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335화 (335/916)

335화. 흰 원숭이와 금색 교룡의 결투

흰 원숭이나 금색 옷의 남자나 놀랄 정도로 움직임이 빨랐으며, 동작 하나하나의 위력이 엄청났다. 석목은 이를 보면서 놀라고 있었지만, 여전히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된 것이 다행인 게, 지금 그의 실력으로 금색 옷의 사내를 상대한다면 감당하지 못할 게 뻔했다.

그의 왼손이 아무리 강해다 해도 천위에 견줄만 한 힘을 가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금색 옷의 남자는 천위 초기의 실력자처럼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 순간, 흰색 원숭이가 두 눈에서 금빛을 발하며 크게 입을 벌렸다.

쾅!

그의 입에서 나온 화염은 눈부시게 밝거나, 강한 기운을 발산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속도는 하늘을 가르는 유성처럼 빨랐고, 화염은 허공에 기다란 잔흔을 남기며 날아가더니 금색 옷의 남자 주위에 모여 있는 창의 그림자를 거세게 공격했다.

지직!

이어 흰색 화염은 금색 창의 그림자를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삼켜버렸고, 계속해서 금색 옷의 남자를 공격했다.

금색 옷의 남자는 두 손을 가슴 앞에 교차하여 금빛 그물을 만들었다.

쾅!

흰색 화염이 금빛 그물로 날아 들어, 비록 그물이 파괴되지는 않았지만, 그물에 움푹 패인 자국이 남았고, 엄청난 충격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금색 옷의 남자는 가슴에 큰 타격을 입은 듯 날아가며 금색의 선혈을 토해냈고, 금색 빛의 그물이 흰색 화염을 거의 막아냈지만, 금색 옷의 남자의 몸에 남은 일부 화염이 그의 옷을 조각냈다.

흰색 거대 원숭이는 이를 보고 흥분한 듯 소리를 지르며 번개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그리고 왼손의 흰색 화염을 거대한 검으로 만들더니 허공에 떠 있는 금색 옷의 남자를 거세게 내리찍었다.

금색 옷을 입은 남자의 몸에서 수많은 줄기의 금빛이 솟구쳐 오르며 금색 옷의 남자가 그 빛 속으로 자취를 감추더니 뜨거운 금색 태양으로 변했다.

용의 맑은 울음소리가 태양에서 흘러나와 천지를 뒤흔들었다.

남자의 몸이 눈부신 금빛 속에서 길어지며 이삼십 장 길이의 금색 교룡으로 변해, 이제는 흰 거대 원숭이의 몸집과 비슷한 크기였다.

금색 교룡의 온몸은 금색 비늘로 뒤덮여 밝게 빛나고 있었다. 발의 금색 발톱은 수 척은 족히 되어 보였는데, 황금과 옥석을 벨 수 있는 금색 이검(利劍)처럼 차디찬 빛을 뿜어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간담이 서늘하게 했다.

교룡의 머리 위에서는 금색 외뿔이 오싹한 차가운 빛을 뿜어냈고, 콧구멍에서는 금색 숨결이 끊임없이 나왔다.

순식간에 변신을 마친 금색 교룡이 비명을 지르면서 거대한 몸집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양쪽의 발톱에서 크고 작은 금빛을 뿜어내면서 원숭이의 손에 있는 거대한 화염의 검을 들이받았다.

챙!

금색 발톱의 빛과 거대한 검이 교차한 곳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금색과 흰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십여 장 거리에 있는 것들을 전부 덮었다.

거대한 두 몸집은 빛 속에서 서로 일격을 가했는데, 그야말로 막상막하의 싸움이었다.

그때 하늘을 찌르는 듯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둘은 허공에서 다시 충돌했다.

쾅!

흰 화염과 금빛이 사방에서 뻗어 나왔고, 하늘에는 우레와 같은 소리가 가득했으며 번개가 번쩍했다. 그리고 공간을 찢는 듯한 기묘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한편 흑마문의 두 번째 산봉우리 아래에는 흑마문의 장로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하늘에서 격렬하게 전투를 벌이는 두 괴물을 보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흑마문의 장교(掌教)였다.

흰 원숭이와 금색 교룡 모두 그들의 상상을 넘어서고 있었다. 만약 조금만 더 가까이 있었더라면 그들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그때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검은빛 한 줄기가 산봉우리에서 날아왔다. 흑마문의 대장로 금자가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대장로님!”

