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화. 뛰어난 사람은 질투를 받는다
오 개월 뒤 어느 날, 천보각 편청.
“석 도우, 오랜만입니다!”
뚱뚱한 관사가 석목을 보고 인사를 건넸다.
“잘 지내셨지요? 이번에는 영재를 팔려고 왔습니다.”
석목은 들어오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뚱뚱한 관사는 그 말을 듣더니 눈을 반짝였다.
석목은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지 않고 옷자락을 거두었다. 그리고 투명한 비취색 빛을 뿜어내는 요단, 잎이 네 개 달린 풀과 주먹만 한 빨간 돌멩이 세 개를 원탁 위에 올려놓았다.
이 물건들은 지난 반 년 동안 종문의 임무를 수행하며 겸사겸사 가져온 영재였다.
“이게 전부입니다. 가격을 제시해주시지요.”
석목이 말했다.
뚱뚱한 관사는 탁자 앞으로 다가가서 세 종류의 물건을 하나하나 자세히 관찰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 지갑수(地甲獸)의 요단은 외관은 그대로이고 요력 또한 조금도 흘러나가지 않았네요. 따라서 가장 비싸게 쳐드리겠습니다. 최상급 영석 열다섯 개 입니다. 네 잎 수유(茱????)는 외부에서는 희귀한 물건이지만 통류방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건이라, 최상급 영석 다섯 개를 드리지요. 그리고 이 열동석(烈彤石)은 시중의 가격이 최상급 영석 한 개에 해당합니다. 다 합쳐서 최상급 영석 스무 개입니다. 석 도우,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시죠.”
석목이 말했다.
“좋습니다. 석 도우와 거래하면 늘 시원시원해서 좋습니다. 그럼 바로 영석을 가져오겠습니다.”
관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참, 방금 전 오는 길에 보니 이 방시에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던데, 예전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풍경이더군요.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석목의 말에 뚱뚱한 관사가 물었다.
“허허, 석 도우는 통류방을 찾지 않으신 지 좀 되었지요?”
“실은 칠팔 년쯤 된 것 같습니다.”
뚱뚱한 관사가 물었다.
“역시 그렇군요. 석 도우, 그 당시 음의 기운과 천수 정혈의 가격이 폭등했던 일을 기억하십니까?”
“아, 혹시 그 일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석목은 속으로 흠칫했지만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물었다.
“아주 큰 관련이 있지요! 제가 여기저기 알아봐서 어렵게 얻어낸 정보인데, 그해에 꺼진 철혼등이 수천 년 전 구전현공을 대성 경지까지 수련했던 대단한 인물의 것이라고 하더군요. 성조의 직속 제자 중 한 명이랍니다. 이 구전현공은 삼대 조화 신통 중의 하나로, 수련하기만 하면 그 위력이 끝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특별한 이유 때문에 누군가 한 명이 이 공법의 대성 경지에 이르면, 같은 공법을 수련하던 다른 사람들의 실력을 흡수해버린다는군요. 그래서 그 사람 외의 나머지 사람들은 폐인이 된다지 뭡니까.”
뚱뚱한 관사는 석목에게 바짝 다가서며 수상쩍게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
석목은 놀란 척하며 물었다.
“그렇다니까요! 그 대단한 인물의 철혼등이 꺼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기회가 생겼고, 그래서 이 공법과 관련 있는 재료들이 전부 가격이 크게 오른 겁니다. 폐관 수련 중이던 백년 제자와 천년 제자들도 전부 밖으로 나와서 그 재료들을 찾아 나섰답니다.”
관사가 말을 이었다.
“정말입니까? 아무리 공법이 대단하다고 해도, 그것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문 데다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폐인이 된다고요? 그렇게 위험한 데 그렇게 많은 사람이 수련하는 겁니까?”
석목이 다시 물었다.
“하하, 저희 청란성지는 미량성역의 천재들이 적지 않게 모여 있는 곳입니다. 명문가의 제자들은 당연히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하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영재들의 가격이 그렇게까지 폭등할 이유는 없습니다.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이미 적지 않은 천년 또는 만년 제자들이 조용히 그 공법을 수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뚱뚱한 관사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럼 어떤 제자들이 그 구전현공을 수련하는지 아십니까?”
