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화. 천균일발(千钧一发)
눈 깜박할 사이에 천위의 존재가 연이어 나타났다. 창원왕까지 포함해서 이 협소한 바다 속에 네 명의 천위 실력자가 있는 셈이었다.
무진 도인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는 석목을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창원왕과 몽하에게 시선을 잠시 멈추었다가 이어서 금색 교룡을 바라보았다.
순간 무진 도인의 눈에서 금빛이 반짝였다.
“통천선교의 전송진을 없애고 제자들을 살해한 악독한 놈! 죽어라!”
도인은 순식간에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어 푸른색의 장검이 그의 등 뒤에서 뽑혀져 나왔다.
검에서 빛이 반짝거리더니 푸른색이 순간 두 개로, 두 개에서 세 개로 변했다. 그의 몸 주위는 순식간에 검의 바다가 되었고, 검을 휘두르는 소리가 마치 바람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무진 도인이 한 손으로 검을 들어 교룡을 가리켰다.
순간 하늘을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촘촘한 푸른색의 빛이 해일처럼 교룡을 덮쳤다. 귀를 찢는 듯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고, 공간이 전부 찢겨진 듯 파도만 남겨졌다.
석목의 표정은 복잡했지만, 걱정에 기쁨이 섞여 있는 듯했다. 무진 도인의 힘은 몇 년이 지나서 더 농후해져 있었다.
석목은 속으로 생각했다.
‘대체 교룡과 어떤 원한이 있었기에, 옛날에 눈에 불을 켜고 잡으려 했던 나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까?’
오조는 화가 난 듯 소리를 질렀다. 아무리 그라 해도 무진 도인의 공격을 가볍게 볼 수는 없었고, 순간 오조의 외뿔에서 금빛이 맴돌았다.
그는 입을 벌리더니 그 앞에 커다란 금빛의 방어막을 만들어 막아냈다
펑! 펑!
푸른 검 빛이 금색 망에 부딪혔다. 금색과 푸른색이 뒤섞여서 혼잡해졌고, 주위의 공기가 진동에 의해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금색 교룡의 본체는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고, 무진 도인 또한 금색 교룡의 방어막을 터뜨릴 수는 없는 것 같았다. 둘은 막상막하였다.
바로 그때, 변수가 생겼다.
한줄기의 금빛이 멀리서부터 날아왔고, 그것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웅장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기운은 수련으로 만들어진 기운이 아닌, 모종의 보물이 뿜어내는 같았다.
“이건…….”
몽하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눈 깜박할 사이에 날아온 금빛은 허공에서 멈추더니 빙빙 돌기 시작했다.
금빛 속에 묻혀 있는 것은 거대한 곤봉이었다.
사발 입구만 한 굵기의 곤봉 위에는 금색의 부문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어 공포스러운 위압감이 그 봉에서 뿜어져 나왔다.
“천강신물! 어떻게 된 거지?”
몽하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이를 악물고 네 개의 푸른 진기를 거두자 법진 주위의 보호막이 깜박이며 사라졌다.
그는 곧바로 날아올라서 한쪽 손으로 곤봉을 붙잡았다.
바로 그때, 금색 곤봉이 반짝이더니 웅장한 소리가 사방으로 퍼졌고, 몽하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다.
보이지 않는 엄청난 힘이 곤봉의 속에서 밀려나왔다. 몽하의 입에서 피가 흐르더니 그의 몸이 멀리 날아가서 바닥에 떨어졌다.
금색의 긴 곤봉은 반짝이다가 한줄기의 금빛이 되어 석목을 향해 날아갔다. 모두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와중에, 금빛은 빙빙 돌더니 크기가 빠르게 축소되었다.
석목이 어리둥절하고 있는 동안, 이미 손가락만큼 작아진 금빛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반짝인 뒤 석목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사라졌다.
석목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멀리 나가떨어진 몽하가 분노에 찬 눈으로 석목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인족 놈! 무슨 농간을 부려서 우리 동해 해족의 신물을 가져간 것이냐! 빨리 내놓거라!”
그가 고함을 지르면서 손에 쥔 깃발을 흔들었다. 그러자 주위에 검은 물빛이 번지더니 일고여덟 줄의 검은 칼날이 석목을 향해 날아갔다.
이어 몽하가 왼손을 등 뒤로 보내자 검은 영패가 나타나서 반짝였다.
한줄기의 빛이 날아와서 땅을 타고 근처에 있는 검은 석대로 향했다.
