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393화 (393/916)

393화. 용촉 대사를 찾아가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아담하게 꾸며진 청보각의 편청(偏厅) 안에 있었다.

“귀하가 수련하고 있는 건 어떤 극음 공법인가요?”

뚱뚱한 관사가 석목을 앉히더니 시종을 불러 차를 내오게 한 후 물었다.

“그걸 물어보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혹시 공법에 따라 필요한 기운이 다른가요?”

석목이 되물었다.

“허허,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알기로는 성지 내의 여러 극음 공법은 극음의 기운 외에도 다른 단약과 영재를 적지 않게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천보각에는 전부 있지요.”

뚱뚱한 주인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제가 이번에 온 이유는 극음의 기운 때문입니다. 다른 물건은 나중에 다시 봅시다. 이곳에는 극음의 기운이 몇 가지나 되나요?”

석목이 물었다.

“극음의 기운은 극양의 기운과 달리 희소합니다. 저희 천보각에는 한 가지밖에 없어요. 얼음 봉황이라는 천수의 정혈 한 방울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극음의 기운은 순도가 매우 높아서 중상급으로 분류되지요.”

뚱뚱한 관사가 웃으며 말했다.

“먼저 물건을 봐도 될까요?”

석목은 고민하다가 물었다.

“그건……. 좋습니다! 따라오세요.”

뚱뚱한 관사는 잠깐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그리고 돌벽 앞으로 다가가서 그 위를 한참 더듬더니 가볍게 안쪽으로 밀었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벽에 큰 구멍이 생겼다. 동굴 안에는 타원형 수정막이 놓여 있었다.

“보십시오. 이것이 얼음 봉황의 정혈입니다.”

뚱뚱한 관사가 몸을 돌리더니 석목을 향해 말했다.

석목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수정막 안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검푸른 빛깔의 동그란 반투명 구슬이 있었다. 구슬 속에는 까만 피 한 방울이 박혀 있었다.

정혈은 한 알의 흑진주 같았는데, 표면에서 빛이 흐르고 있어서 마치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석목의 두 눈에서 금빛이 반짝였다. 검은 피는 표면에서 머리카락만큼 가늘고 투명에 가까운 음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검푸른 구슬 내부의 벽에 부딪히자 빠르게 흡수되어 사라졌다.

석목은 아직까지 구전현공 두 번째 단계를 본격적으로 수련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이 정혈에 끌렸다. 정확히 말하면 그 정혈 속에 있는 짙은 극음의 기운에 살짝 감응한 것 같았다. 그 느낌은 마치 깊은 곳에서부터 타오르는 열망 같았다.

“이 정혈의 가격은 얼마나 합니까?”

뚱뚱한 관사가 다시 정혈을 벽 안에 넣은 뒤 돌아와 앉자, 석목이 물었다.

“이천 개입니다,”

관사는 두툼한 손가락 두 개를 펼치며 말했다.

“최상급 영석입니까?”

“허허, 그럼요. 당연히 최상급 영석입니다. 구매하실 의향이 있습니까?”

석목이 되묻자 뚱뚱한 관사가 웃으며 말했다.

“이천 개라고? 이 뚱보야, 왜 이렇게 비싸?”

옆에서 듣던 채아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이 가격은 비싼 게 아닙니다. 이건 청란성지가 아니라 미양성역 전체를 통틀어도 볼 수 없는 물건입니다.”

뚱뚱한 관사는 화를 내지도 않고, 석목의 어깨에 앉아 있는 채아를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며 설명했다.

“사실 제가 가지고 있는 영석이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나중에 영석을 모아서 다시 오겠습니다.”

석목은 어느 정도 추측은 했지만, 엄두도 내지 못할 가격을 듣고는 사실대로 말했다. 최상급 영석 한 개는 상급 영석 백 개의 가치와 동일했다. 한 개만 있어도 적지 않은 재산이었다.

