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화. 강적에게 심한 타격을 입히다
오조의 눈빛이 차갑게 굳어졌다.
그는 발의 상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한 덩어리의 금빛을 폭발시키며 석목의 머리를 쥐어뜯으려 했다.
그러나 석목은 상대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흰 화염이 타오르고 있는 왼쪽 주먹으로 빠르게 일격을 가했다.
반 장이 채 되지 않는 흰 주먹의 허영이 그의 손에서 벗어나 날아갔는데, 그 기세가 예사롭지 않아보였다.
혀영이 지나가는 곳마다 허공에서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쿵!
크기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두 개의 주먹이 부딪치면서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윽!”
교룡의 거대한 몸집이 십 장 넘는 거리 밖으로 튕겨났다. 교룡의 발 가운데는 큰 구멍이 생겨서 피와 살이 마구 흩뿌려졌다.
하지만 석목 또한 운석처럼 뒤로 튕겨나갔고, 그의 몸이 하늘에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더니 바다에 빠지며 주위에 물보라를 만들었다.
오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상을 입은 자신의 발을 바라보더니 격분하여 소리를 질러댔다. 그의 시선이 석목이 빠진 바다로 향했다. 오조는 이 가증스러운 인간을 박살을 내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그가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저 멀리서 무엇인가가 눈에 들어왔다.
연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두 팔을 휘젓고 있었다. 자색의 화염이 합쳐지면서 그녀 등 뒤에 있는 여인 법상의 형상이 점점 더 뚜렷해졌다.
순간 오조의 눈에서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그는 뒤를 돌아서 연나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오조가 연나를 공격하기 위해 우후죽순 몰려드는 사령생물들을 뿌리치고 있을 때, 갑자기 앞쪽의 해수면이 굉음과 함께 폭발하며 갈라졌다.
“멈춰라!”
누군가가 빛의 속도로 날아와서 오조의 앞을 막았다. 바로 석목이었다.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몸의 금색 비늘 갑옷도 여러 군데 찢겨 있었지만,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다.
석목은 진기를 다 흡입해서 빛이 어두워진 영석을 집어던졌다. 그러자 그의 손에 들린 운철흑도가 다시 빛을 뿜기 시작했다. 등 뒤에는 다시 붉은 원숭이 법상이 나타났고, 하얀 연기가 왼손을 타고 그 법상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극도로 화가 치밀어 오른 오조는 입을 벌려 숨결을 뱉어냈고, 발을 마구 휘두르며 석목을 공격했다.
이를 본 석목이 팔을 휘젓자 그의 등 뒤에 있던 붉은 원숭이 법상이 날아올랐고, 법상의 손에서 불빛이 번쩍이더니 두 개의 거대한 불의 검으로 변해서 금색의 숨결을 베어냈다.
쿵!
화염의 힘을 빨아들인 붉은 원숭이 법상은 위력이 더욱 강해져서 단번에 교룡의 숨결을 잘라냈지만, 그 자신의 몸도 함께 날아갔다.
석목은 중얼거리며 손에 든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열세 줄의 흑백 칼이 떠올라 거대한 금빛의 발과 부딪쳤다.
카카칵!
열세 줄의 칼날이 연달아 깨지면서 금빛 발이 날아들었고, 빛이 많이 어두워진 발은 석목의 몸을 거세게 내리쳤다.
석목의 몸이 흔들리더니 십여 장을 그대로 튕겨나갔고, 금색 비늘 갑옷이 깨지면서 그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결연한 빛이 스쳐지나갔다. 그의 등 뒤에 있는 불의 날개가 커지면서 간신히 몸을 바로잡았다.
석목은 방금 전의 타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오조를 향해 날아갔다.
“이놈! 그렇게까지 죽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도와주마!”
오조는 화가 치밀어 올라 소리쳤다. 그의 몸은 눈이 따가워질 정도로 금빛을 발산했다. 마치 번개가 번쩍이는 것 같았다.
금빛이 큰 원을 그리며 주위로 퍼져 나갔다. 이어 주변의 공기가 격렬하게 움직이며, 검은 색의 균열마저 생기기 시작했다.
석목은 순식간에 안색이 변했다. 오조가 사용하는 비술은 예사롭지 않았고, 설사 석목이 토템의 힘을 사용하는 몸이라 해도 결코 감당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석목이 고개를 돌려서 연나를 바라보니 연나의 눈에서 확신에 가까운 기색이 감돌았다. 그걸 본 석목은 왼손으로 하얀 화염을 크게 발산하여 체내의 모든 진기를 그 안에 담았다.
“죽어라!”
오조가 이마 위의 외뿔을 반짝이며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극도로 가느다란 금빛이 허공을 찔렀다. 간결한 한줄기의 금빛 표면은 하얗고 뜨거운 빛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푹!
금빛은 허공에 여러 줄기의 검은색 흔적을 남기며 금세 사라졌다.
이어 석목의 앞에 크고 검은 구멍이 생기더니 금빛 줄기가 다시 그곳에서 나타났고, 그의 머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죽어!”
