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367화 (367/916)

367화. 사마귀

붉은 구름은 들끓듯 격렬하게 소용돌이쳤고, 그 속에서 붉은 빛이 끊임없이 번쩍였다. 맷돌 크기의 불을 휘감은 공이 구름 속에서 튕겨져 나오더니, 마치 별똥별처럼 아래를 향해 격렬한 기세로 떨어졌다.

우르릉!

하늘에서 내리는 불의 비가 땅으로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근처를 삼켜버렸고, 천둥소리가 들려와서 주위에 메아리를 만들어냈다.

불의 공이 떨어지는 곳마다 푸른 개미가 눌려서 부서졌고, 그 기세에 땅도 푹 꺼져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석목 주위의 백 장 안팎에는 크고 깊은 구멍이 만들어졌다. 그가 서 있는 곳만 아무런 공격을 받지 않고 외봉우리처럼 우뚝 튀어나와 있을 뿐이었다.

석목은 웅덩이 속에 쌓인 푸른 개미 요수들의 잔해, 그리고 지계 경지의 시체 몇 구를 보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는 가볍게 몸을 날려서 아래를 향해 내려갔다.

* * *

이틀 후 석목은 드디어 ‘망고삼림’에 도착했다.

석목은 그 안으로 들어가기 전, 아득히 깊은 숲을 바라보았다.

숲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는데, 그 크기가 전부 백 장을 넘었다. 나무의 직경은 한 장 정도 되었고, 푸른 나뭇잎 위에는 기이한 영문이 새겨져 있어서 요상한 기운을 뿜어냈다.

석목은 한참 동안 자세히 바라보다가 눈길을 거두었다. 그리고 숲 가장자리에 있는 거대한 나뭇가지 위로 날아올라갔다.

그는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오는 통에 체력을 많이 소모한 상태였다. 비경의 진정한 핵심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몸을 회복하고 진기를 모아야 했다.

석목은 전음으로 하늘에서 날고 있는 채아에게 망을 보라고 이르고, 곧바로 초록색 피풍을 두른 뒤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밤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새벽이 되어서야 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석두, 누가 숲에 들어왔어.”

석목은 그 말에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몸을 살짝 기울여서 큰 나뭇잎 사이로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희미하게 비추는 새벽의 빛을 통해, 그가 올라간 나무 아래로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나가고 있는 게 보였다. 두 명의 요족 청년이었다.

그들의 체형은 인족과 비슷했는데, 드러난 피부는 부채형 비늘로 덮여 있었다. 다만 앞에 있는 사람의 비늘은 푸른색이었고 지계 초기 경지에 올라 있는 듯했으며, 뒤에서 따라가고 있는 사람은 붉은 비늘에 지계 중기 정도로 보였다.

두 요족은 함께 온 것 같았고, 방향을 보아하니 숲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려는 듯했다.

“둘째 형, 서둘러서 가야겠어요! 일곱 째 동생이 소식을 전해 왔는데, 적지 않은 가문이 전력을 다해서 중앙으로 향하고 있데요!”

푸른 비늘의 청년이 말했다.

“그 사람들은 무엇인가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해. 너도 봤지? 이번에 외곽 지역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면 부족에서 기록해놓은 자료들과 큰 차이가 있어. 그러니 너무 급하게 들어가지 말고, 우선 큰형과 여섯째 동생을 만난 뒤에 다시 계획을 세워보자. 어쨌든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는 청란성지에 입문하기 위한 것이잖아.”

붉은 비늘의 청년이 말했다.

“둘째 형 말이 맞아요. 그렇지만 이건 제 추측인데, 비경의 중앙에는 어떤 비밀스러운 보물이 있는 게 아닐까요? 늦게 도착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 거예요.”

푸른 비늘 청년은 상대의 말에 동의는 했지만, 뭔가 내키지 않는다는 듯 덧붙였다.

“하하, 너무 조급해할 것 없다. 그런 보물이 있다 해도,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싸우라고 해. 우린 나중에…….”

붉은 비늘 청년은 말을 하다 말고 멈칫했다. 그리고 갑자기 큰 소리를 질렀다.

“큰일이다! 넷째야, 위쪽을 조심해!”

그는 빠르게 뒤쪽을 향해 물러나면서 붉고 긴 창으로 하늘을 향해 찔렀다. 창끝에서는 직경이 한 장 정도 되는 붉은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푸른 비늘 청년이 놀라서 머리를 들었다.