“괜찮습니다. 이 얼음 봉황의 정혈은 우리 가게를 지키는 보물입니다. 저희 가게에 들여놓은 후 오랜 세월이 흘렀지요. 만약 당신이 수련하는 공법이 요구하는 극음 기운의 순도가 그리 높지 않다면, 유명과(幽冥果)나 검음석(敛阴石)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가격도 얼음 봉황 정혈보다는 훨씬 싸지요. 이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뚱뚱한 주인은 웃으며 답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번거롭게 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석목은 감사의 말을 전한 후 채아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뚱뚱한 관사가 떠나는 석목을 불러 세웠다.

“더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석목이 몸을 돌리며 의아한 듯 물었다.

“당신을 보니 이번에 성지에 입성한 새로운 백년제자 같은데, 한 가지 전해드릴 것이 있습니다.”

뚱뚱한 관사가 말했다.

“말씀하세요.”

“보아하니 당신은 이미 자신의 부속 영지를 가지고 계신 듯합니다. 영지에서 생산되는 영재 등을 아랫사람들을 시켜 이 통류방에서 거래하거나. 저희 천보각에 파는 것도 재산을 불리는 방법입니다. 오시는 동안 본 거리의 상점들은 몇몇 백년제자가 시종들을 시켜서 만든 것입니다.”

뚱뚱한 관사가 말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석목이 손을 모아 감사를 전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동족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 당연합니다. 나중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이곳으로 오세요. 좋은 가격에 드리겠습니다.”

뚱뚱한 관사가 웃으며 말했다.

천보각에서 나온 석목은 연이어 열 몇 군데의 상점을 들러보았다. 그러나 유명과와 검음석이 있는 곳은 각각 한 곳밖에 없었다. 가격도 전부 최상급 영석 천 개에 달했다.

그러니 그 뚱뚱한 관사가 석목을 속이지 않은 것이 확실했다. 게다가 그는 정말로 동족의 정으로 좋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었다.

반 시진이 지났지만 석목은 여전히 빈손이었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었다. 어느 가게의 관사와 대화를 하던 도중, 취환의 조부와 관련이 있는 연기대사 용촉 대사가 있는 곳을 우연히 알아낸 것이다.

용촉 대사가라는 연기대사는 통류방에서 백련당(百炼堂)이라는 상점을 열고, 영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 상점은 통류방의 삼 대 연기당 중 하나이며, 청석거리에서 백 장 정도 떨어진 사거리에 있어서 찾기가 어렵지 않다고 했다.

석목은 수소문 끝에 빠르게 그곳을 찾아냈다.

백련당 문 앞에 도착한 석목의 눈에 들어온 것은 팔각 건물이었다. 전부 삼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전체가 전목(砖木) 구조였고 옛 풍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석목은 채아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내부의 중앙에는 나선계단이 있어서 이 층과 연결되어 있었다. 계단 주변의 벽에는 원목으로 만들어진 진열대가 있었는데, 그 위에는 다양한 영기가 놓여 있었다.

진열대 주변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도 어떤 영기를 구매할지 논의하는 것 같았다.

석목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게 내부의 영기들은 모양이 제각각이었지만, 등급은 전부 하급 영기로 통일되어 있었다. 그러나 가격은 싸지 않았다. 평범해 보이는 부문 영검의 가격이 상급 영석 천 개였는데, 이는 최상급 영석 열 개에 상응하는 가치였다.

석목은 그걸 보며 속으로 기뻐했다. 그는 상급 영기를 가지러 온 것이지 사러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영기를 사러 온 것이었다면, 이곳에서는 하급 영기 하나를 사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석목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걸 보고, 몸이 아담하고 귀가 긴 초록 피부의 관사가 다가와서 인사를 했다.

“손님, 사람이 많아서 마중을 나가지 못했습니다. 어떤 것을 찾으시는지요?”

초록 피부 관사가 정중하게 말했다.

“저는 용촉 대사를 만나러 왔습니다. 안내해주시겠습니까?”

석목이 인사를 하며 말했다.

“혹시 어떤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이면 최대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대사님까지 만나실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관사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러자 석목이 손을 내밀며 다시 물었다.

