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371화 (371/916)

371화. 쫓고 쫓기다

비경의 중앙.

멀리까지 펼쳐진 산맥의 끝자락에서 푸르고 노란 두 갈래의 빛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두 물체는 빛을 번쩍였다가 다시 두 갈래의 빛이 되어 날았고, 눈 깜박할 사이에 이내 하늘에서 사라져버렸다.

그곳에서 수백 리 밖의 산맥 중간에는 하늘을 찌르는 듯한 높은 봉우리가 우뚝 서 있었다. 봉우리의 꼭대기에는 사시사철 눈이 쌓여 있었고, 날아다니는 새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산맥의 상공에 푸르고 노란 두 갈래의 빛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왔다. 순식간에 수백 리의 거리를 날아온 것이다.

두 빛은 높낮이를 이리저리 바꾸며 장난치듯 서로를 쫓아갔다.

그때 노란색 빛이 크게 번지더니 속도를 더했고, 푸른빛과의 거리를 좁혀갔다. 조금만 더하면 곧 따라잡을 듯했다.

그때 앞쪽에서 날아가던 푸른빛이 노란 빛을 기다리는 듯 다시 속도를 늦췄다. 그러나 그 노란 빛이 막 따라잡으려 하는 순간 또다시 속도를 높였다.

두 빛의 속도는 너무나 빨랐다.

이때 앞에서 날아가던 푸른빛이 속도를 줄이더니 허공에서 멈춰 섰고, 뒤이어 노란빛도 푸른빛과 한 장 정도 되는 거리에서 멈췄다.

푸른빛이 사라지며 매부리코를 한 청년이 나타났다. 그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하하, 재미있군. 나 청장천(青长天)은 속도가 빠르기로 유명해서, 천위 이하의 사람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지. 그런데 비슷하게나마 나를 따라오는 짐승이 다 있다니! 내 영총이 되지 않겠어? 내가 나무 심장의 성액을 갖는 걸 도와준다면, 네가 높은 지능을 가지도록 해주지.”

청년의 용모는 인족과 다를 게 없었다. 인족보다 광대가 조금 높고 눈구멍이 조금 더 깊은 정도였고, 얼굴은 창백했지만 두 눈은 초롱초롱했다. 다만 튀어나왔다가 다시 구부러진 매부리코의 생김새가 시선을 끌었다.

그는 몸에 푸르고 긴 두루마기를 두르고 허리에 띠를 묶고 있었다. 등 뒤의 찢어진 구멍 사이로는 푸른 털로 덮인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위아래로 푸른빛이 감도는 큰 날개 때문에 멀리서 보면 거대한 푸른 독수리 같았다.

서너 장 떨어진 곳에서 그를 계속 따라오던 노란빛도 빛을 거두고 진짜 모습을 드려냈다. 한 장 크기의 거대한 칠색 짐승이었다.

새의 두 눈은 금빛을 띠고 있었고 부리는 까만색이었으며, 금속처럼 윤기가 흐르고 있는 게 마치 강철 같았다. 몸은 알록달록했고 두 발톱은 날카롭고 차가운 빛을 뿜어냈다.

그 새는 매부리코 청년의 말을 듣자 사람처럼 머리를 돌려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청년을 한 번 바라보고는 하늘을 향해 기쁘게 울부짖었다.

매부리코 청년은 크게 기뻐하며 짐승에게 다가가 털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이윽고 한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새는 거대한 봉우리를 넘어 비경의 중심을 향해 날아갔다.

* * *

비경의 깊은 곳에 있는 은밀한 산 속에는 거대한 천연 동굴이 있었다.

동굴의 벽은 미끈거리는 이끼와 물기가 있어서 음침하고 습했다.

동굴의 가운데 땅에서는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다만 그 불은 평범한 붉은색의 불이 아닌, 초록빛을 띠고 있는 게 마치 도깨비불 같았다.

초록빛을 띠고 있는 불 옆에는 거대한 체구를 가진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커다란 초록색 옷으로 꽁꽁 두른 데다 얼굴도 천으로 가리고 있어서 성별을 구분할 수 없었고, 인족인지 요족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 사람은 멍하니 불 옆에 서 있었는데, 두 손이 넓은 피풍 안에 묻혀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마치 조각상 같았다.

그의 주위에는 초록색 안개가 기이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짙은 안개는 자욱하게 그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종아리 아래쪽 부분까지만 옅은 안개가 머물러 있으면서 그 위로는 올라오지 않았다. 또 생화 냄새 같은 것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면서 취할 것 같은 기운을 뿜어냈다.

그 순간 동굴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초록색 옷을 두른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여전히 차분한 눈빛을 하고 있었고,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진동에 의해 그의 몸이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다.

펑! 펑! 펑!

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초록색 옷을 두른 사람 주변의 땅이 들끓는 것처럼 크게 부풀어 올랐고, 이내 폭발하며 갈라졌다.