이삼 장 정도 되어 보이는 하얀 물체가 위에서 소리 없이 내려오더니, 허공에서 그대로 터져버렸다. 얼기설기 엉킨 굵은 선들이 십 장 이내를 덮을 만큼 거대한 망으로 펼쳐져서 떨어졌다.

그것은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고, 아무 소리도 없이 떨어졌다. 그 바람에 붉은 청년이 발견했을 때는 이미 머리 위의 오 장 정도까지 다가와 있었다.

푸른 비늘 청년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는 도망치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푸른색의 커다란 칼을 꺼내 들었다. 푸른 칼날과 붉은 창이 위쪽의 하얀 망을 향했다.

퍽!

하얀 망은 주변의 나무와 함께 푸른 비늘의 청년을 가두어버렸다. 붉은 비늘의 청년은 재빨리 움직인 탓에 피할 수 있었다.

푸른 청년을 덮은 하얀 망은 끈적이는 실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것에 걸리니 몸의 움직임이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푸른 청년은 놀란 표정으로 온 힘을 다해 하얀 망을 벗어나려 했다.

“구구구…….”

그때 괴상한 소리와 함께 회색 괴물 한 마리가 날아와서 앉았다.

그 괴물은 상체는 사마귀, 하체는 거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몸의 길이는 삼 장 정도 되었는데 전체가 어두운 회색이었고, 복부만 하얗게 드러나 있었다. 흰 배 위에는 여섯 개의 긴 창처럼 생긴 발이 자라 있었고, 가슴에는 곱고 짙은 푸른색을 띤 낫 모양의 팔이 달려 있었다.

“지계 정상의 요수 사마귀!”

붉은 청년은 그 요수를 보더니 깜짝 놀라 말했다.

그는 손에 쥔 긴 창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창에서 열 줄기가 넘는 붉은 화염이 뿜어져 나와 한 개의 불기둥을 형성했고, 곧바로 회색 괴물을 향해 공격했다.

허공에 있던 사마귀가 큰 입을 벌리자 그 속에서 유백색의 실들이 뻗어 나와 불기둥과 충돌했다.

펑!

흰 줄기가 터지더니 다시 커다란 망을 만들어서 불기둥을 막아냈다.

“넷째야, 수천옥패를!”

붉은 비늘의 청년이 다급하게 소리 질렀다.

망에 묶여 있던 푸른 비늘의 청년은 온몸에서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는 칼을 휘두르며 거미줄을 자르는데 집중하느라 형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듯했다.

사마귀 요수는 그에게 틈을 주지 않았다. 사마귀 요수가 낫 모양의 팔을 앞으로 교차하며 휘두르자 짙은 푸른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며 아래쪽을 향해 날아갔다.

“안 돼!”

푸른 비늘의 청년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칼을 들어 막으려 했다.

펑!

커다란 칼은 사마귀의 공격을 잠시 막는 듯했으나, 이내 깨져버렸다.

사마귀 요수의 칼날이 푸른 비늘 청년의 몸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그 순간 푸른 청년의 몸에서 푸른빛이 반짝이더니 비늘이 온몸을 덮었다.

퍽!

칼날은 교차된 채로 청년의 몸속으로 들어가 사라져버렸다.

푸른 비늘 청년이 몸은 순식간에 네 조각으로 갈라졌고, 피가 땅을 흠뻑 적셨다.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던 석목은 놀라서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 사마귀 요수의 힘은 대단했다. 그가 이 비경 속에 들어온 후 만난 것 중 가장 강한 요수였다.

석목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채아도 깜짝 놀랐다. 그는 소리를 내면 사마귀에게 들켜버릴까 무서워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사마귀의 시선이 붉은 비늘 청년에게 향했다. 그리고 세 쌍의 긴 발로 땅을 짚으며 청년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마귀 요수의 움직임은 상당히 민첩했다. 눈 한 번 깜박이는 순간에 이미 붉은 비늘 청년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청년의 실력도 약한 편은 아니었고, 영기와 공법도 준수해보였다. 다만 지계 중기의 실력인 만큼 지계 정상의 요수와 맞붙는 것은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더는 도망갈 수 없게 된 청년은 틈을 노려 손에 쥐고 있던 수천옥패를 깨트렸다. 그러자 빛과 함께 그의 모습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천산령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 * *

먹이를 잃은 거대한 사마귀 요수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낫 모양의 팔을 여러 번 비비며 두 눈에서 붉은빛을 반짝였다. 이어서 여섯 개의 발로 땅을 짚더니 하늘 위로 뛰어올랐고, 회색의 그림자가 되어 숲의 깊은 곳을 향해 날아갔다.

