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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411화 (411/916)

411화. 연극을 놓치다

조극을 바라보는 상관신의 눈빛이 굳어지더니 두 망치가 핏빛을 뿜어냈다. 이어 그가 다시 주문을 외우자 손에 든 두 개의 망치가 빛을 반짝이며 한 개로 합쳐졌다.

눈부신 빛이 망치에서 흘러나왔고 풍기는 위압감이 더 강해졌다.

“가라!”

상관신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망치가 조극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천둥 같은 소리가 들려왔고, 망치의 위압감으로 주변의 공기도 함께 흔들렸다.

조극이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옷자락을 흔들었다.

자색 도끼의 빛이 다시 반짝이며 그의 손에서 튕겨져 나갔다. 그러더니 커다란 용의 허영으로 변해 두 발로 망치를 막으려 했다.

이때 하늘을 찢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용의 발이 망치에 닿는 순간 힘없이 부러져버렸고, 다시 도끼로 변하여 바닥으로 떨어졌다. 빛이 아주 어두워진 걸 보니 심한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

망치는 계속해서 날아가더니 조극을 내리찍었다.

조극이 두 눈에서 눈부신 파란 빛을 뿜어내며 상관신을 바라보았다.

그 파란빛이 순식간에 날아가더니 상관신의 주위에서 사라졌다. 이어 주변의 허공에서 무형의 파동이 생겼다.

석목의 눈이 반짝였다. 조극이 비경에서도 시전했던 것으로, 그도 한 번 당한 바가 있는 비술이었다.

“시간의 힘!”

상관신이 반응하기도 전에 무형의 파동이 그의 주변 공간에 드리워졌다.

상관신은 강력한 압력이 주변에서 밀려오는 것을 느꼈고, 몸이 굳어지면서 동작을 멈추어버렸다. 마치 호박(琥珀)에 박힌 파리처럼 꼼짝할 수 없었다.

떨어지던 도끼도 마찬가지로 조극과 거리를 둔 채 멈추어버렸다.

조극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어렸다. 그가 두 손을 흔들자 수많은 하얀 줄기가 나타나서 상관신을 감쌌다.

하지만 그때 멈춰 있던 상관신의 몸과 그의 검은 망치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묶여 있던 파동이 깨져버렸다.

“좋아, 그러나 늦었어!”

조극이 가볍게 소리를 내며 두 손을 흔들었다. 허공에서 흩날리던 하얀 줄기들이 다시 한 번 상관신을 묶어 누에처럼 휘감았고, 망치까지 둘둘 말았다.

상관신은 누에고치 속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을 쳤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순간 빛이 반짝이더니 조극이 상관신의 등 뒤에 나타났다. 그의 왼손에서 눈부신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석목은 무대의 왼쪽에서 조극의 왼쪽 팔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속에서는 벌써 거친 파도가 일고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이 구전현공을 시전하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 저것은 첫 번째 단계의 양의 힘이 분명했다.

조극의 주먹이 상관신의 몸을 강타했다.

하얀 줄기가 끊어졌고, 상관신의 몸통이 누에고치 안에서 튕겨 나와서 무대에 떨어졌다. 그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두 팔은 이상한 각도로 구부러져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온 힘을 다하여 두 팔로 급소를 막았다.

두 망치도 바닥에 떨어졌고 빛이 어두워지더니 곧 사라져버렸다.

상관신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이었고, 그는 고통을 누르며 일어서려 했다.

조극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왼손에서 빛을 크게 뿜었고, 다시 한 번 공격하려 했다.

“됐다. 승부는 결정됐으니 멈추어라!”

허공에서 빛이 번지며 붉은 눈썹 청년이 조극의 앞을 막아섰다.

조극은 눈에서 빛을 거두었다.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던 하얀 빛도 사라졌다.

“조극 도전 성공! 상위 제자 구 위 교체!”

청년이 결과를 선포했다.

그러자 무대 밑에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도전자들 중에서도 기뻐하는 사람이 몇몇 있었다.

드디어 한 명이 도전에 성공했고, 심지어 십 위안에 들어간 것이다.