한편 금색 교룡 오조의 세 분신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석목과 창원왕을 향해 날아갔다.
석목은 놀란 기색으로 돌기둥을 바라보았다. 마지막 세 개의 돌기둥 중 이미 두 개에 불이 밝혀진 채였고, 이제 마지막 한 개만 남아 있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버텨내야 합니다!”
석목이 큰 소리로 말했다.
창원왕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푸른빛이 더 크게 번졌다. 십 장도 더 되어 보이는 크기의 거대한 원숭이 법상이 나타나서 세 마리의 교룡분신 앞을 막아섰다.
석목은 몸을 돌려서 몽하의 공격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그는 갑자기 몸이 굳어버리더니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잠시 후, 하늘을 찌르는 듯한 금빛이 그의 몸을 비췄고 홍수처럼 주위로 번졌다.
창원왕이 놀란 기색으로 바라보았다. 그 금빛은 창원왕의 몸 쪽으로도 흘렀지만 그를 돌아서 지나갔다. 마치 영성이 있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금빛은 몰아치는 파도와 같이 거대한 검은 칼날을 부수어 삼켜버렸고, 바닥에 붙어 있던 검은빛도 삼켰다.
오조의 세 마리 교룡분신도 금빛에 의해 멀리까지 날아갔다.
멀지 않은 곳에서 굳어버린 오조의 본체와 무진 도인도 금빛의 공격을 받았다. 거대한 힘이 용솟음치더니 두 사람을 저 멀리까지 밀어냈다. 몽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눈 깜빡 할 사이에 광장 부근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멀리까지 밀려났고, 몇 십 장이나 밀려난 뒤에야 겨우 멈춰설 수 있었다.
곧이어 석목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이내 회복되었다. 그는 멍하니 주위를 살폈다.
쿵!
그 순간 전송 법진의 마지막 기둥에 드디어 불이 밝혀졌다. 이어 법진 전체가 눈부신 흰 빛을 뿜어내서 석목과 창원왕을 둘러쌌고, 주위의 허공에서는 격렬한 진동이 울렸다.
“어딜 도망가려고!”
옆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오더니 금색 교룡 오조의 외뿔에서 금빛이 크게 뻗어나왔다. 한줄기의 금빛이 날아와서 석목에게 향했다.
그러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석목과 창원왕의 그림자는 하얀 빛 속에서 희미해졌고, 금빛이 날아오기도 전에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금빛은 두 사람을 감싼 하얀 빛이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야 그곳에 도달했다.
쿵!
전송 법진이 내뿜은 하얀 빛이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고, 석목과 창원왕의 그림자가 점점 일그러졌다.
곧이어 넓게 번진 흰 빛이 법진을 중심으로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그것은 눈 깜박할 사이에 오조와 몽하, 무진 도인까지 전부 삼켜버렸다.
동해 해역에서는 하얗고 굵은 기둥이 하늘을 향해 뻗어 나왔고, 구름까지 뚫고 지나갔다.
바다의 파도가 거세게 부딪히며 천지의 영기가 주위로 격렬하게 파동을 일으켰다. 마치 하늘과 땅 사이에 큰 구멍을 뚫어버린 것 같았다.
석목은 자신의 몸 전체가 빙글빙글 돌고 있는 걸 느꼈다.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공간에 놓여 있다는 걸 깨달았다.
주위의 공간이 격렬하게 진동했고, 크고 작은 균열이 허공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얼기설기 갈라져 있는 균열을 통해 먼 곳의 희미한 불빛이 은은하게 보였다.
석목은 공간 속에서 계속 흔들렸고, 바람 속의 버드나무처럼 여기저기 몸을 찢으려는 듯한 힘이 몰려와서 통증이 느껴졌다.
다행히 그의 육신은 이 정도의 힘은 버텨낼 수 있을 만큼 강인했다.
그는 힘을 주어 몸을 안정시키며 신식으로 멀리 있는 빛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문이었고, 그 속에서 흡입력이 느껴졌다.
다만 그 흡입력은 안정되지 못한 듯, 주변 공간의 힘에 의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창원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보게나. 저곳이 바로 이번 전송의 목적지라네.”
석목은 그 말을 듣고는 머리를 돌려 바라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얼굴이 파랗게 질린 창원왕이 있었고, 사방의 공기 압력으로 인해 온 몸의 뼈마디에서 소리가 들렸다.
