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화. 무진 도인
석목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날아오고 있는 물체가 무엇인지 아직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그 무서운 속도와 섬뜩한 포효 소리는 금색 교룡의 것이 확실했다.
창원왕과 몽하도 그 소리를 듣고 금빛을 바라보았다.
“석 도우, 이게 바로 자네가 말한…….”
창원왕은 안색이 굳어져서 석목에게 말했다.
석목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 금빛은 더욱 커졌고, 금색의 사람 그림자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석목은 다급해져서 주위의 기둥들을 바라보았다.
아직 여섯 개의 돌기둥에 불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 불이 모두 켜져야 법진이 가동되는데, 금색 교룡이 다가오는 속도를 보아하니 그전에 도착할 것 같았다.
“저건 또 무엇인가?”
몽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빠르게 날아오는 금색 빛을 바라보았다.
석목은 급한 마음에 이를 악물었다. 그의 몸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왔고, 체내의 진기가 전부 동원됐다. 이어 그의 몸에 금색의 비늘이 돋아났다.
거대한 기운이 석목의 몸에서부터 흘러나왔고, 그는 천위의 경지에 가까운 힘을 내기 시작했다.
창원왕과 몽하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석목의 몸속에 있는 진기가 움직이자 이미 들끓고 있던 정혈이 더욱 격하게 소용돌이쳤다.
하지만 이제는 더 지체할 수 없었다. 그가 등 뒤의 운철흑도를 꺼내들자 눈부신 검은 빛이 그 위에서 뿜어져 나왔다.
“선배님, 지금으로서는 선배님과 제가 힘을 합쳐서 법진이 열릴 때까지 저 교룡을 막아내야 할 것 같습니다.”
석목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창원왕이 눈빛을 반짝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그의 손에서 푸른빛이 반짝이더니 푸른색의 긴 곤봉이 나타났다. 그것은 놀라운 위엄을 뽐내는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
금색 빛은 더 커져서 공포의 기운을 내뿜으며 빠르게 다가왔다.
몽하와 창원왕의 안색은 여전히 심각했다.
“인족 청년, 그리고 창원 도우. 저건 자네들 때문에 오게 된 것인가?”
몽하가 머리를 돌려서 석목과 창원왕을 바라보며 물었다.
석목과 창원왕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멀리서부터 날아온 금빛의 주위로 격렬한 파동이 일었다. 그러더니 금빛은 순간 사라져버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세 사람은 전부 놀란 기색이었다.
이어서 제단 주위에서 무엇인가 반짝이더니 눈부신 금빛의 사람 그림자가 나타났다.
바로 금색 교룡 오조였다.
“어딜 도망가느냐! 꿈도 꾸지 마라!”
오조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석목의 의도를 금방 파악해냈다. 그가 소리를 지르자 금빛은 더욱 커졌고, 금색 교룡으로 변신한 오조가 전송 법진을 향해 날아왔다.
순간 석목의 몸에서 붉은 빛이 크게 번졌다. 그리고 왼손에서 하얀 화염이 타올라서 체내의 붉은 빛으로 들어갔다.
그가 손에 들린 칼을 휘두르자 거대한 그림자가 교룡을 향해 날아갔다.
창원왕이 들고 있던 푸른색의 곤봉에서도 빛이 번지더니, 크기가 열 배 가까이 커졌다.
그가 팔을 휘두르자 십여 개의 거대한 푸른 그림자가 나타나서 밀물처럼 금색 교룡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 기세는 석목의 공격보다 훨씬 강했다.
후루룽!
하늘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금색 교룡의 몸집이 크게 진동하더니 뒤로 밀려났다.
석목과 창원왕도 안색이 변하면서 뒤로 일고여덟 발짝이나 밀려나서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창원왕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어렸다. 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석목을 바라보고 있었다.
‘석 도우는 이렇게 공포스러운 존재의 손아귀를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는 것인가?’
그가 모르는 일이 또 있었다. 교룡은 이미 두 번이나 크게 다쳤고, 지금 그의 힘은 처음 남해성에 왔을 때의 사 할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금색 교룡은 몸에서 금빛을 반짝이더니 빠르게 몸을 안정시켰고, 전송 법진 주위의 돌기둥들을 바라보았다. 아직 세 개의 기둥에 불이 밝혀지지 않은 채였다.
