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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378화 (378/916)

378화. 뜻밖의 변화

칙칙!

뿌리 매듭에서 금색 빛이 미친 듯이 번쩍였고, 자색 반달 도끼는 매듭을 조금씩 잘라내고 있었다.

하늘을 찢는 소리가 울리더니 드디어 금색 뿌리 매듭이 터져버렸다. 그러나 자색 도끼도 힘없이 흩어져버렸고, 청년 역시 몸이 흔들리며 뒤로 몇 발짝 물러났다.

청록색의 나무와 나무 위의 원신이 드디어 사람들 앞에 정체를 드러냈다.

원신과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은 그 청년 한 명뿐이었다.

머리카락처럼 얽히고설킨 금색의 매듭이 부서지며 허공에 수많은 점을 만들어냈고, 이어 청년의 얼굴에 마침내 기쁨의 기색이 드러났다.

그가 다시 자색 도끼로 공격을 하려 할 때, 희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던 은색 빛기둥은 빠르게 사라졌다.

십 장 정도 높이의 청록색 나무 꼭대기에는 어느새 초록색 사람 그림자 하나가 서 있었다.

그 그림자는 크기가 작았고 온 몸에서 푸르스름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은은하게 부문이 흐르고 있는 몸은 큰 나뭇잎을 두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배두렁이를 두른 아이 같았다.

“큰일이다!”

청록색 아이의 몸에서는 빛이 감돌았고, 아이는 안색이 어두워져서 청년의 몸 위를 타고 올라가려 했다.

순간 아이의 몸에서는 오색 빛이 밝게 빛났고,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파동이 뿜어져 나오더니 주위로 흩어졌다. 그 기운은 벌써 몇 배나 강해진 것 같았다.

청년은 그 빛에 의해 몸이 잠깐 굳어졌다. 그러나 곧 눈에서 빛이 감돌더니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무 밑의 뿌리 거인들은 허공에서 흘러나오는 오색의 빛을 감지한 순간 더 강한 빛을 뿜어냈고, 몸도 두 배나 커졌다.

붉은 뿌리 거인이 주먹을 휘두르자 붉은 화염이 해일처럼 터져 나왔다. 그 바람에 회오리바람으로 둔갑한 오 씨 형제는 십 장 정도까지 날아가 버렸고, 회오리는 표면에서 미친 듯이 빛을 뿜어내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초록색 천위 거인은 몸에 두르고 있던 덩굴이 두 배나 늘어났고, 그것들은 석목과 여경을 붙잡아놓은 채 공격을 가했다.

석목은 낮게 소리를 지르며 손에 든 운철흑도를 휘둘렀다.

쿵!

겹겹이 쌓인 칼날들이 산처럼 밀려갔고, 앞에서 날아오는 덩굴들을 단번에 휘감아서 찢어버렸다.

여경의 두 눈은 청록색으로 변했다. 그의 몸은 짙은 초록 안개에 휘감겨 있었는데, 몸통과 한 치 정도의 공간을 두고 있었고, 그 역시 마찬가지로 온 힘을 다해 덩굴과 빛의 공을 막아냈다.

두 사람은 간신히 앞에 있는 거인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좀처럼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하하!”

갑자기 청록색 아이가 웃었다. 그는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마치 백 살쯤은 되는 노인 같았고, 웃음소리가 듣기 거북할 정도였다.

웃음소리가 사라지며 아이의 몸이 흔들렸다. 그러더니 청년이 날아오기도 전에 나무의 몸통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어 나무가 눈부시게 빛났더니 한 장 정도 되던 몸통이 순식간에 절반 크기로 작아졌다. 굵기도 아이의 팔뚝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어린 나무는 좌우로 뒤뚱거리며 점점 작아졌고, 아래 있는 큰 나무 속으로 숨어버리려 했다.

“큰일이다! 수령왕이 도망치려 한다!”

그 광경을 본 청장천이 고함쳤다. 청년에 의해 멀리 날아가 버렸던 그는 다시 나무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등 뒤에서 날개를 펼치며 푸른 기류를 내뿜었고, 그 기류는 그의 주변에서 맴돌다가 순식간에 몸 전체를 감싸버렸다.

훅!

이어 거센 바람이 불어왔고, 청장천은 푸른빛으로 변해 청록색 나무를 행해 날아갔다.

그때 어린 나무는 큰 나무의 안으로 들어가는 중이었고, 이제 조그마한 토막 정도만 밖으로 나와 있었다.

“멈춰라!”

