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화. 십 년의 기한
잠시 후, 사람들은 산들이 줄줄이 있는 곳에 착륙했고, 그곳은 지세가 낮아서 언덕처럼 보이는 구역도 있었다.
허공에서부터 산맥 사이에 있는 밭이 보였는데, 그곳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영약을 심고 있었다. 또 울타리로 둘러싸인 일부 구역에서는 마찬가지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영수를 사육하고 있었다.
“능 사형, 저 사람들은 전부 문중을 위해 영약을 재배하고 영수를 기르는 것인가요?”
석목이 궁금한 것을 질문했다.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저희 청란성지의 제자들은 하인을 부릴 수가 있습니다. 그들은 제자들을 위해 영약을 심거나 하는 일들을 돕지요. 지금 보고 계시는 이 약원과 울타리는 역행무(厉行武) 사제의 것입니다. 그는 상위 제자인데, 백년 제자의 청란방(青兰榜)에서 십삼 등이라 부릴 수 있는 하인이 꽤 많습니다.”
침묵을 지키던 여경이 물었다.
“청란방이요?”
능풍은 여경을 바라보더니 웃으며 답했다.
“황, 현, 지의 세 구역에서는 실력 평가가 이루어지는데, 결과는 전부 청란방에 기재됩니다. 그래서 해당 층에 있는 제자들의 실력 분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지요. 실력이 강할수록 순위는 높아지고 가질 수 있는 종의 수도 많아집니다. 또 주어지는 땅도 넓어지지요. 십 등 안에 들어가게 되면 소유하게 되는 영지가 더 넓어져서 아마 만 리 정도는 될 것입니다. 그만큼 종속되는 하인도 많아지는 것이죠. 외부에서 말하는 나라 하나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능풍의 말이 끝나자 그곳에 모인 제자들의 마음속에서 열정이 불타올랐다. 모두 청란방에서 빛나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했다.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수많은 부와 자원을 가지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석목의 표정은 그들과 반대로 담담했다. 그의 마음속은 냉정했다. 그가 이곳에 온 목적은 그런 자원 때문이 아니고, 부를 추구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남들과는 달리 보여줄 수 없는 것, 그리고 어떻게든 숨겨야 하는 비밀을 위해서였다.
일행은 만약원에서 반 시진 정도 걸으며 영약이 재배되고 영수가 사육되는 과정을 구경했다. 그리고 능풍을 따라 그곳을 떠났다.
일 각 후, 황계 구역 중심에 있는 낮은 산봉우리 위에 큰 빛이 번졌다. 그리고 각양각색의 비선이 그곳에서 멈추고 백여 개의 그림자가 내려왔다. 석목을 포함한 백팔 명의 제자 일행이었다.
그들 앞에는 하늘을 찌르는 하얀 탑이 우뚝 솟아 있었고, 그 탑은 전체에서 눈부신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석목은 무리의 뒤쪽에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이 무리를 뚫고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하얀 탑으로 향했다.
하얀 탑은 일 리 정도의 땅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외형이 기이했다. 전통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락식 탑이나 밀첨식(密檐式) 탑이 아니었다. 처마도 없었고 지붕받침도 없었다. 그저 통으로 세워진 모양이었는데 그리 매끄럽거나 곧지도 않았고, 거대한 돌기둥처럼 하늘 높이 치솟아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 탑은 현령탑(玄灵塔)이라고 합니다. 탑 전체는 청란신수 본체에서 뻗어 나온 것으로 전체가 하얗고 틈이 없으며, 저녁이 되면 등대처럼 하얀 빛을 뿜습니다. 청란성지의 중심이지요. 또한 다섯 개 층을 관통하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각 층을 가려면 반드시 이 통로를 거쳐야만 합니다.”
사람들은 하얀 탑을 바라보았다. 주변에서 바람 부는 소리가 들려왔다.
“능 사형, 이 하늘을 찌르는 탑을 거치지 않고 바로 위층으로 갈 수 있나요?”
누군가 물었다.
“하하, 각 층 사이에는 단단한 공간 장벽(壁障)이 있습니다. 성계 경지의 강자라 할지라도 직접 장벽을 뚫고 다른 공간으로 갈 수 없지요.”
능풍이 답했다.
“그렇군요.”
질문자는 머리를 끄덕였다.
“이 현령탑은 다섯 개 층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기능이 더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곳의 수많은 수미공간(须弥空间)에는 수련과 생활에 필요한 많은 것이 있지요. 또한 이곳은 각 층 사람들이 모임을 갖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이곳에서 생활하고 수련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능풍이 계속해서 설명했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으며 현령탑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 들어가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청(大厅)이었고, 그 중심에는 너비가 십 장 정도 되는 원형 빛기둥이 있었는데, 그 높이가 백 장 정도 되어 보였다.