이어 아이 팔뚝만 한 갈색의 얇은 뿌리가 그 틈에서 수없이 삐져나와 촘촘하게 땅을 덮었다. 하지만 초록색 안개에 닿은 뿌리들은 미친 듯이 꿀렁거리더니 다시 땅 속으로 숨어버렸다.

이어서 다시 올라오려 애쓰는 뿌리들의 표면에 수많은 구멍이 생겼고, 그 안에서 황갈색의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뿌리들은 전부 녹아서 황갈색의 액체로 변해 초록색 안개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초록색 안개와 멀리 떨어져 있던 뿌리들은 땅 위로 올라왔고, 순식간에 동굴 천장에 부딪혔다가 초록색 옷의 사람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그는 쳐다보지도 않고 손을 위로 가볍게 들기만 했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에서 초록색 안개가 뿜어져 나와 뿌리들을 향했다.

초록색 안개와 접촉한 뿌리들은 그 자리에서 부식해서 방울방울 땅 위로 떨어졌다. 이어 그 물방울들이 초록색 옷을 두른 사람의 몸에 떨어졌고, 이내 하얗게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그대로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드디어 왔구나…….”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이 중얼거렸다. 그의 말투는 조금 흥분한 투였고, 목소리도 돌에 칼을 가는 듯 날카로워서 듣기 거북했다.

* * *

망고삼림의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의 무리가 앞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네 사람 모두 붉은 머리에 붉은 눈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일전에 석목과 충돌을 일으켰던 마열 일행이었다.

네 사람 모두 몸에서 붉은 빛을 번쩍이며 온 힘을 다해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수시로 머리를 돌려서 뒤를 바라보았다.

“따돌렸나?”

얼굴에 얽은 자국이 잔뜩 있는 남자가 뒤를 보더니 말했다.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라!”

붉은 머리의 소녀가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등 뒤의 땅이 큰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그 속에서 십여 개의 굵은 뿌리가 올라와서 네 사람을 덮쳤다.

뿌리들은 다른 곳과 달리 은은한 푸른빛을 띠고 있었고, 뼈를 찌르는 듯한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 그리고 뿌리들이 지나간 곳의 땅과 주변의 초목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았다.

네 사람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푸른 뿌리들이 그들의 뒤를 쫓아가며 흔적을 남겼고, 그 속도가 상당히 빨라서 네 사람과의 간격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중 가장 굵은 뿌리의 표면에서 푸른빛이 반짝이더니 차가운 기운의 부채형 빛을 띠며 주위로 흩어졌다. 그 빛은 곧 네 사람을 따라잡을 듯했다.

푸른빛이 지나간 허공에는 하얀 결정체가 떠 있었는데, 마치 눈꽃 같았다.

마열 무리의 몸에 순식간에 푸른빛에 드리워지더니 투명한 얼음이 생겼고, 그들이 달리는 속도가 갑자기 느려졌다.

그들은 놀란 표정으로 몸에서 붉은 빛을 뿜어내 얼음을 부수었다.

이를 통해 네 명의 실력을 확실하게 엿볼 수 있었는데, 최고 실력자인 붉은 머리 소녀는 몸에 얼음이 나타나는 순간 바로 부수어버려서 속도가 많이 줄지 않았다.

그 다음은 마열이었는데, 소녀와 두 세 장 정도 거리에 뒤처져 있었다. 이어 키가 큰 남자가 바로 마열의 뒤를 이었다.

하지만 곰보 남자는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편이었고, 얼음을 깨는 속도가 느려서 뒤로 쳐졌다.

그러자 푸른 뿌리는 빛을 번쩍이더니 한 장 정도 되는 푸른 얼음창을 만들었고, 창은 빠르게 날아가서 가장 뒤에 있는 남자를 그대로 찔렀다.

“아……!”

비명소리와 함께 남자의 복부를 꿰뚫은 얼음창이 땅에 떨어졌다.

곰보 남자가 땅에 주저앉기도 전에 뒤쪽에서 여러 개의 뿌리가 나와서 다시 그 남자의 몸을 뚫어버렸다.

“마홍(马洪)!”

키가 큰 남자는 이 광경을 보더니 눈을 크게 뜨고 소리를 질렀다.

“구하기엔 늦었다! 멈추지 말고 뛰어!”

붉은 머리 소녀는 안색이 변하더니 소리를 질렀다.

키가 큰 남자는 잠시 멈칫했지만, 그녀의 말대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곰보 남자 몸에 박힌 뿌리들은 더는 쫓아오지 않고 남자의 몸과 함께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가장 굵은 뿌리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을 쫓아가고 있었다.

“옥 누님, 한 놈만 쫓아오고 있는데 죽여버릴까요?”

마열이 소녀에게 물었다.

“안 돼.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이 틈에 빨리 도망가야 해.”

마옥이라 불린 소녀가 눈을 번쩍이더니 머리를 흔들었다.

