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355화 (355/916)

355화. 청란성에 도착하다

석목은 생각을 정리한 후 다시 주위를 바라보았다.

동성해는 한없이 컸고, 남해성과 같은 하급 별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성계의 강자라 해도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가려면 수년이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방금 전 이족 남자의 말에 따르면, 청란성지는 이 전송진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다고 했다.

석목은 몸을 움직여 아래쪽의 성지를 향해 날아갔고, 어느 거리에 도착했다.

“석두, 동성성에 도착했어? 나도 나갈래!”

채아의 목소리가 허리의 영수 주머니에서 흘러나왔다.

석목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손을 흔들어 법결을 펼쳤다.

그러자 한줄기의 그림자가 번쩍이더니 채아가 영수 주머니에서 날아서 나왔다.

“이곳이 동성성이구나. 영기가 엄청 짙네!”

채아는 나오자마자 두리번거리며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거리의 사람들이 전부 그들을 향해 바라보았다.

다행히 둘은 남해성의 언어로 말하고 있었기에, 그저 새가 지저귀는 소리처럼 들려서 사람들의 관심을 오래 끌지는 않았다.

“조용히 해!”

석목이 채아에게 꿀밤을 먹이자, 채아가 입을 다물고 석목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석목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거리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석두, 너 어디 가는 거야?”

채아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이번에는 공용어를 사용했다.

“어디긴. 청란성지로 가야지.”

석목은 그렇게 대답하며 전적을 팔고 있는 상점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상점에서 나온 그의 손에는 몇 권의 두터운 전집이 들려 있었다. 그의 얼굴에 만족하는 기색이 스쳤다.

이것들은 동성해의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전집이었는데, 그중에는 인근 지역의 상세한 지도가 있는 옥간도 있었다.

석목은 걸어가면서 신식으로 옥간을 바라보더니, 잠시 후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청란성지는 지도상에서 눈에 띄었기에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그 이족 남자의 말처럼 이 성에서 동쪽에 위치해 있었다.

“가자.”

석목은 그렇게 말하며 채아를 데리고 성문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뭐? 벌써 간다고? 성 안을 돌아다니며 먹을 것 좀 찾으려고 했는데!”

채아가 말했다,

그러나 석목은 채아의 투정을 받아주지 않고 빠르게 걷다가, 성문을 벗어난 뒤 청익비차를 소환해서 날기 시작했다.

그가 손을 흔들어 법력을 펼치자 청익비차는 빛을 내뿜으며 빠르게 동쪽으로 날아갔다.

* * *

동성성의 모처.

이곳에는 거대한 숲이 울창했고, 영기가 있는 고목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그 높이는 제각기 달랐다.

나무 하나하나는 최소 백 장 높이까지 자라 있었는데, 잎이 무성하고 줄기가 굵어서 마치 거대한 봉우리와 흡사했다. 그야말로 거대한 나무의 나라 같았다.

숲의 깊은 곳에는 큰 성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성지 뒤로는 웅장하고 기이한 산맥이 있었는데, 그 면적이 수천 리는 되어보였다. 성에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유난히 번화한 모습이었다.

산맥 위에는 백 장이 넘는 나물들이 있었고, 중앙에는 만 장이나 되는 고목이 자라 있었다. 숲 속 어느 곳에서든 전부 이 나무를 볼 수가 있었다.

나무 밑으로는 뿌리가 산 아래로 깊게 뻗어 있었고, 그 뿌리중 한 개만 튀어나와도 작은 산맥처럼 보일 정도의 크기였다.

나뭇가지는 높이 솟아 구름을 찌르고 있었다. 바닥에서 위를 바라보면 움직이는 구름 사이로 가끔 넓은 잎이 보이기도 했다.

나무의 꼭대기 위는 늘 구름으로 덮여 있어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

주위로 이어진 산맥마저 이 나무 앞에서는 현저하게 작아보였다.