석목은 이를 악물고 흰 불빛을 발산하는 왼쪽 주먹을 날아오는 금빛을 향해 뻗었다.
쾅! 쾅!
하늘을 울리는 굉음이 들려왔다. 흰색과 금색의 두 갈래 빛줄기가 부딪치며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고, 주위의 공기가 격렬하게 진동하면서 어그러졌다.
충돌한 부위가 찢겨나가면서 칠흑 같은 구멍이 생겼고, 주변에도 온통 검은 균열이 생기며 천지사방의 기운이 강렬하게 솟구쳤다.
석목의 몸은 너덜너덜해져서 멀리까지 날아갔다. 그의 전신을 감싼 금색 비늘은 여기저기 깨져 있었고, 몸은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다행히 대력 마원을 9단계까지 수련하여 금색 비늘이 몸의 중요한 부위를 감싸고 있어서 죽음을 면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조금 전의 충돌은 그를 여러 번 죽이고도 남을 만한 위력이었다.
석목은 허공에서 여러 번 구른 뒤 칠팔십 장 정도까지 날아가고 나서야 간신히 멈춰 섰다. 그의 입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나왔으며, 등 뒤에 있던 불의 날개도 사라진 채 겨우 몸을 가누고 있었다.
“아니?”
석목이 예상과 달리 죽지 않은 걸 보고, 오조의 눈에서 숨길 수 없는 당혹감이 떠올랐다.
게다가 오조의 몸에서 나오는 금빛은 이미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방금 전에 사용한 비술로 인해 진기의 소모가 적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조는 두 눈을 반짝이며 다시 한 번 커다란 몸을 움직여 석목에게로 향했다.
이에 놀란 석목은 피하려고 했지만, 단전의 진기는 이미 거의 소진된 상황이었고 온몸에 찢어질 듯한 통증이 엄습하는 바람에 좀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순간, 강한 사령의 기운이 밀려오더니 순식간에 주위를 뒤덮었고, 거센 바람이 일대를 휩쓸었다.
바다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사령의 뼈들로 이루어진 굵은 사슬이 수면 위를 뚫고 올라왔다. 그것은 마치 한 마리의 거대한 구렁이처럼 교룡의 몸을 바짝 휘감았다.
굵은 뼈가 회색빛을 번쩍이면서 웅웅거리는 소리를 냈고, 그 소리는 수많은 귀신이 목 놓아서 우는 것처럼 들렸다.
크게 놀란 금색 교룡은 몸에서 빛을 발산하며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을 쳤다.
금빛과 뼈의 사슬에서 풍겨 나오는 회색의 사령 기운이 서로 마찰하며 소름 돋는 소리를 냈다.
거대한 뼈 사슬은 격렬하게 흔들리며 소리를 냈지만, 여전히 교룡을 꽉 묶고 있었다.
석목은 구사일생의 기분이었고 얼굴에는 여전히 놀란 기색이 어려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은색의 빛이 떨어지면서 그의 몸을 감쌌다.
동시에 그 옆으로 반짝이는 빛과 함께 연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연나!”
석목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의 상처는 은빛 속에서 씻은 듯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연나는 몸속의 회색 화염이 전부 사라져 있었다. 그 뒤로 은색 갑옷을 입은 여인 법상은 눈에 띄게 뚜렷해져서 마치 살아 숨 쉬는 것만 같았다.
법상의 손에 쥐어진 긴 창도 찬란한 자색 빛을 자아냈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듯 공포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오조는 연나와 그녀 뒤의 법상을 바라보더니, 더욱 큰 소리를 지르면서 온 힘을 다해 사슬에서 벗어나려 했다.
찌직!
거대한 뼈 사슬이 소리를 냈고 그 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나가 눈을 반짝이며 다시 한쪽 팔을 흔들자 그 옆의 추선대에서 회색빛이 크게 번졌다. 그 빛들이 모여 회색 무지개를 형성하더니 뼈 사슬과 합쳐져서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연나는 두 손을 휘날리며 입을 벌려 자색의 빛을 뿜어냈고. 여인 법상 쪽으로 들어갔다.
여인 법상의 은빛은 더욱 커졌고, 그 빛은 반쪽 하늘을 밝게 비추었다. 그리고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는 눈으로 뼈 사슬에 묶인 오조를 노려보며, 왼쪽 팔로 긴 창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긴 창은 태양처럼 눈부신 자색 빛을 발산했고, 이어 회색 갑옷을 입은 여자는 세차게 팔을 흔들었다.
자색의 긴 창이 날아가 오조의 머리로 향했다. 그것은 수십 장이나 되는 거리를 눈 깜빡할 사이에 스쳐지나갔다.
긴 창이 지나간 곳마다 길고 곧게 뻗은 시커먼 균열이 생겼다.
오조는 몹시 놀랐지만, 몸이 거대한 뼈 사슬에 묶여 있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눈에 사나운 기색이 흐르더니 이어 입이 크게 벌어졌다.
퍼억!
