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410화 (410/916)

410화. 연이은 도전

“방회 승! 적예자 도전 실패!”

허공에서 청년이 결과를 선포했고, 손을 흔들어서 무대 위의 금제를 풀었다.

방회는 몸을 날려서 무대 오른쪽에 있는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이어 무대 밑에서 푸른 옷을 입을 두 사람이 빠르게 날아와서 심한 상처를 입은 적예자를 데리고 내려갔다.

무대 주변에서 다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다들 상위 제자의 실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적예자가 패배하자 도전자들의 기세는 한풀 꺾였고, 그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아무도 무대 위로 올라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자 붉은 눈썹을 드리운 청년이 다시 모래시계를 꺼내 들었다.

그때 그림자가 반짝이며 누군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저는 청장천입니다. 구십오 위의 당승전(唐丞全) 사형에게 도전하겠습니다.”

청장천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석목의 눈이 반짝였다. 청장천은 기이한 체술을 가지고 있었고, 실력도 적예자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는 승자전에서 이긴 백팔 명 중에서도 이십칠 위의 실력이니만큼 도전의 결과가 어떨지 궁금했다.

그러자 손목에 금색의 구리 팔찌를 끼고 있는 민머리 청년이 무대로 올라와 청장천을 바라보았다.

“쯧쯧, 내게 도전하겠다고? 그러기에 너는 너무 얌전한데?”

당승전이 머리를 흔들며 차갑게 웃었다.

“부탁드립니다.”

시종일관 웃는 얼굴을 하고 있던 청장천이 웃음기를 거두며 차갑게 말했다.

“대결 시작!”

청년이 다시 보호 금제를 드리우고 대결 시작을 선포했다.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청장천의 모습이 희미해지더니 무대에서 사라져버렸다.

이어 그는 갑자기 당승전의 등 뒤에 나타났고, 버드나무 잎 같은 짧은 칼을 들고 상대를 공격했다.

그의 움직임은 빛이나 번개 같다는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빨랐기에, 지켜보던 사람들은 전부 어리둥절해졌다.

당승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청장천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의 손에 들린 짧은 칼이 차가운 빛을 내뿜으며 당승전의 등을 깊숙이 찔렀다.

쿵!

순간 청장천의 안색이 다시 변했다. 손에 든 짧은 칼은 마치 금강석이라도 찌른 것처럼 안으로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 당승전의 팔이 잔영을 만들어내며 청장천의 가슴을 내리쳤다.

“큰일이다!”

청장천이 놀라서 빠르게 옆으로 피했다.

펑!

청장천의 몸이 뒤로 날아가더니 허공에서 한 바퀴 빙 돌고 땅 위에 떨어졌다. 비틀거리는 그의 입가에는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청장천은 온 힘을 다해 피했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운 데다 당승전의 공격 속도가 너무 빨라 완벽하게 피하지 못했다. 그래서 공격이 스치는 바람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당승전을 바라보는 청장천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당승전의 몸은 밝은 빛을 크게 뿜어내며 금빛 투명한 갑옷을 두르고 있었다. 갑옷은 금색 비늘로 만들어졌는데 피부를 전부 감싸고 있었고, 머리에도 금색 철갑모가 씌워져 있었다.

비늘 위에는 금색 용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찬란하게 금빛을 뿜고 있어서 마치 수많은 금룡이 그 위에서 떠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당승전은 그야말로 엄청난 위력을 뿜어내면서 그 자리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용문금개술(龍紋金鎧術)을 수련했구나! 저것은 지계 경지의 방어 비술에 불과하지만, 수련하려면 용의 피를 육신에 침투시켜야 해서 그 난이도는 천위의 비술과 맞먹지. 저 위세를 보니 이미 대성까지 수련한 듯하군. 쉽지 않았을 거다.”

높은 관람대 위에서 지켜보던 하얀 수염 노인이 말했다.

옆에 있는 파란 옷의 중년 남자도 머리를 끄덕였다.

“저 비술의 방어력은 평범하지 않지요. 청장천이라는 자가 천위 초기 정도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용문금개를 뚫을 수는 없을 겁니다.”