종을 치는 듯한 소리가 크게 울렸다. 실체가 있는 듯한 하얀 공간의 힘이 빙빙 돌더니 순식간에 휩쓸고 지나갔다. 그러자 그 어린 나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청년의 두 눈에서 푸른빛이 이글거리더니 그의 이마 정중앙의 피부가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은색의 눈이 미간 사이에 나타났다.

은색이 눈은 눈부신 하얀빛을 발산하며 청록색 어린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줄기의 푸른빛으로 변했던 청장천은 나무와 반 장 정도 떨어진 허공에 서 있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어린 나무 앞으로 손을 뻗고 있었지만, 그 자세 그대로 멈추어버렸다.

청년은 한 손에 거대한 도끼를 쥔 채 아무 표정도 없이 나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서 밖으로 한 토막 정도 밖으로 나와 있는 나무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그때 이변이 발생했다.

쿵!

어린 나무의 뿌리 밑에 있던 거대한 나무가 격하게 움직이더니 굉음과 함께 터져버린 것이다.

쓱!

이어서 오색 비단이 그 속에서 하늘을 향해 튕겨 나왔다. 그리고 청년의 움직임보다 빠르게 어린 나무를 감싸버렸다.

촘촘한 오색 빛이 뾰족한 활처럼 청년을 향해 날아갔다. 거리가 가까운 데다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그는 몸을 돌려 피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나무는 오색 비단의 거대한 힘에 이끌려 그대로 뽑혔고, 허공에서 곡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졌다.

이어서 어린 나무와 몇 장 정도 떨어진 곳의 나무껍질이 터지더니 작은 사람이 날아왔다. 이때 그는 한손에 오색 비단을 쥐고 다른 한손은 어린 나무를 향해 뻗고 있었다.

그 사람은 자색 옷을 두른 귀여운 여자아이였고, 양 갈래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석목이 일전에 만났던 인족 아이 자릉이었다.

아이의 큰 눈에는 흥분의 기색이 어려 있었다. 그녀는 작은 손으로 힘차게 어린 나무를 잡은 뒤 곧바로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등 뒤에서 거대한 힘이 자릉을 끌어당겼고, 그녀는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곧이어 허공에서 푸른 소용돌이가 다가왔고, 허공에서 멈춰버렸던 청장천이 빛을 반짝이며 나타났다. 그는 자릉과 거의 비슷한 순간에 도착해서 나무의 다른 한쪽을 잡고 있었다.

“이 손 놔!”

“놔라!”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둘 중 누구도 먼저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하!”

둘은 다시 큰 소리를 내더니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나무를 당겼다.

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아이 팔뚝만한 어린 나무는 끊어지면서 두 토막이 나버렸다.

그 순간 한줄기의 푸르스름한 빛이 나무에서 뿜어져 나왔고, 그 빛은 허공에서 한 바퀴 돌더니 하늘을 향해 날아가 버렸다.

청장천은 수령왕이 멀리 날아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몸을 돌리더니 반 토막 난 어린 나무를 손에 들고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자릉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작은 손에 남은 나무 반 토막을 쥐고 있었다. 그녀도 빛을 번쩍이며 허공으로 날아올라서 수령왕의 원신을 쫓아가려 했다.

쓱!

순간 자릉의 앞에서 그림자가 번쩍이더니, 한줄기의 차가운 빛이 그녀의 코끝을 스쳤다.

자릉은 놀라서 코로 찬바람을 들이마셨고, 그녀의 몸이 흔들리더니 뒤로 몇 걸음 밀려났다. 다급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영력의 회전이 늦어졌다.

자릉의 작은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그녀의 큰 눈은 화가 난 듯 한방향을 응시했다.

청년은 한 손에 자색의 도끼를 쥐고 작은 아이를 바라보며 눈썹을 위로 튕겼다. 보일 듯 말 듯한 살기가 그의 미간 사이에서 맴돌고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게 분명했다.

“그걸 내놓으면 죽이지는 않겠다.”

청년은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를 씹어뱉듯 말했다. 그리고 자릉이 대답하기도 전에 자색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자릉은 이를 악물더니 오색 비단을 던졌다.

한편 수령왕 원신이 도망간 순간, 석목을 비롯한 오 씨 형제등 사람들과 싸우고 있던 네 마리의 뿌리 거인은 처절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 뿌리거인의 거대한 몸집이 눈에 띄는 속도로 말라가더니, 네 개의 썩은 나무뿌리가 되어 그대로 바닥에 무너져 버렸다.

사람들은 각자 몸에서 빛을 거두며 모습을 드러냈다. 석목, 여경, 오 씨 형제, 그리고 적예자였다.