조극은 몸을 날려 상위 제자 쪽으로 날아갔고, 상관신이 서 있던 자리에 당당하게 섰다.

상관신은 조극을 한 번 노려보더니 무대에서 내려왔다.

상위 제자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었다. 특히 상관신과 함께 도전자들을 조롱하던 몇몇 사람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거기에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기색도 스쳤다.

십 위 안의 상위 제자들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조극을 심각하게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대결에서 조극은 힘을 전부 쓰지 않았다. 그는 이 정도 결과로 만족하지 않는 듯했다.

가장 왼쪽에 서 있던 용전야도 조극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다시 시선을 돌렸다.

조극이 도전에 성공하자 다른 사람들도 자신감이 붙었다. 붉은 눈썹 청년이 말을 하기도 전에 또 다른 도전자가 무대에 올라왔다. 그는 기존 백년 제자였고, 하위권에 있는 상위 제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의 실력도 약한 편은 아니었지만 상대의 실력이 너무 막강했고, 결국 몇 번 맞붙지도 못하고 패해버렸다.

다만 이기지는 못했다 해도 청장천이나 적예자처럼 힘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내려온 것이 아니었다. 대결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다음 도전자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서 어느덧 반 시진이 지나갔다.

그동안 일고여덟 명의 도전자가 순차적으로 무대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조극을 제외한 모든 도전자는 전부 실패했다.

패배한 자들은 다시 무대 위로 올라오지 않았고, 아래에서 대결을 구경했다.

석목은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는데, 무대 위로 올라가려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때 누군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석 사형, 도전하지 않을 건가요?”

석목이 머리를 돌려 바라보았다. 그의 왼쪽에 있던 사람들이 연달아 두 명이나 무대 위로 올라갔다가 패배하는 바람에,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 자리에 하얀 옷을 입은 강수수가 서 있었다. 석목은 앞만 바라보느라 그녀가 와 있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강 사매는요? 당신의 실력이라면 충분할 텐데.”

석목이 되물었다.

“하하, 석 사형은 이 소녀를 과대평가하고 있네요. 제 실력은 석 사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강수수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강 사매야말로 너무 겸손하십니다. 비경에서 보여준 실력이라면 천위의 존재도 가볍게 여기지는 못할 듯합니다.”

석목은 그렇게 말하며 번천곤의 금제 속에 나타났던 요족 청년을 문득 떠올렸다.

그의 이름은 강북도로 같은 강 씨였고, 펼친 비술이 강수수와 똑같은 걸 보니 동족인 건 확실했다. 두 사람이 어떤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석목의 단전에서 조용히 있던 번천곤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무형의 파동을 뿜어냈다.

석목은 몸이 굳어지면서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와 동시에 청란성지의 어느 특수한 공간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고, 하얀 궁전 한 개가 허공에 나타났다.

“음…….”

그때 궁전에서 누군가 말을 했다. 그 목소리는 엄청나게 커서 공간 전체가 그 소리에 의해 진동했다.

이어 푸른빛에 둘러싸인 사람의 모습이 궁전의 허공에 나타났는데, 그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은 손을 짚으며 무엇인가를 헤아리더니 잠시 후 머리를 저었다.

* * *

“석 사형……?”

석목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이내 정신을 차렸다.

“석 사형, 괜찮으세요?”

강수수가 의아한 눈빛으로 석목을 바라보며 물었다.

석목은 잠시 멍해 있다가 깊은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괜찮아요.”

석목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의아하기는 그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방금 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그도 알 수 없었다. 마치 꿈을 꾼 것 같았는데, 깨어 나보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신식으로 단전 속의 번천곤을 살펴보았다.

곤봉은 조용히 단전에 놓여 있었고,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강수수가 석목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럼 다행이네요. 석 사형이 방금 전 멍하니 있는 바람에 재미있는 연극을 놓쳐버렸어요.”

“네?”

석목은 어리둥절해졌다.

강수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앞쪽을 가리켰다. 석목은 그가 가리는 방향을 보고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무대 맞은편 상위 제자들이 서 있는 곳에 십구 위 자리가 한 어린아이로 대체되어 있었다. 바로 자릉이었다.