“선배님, 저기까지만 가면 전송이 성공하는 것인가요?”
석목이 큰 소리로 물었다.
“그렇긴 한데, 이 공간의 통로가 그 교룡에 의해 파괴되었다네. 이곳의 공간에 균열이 잔뜩 나 있어서, 그것에 의해 잘리게 된다면 천위까지 수련한 몸이라 해도 버텨내지 못할 것이야! 지금 나도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 지경이니 자네도 알아서 잘 버텨보게…….”
창원왕의 주위는 한 겹의 푸른빛으로 몽롱하게 덮여 있었다. 그는 멀리 있는 빛을 향해 날아가면서 온 힘을 다해 주위의 균열을 피하고 있었다.
석목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겁에 질렸다.
그 역시 주위의 공간 균열에서 모든 것을 파괴해버릴 수 있을 듯한 기이한 힘을 느꼈다.
푹!
석목은 법력을 사용해서 바깥쪽을 향해 기령순(气灵盾:영기의 방패)을 펼쳤다. 그리고 그것으로 자신의 몸을 꽁꽁 싸매고는 등 뒤에서 불의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공간을 찢는 주위의 힘을 밀어내고, 멀리 보이는 빛의 구멍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공간이 다시 한 번 흔들렸다.
공간의 균열과 점멸이 더 빈번하게 나타났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듯 멀리 있는 빛의 모양마저 일그러졌다. 게다가 그 빛마저도 희미한 균열이 생긴 것처럼 느껴졌다.
석목은 온 몸을 찢을 듯한 통증이 몇 배나 더 강해진 것을 느꼈다. 등 뒤의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지만, 몸을 전혀 가눌 수 없어서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쿵!
석목과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창원왕의 몸에서 푸른빛이 마구 흔들렸다. 이어 큰 소리와 함께 그의 옷이 갈기갈기 찢어지면서 울퉁불퉁한 근육이 드러났다.
그의 몸에 돋아 있던 털이 전부 푸른색으로 변하더니 온몸을 뒤덮을 만큼 빠르게 자라났고, 곧이어 창원왕은 순식간에 거대한 몸집의 푸른 원숭이로 변했다.
창원왕이 푸른 원숭이로 변신하고 나자, 그 주위의 푸른빛이 터지면서 몸이 안정되었다.
그의 두 팔은 이마 앞에서 교차되어 머리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는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그 빛을 향해 다가갔다.
바로 그때, 그의 몸 옆에서 파동이 일어나더니 한줄기의 검은 빛이 소리도 없이 반짝이며 나타났다.
창원왕은 극도로 조심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공간의 난류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날카로운 칼처럼 나왔다가 또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푸른빛이 창원왕의 어깨를 스쳤다. 이어 한줄기 피가 솟더니 한쪽 팔이 그의 몸과 분리되었다.
창원왕은 낮게 신음소리를 냈지만, 가던 길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빠르게 전진했다.
이를 보며 석목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는 되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창원왕처럼 어렵게 앞으로 한걸음씩 내딛었다.
우르르!
그때 공간에서 다시 한 번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치직!
석목은 주위에서 찢어지는 힘이 몇 배나 더 강해진 것을 느꼈다. 그를 감싸고 있는 기령순에 푸른빛의 금이 그어졌다. 그것들은 마치 잠자리 날개에 얼기설기 나 있는 줄 같았다.
법결을 외우는 석목의 손이 계속 모아지기를 반복했다. 체내에 대량의 법력을 주입하자 기령순의 흰 빛이 더 커졌다. 그제야 그 금들이 다시 붙었지만, 거대한 공간의 압력에 눌려서 변형되었다.
갑자기, 석목의 머리 위에 있는 틈에서 공간의 난류가 침투했고, 무형의 칼날처럼 기령순의 표면을 잘라냈다. 기령순은 그대로 부서지고 말았다.
후!
석목은 공간의 난류가 밀려오는 순간 불의 날개를 흔들어 한쪽으로 피했다. 간신히 몸은 피했지만, 그 뒤로 다시 한 번 공간의 난류가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푹!
등 뒤의 한쪽 날개가 공간 난류에 의해 절반으로 잘렸다. 그리고 허공에서 붉은 점들로 변해서 흩어졌다.
석목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좌우와 몸 뒤에서 여러 개의 공간 균열이 동시에 빠르게 커졌다. 그 속에서부터 난류가 흘러 들어와서 석목이 있는 곳으로 밀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