청장천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는 당승전의 몸에 있는 용문개갑을 노려보며 빈틈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청 사제, 이제 내 차례지?”

당승전이 청장천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부신 금빛으로 변하여 놀라운 속도로 청장천을 향해 날아갔다.

청장천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잔영만 남긴 채 옆으로 움직였다. 그는 버드나무처럼 유연하게 상대의 공격을 피했다.

당승전의 안색이 차가워지더니 땅을 짚고 몸을 돌려서 또다시 청장천을 덮쳤다.

그의 움직임은 빠르긴 했지만, 청장천의 기이한 몸놀림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청장천은 몇 번의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청장천의 몸놀림도 괜찮군. 몇몇 천년 제자보다도 좋아.”

관람대 위에서 중년 남자가 머리를 끄덕이며 칭찬했다.

“다만 속도는 빠른데 상대의 용문금개를 깰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 패할 가능성이 더 크지.”

하얀 수염 노인이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당승전은 몇 번의 공격이 전부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손목에 끼고 있던 구리 고리를 빼내며 무언가 중얼거렸다.

그러자 고리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의 모습이 이내 사라져버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청장천은 깜짝 놀랐다. 이어 그의 몸이 희미한 잔영으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세 개로 분리되어 각각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당승전은 침착한 표정으로 차가운 웃음을 짓더니, 외우던 주문을 멈추고 한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왼쪽에 있는 잔영에서 금빛이 반짝이며 고리가 나타났다. 고리는 곧바로 잔영 위에 씌워졌다.

쿵!

순간 천장천의 모습이 나타났고, 그는 땅 위에서 뒹굴고 있었는데, 몸이 고리에 묶여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나머지 두 개의 잔영은 사라져버렸다.

그림자 한 개가 희미하게 번지더니 당승전이 청장천 앞에 나타났다. 이어 그는 손에 든 금색 비수를 청장천의 목에 가져다대며 말했다.

“어때? 계속할 테냐?”

청장천이 한숨을 내뱉더니 말했다.

“제가 졌습니다.”

당승전은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용문개갑을 거두었다. 구리 고리도 청장천의 몸에서 빠져나와 다시 그의 손목으로 돌아갔다.

“청장천 도전 실패! 승자는 당승전!”

허공에서 청년이 선포했다.

그러자 무대 밑이 다시 떠들썩해졌다.

“청장천도 실패하다니. 상위 제자의 실력은 실로 대단하군!”

“기존 제자들은 전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쉽지 않을 거야. 보아하니 올해도 글렀군.”

무대 위에 서 있던 도전자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오 씨 형제, 강수수 등 아직 도전하지 않은 사람들의 안색이 전부 좋지 않았다. 포기하려는 것 같았다.

청장천은 그들 사이에서 나름 뛰어난 실력자로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비경 에서도 조극의 바로 아래인 이 위를 차지했었다. 그런데 그가 상위 제자들 중 순번이 뒤에 있는 자를 상대로 도전했음에도 처참하게 무너진 것이다.

“후후,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리에게 도전한다고? 너무 분수를 모르는군. 이번 제자들은 지난번보다도 훨씬 못한데?”

상위 제자 중 구 위에 올라 있는 곱슬머리 청년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곱슬머리 청년 주변의 몇몇 사람도 소리를 내서 웃었다. 그들의 눈에는 상대를 얕잡아보는 기색이 역력했고, 경계하던 눈빛도 많이 유해졌다.

그러나 세 명의 호법을 포함한 관람대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잠자코 있었다. 그들은 제자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지 않고, 오히려 의도적으로 내버려두는 것 같았다.

도전자들의 얼굴에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 그러나 방금 전의 대결 결과를 떠올리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만만해 하던 사람들도 많이 위축된 듯한 모습이었다.

석목은 청년을 한 번 바라본 뒤, 다시 청란비석 위쪽을 바라보았다. 곱슬머리 청년의 이름은 상관신(上官信)이었다.