사람들은 대장로를 보고 급히 달려와서 고개를 숙였다.

종파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 바람에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종파의 기둥인 대장로가 나타나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예를 차릴 필요는 없다.”

대장로는 급히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대장로님, 흰 원숭이와 금색 교룡이 저렇게 계속 싸운다면 우리의 산은…….”

한 장로가 멀리 하늘을 바라보더니 주저하며 물었다.

“사 장로, 풍 장로. 움직일 수 있는 이들과 함께 의식을 잃은 제자들을 데리고 즉시 안전한 곳으로 피하도록.”

대장로가 분부했다.

“예!”

자주색 옷과 푸른색 옷을 입은 두 남자가 대답하고는 몸을 돌려 날아갔다.

“그리고 임 장로, 왕 장로는 문중의 곳곳에 있는 금제를 작동시켜라. 그렇게 해서 문중의 중요한 곳들을 지키고 저들의 싸움에 파괴되지 않도록 해라.”

대장로는 계속해서 분부했다.

다른 두 장로도 대답을 하고 즉시 날아갔다.

대장로의 잇따른 명령에 흑마문의 모든 장로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기절한 제자들이 모두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고, 곳곳의 중요한 장소에 있는 금제가 발동됐다.

대장로는 한 산봉우리 위에서 멀리 허공에 있는 두 그림자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대장로님, 저들은 어떤 놈들일까요? 어떻게 이곳에 갑자기 나타난 거죠?”

흑마문의 책임자가 대장로 옆으로 가서 물었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나도 알지 못한다. 다만 저 둘의 실력은 아마도 이미 천위의 경지를 넘어섰기에, 나 또한 그들과 싸울 힘이 없다.”

“천위의 존재!”

흑마문의 책임자와 근처에 있는 다른 장로들도 매우 놀랐다.

그들에게는 지계조차도 우러러봐야 할 엄청난 경지였다. 하물며 천위의 존재라면 반도의 삼국과 칠대 종파를 통틀어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장로는 눈빛을 반짝이며 두 거대한 짐승을 보고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었다.

* * *

흰 거대 원숭이와 금색 교룡의 싸움은 더욱 격렬해지면서, 흰 원숭이 안에 있는 석목은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변신 이후 금색 교룡의 힘은 크게 증가했다.

그의 발톱은 예리하기 그지없어서 법보에 견줄 만했고, 꼬리에는 커다란 산을 무너뜨릴 만한 힘이 있었다. 특히 머리 위의 금빛 외뿔에서 뿜어내는 금빛 기둥의 파괴력은 실로 보기 드물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흰 거대 원숭이는 비록 힘은 셌지만, 공격 수단에 있어서는 금색 교룡보다 한참 뒤떨어졌다. 결국 몇 십 번의 싸움을 거치는 동안 조금씩 기세가 약해지고 있었다.

잠시 후 흰 원숭이는 몸에 많은 상처를 입고 피를 쏟아냈다. 흰색의 긴 털은 검붉게 물들었으며, 얼굴도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더욱 흉측해보였다.

쿵!

금색 교룡은 연이어 발톱을 휘둘러 흰 원숭이를 뒤로 물러나게 했다. 이어 굵직한 꼬리를 휘두르자 흰 원숭이는 미처 막아내지 못했고, 그 거대한 힘에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백 척 거리까지 날아간 흰 원숭이는 허공에서 몇 번을 구른 후에야 겨우 몸을 가눌 수 있었다. 그의 몸에는 핏빛 상처가 더 늘어 있었다.

금색 교룡이 금빛을 번쩍이며 돌진해오더니 이를 드러내며 갑자기 금색 화염을 뿜어냈다.

흰 원숭이가 하늘을 향해 포효하면서 왼손에서 흰색 화염을 뿜어내자 그것은 곧바로 흰색 화염의 곤봉이 되었다.

흰 원숭이가 팔을 휘두르니 화염의 곤봉은 태산만 한 흰 그림자가 되어 금색 화염을 휘감았고, 부서진 금색 화염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곧이어 금색의 거대한 발톱이 하늘로 솟아올라 흰 원숭이의 머리를 잡아챘다.

그러자 흰 원숭이는 두 눈에 살기를 띠더니 곤봉으로 금색 교룡의 머리를 후려쳤다. 마치 함께 죽어버리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쾅!