이곳이 바로 청란성지가 위치한 상소였다. 그 큰 나무는 청란성지의 종문 뿌리로, 동성성에서 청란성수라 불리는 그 나무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산 아래에는 성지가 하나 있었는데, 이름은 청란성이었다. 이 성 또한 동성성에서 이름을 떨치는 큰 성 중 하나였다.

그때 성 밖의 작은 산꼭대기에서 한줄기의 푸른빛이 빠르게 날아왔다. 그 빛은 성문 앞에서 멈추었다.

빛이 반짝이면서 푸른 옷을 입은 남자가 먼지를 날리며 나타났고, 그의 어깨 위에는 은색 털을 가진 앵무새가 앉아있었다. 바로 석목과 채아였다.

그들은 며칠 동안 빠르게 날아서 드디어 이곳에 도착한 것이었다,

“이곳이 청란성이군. 정말 번화하고 기품이 있구나! 여기에 비하면 천우성이나 창욱성은 작은 읍에 불과하네. 그리고 저 산 위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봐. 이것이 바로 그 전설 속의 청란성수구나. 정말 크네. 나무가 맞긴 한 건가?”

채아가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석목은 먼 곳의 산맥 위에서 하늘을 받치고 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놀라움과 두려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무의 엄청난 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서 있는 곳에서도 큰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영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땅 위의 모든 영맥이 저 나무로 집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천지가 만들어낸 영목이구나. 청란성지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이유가 있었어.”

석목은 혼잣말로 중얼거린 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성문을 향해 걸어갔다.

지금은 점심시간이라 성문 밖에는 석목처럼 많은 사람이 내려서고 있었다. 오는 사람은 각양각색이었고, 삼삼오오 무리지어 다니거나 열댓 명이 동행하기도 했다.

대부분은 젊고 눈에 흥분의 기색이 어렸으며, 어떤 무리는 동족의 어르신을 모시고 있기도 했다. 어르신들은 훨씬 듬직해보였고, 눈빛이 깊고 몸에서 은은한 기운이 흐르는 것이 수련의 경지가 결코 낮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묵묵히 성문 앞에서 길게 줄을 섰다. 대부분은 요족이나 이족 사람이었다.

“석두, 여기에는 젊은이들이 왜 이렇게 많지? 다들 구경 온 건가?”

채아가 말했다.

“아닌 것 같아. 얼마 뒤에 청란성지에서 십 년 만에 한 번 있는 제자 선발 대회가 열려. 그래서 성역의 큰 세력에서 문하의 제자들을 이곳으로 보내 그 선발대회에 참여시키려는 거지.”

석목은 웃으며 말했다.

“석두, 네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채아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석목은 두꺼운 전집을 꺼내 채아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그렇다면 너도 운이 좋은 거구나. 때마침 이 선발대회에 맞춰 도착하다니.”

채아가 이해했다는 듯 말했다.

석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멀리 있는 청란성수를 동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때 누군가가 비웃는 듯한 말이 옆에서 들려왔다.

“허허, 고작 지계 초기까지밖에 수련하지 못한 인족 따위가 청란성지의 선발대회에 참여하려 하다니. 정말 분수도 모르는군!”

석목은 얼굴이 굳어져서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칠팔 장 떨어진 곳에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불처럼 빨간 머리에 눈도 빨간색이었고, 두 귀는 길게 늘어져서 몸에서 요괴의 기운이 은은히 풍기고 있었다.

그 요족들은 줄을 서서 입성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석목과 채아에 대해 비웃는 말을 내뱉자 모두 함께 웃으며 떠들었다.

석목이 동성성에 도착한 후에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이 별에는 각양각색의 요족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형상이 기괴한 이족은 수도 적지 않았고, 인족은 유난히 적었다.

천성과 체질적인 이유로 인해, 인족은 특이한 혈맥을 지닌 요족과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많이 났다. 심지어 석목은 어느 별에서 태어나자마자 선척의 경지에 오른 요족을 본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적지 않은 요족이 자신들을 고급 종족으로 여겼고, 몸집이 작고 수련 속도가 느린 인족들은 하급 종족으로 취급했다.

“이 빨간 털복숭이야! 그게 말이야 방귀야!”