사람 머리 크기만 한 금색 화염이 공처럼 뿜어져 나와서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를 냈다. 그 공 뒤로 긴 금빛 꼬리가 이어졌는데, 그 모양이 별똥별 같았다.
“요단!”
석목의 안색이 공포에 질렸다.
쿵!
오조의 요단과 자색의 긴 창이 부딪히자 그 소리가 하늘을 진동했다.
주위의 공기가 이글거렸고 여러 갈래의 빛이 교차해 십 장이 넘는 주위를 뒤덮었다. 마치 천지가 개벽하는 듯 혼잡한 상황이었다.
오늘 이 해역에서는 여러 차례 하늘을 울리는 충돌이 일어났는데, 그중에서 이번이 가장 강렬했다.
해수면과 하늘이 격하게 진동했고 하늘 높이까지 파도가 일렁였으며,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또 하늘과 땅을 잇는 바람기둥이 느닷없이 나타나 바다 속을 휘감았다. 마치 온 세상이 멸망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천지를 휩쓰는 거센 바람이 다가오자 연나는 몸을 흔들어 석목을 껴안았다. 그들은 바람 속의 낙엽처럼 휘감겨 저 멀리 수십 장이 넘는 곳까지 날아가서야 다시 안정을 찾았다.
바로 그때, 충돌 지점의 빛 사이에서 거대한 금색 그림자가 비틀거리며 날아갔다. 바로 오조였다.
오조는 그야말로 처참한 상태였다. 온몸의 비늘은 반 이상이나 찢겨 있었고, 목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겨서 반으로 꺾인 채 피가 용솟음쳤다.
이어 그의 입에서 한줄기의 금빛이 나오는 게 보였는데, 바로 그의 요단이었다. 요단은 윗부분에 갈라진 흔적이 있었고 어두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오조는 심한 상처를 입어서 날아오르는 것마저 힘겨워보였다. 그는 다시 입을 벌려서 요단을 삼켰다.
그러자 연나는 석목을 밀쳐내고 다시 한 손을 흔들었다. 등 뒤의 여인 법상이 빛을 뿜더니, 손 위에서 자색의 빛이 감돌았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자색의 긴 창을 휘두르려는 듯했다.
오조는 겁에 질린 기색으로 힘겹게 금빛 구름을 만들어 몸을 일으켜 세웠고, 멀리 날아 도망쳤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눈 깜박할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사라져버렸다.
연나는 눈에서 빛을 거두고 더는 쫓지 않았고,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멀리 도망가는 오조를 바라보고 있었다. 석목은 그녀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연나, 왜 쫓아가지 않는 거야?”
석목이 연나의 옆으로 날아와서 물었다. 그는 몸의 진기가 전부 고갈된 상태였지만 상처는 꽤 많이 회복되었다.
그때 연나의 몸에서 은빛이 번쩍이더니 등 뒤의 여인 법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연나는 갑자기 비틀거리더니 몸의 기운이 전부 소진된 듯 아래로 추락했다.
이를 본 석목은 곧바로 몸의 방향을 틀어 연나를 따라가서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
순간 연나의 몸이 굳었고, 석목은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색 빛에 의해 저 멀리까지 튕겨나갔다.
석목은 오장육부가 격하게 진동하며 피를 토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간신히 몸을 추슬렀다.
이 광경을 본 연나의 눈에서 회색빛이 번쩍였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
검은 빛이 반짝이더니 추선대가 날아왔다. 한줄기의 회색빛이 추선대에서 뽑혀 나오더니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빠르게 소진되어버린 연나의 기운이 이제야 조금 돌아온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기운은 천위의 경지에서 지계 수준으로 하락해 있었다.
“연나, 너……”
석목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고, 그는 조금 전 회색 갑옷을 입은 여인 법상의 엄청난 힘을 떠올리며 말했다.
“어떤 비술을 사용했기에 법상의 위력을 그 정도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거야?”
그러나 연나는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내게는 수련의 시간이 필요해……. 앞으로 삼 년 동안은 나를 찾지 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추선대 위에서 회색의 무지개가 감돌더니, 아직 살아남은 사령생물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회색빛이 다시 한 번 감돌자 두 개의 너덜너덜해진 해골이 바다 속에서부터 휘감겨 올라왔다. 지계의 뼈 새와 무야였다.
두 마리의 지계 사령생물도 번쩍이는 빛 속에서 함께 추선대로 빨려 들어갔다.
하늘의 회색빛이 점점 줄어들었다. 석목은 멈칫하다가 한 손을 흔들어 청익비차를 소환했다. 그리고 그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두 개의 중급 영석을 손에 쥐었다.
교룡이 연나의 공격으로 인해 큰 상처를 입고 물러났지만, 또 무슨 비술을 부려 상처를 회복한 뒤 다시 쫓아올지 몰랐다. 전에도 완전히 부서진 육신을 다시 재생시킨 적도 있지 않은가?
여기까지 생각한 석목은 청익비차를 불러내 한줄기의 청색 빛이 되어 멀리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