석목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게…… 그것까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뚱뚱한 관사가 머리를 저으며 답했다.
“천보각의 정보력이 뛰어나다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여기서도 모르면 이 통류방에는 아마도 아는 사람이 없겠군요.”
석목은 그렇게 말하며 저장 반지에서 영석 주머니를 꺼내 건네주었다.
뚱뚱한 관사는 영석을 받더니 기뻐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얼굴이 다시 어두워지며 말했다.
“천년 제자와 만년 제자 중 누가 구전현공을 몰래 수련하고 있는지는 정말 모릅니다.”
석목은 그 답을 듣고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백년 제자들 사이에 누가 수련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뚱뚱한 관사는 갑자기 말을 돌렸다.
석목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탁자 밑에 있던 그의 두 손이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가 다시 풀렸다. 하지만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게 누굽니까?”
석목이 물었다.
“실은 저만 아는 것이 아니라 이 청란성지에 있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석 도우와 함께 성지에 들어온 조극입니다.”
“그 사람이군요.”
석목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 사람은 입문한 시간이 너무 짧기도 하고, 구전현공 수련에는 현영점이 많이 필요하다보니 백년 제자는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조극이라는 변수가 있을지는 다들 몰랐지 뭡니까.”
뚱뚱한 관사가 계속해서 말했다.
“제가 알기로는 조극이라는 사람은 타고난 자질이 매우 뛰어나서, 일반적인 상식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전현공을 수련한다는 사실은 철저하게 숨겨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쩌다가 모든 사람이 다 알게 되었나요?”
석목은 의구심이 드는 듯 물었다.
“말하자면 좀 긴데, 삼 년 전에 이 조극이라는 사람이 외부에 임무를 수행하러 나갔다가 천위 요수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당시 싸우다가 궁지에 몰리게 되자 구전현공을 펼쳐서 요수를 죽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때마침 그곳에서 요수를 사냥하던 몇몇 기존 제자가 그 모습을 보는 바람에 알려진 것이지요. 그는 이미 구전현공의 첫 단계를 끝냈고, 이제 막 두 번째 단계 수련에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뚱뚱한 관사가 답했다.
석목은 그 말을 듣더니 감탄했다.
“그렇군요. 그 공법을 두 번째 단계까지 수련하다니, 실로 대단합니다!”
“하하, 뛰어난 사람은 질투를 한 몸에 받는다지 않습니까? 구전현공을 수련한다는 소식이 퍼진 이후로, 조극은 성지의 안팎에서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습격을 당했다는군요. 어떻게든 위험은 피했지만, 매일 매일이 불안할 겁니다.”
관사의 말에 석목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조극이 여러 번 습격을 받았다는 것은 청란성지에 몰래 구전현공을 수련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뜻했다.
“저는 볼 일이 있어서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석목은 관사를 향해 손을 모아 인사를 하고, 영재를 판 값을 받아서 천보각을 나섰다.
* * *
보름 뒤의 어느 날, 동성성 북쪽에 있는 광활한 얼음판.
하늘에는 회색 구름이 걸려 있었고, 손바닥만 한 눈이 떨어지고 있었다.
마른 체형에 회색 옷을 두른 푸른 머리의 남자가 허공에 서 있었다.
남자의 외모는 굉장히 특이했다. 매끈한 이마 위에는 눈썹이 없었고, 이마 중간에 세로로 서 있는 눈알 한 개만 있었다. 눈 밑에는 콧대도 없이 구멍만 두 개 뚫려 있었고, 그 구멍 아래로는 뾰족한 이가 잔뜩 자란 큰 입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남자의 몸 전체는 검푸른 빛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늘에서 휘날리던 눈꽃이 그 빛에 닿자 순식간에 고드름으로 변하여 땅에 떨어졌다.
“조극, 네 이놈! 여기저기 숨지 말고 어서 나와서 죽어라!”
푸른 머리 남자가 입을 크게 벌리며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거칠고 듣기 거북했다.
하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고, 바람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푸른 남자의 눈알 한 개가 움직이더니 그 속에서 아이 팔뚝만 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눈으로 덮인 얼음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얼음 위에 하얀 눈에 쌓인 한 곳이 아무 이유 없이 크게 패였다.
“하하, 찾았다!”
푸른 남자는 눈알을 굴리더니 그곳을 바라보면서 음침하게 웃었다.