탑 내의 공간은 매우 광활했고 별다른 장식은 없었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도 없어서 마치 큰 물통처럼 보이는, 전혀 탑답지 않은 구조였다.
그때 대청 중앙의 원형 빛기둥이 갑자기 밝아졌다. 그리고 푸른 옷을 입은 청란제자 몇 명이 그 빛기둥에서 걸어 나왔다.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다가오다가 능풍을 보자 인사를 하고 현령탑 밖으로 나갔다. 석목 등 새로 입성한 제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 계단은 현령제(玄灵梯)라고 합니다. 이곳을 거쳐 현령탑 내의 다른 수미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그밖에 다른 네 개의 층으로 가려면 꼭 이 계단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사람들이 의아해하자 능풍이 설명했다.
석목은 반투명의 빛기둥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꼭대기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으나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자, 그럼 따라오세요.”
능풍이 말하며 앞장서서 빛기둥 쪽으로 걸어갔고, 석목 무리가 그 뒤를 따랐다.
사람들이 멈춰서자 발밑에서 청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나무그림 조각이 나타났다. 그것은 상당히 화려한 빛을 뿜고 있었다.
빛을 받은 사람들의 몸은 순식간에 가벼워졌다. 마치 부드러운 힘에 의해 들린 것 같았다. 그들은 위를 향해 올라갔는데 주변이 희미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그들이 멈추어 서자 앞쪽의 희미했던 곳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수 장 정도 되는 큰 문이 나타났고, 그 문밖은 푸른 숲이었다.
능풍이 먼저 문밖으로 나가자 다른 사람들도 따라나섰고, 마지막 사람이 나오고 나니 문은 사라져버렸다.
석목은 뒤를 돌아보았다. 사람들이 나온 곳은 너비가 십 장 정도 되는 하얀 빛기둥이었다. 바로 방금 전의 현령제였다.
사람들은 능풍의 인솔 하에 숲을 가로질러 광활한 초원에 도착했고, 눈앞의 광경을 보자 모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무리와 백 장 정도 떨어진 곳에는 넓이가 백 장 정도 되는 정방형 석대가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전부 단단한 백악석(白垩石)으로 만들어졌는데, 무술을 겨루는 연무대(演武台) 같았다.
그때 연무대에서 각양각색의 빛깔이 번쩍이더니 하늘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고, 이어서 거센 기운이 도처에서 뿜어져 나왔다.
드넓은 시험대 주위에는 천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서 소리를 지르거나 팔짱을 끼고 구경을 하고 있었다. 또 큰소리로 무엇인가를 의논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사람들은 전부 푸른 옷을 두르고 있었고 가슴에 푸른 나뭇잎이 새겨져 있었다. 능풍과 똑같은 복장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아마도 전부 청란성지의 제자들인 것 같았다.
석목은 신식을 발휘해서 주위를 훑어보고 난 뒤 깜짝 놀랐다.
그들이 내뿜는 기운은 전부 지계 후기 이상이었다. 심지어 천위 경지도 수두룩했다.
“아!”
그때 사람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연무대에서 하늘을 찌르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곳에는 두 날개를 펼치고 용머리를 하고 있는 괴상한 요수가 십 장 정도 높이의 허공을 헤집고 다니며 입에서 화염을 내뿜는 중이었다.
뜨거운 화염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포처럼 연무대 위로 쏟아졌고, 불 주변으로 물결이 일렁이면서 공기마저 타서 녹아버릴 것 같았다.
그 불 아래에는 윗옷을 벗은 푸른 피부의 사나이가 땅 위에 엎드려 있었다.
그는 머리를 바닥에 붙이고 있어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 위로 몇 장 정도 크기의 푸른색 거북이 등껍질의 허영이 떠 있었고, 열 몇 개의 마름모꼴 갑편(甲片)이 촘촘하게 붙어 있었다. 그것은 푸르스름한 빛을 뿜어내는 모양새로 실로 단단해보였다.
남자의 푸른색 피부에서는 빛이 반짝였고, 흑녹색 연기가 피어올라서 위에 있는 거대한 거북이 등껍질 속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불이 푸른 거북이 등껍질 위에 떨어지자 그 부분에서 푸른색과 붉은색의 기류가 뿜어져 나와서 팽팽하게 맞섰다.
“응? 여 도우, 초록색 연기를 내뿜는 거북이 등껍질 사나이는 당신의 동족 아닌가요? 공법이 많이 비슷해 보이는데요.”