석목은 거인의 공격을 피하면서 위의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오 씨 형제는 청년을 바라보더니 눈빛에서 두려운 기색이 스쳤고,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손바닥을 마주하고 노란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순식간에 거센 바람으로 변해서 청장천이 도망간 곳으로 날아갔다.

노란 바람의 속도는 엄청나서 청장천보다 빨랐고, 눈 깜박할 사이에 수십 장이나 날아갔다.

적예자는 그 모습을 보더니 눈빛을 반짝이며 한손을 휘둘렀고, 사오 장 정도 되어 보이는 빨갛고 긴 북을 꺼내들었다.

그가 붉은 북을 흔들자 하늘에 빛이 크게 번졌고, 그는 붉은 무지개로 변해 청장천이 날아간 곳으로 향했다.

적예자의 속도도 청장천과 오 씨 형제에 뒤지지 않았다. 세 갈래의 빛은 서로 쫓고 쫓기며 먼 하늘에 몇 점의 잔영을 남기고 사라졌다.

석목과 여경은 서로 마주보더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릉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자릉은 청년과 대치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얼굴은 두려움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하얗게 질려서 초췌해보였다.

그녀는 주위에 오색 비단을 휘날리며 막을 형성하여 자신을 보호하고 있었다. 그리고 틈을 타서 도망가려고 했으나, 촘촘히 날아오는 도끼로 인해 막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

청년의 형상은 마치 귀신같았고, 자릉의 속도로는 결코 멀리 도망갈 수 없었다.

자릉이 청년의 손에 들린 도끼에 찍히려는 찰나,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이때 석목과 여경이 날아오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자릉의 눈에서 기이한 빛이 번쩍였고, 그가 한 손을 흔들자 오색의 빛이 크게 번졌다.

훅!

그녀의 손가락에서 다섯 개의 손톱이 분리되어 각각 색이 다른 다섯 갈래의 투명한 빛을 만들어냈다. 그 빛들은 날아가는 도중에서 펼쳐져서 다섯 마리의 벌레처럼 청년을 공격했다.

청년이 손에 든 도끼를 거두었다. 그러자 한줄기의 자색 빛이 몸 주위를 맴돌면서 다섯 갈래의 빛을 막아냈다.

자릉은 그 틈을 타서 뒤쪽으로 몸을 피했다.

청년은 그 모습을 보자 다시 날아올라 공격하려 했고, 그의 손에 들린 자색 도끼가 다시 빛을 발하며 공격 태세를 취했다.

“얼굴은 반듯하고 준수한데 연민이라는 걸 모르시는군. 이 수령왕의 잔해는 당신에게는 결코 줄 수는 없어!”

자릉은 갑자가 깔깔 웃더니 반 토막의 어린 나무를 석목이 있는 쪽으로 던졌다.

청년은 그런 그녀의 행동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듯,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 순간 자릉의 몸에서 오색의 빛이 크게 번졌고, 그 빛은 예쁜 곡선을 그리더니 청년을 피해서 수령왕의 원신이 날아간 곳으로 향했다.

자릉이 멀어지는 것을 본 청년은 잠깐 멈칫했지만, 쫓아가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나무토막이 날아가고 있는 석목 쪽으로 향했다.

석목은 갑작스럽게 바뀐 상황에 깜짝 놀랐다. 나무토막은 바람을 일으키며 그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보물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데 그걸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석목은 몸을 돌려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서 나무토막을 잡으려 했다. 그 순간 갑자기 오색의 영롱한 구슬이 옆에서 날아왔다.

“큰일이다!”

석목은 피하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십 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여경이 싸늘하게 웃고 있었다.

펑!

오색 구슬이 터지면서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다.

안개는 마치 영성이라도 있는 듯 들끓기 시작했고, 바로 앞에 있는 석목을 그 속에 묻어버렸다.

석목은 구슬이 터지기 전에 숨을 참아보았지만, 이미 안개가 콧구멍을 통해 몸속으로 조금 들어왔다. 그러자 그의 눈앞이 빙글빙글 돌더니 금세 어지러워졌다.

“엄청난 안개다!”

석목은 크게 놀라며 몸속의 진기를 끌어올렸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진기는 불 속성이었기에 독에 대해 어느 정도의 억제 효과가 있었다. 그의 신식이 강한 덕분에 어지럼증은 잠깐 나타났다가 바로 사라졌다.

하지만 석목은 곧바로 몸이 조여 오는 것을 느꼈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압력감에 눌려 있는 것 같았다.

“이 안개는 묶는 능력까지 있어!”

석목은 놀라서 두어 번 몸부림을 쳐봤지만, 무형의 힘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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