금색 교룡이 동공을 축소하더니 입을 크게 벌리자 그 속에서 금빛이 한가득 뿜어져 나와 전송진의 한 귀퉁이로 향했다.
동시에 그의 머리 위의 외뿔이 크게 빛나며 한줄기의 눈부신 빛이 솟아올랐다. 그 빛줄기는 법진의 다른 쪽을 향해 공격했다.
법진만 무너뜨린다면 석목은 그의 손바닥 위에서 놀게 될 것이었다.
“이런 요물 놈! 내 법진을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냐!”
몽하는 그 광경을 보고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
성역으로 가는 이곳의 법진은 해족에 있어서는 의미가 큰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지키고 있는 곳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그의 손에서 검은 빛이 번쩍이더니 검은빛의 커다란 깃발이 나타났다. 깃발 위에는 심오한 부문들이 그려져 있었고, 깃발이 휘날리면서 농후한 검은 물빛을 뿜어냈다. 절대 급이 낮은 보물이 아닌 듯했다.
* * *
그와 동시에 수 십리 밖의 검은 섬에서 하늘을 찌르는 금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우르르!
굉음과 함께 푸른빛이 바다 속에서 날아올라 깜박였다. 빛은 섬 위에서 사라졌고, 그 곳에서 거대한 솥이 나타났다. 솥의 입구는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화라락!
여러 갈래의 푸른빛이 솥에서부터 뿜어져 나와 허공에서 얽히고설키더니 거대한 빛이 되었다. 빛은 곧 크게 번져서 섬 위를 비추었고, 순식간에 금빛을 눌러버렸다.
섬 주변에 있던 향주와 푸른 옷의 여인 등 동해 해족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사부님, 신물이 또 기묘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향주가 바로 날아오르며 다급하게 말했다.
“주아야, 진정해라! 대장로님이 남겨두신 행신정(海神鼎)이 이곳에서 누르고 있는 한 신물은 움직일 수 없을 게다. 모두 명을 듣거라! 대진을 가동하라! 나는 곧바로 대장로님을 모셔오겠다!”
푸른 옷의 여인이 소리쳤다.
“네!”
향주가 답했다.
주위의 다른 해족들은 분주히 손에 든 진반을 흔들었고, 체내의 법력이 미친 듯이 들어가면서 진반에서 법결이 날아갔다.
바로 그때, 섬 위의 하늘에서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며 금빛이 찬란하게 쏟아졌다.
쿵!
모든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검은 섬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깨지며 돌들을 날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 속에서 금색의 거대한 곤봉이 나타났다.
윙윙!
금색 곤봉은 소리를 내며 울리더니 갑자기 크기가 줄어들었고, 한줄기의 빛이 되어 위로 솟아올랐다.
허공의 푸른 솥 주위로 부문이 일더니 금빛을 밑으로 내리 누르려 했다.
땅!
푸른색의 솥은 금빛에 의해 멀리 날아갔고, 파열음과 함께 균열이 생기며 부서지고 말았다.
금색 곤봉이 하늘 위로 오르더니 금빛이 되어 전송진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 * *
법진의 한쪽에 있는 석목의 손에 쥐어진 운철흑도가 어느새 날이 선 칼이 되었다.
그것은 풍차처럼 미친 듯이 돌아가며 덤벼오는 금색 교룡의 숨결을 막아냈다. 금색과 검은색이 줄줄이 사방팔방으로 번져나갔다.
석목의 얼굴은 붉어지다 못해 곧 터질 듯이 부풀어 있었다. 몸에는 붉은 빛이 크게 번져 있었고, 이미 온 힘을 다 쓰고 있는 듯 머리에서는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석목은 내심 상당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의 몸 속에 있는 정혈은 격렬하게 들끓어서 온 몸이 타오를 것만 같았다.
그런 느낌은 곧바로 사라졌지만, 말로 설명이 안 되는 이상한 기분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주르륵.
그때 물이 흐르는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이어서 눈앞에서 검은빛이 반짝이더니 엄청난 양의 검은 물이 멀리서부터 밀려 내려왔고, 그 물은 교룡의 숨결을 덮어서 위력이 약하게 만들었다.