“방금 전에 석 사형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자릉이 무대 위로 올라가서 상위 제자 십구 위의 설창(薛畅) 사형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녀가 저렇게 엄청난 실력을 갖춘 혼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녀는 연속으로 실력이 대단한 영총을 불러냈고, 결국 상대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자릉은 조극 사형 이후 두 번째로 도전에 성공한 사람입니다.”

강수수가 말했다.

석목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자릉이라는 여자는 이상한 점이 많았다. 약한 아이의 몸에 두 개의 영혼이 들어가 있었는데, 대단한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 지난번 비경에서도 그랬다.

만약 그녀가 비경에서 보여줬던 술법 실력을 발휘했다면 이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석목은 다시 생각에 빠졌다. 잠깐 눈앞이 캄캄해졌는데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난 게 너무 기이했다.

“석 사형의 눈빛을 보니 별로 놀라지 않은 것 같군요.”

강수수가 석목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아닙니다. 저도 놀라는 중입니다. 자릉 사매가 저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니요.”

석목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 이 청란성지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전부 실력이 대단하다는 뜻이니까요. 두 번째 대결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으니까요.”

강수수가 말했다.

“강 사매 말이 맞습니다.”

석목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두 사람이 대화하고 있는 사이, 무대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눈부신 빛이 반짝이더니 누군가가 멀리 튕겨 날아갔다. 그는 무대에 드리워진 푸른빛에 부딪혀 힘없이 떨어졌다. 그는 붉은 머리의 사나이였는데, 이미 혼절한 것 같았다.

석목이 눈썹을 치켜떴다. 그는 백팔 명의 도전자 중 십 위 안에 든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진 것이다.

“구양하(欧阳贺) 도전 실패! 곤봉(坤鹏) 승!”

청년이 담담한 표정으로 결과를 선포했다.

“분수도 모르는 놈!”

무대 위에서 얼굴이 길고 입이 뾰족한 청년이 경멸하는 듯 내뱉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무대 주변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대 위의 도전자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한동안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다.

“강 사매, 정말 도전하지 않을 건가요?”

석목이 강수수를 바라보더니 물었다.

“저는 됐습니다. 제 실력을 잘 알거든요. 상위 제자들의 실력은 전부 엄청나서 도전한다 해도 가망이 없습니다. 십 년 정도 더 수련하고 그때 다시 도전하지요.”

강수수가 머리를 흔들며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석목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운이나 한번 시험해보지요.”

그는 입술을 약간 움직이더니 뭐라고 한마디를 하고, 무대 위로 날아올랐다.

시끌벅적하던 무대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든 사람이 석목을 바라보았다.

“저는 석목이라고 합니다. 삼십칠 위의 요용 사형에게 도전하겠습니다.”

석목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저 사람도 조 사형처럼 앞 순위에 있는 상위 제자에게 도전하단다고? 머리가 잘못된 건 아니겠지?”

“후후, 재미있겠다.”

“낯설어 보이는데 새로 입문한 제자인가? 요용 사형의 음양마공(阴阳魔功)은 이미 절정에 도달했을 텐데. 요즘 신입들은 정말 분수를 모르는군!”

석목의 말이 떨어지자 무대 아래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심지어 비웃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극과 자릉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제자들이 도전한 사람들은 상위 제자 중 전부 오십 위 아래였다. 오십 위 이내의 상위 제자에게 도전한 사람은 석목이 세 번째였다.

석목의 모습을 바라보는 강수수의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 하지만 맞은편에 서 있는 자릉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띠고 석목을 바라보았다.

요용의 얼굴에 흉악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는 몸에서 하얗고 검은 두 갈래의 번개를 만들어냈다.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다시 무대 위에 나타났다.

“뢰둔(雷遁)!”

무대 밑에 있는 사람들이 요용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십 장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요용을 바라보는 석목의 얼굴은 여전히 평온해보였다.

“나에게 도전하겠다니 아주 좋아! 지난번에 끝내지 못한 걸 한 번에 갚아주지!”

요용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석목도 해맑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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