청장천이 그 장면을 보더니 여경의 옆으로 다가가서 웃으며 물었다.
그러나 초록색 천을 두르고 있는 여경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표정도 읽을 수 없었다. 그는 맑은 눈에서 두 줄기의 차가운 빛을 내보내며 청장천을 사납게 노려보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시선을 연무대로 돌렸다.
그때 허공의 거대한 용머리 요수가 눈에서 붉은 빛을 뿜어내자 그가 내뱉고 있던 화염이 더 커졌다.
점점 커지는 불의 공격에 푸른 거북이 등껍질 표면의 빛이 계속해서 번쩍였고, 칙칙거리는 소리를 내며 가운데가 움푹 패였다.
“석 도우, 저 아래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더 버틸 것 같나요?”
마옥이 석목 옆으로 다가와서 물었다.
석목은 눈썹을 치켜뜨더니 웃으며 아무 말 없이 머리를 흔들었다.
마옥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다시 입을 열어 물어보려는 순간,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왔다.
“아!”
머리를 숙이고 바닥에 붙어 있던 푸른 피부 사나이가 갑자기 머리를 번쩍 들며 큰 소리를 질렀다.
푸른 피부 사나이의 눈에서 푸른빛이 번지더니 그의 등 뒤에 초록색 안개로 만들어진 거북이 등껍질이 나타났고, 그것은 점점 단단해지더니 머리와 사지, 그리고 꼬리까지 생겨나며 한 마리 거대한 푸른 거북이가 되었다. 거북이의 머리는 악어머리 모양이었는데, 이빨과 입이 뾰족한 모습이 실로 흉악했다.
거북이가 머리를 높이 치켜들어서 입을 벌려 크게 소리를 지르자, 뜨거운 불이 허공의 용머리 요수를 덮쳤다.
용머리 요수가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흉악한 거북이 머리가 번개처럼 수 장이나 늘어났다. 그리고 아직 불을 뿜고 있는 용머리를 단숨에 물어뜯었다.
용머리 요수는 놀라며 화염을 뿜는 것을 멈추었고, 두 날개를 미친 듯이 펄럭이며 공격을 피하려 했다.
그때 흉악한 거북이 머리가 갑자기 입을 벌리자 그 속에서 푸른 번개가 번적이며 소리를 냈다. 얇고 긴 푸른 번개 뱀이 그 안에서 나타나 상대를 향해 날아갔다.
우르릉!
귀가 찢어질 것 같은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푸른 번개 뱀의 공격을 받은 용머리 요수는 푸른 번갯빛에 둘러싸여 있었다. 곧이어 요수의 몸집이 갑자기 작아지더니 붉은색의 작은 몸통이 허공에서 떨어졌고, 그것은 움직이지 않아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연무대의 허공에서 푸른빛을 반짝이며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손바닥 크기만 한 푸른빛 소라를 꺼내더니 큰 소리로 결과를 선포했다.
“청원성(青鼋星) 곽동원(霍东元) 승! 다음 조는 해릉성(海陵星) 왕세중(王世重) 대 진무우성(阵雾雨星) 성천뢰(成天磊)!”
연무대 아래에서 환호 소리가 들렸다. 푸른 피부의 사나이는 이미 바닥에서 일어나 거대한 거북이 법상을 거두며 연무대에서 내려왔다. 바닥에 아직 엎드려 있는 붉은 요수는 두 그림자에 의해 부축되어 내려왔다.
이후 순식간에 새로운 사람들이 연무대 위에 나타났다.
“능풍 사형, 이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대결을 하는 것입니까?”
청장천이 대결을 지켜보더니 물었다.
“아, 이건 백년 제자들이 십 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대결입니다. 시합 결과에 따라 하위 백팔 명은 청란성지에서 쫓겨납니다. 그리고 그들의 신분과 지위는 새롭게 입문한 백팔 명의 제자가 이어받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 각 층의 상위 백팔 명의 제자가 상위 제자가 되어 가장 좋은 자원과 대우를 받게 됩니다.”
능풍이 설명했다.
“상위 제자요? 저희가 상위 제자가 아닙니까?”
청장천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하하, 새로 입성한 서른여섯 명의 상위 제자는 수천청산 시험을 통해 얻은 일시적인 신분입니다. 십 년 동안만 누릴 수 혜택이지요. 십 년 뒤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백년 제자 대결에 참가해서 정식으로 순위를 정하게 됩니다. 만약 후순위로 밀리게 되면 상위 제자의 신분은 박탈됩니다.”
능풍이 웃으며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