그는 다시 옆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방금 전의 대결에서 적예자와 청장천이 패배한 것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적예자는 전략에 문제가 있었고, 청장천은 운이 나빠서 그의 장점을 발휘할 수 없는 도전자를 선택한 것이다. 상위 제자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들이 생각만큼 강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비록 능력이 일천하지만, 상관 사형에게 도전하고 싶습니다.”

그는 바로 조극이었다. 조극은 이미 무대 위에 올라와 있었다.

구경꾼들은 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상관신은 상위 제자 중에서도 구 위에 있었다. 방금 전 대결했던 방회나 당승전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상관신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무대 위로 올라왔다.

“나에게 도전장을 내밀다니 간이 부었군. 좋아, 네가 구전현공을 수련했든 아니든, 나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상 남은 건 죽음뿐이다.”

상관신이 사납게 웃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극은 그 말에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아무런 표정 없이 상관신을 바라보았다.

십 년 전 일 순위로 입문한 제자, 승자전에서 일 등을 한 조극이 상관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노름판이 시끌벅적해지면서 영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석목은 눈을 금빛으로 반짝이며 그쪽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두 사람의 배당율은 비슷했다.

그때 무대 위에서 조극과 상관신이 격렬한 대결을 시작했다.

상관신의 손에서 검은빛이 반짝이더니 망치 두 개가 나타났다. 엄청난 파동을 일으키는 것이 최상급 영기 같았다. 그 안에는 특수한 무엇인가가 섞여 있어서 극도로 흉악한 기운을 풍겼다.

그가 입으로 무언가를 외우자 두 자루의 망치가 빛을 뿜어내더니 순식간에 부풀었다. 이어 그가 팔을 휘두르자 망치가 검은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조극을 향해 내리쳐졌다.

상관신의 가차 없는 공격에도 조극은 담담했다. 그가 손을 흔들자 자색 도끼가 나타났는데, 그 도끼는 비경에서도 사용했던 영기였다.

조극이 무언가 중얼거리더니 손을 휘두르며 갑자기 자색 도끼를 던져버렸다.

도끼의 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고 눈부신 빛 한줄기가 하늘로 날아올랐고, 그것은 마치 태양처럼 밝은 빛은 내뿜고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법결을 펼쳤다. 그러자 자색 태양이 반짝이더니 큰 용의 허영이 나타났는데, 크기가 이삼십 장은 되어 보였다. 자색 용은 날아오는 회오리바람을 향해 돌진했다.

기세등등한 자색 용을 본 상관신은 눈살을 찌푸리며 두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두 갈래의 회오리바람이 한 개로 합쳐지면서 몸집이 두 배 이상 커졌다.

우르릉!

허공에서 큰 소리가 울려 퍼졌고 자색 용 허영과 검은 회오리바람이 격하게 부딪혔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두 물체가 뒤엉켜 있는 것 같았다. 두 물체가 부딪치자 무대에 드리워져 있던 푸른빛도 격하게 흔들렸다.

이 광경을 본 상관신은 화가 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가 두 손으로 법결을 펼치자 검은 회오리바람의 회전 속도가 더욱 빨라졌고, 용 허영을 으스러뜨릴 것처럼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자색 용 허영도 똑같이 빛을 뿜어내더니 흉흉하게 회오리밤바람을 덮쳤다.

콰쾅!

용 허영과 회오리바람이 한참 동안 대치 국면을 이루다가 동시에 터져버렸다. 그리고 다시 본체인 도끼와 망치로 변하여 각자의 손으로 날아갔다.

상관신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가 온 힘을 다해 공격했는데 신입 제자가 자신과 대등한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의 몸에서 검은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고, 천위 초기의 강한 위압감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무섭게 흘러나왔다. 그 강력한 기운은 천위 중기와 한 끗 차이였다.

구경꾼들도 놀란 모습으로 상관신을 바라보았고, 현장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구 위에 있는 사람이 천위 중기와 한 끗 차이라니!”

석목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눈길을 돌려 무대의 끝에 서 있는 용전야를 바라보았다.

조극은 손에 자색 도끼를 쥔 채 검은 빛을 휘감고 있는 상관신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고 눈빛도 평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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