굉음이 울려 퍼졌다.

곤봉이 막 금색 교룡의 머리 위로 떨어지려 하는 순간, 금색 교룡이 발톱으로 그것을 막아냈다.

그때 화염의 곤봉이 갑자기 큰 빛을 발하며 폭발했다.

우르르! 쾅쾅!

금색 교룡의 거대한 몸집이 그대로 십여 장 바깥으로 나가떨어졌다.

그의 발톱은 새까맣게 타버렸고, 몇 개는 부서져서 금빛의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단순하게 힘으로만 따지면 흰 원숭이는 금색 교룡보다 우위에 있었다. 흰 원숭이가 몸을 돌보지 않고 필사적으로 덤벼드니, 금색 교룡으로서는 더 이상 방어할 재간이 없었다.

“아우우!”

흰 원숭이가 흥분하여 두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자. 은빛이 그의 주위를 휘감았다. 원숭이는 하늘의 뜨거운 태양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기이한 파동이 흰 원숭이의 몸에서 나오더니, 하늘의 뜨거운 태양에서 흰 빛이 비처럼 떨어졌다. 그것은 빛나는 태양의 허영이 되어 곧 흰 원숭이의 입속으로 날아 들어갔다.

그러자 흰 원숭이를 감싸고 있는 은빛에서 옅은 빛이 떠올랐고, 원숭이의 상처에서 흐르던 피가 멎었다.

몇 호흡도 지나지 않아서 원숭이의 몸에 있는 상처는 전부 깨끗이 나았다.

“이건…… 흡일식!”

흰 원숭이의 몸속에서 이를 지켜보던 석목이 탄복해서 소리쳤다.

그는 꿈속에서 흡일식의 수련 모습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흰 원숭이가 사용한 술법을 자연스레 알아볼 수 있었다.

다만 흰 원숭이가 지금 만들어낸 거대한 태양의 정수와 비교하면, 석목이 꿈을 빌려서 억지로 펼친 흡일식은 정말 보잘것없었다. 그만큼 둘의 격차는 어마어마했다.

“흡일식이라……. 네가 이전에 이 초식을 배운 적이 있었지. 몇 년이 지난 지금 많이 늘었는지 모르겠군.”

금색 교룡은 수십 장 밖에서 거대한 몸을 흔들 뿐, 흰 원숭이의 움직임을 막지 않았다.

흰 원숭이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두 눈에서 금빛을 이글거리며 난해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와르르!

조금 전보다 더 강한 법력의 파동이 흰 원숭이의 몸에서 나왔다. 허공에서 몹시 뜨거운 흰 빛이 떨어지면서, 주위에서 흰색 불꽃이 잇따라 피어올랐는데, 그 속에서 흰색 화염이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빠져나왔다.

그 화염은 곧 하나로 융합되어 집채만 한 흰 불덩어리가 되었다.

하늘에 걸린 태양은 빛을 잃은 듯했고, 흰 원숭이의 앞에 있는 거대한 흰색 불덩어리만 남았다.

불덩어리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뜨거운 불꽃의 힘이 전해졌다. 그로 인해 주변의 공기도 흐릿해졌으며, 가까이 있는 숲에서는 아예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석목도 깜짝 놀랐다. 그 불덩어리가 품고 있는 불꽃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이전에 사령계에서 천위의 골충이 내뿜었던 흰색 화염보다 더 대단한 것 같았다.

어느새 석목의 마음에서 흥분이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흡일식의 이런 공격법은 이전에는 전혀 생각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석목이 딴생각을 하고 있을 때, 흰 원숭이가 두 손을 휘두르자 흰색 불덩어리가 몸에서 분리되었다. 그것은 허공에 흰색 잔영을 만들면서, 빠른 속도로 금색 교룡을 향해 날아갔다.

그 광경은 마치 뜨거운 태양이 빠르게 움직이는 듯했다. 불덩어리가 지나간 곳마다 잔잔한 물결이 일었고, 근처 산 위에 있는 풀과 나무들은 불에 달구어졌다.

흑마문의 산봉우리 위에서 지켜보던 흑마문 사람들은 모두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온몸에서 땀이 흐르다 못해 옷까지 흠뻑 젖은 상태였다.

어마어마한 위력의 흰색 불덩이를 보고 금색 교룡은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그렇다고 피하지도 않았다. 그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그 흰색 불덩어리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