이어서 그의 몸에서 푸른빛이 크게 번지더니 굉장한 기세로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갔다. 남자는 천위의 경지에 이른 자였다.
하늘에서 흩날리던 눈 사이로 빛이 스치자, 눈송이는 순식간에 손가락만 한 고드름으로 변하여 주변으로 뻗어나갔다.
푸른 머리 남자는 한 손을 가슴에 얹고 복잡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수많은 푸른 기류가 소용돌이치며 그의 손바닥에서 흘러나갔다.
잠시 후, 푸른 머리 남자는 주문을 멈추고 가슴 위에 얹었던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아…….”
푸른 머리 남자의 입에서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꽉 쥐고 있던 주먹이 갑자기 펼쳐지더니 손바닥에서 도사리고 있던 한줄기의 푸른 기류가 순식간에 뿜어져 나갔다.
검푸른 기류는 손에서 흘러나와서 순식간에 크게 번졌고, 허공에 푸른 용의 그림자를 만들어내서 패인 곳을 공격했다.
쿵!
굉음과 함께 패인 곳에 쌓여 있던 눈이 주변으로 터지며 맑고 투명한 눈안개가 흩날렸다.
안개가 흩어지자 그 자리에는 푸른 용 그림자에 의해 커다란 구멍이 생겨 있었다.
그 순간 뜻밖의 장면이 펼쳐졌다. 그 구멍에서 회색 소용돌이가 생겨난 것이다.
푸른 용 그림자는 그 소용돌이 속에서 허덕이며 눈에 띄는 속도로 조금씩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푸른 머리 남자는 눈썹을 치켜뜨더니 속으로 생각했다.
‘큰일이다.’
그는 한 손을 흔들어서 푸른 용 그림자를 거두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훅!
은색 소용돌이가 순식간에 커지더니 푸른 용 그림자를 삼켰다. 이어 그 속에서 한 인족 청년이 나타났다.
석목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가 바로 조극이라는 것을 알아봤을 것이다.
조극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두 손을 높이 들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두 갈래의 빛이 동시에 나타났다. 한줄기는 눈부신 하얀 빛이었고, 다른 한줄기는 짙은 검은 빛이었다.
푸른 머리 남자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구전현공 두 번째 단계!”
그러자 조극이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흥! 이 모든 게 당신이 도와준 덕분이지!”
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푸른 머리 남자를 향해 두 손을 강하게 휘둘렀다.
푹!
흑백의 두 줄기 빛이 허공에서 반월 모양의 곡선을 그렸다. 그것은 빠른 속도로 날아가서 푸른 머리 남자를 베어버리려 했다.
두 줄기 빛이 지나간 곳의 왼쪽 하늘에서 눈꽃이 휘날리며 안개를 자욱하게 만들어냈고, 오른쪽 하늘에서는 순간적으로 눈이 얼어붙었다.
남자는 그 놀라운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주변으로 푸른빛을 크게 뿜어내며 무지개로 변해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흑백의 두 갈래 빛이 빠른 속도로 무지개의 표면을 스쳤고, 무지개는 그대로 허공에서 터져버렸다.
푸른 무지개는 격하게 흔들리더니 어두워졌지만, 속도를 높여 멀리 날아갔다.
* * *
보름 뒤, 조극이라는 백년 제자가 이미 구전현공 두 번째 단계의 대성에 달했다는 소문이 청란성지의 곳곳에 퍼졌다.
원래부터 세간에 오르내리던 조극의 명성은 더욱 자자해졌다.
백년 제자의 신분으로 구전현공 두 번째 단계를 대성까지 수련했다는 것은 청란성지의 역사를 통틀에서도 충분히 빛날 일이었다.
많은 사람은 고작 인족 신분으로 현공을 수련하려면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예로부터 인족이 구전현공의 구전까지 수련에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극을 좋게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특히 이번 대결에서 백년 제자 중 십 등 안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고 점쳐지고 있었다. 심지어 잠재력을 볼 때 천년 제자와 만년 제자들 사이에서도 앞자리를 차지하거나, 처음으로 구전현공을 대성의 경지까지 수련할 만한 인족으로 꼽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소문들이 퍼진 후, 대결을 앞둔 조극의 일상은 더욱 불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