“이 물건으로 대사님을 만나뵐 수 있을까요?”

초록 피부 관사는 석목의 손바닥에 있는 작은 제련 망치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그의 눈에서 한줄기 빛이 반짝이더니 망치를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용촉 대사님의 특제 신물입니다.”

초록 피부 관사는 한참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를 데리고 대사를 만나러 가주겠어?”

“조용히 해.”

채아가 짜증스럽게 말하자, 석목이 재빨리 그를 말렸다.

“그게…… 실은 대사님은 영기 제련에 집중하고 계셔서 백련당에는 계시지 않습니다. 제가 가서 말씀드리지요.”

관사가 채아를 슬쩍 보더니 대답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석목이 말했다.

초록 피부 관사는 몸을 돌려 이 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 그가 다시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

“대사님이 허락하셨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석목은 초록 피부의 관사를 따라갔다. 밀실이나 어두운 곳으로 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통류방을 나가서 현영탑으로 향했다.

잠시 후, 두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새는 전송진을 통해 어느 산 속에 도착했다.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뜨거운 기운이 몰려왔고, 화산에서 흘러나오는 특유의 타는 냄새가 풍겼다.

수십 리 떨어진 곳에 높고 검은 화산이 있었다.

검은 화산 위에는 수십 개의 인공적으로 만든 구멍이 있었다. 그 구멍은 화산구에서 들끓는 용암을 산 중턱에 있는 낮은 돌집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왜 이렇게 더워! 석두, 이 화산에도 화정백 같은 게 있을까? 있으면 두 마리만 잡아줘.”

채아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곳은 용촉 대사가 만든 개인 공간입니다. 부름이 없으면 누구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관사는 채아의 말을 듣고 다급하게 말했다.

“채아, 이제 곧 용촉 대사를 만날 텐데, 영수주머니에 잠시만 들어가 있어.”

석목은 그렇게 말하며 채아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잡아넣었다.

“제 영총이 헛소리를 좀 많이 해서 실례를 범했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석목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초록 피부 관사는 석목을 산 속으로 데려갔다.

잠시 뒤 석목과 초록 피부의 관사는 화산 중턱에 있는 평범한 돌집 앞에 다다랐고, 관사가 돌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어르신, 손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들여보내도록 해라. 너는 돌아가도 된다.”

돌문 안쪽에서 거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초록 관사는 대답을 한 뒤 석목을 한 번 바라보더니 그곳을 떠났다.

석목은 돌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갔고, 집안의 화로에서는 붉은 화염이 활활 타고 있었다. 부뚜막은 집밖의 구멍과 연결되어 검은 화산 입구에서 흘러들어오는 용암을 모으고 있었다.

화염 옆에는 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윗옷을 벗고 칠흑 같은 금속을 집게로 집어 화염 위에서 굽고 있었다.

남자의 키는 석목의 반 정도였지만 상당히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용모는 인족과 비슷했는데, 다만 무성하게 자라난 회색 수염이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었고 그것을 가지런히 묶어서 가슴 앞으로 떨군 채였다. 근육이 탄탄한 검붉은 피부는 불빛에 반사되어 번지르르했다.

“용촉 대사님.”

석목이 손을 모으며 말했다.

“물건을 줘봐.”

석목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용촉 대사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한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나머지 한 손으로는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네.”

석목은 대답을 하며 제련 망치를 공손하게 건넸다.

용촉 대사는 제련 망치를 눈앞에서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의아하다는 듯한 소리를 냈다.

“음?”

그가 머리를 들어 석목을 바라보았다. 석목은 차분한 눈길로 그의 시선을 받았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냉선이라는 백년제자에게 준 물건인데……. 그 사람과 무슨 관계인 거지?”

용촉 대사가 물었다.

“저는 그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럼 이 신물이 왜 너한테 있는 거냐?”

용촉 대사가 다시 물었다.

그러나 석목은 그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으며 말했다.

“누구든 이 신물만 가져오면 대사님에게서 영기를 받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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