석목의 얼굴이 살짝 풀렸다. 이어 그가 크게 소리를 지르자 몸 뒤로 붉은 원숭이 법상이 나타났다. 법상은 한쪽 손으로 주먹을 쥐더니 앞을 향해 공격했다.
쿵!
삼사 장은 되어 보이는 붉은 화염의 주먹이 날아가서 금색 숨결을 공격했다. 그러자 금색 숨결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때 법진의 다른 쪽에 있던 창원왕이 손에 쥔 긴 끈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금빛을 부수어버렸다.
검은빛이 다시 한 번 깜박이면서 석목과 창원왕의 위로 몽하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몽 형, 감사합니다!”
창원왕이 작은 목소리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나는 해족의 전송 법진을 보호했을 뿐이야. 저것을 이곳으로 끌고 들어온 죄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다시 묻도록 하지!”
몽하가 차갑게 말했다.
“대장로님, 조심하십시오. 저 금색 교룡은 남해성의 생물이 아니라 성역에서 온 기괴한 동물의 분신입니다. 저희를 쫓기 시작한지는 한참이나 됐어요. 그를 남해성에 계속 머물게 놔둔다면 곧 본체가 나타날 것이고, 남해성 전체에 큰 재난이 닥칠 것입니다.”
석목이 빠르게 말했다.
몽하는 그의 말을 듣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이 말을 하고 있는 사이에 금색 교룡의 몸집이 크게 빛을 발산했다.
“내 계획을 망치다니! 그럼 같이 죽어버려라!”
그러자 교룡의 몸은 한동안 희미해졌고, 그 옆으로 빛이 반짝이더니 똑같이 생긴 금색 교룡 세 마리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 세 마리 교룡의 몸은 반투명했고, 실체가 아닌 분신처럼 보였다.
물론 분신이라 해도 발산하고 있는 기운은 지계의 정상에 도달해 있었다. 천위와는 불과 한 발 차이였다.
술법을 사용한 교룡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빛은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교룡이 작게 소리를 지르자 세 마리의 분신이 세 사람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금색 교룡의 본체는 곧바로 전송 법진을 향해 날아갔다.
석목 일행은 이 광경을 보며 크게 놀랐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세 마리의 분신이 그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몽하는 심각한 얼굴로 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그의 몸 주위에서 푸른빛이 반짝이더니 사람 키의 절반 정도 되는 깃발 네 개가 나타났다.
그는 두 손을 빠르게 움직이며 입을 벌려서 한줄기의 정혈을 내뿜었다. 그것은 법결의 통제 하에 네 방울로 나뉘더니, 각각 네 개의 깃발에 스며들었다.
그러자 궁전 주변의 거대한 푸른 보호막이 빛을 뿜어내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어 전송진 주변에서 푸른빛이 반짝이며 푸른 반구형의 보호막이 나타났다. 그것은 궁전 주변의 보호막과 똑같이 생겼지만 훨씬 단단한 축소판 같았고, 그 보호막은 석목 등 세 사람을 보호하고 있었다.
쿵!
세 마리의 반투명한 교룡분신과 오조의 본체가 그 보호막에 부딪혔다. 보호막은 몇 차례 반짝였지만 잘 버텨냈다.
보호막 안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세 사람은 잠시나마 마음을 놓았다.
그러자 금색 교룡인 오조의 눈에서 분노가 일었고, 그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그때 머지않은 곳에서 푸른빛이 빠르게 날아왔고, 그 기세는 교룡의 숨결 못지않았는데, 기운을 보아하니 천위의 존재였다.
석목 일행과 오조는 모두 놀라서 그쪽을 바라보았다.
“이건!”
석목의 눈에서 금빛이 반짝였다. 그의 시력은 상당히 신통한 편에 속했지만, 그럼에도 그 빛 속에 있는 것을 정확히 볼 수가 없었다.
푸른빛은 순식간에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더니 푸른 팔괘가 그려진 옷을 입은 백발의 노인이 나타났다.
창원왕과 석목은 백발의 노인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크게 놀란 표정이 되었다.
“무진 도인!”
그는 다름아닌 통천선교의 현 교주, 무진 도인이었다.
‘또 한 사람의 천위 강자가 왔다!’
무진 도인을 본 석목의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