석목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채아가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 젊은 요족은 채아의 말을 듣자 화를 내며 몸에서 붉은 빛을 발했고, 그 외에도 다른 몇 명의 요족이 공격성을 드러냈다.

“이곳은 청란성 관할이다. 사고치지 마라!”

붉은 옷의 요족 사이에서 한 노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훈계를 했다. 그는 석목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 젊은 요족들은 노인을 무서워하는 듯 보였고, 젊은 요족은 석목과 채아를 한 번 째려보더니 이내 몸에서 빛을 사라지게 했다.

석목도 그 젊은 요족을 신경 쓰지 않고 노인을 쳐다보다가 흠칫 놀랐다.

그 노인은 기운을 상당히 많이 감추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강한 위압감을 보이고 있었다. 그는 엄연히 천위 경지에 있는 강자였고, 창원왕보다도 실력이 위인 것으로 보였다.

채아는 몸을 파닥이며 그 젊은 요족을 향해 익살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

“이제 됐어. 그만해.”

석목은 채아를 잡고는 다른 줄로 넘어가 줄을 섰다.

“석두, 저 놈이 너를 비웃는데 참고만 있을 거야? 내가 보기엔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채아가 억울한 듯 말했다.

석목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많은 일을 겪은 석목은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철부지가 아니었다. 이런 작은 일로 쉽게 화를 내서 천위 강자를 건드리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잠깐 생각하고 나서 청원이 준 푸른 영패를 꺼내들었다.

번천곤 안에서 청원은 이 물건을 들고 청란성지로 가면 보증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안에 들어가서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일 각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린 뒤, 석목은 영석을 지불하고 청란성 안으로 들어갔다.

“음?”

석목은 성지로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의아함을 느꼈다.

성내의 거리는 넓었고, 길가의 건축은 전부 나무로 지어져 있었다. 상점들도 나무 안에 공간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운영을 하고 있었다.

석목이 주위를 둘러보니 성 안의 모든 건물은 전부 똑같이 생겼고, 제대로 된 집은 한 채도 없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숲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이곳 사람들은 정말 이상하네. 집에서 살지 않고 다들 나무에서 살고 있잖아.”

채아가 재잘거렸다.

석목은 어리둥절했지만 크게 놀라지는 않고 계속 걸어갔다.

조금 걷던 석목의 발길이 멈추었다. 그리고 길가의 상점을 향해 눈길을 돌리더니 바로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 상점은 외관상으로는 무기를 파는 곳이었는데,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석목이 들어가 보니 상점의 점주는 인족이었다. 피부색이나 체형, 용모의 특징까지 인족이 분명했다. 석목은 그를 보는 순간 친근감이 들었다.

“석두, 너 혼자 가서 물어봐. 재미도 없고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니 나는 밖에서 기다릴게.”

채아는 그렇게 말하며 석목의 어깨 위에서 날아올랐다.

“아무 곳이나 가지 마. 우리는 청란성 내의 규칙을 모르니까, 잡혀가지 않도록 조심해.”

석목이 당부했다.

“석두, 넌 잔소리가 너무 많이 늘었어. 알았으니까 걱정 마.”

채아는 소리를 지르며 멀리 날아갔다.

석목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채아는 겁이 많고 영리한 편이라 마음이 놓이긴 했다. 석목은 가게로 발길을 옮겼다.

“우리 가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어떤 종류의 무기를 찾으시나요?”

점주는 마흔 살 정도 되는 중년의 남성이었는데, 석목이 같은 인족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눈을 반짝이며 환영했다.

“저는 석 씨 성을 가진 사람입니다. 잠깐 둘러볼 테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석목은 그렇게 말하며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상점 안에는 다른 손님은 없었고 석목 혼자였다.

역시 청란성지가 존재하는 동성성은 달랐다. 상점의 규모는 청란성에서 평범한 편이었지만, 팔고 있는 무기의 품질은 뛰어났다. 내놓은 무기 중 가장 좋지 않은 게 상급 법기였고, 상당히 괜찮은 영기도 아무렇지 않게 밖에 진열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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