그때 굵은 뿌리가 푸른빛을 반짝이더니 다시 거대한 얼음창으로 변해 마옥을 향해 날아왔다.

마옥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손을 흔들었다. 한줄기의 붉은 불기둥이 그녀의 손에서 날아갔고, 몇 장 크기의 불 뱀으로 변해서 얼음창과 부딪쳤다.

커다란 소리가 울리며 불 뱀과 얼음창이 산산이 부서졌고, 각각 화염과 얼음으로 변했다.

마옥의 눈에서 다시 붉은 빛이 반짝였고,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한 마리의 붉은 뱀이 튀어나와서 뒤쪽을 향해 공격했다.

이제 막 화염과 얼음 사이에서 벗어난 굵은 뿌리는 다시 붉은 빛과 부딪혀서 크게 흔들렸다.

붉은 빛은 곧바로 흩어지더니 원뿔 모양의 결정체로 변했다.

마옥은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녀의 몸에서 붉은 빛이 번쩍였고, 원뿔 모양의 붉은 결정체가 터지더니 불의 구름으로 변해서 뿌리를 그 안에 묻어버렸다.

불의 구름은 격렬하게 소용돌이쳤고, 뿌리는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곧 빠져나올 듯했다.

“뛰어!”

마옥은 온 몸에서 붉은빛을 강하게 뿜어내며 소리쳤다. 그리고 앞을 향해 달려갔고, 두 사람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

뒤쪽에서 곰보 남자가 뿌리들에 얽힌 채 땅에 떨어지며 숨을 거두는 모습이 보였다.

뿌리들은 남자의 몸으로 파고들어서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체내의 정혈을 빨아들였고, 시체는 순식간에 말라 비틀어졌다.

이어 뿌리들은 부들부들 떨더니 시체 위에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푸른빛은 어느새 옅은 혈색을 띠고 있었다.

핏빛이 반짝이더니 십여 개의 뿌리는 혼연일체가 되었고, 칠팔 장쯤 되는 거대한 뿌리가 되어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한편 마옥 일행은 십 리 정도를 날아가서 곧 산봉우리 근처에 도착했다.

그들은 뿌리가 더 이상 쫓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마열이 뭐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앞쪽의 땅이 갈라지더니 칠 팔 장의 푸른 뿌리가 갑자기 튀어나와 앞을 가로막았다.

뿌리의 가장 윗부분은 공 모양으로 부풀어 있었는데, 그 위로 여러 갈래의 균열이 생기더니 비뚤비뚤한 이목구비가 만들어졌다. 이어 짧은 사지가 튀어나왔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익살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세 사람은 누구 하나 웃을 기분이 아니었고, 얼굴이 모두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때 푸른 뿌리가 입을 열더니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죽을 거면…… 다 같이 죽어…….”

“조심해!”

마옥의 눈에서 붉은빛이 반짝였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푸른 구름이 다시 크게 부풀었다.

칙칙칙!

굵고 긴 얼음들이 구름 속에서 우박처럼 쏟아졌다.

마옥은 머리 위에 붉은 고리를 만들어냈다. 이어 고리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붉은 막이 만들어졌고, 그녀 자신을 그 안에 가두어버렸다.

그녀의 옆에서 다른 두 명도 각자 보호막을 펼쳤다. 마열은 몸 위로 화염을 크게 뿜어내서 몇 장 정도 되는 두 마리의 불 뱀을 형성했다. 뱀들은 그의 머리 위를 빙빙 돌며 보호하고 있었다.

다른 키가 큰 남자는 반응이 조금 느렸지만, 간신히 빛의 막을 형성했다.

수많은 얼음이 세 사람을 향해 공격했고, 얼음이 보호막에 부딪히며 소나기가 내리는 듯한 소리를 냈다.

마옥을 보호하고 있던 막이 격하게 흔들렸고, 그녀의 안색이 변했다. 푸른 얼음의 위력은 놀라울 정도로 강했다.

마옥은 다급하게 손을 흔들어 몇 줄의 붉은빛을 막에 불어넣자 그제야 보호막은 다시 안정을 찾았다.

그때 처참한 비명소리가 옆에서 흘러나왔다.

“아악!”

마옥이 돌아보니 키가 큰 남자의 비명이었다.

그는 방어 영기를 미처 꺼내지도 못해서 단순한 보호막으로 공격을 막고 있었다. 보호막은 순식간에 푸른 얼음에 의해 찢겼고, 그의 몸은 얼음에 뚫려 벌집이 되어버렸다.

펑!

푸른 얼음이 터지면서 남자도 몸에서 피의 비를 뿌리며 끔찍하게 죽었다.

“마명(马铭)!”

옆에 있던 마열이 슬픈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그 역시 남의 걱정을 할 때가 아니었다. 그가 만든 두 마리의 불 뱀도 수많은 얼음의 공격에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빨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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