석목은 사마귀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잔뜩 긴장하고 있던 눈에 힘이 풀렸고, 채아도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드디어 갔군.”

석목은 나무 위에서 잠깐 기다리면서 다시 한 번 아래쪽을 확인한 뒤, 채아를 놓아주었다.

나무에서 조심스럽게 내려온 석목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청산령 쪽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두 사람이 남긴 청산령을 들고 그곳을 떠날 생각이었다.

그 순간, 석목의 안색이 굳어졌다. 차가운 회색 그림자가 뒤에서부터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석목은 앞쪽에 있는 나무 위로 빠르게 날아갔고, 그 회색 그림자를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

회색 그림자는 단번에 석목이 서있던 곳의 나무를 잘라 버렸다. 나무는 조금 흔들리더니 이내 무너져버렸는데, 잘린 표면은 예리한 칼에 잘린 듯 매끈했다.

쿵!

다시 나타난 회색 사마귀는 석목 가까이에 있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여섯 개의 발이 나뭇가지를 꽉 잡자 깊은 흔적이 새겨지며 가루가 휘날렸다.

사마귀 요수의 차갑고 붉은 눈이 석목을 바라보았다. 이어 사마귀는 발을 움직이더니 또다시 그림자가 되어 날아왔다.

석목의 몸에서 붉은 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고, 그는 등 뒤에서 불의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라 다시 한 번 사마귀의 공격을 피했다.

석목은 이 사마귀 요수와는 근접전을 할수록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낫 모양의 팔이 극도로 날카로웠고, 석목은 자신의 몸으로 그 날카로운 정도를 시험해보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사마귀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무작정 도망친다 해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우선은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했다.

“찍찍!”

회색 사마귀가 입에서 괴상한 소리를 냈다. 두 번의 공격이 전부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화가 난 것 같았다.

순간 사마귀의 회색 몸통이 순식간에 희미해지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석목의 안색이 긴장으로 어두워졌다.

그 순간 머리 위에서 회색 그림자가 스쳐 지나더니 순식간에 사마귀가 나타났다. 낫 모양의 팔이 두 갈래의 그림자로 변해 석목의 머리를 향해 공격해 들어왔고, 그대로 머리를 쪼개버릴 듯한 기세였다.

그러나 석목의 표정은 오히려 차분해졌고, 그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듯 보였다.

석목의 손에서 검은 빛이 번쩍이더니 운철흑도와 짧은 곤봉이 나타났다. 그는 두 개의 무기를 동시에 휘둘렀다.

층층이 쌓인 칼날과 곤봉의 검은 빛이 사마귀의 앞발을 향해 날아갔다.

쾅!

순간 석목은 두 팔에 마비가 오는 듯했다. 거센 힘에 의해 튕겨나간 그의 몸은 그대로 날아가서 숲속에 떨어졌다.

회색 사마귀의 거대한 몸도 몇 장 정도 날아갔고, 한참 밀리고 나서야 멈춰설 수 있었다.

쿵!

회색 사마귀는 단단히 화가 났다.

그의 두 눈에서 무서운 빛이 이글거리면서, 거대한 몸집이 다시 한 뭉텅이의 회색 그림자가 되어 석목을 덮쳤다.

사마귀가 막 덮쳐오고 있을 때 아래에서부터 붉은 빛이 번쩍이더니 거대한 붉은 원숭이 법상이 나타났다.

붉은 원숭이 법상의 몸에서는 화염이 활활 타올랐고, 두 눈에서도 불빛을 뿜어내며 회색 사마귀를 향해 포효했다.

붉은 원숭이 법상의 거대한 주먹은 화염에 둘러싸여 있었고, 주먹은 회색 사마귀들 향해 날아갔다.

“껄껄!”

회색 사마귀가 마치 비웃는 듯한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두 앞발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휘갈기더니 희미한 회색 망을 만들어냈다.

칵!

붉은 원숭이 법상의 두 주먹이 순식간에 수많은 조각으로 잘려나갔고, 점이 되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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