이 앞으로 한걸음 나가게 했다.
법상은 자주색 화염이 불타는 거대한 검으로 금색 교룡의 머리를 내리쳤지만, 교룡은 두 발을 뻗어서 그 검을 들어올렸다. 금색 교룡은 자신의 머리가 금강의 정면에 놓이자, 금강의 세 머리를 향해 입에서 금빛 화염을 뿜어냈다.
금강의 세 머리도 입을 크게 벌려 짙은 안개 같은 자주색 기운을 분출했고, 그 기운은 금색 교룡의 화염과 그대로 충돌했다.
자주색 안개는 보기에는 옅어보였지만,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금빛 화염을 에워쌌다.
뜨거운 화염은 자주색 안개를 공격했지만, 그때마다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마치 끈적끈적한 늪지에 빠진 것처럼 조금씩 부식되어 사라졌다.
“너를 죽여 버리겠다!”
분노한 자옥 도인이 금강 법상을 재촉해서 교룡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 순간, 자옥 도인은 갑자기 옆에서 바람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꼈고, 어느새 측면에서 거대한 교룡의 꼬리가 습격해오고 있었다.
자옥 도인은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판단에 입을 벌려 수 촌 크기의 작은 황동탑을 만들어냈다. 탑은 그의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노란 빛을 뿜어내 몸을 감쌌다.
그러나 교룡의 꼬리는 황동탑이 노란 빛을 다 뿜어내기도 전에 이미 다가와 있었고, 꼬리는 자옥 도인을 그대로 날려버리려 했다.
휙! 휙!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수십 개의 구불구불한 푸른색 넝쿨이 나타나더니 금색 교룡의 꼬리를 꽁꽁 묶어버렸다. 청목 도인이었다.
청목 도인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처참해져 있었고, 일곱 개의 구멍에서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의 뒤에는 십 장 크기의 귀수요등(鬼手妖藤) 허영이 나타났는데, 그것이 뿜어낸 넝쿨들은 금색 교룡을 속박한 뒤 푸른색 불꽃을 일으켰다.
“아악!”
금색 교룡이 흰색 화염 속에서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자옥 도인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고, 그가 법결을 시전하자 금강 법상의 손에 들려 있던 정병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아이 팔뚝만 한 자주색 빛을 발산했다. 그것은 자주색 번개와 함께 금색 교룡을 공격했다.
넝쿨에 속박된 금색 교룡은 피할 도리가 없었고, 그대로 그 빛줄기의 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주색 빛줄기는 매우 작고 단단했다. 그래서 금색 교룡을 공격할 때마다 아주 작고 검은 점만 남겼을 뿐인데, 그것은 금색 교룡의 몸에서 아주 뚜렷하게 보였다.
딸랑딸랑.
그때 방울소리가 들려왔다.
자옥 도인이 짊어진 법보에서 고검(古劍)이 나와서 공중으로 올라가더니, 바람을 맞으며 칠팔 장 크기로 커졌다. 이어 고검은 자주색 부문을 반짝이며 자주색 용이 되었다.
자주색 용은 소리 없이 포효하면서 용솟음치며 금색 교룡에게 돌진했고, 그것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방금 전 금빛이 교룡의 몸에 만들어놓은 검은 점 위로 나아갔다.
“악!”
금색 교룡이 하늘을 뒤흔들 듯한 비명을 질렀다. 이어 그의 몸에 구멍이 뚫리며 피와 살이 터져 나왔다.
자옥 도인은 기뻐하며 검을 다시 거두어들이려 했다. 그러나 그는 순간 자신이 움직일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두려움에 휩싸였다.
금색 교룡이 울부짖자 몸에서 금빛이 환하게 일더니,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파동이 진동하며 동림성 전체를 그대로 쓸어버렸다.
자옥 도인뿐만 아니라 청목 도인, 그리고 사방으로 도망치던 백성들도 그 자리에 발이 묶여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쾅!
금색 교룡을 휘감고 있던 넝쿨이 끊어졌고, 속박에서 벗어난 교룡의 머리가 솟아오르며 시뻘건 입을 벌려 청목 도인을 물었다.
그러자 청목 도인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오르더니 몸에서 빛이 반짝였다.
금색 교룡은 그것을 보고 놀라서 급히 머리를 움츠렸다.
콰쾅!
청목 도인의 몸이 법상과 함께 터졌다. 거대한 푸른색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금색 교룡은 폭발의 여파로 십여 장을 날아갔다. 그 바람에 그가 법결로 봉인해놓았던 공간이 해제되기 시작했다.
눈이 벌개진 자옥 도인은 이곳에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몸에서 자주색 빛을 발하며 도망가려 했다. 그러나 금색 교룡이 그대로 둘 리 없었다.
솟구쳐 오른 교룡이 금빛으로 변해서 자옥 도인을 쫓아갔다. 교룡이 큰 꼬리를 휘두르자 수 척이나 날아갔던 자옥 도인이 휘감겨서 끌려왔다. 금색 교룡은 입을 벌려서 자옥 도인에게 적금색의 화염을 내뿜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자옥 도인은 황동탑을 꺼내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 그러나 금빛 막이 분출하는 화염의 열기는 견디기 힘들었다.
그 순간 자옥 도인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뚝, 뚝.
자옥 도인이 손을 뻗어 이마를 만져보니 노란 액체가 손에 묻어났다. 이어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황동탑이 화염 속에서 녹아내리는 것이었다.
어느새 노란 빛의 막은 사라졌고, 자옥 도인은 달갑지 않은 듯 포효하며 적금색 화염속으로 들어갔다.
금색 교룡은 입을 벌려서 화염과 자옥 도인을 단번에 삼켜버렸다.
그렇게 해서 통천선교의 지계 강자 여덟 명, 그리고 선천의 수제자 마흔아홉 명은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서 모두 사라졌다.
금색 교룡은 긴 몸을 휘감아서 몸집을 줄이더니 우람한 체구의 중년 남자로 변했다. 몸의 금빛 비늘이 많이 부서지긴 했지만, 그것 역시 빛 속에서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었다.
“흥, 얼간이들 같으니라고. 결국 먹잇감이 되다니, 자업자득이지.”
오조는 콧방귀를 뀌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는 자신의 입술을 핥고는 이미 심각하게 파괴되어버린 동림성을 탐욕스러운 눈으로 내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