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화. 요용과의 두 번째 싸움
한편 무대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마옥은 노름판 쪽으로 걸어갔다.
“왜? 석두가 너에게 전음을 보냈어?”
마옥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채아가 물었다.
“응.”
마옥이 머리를 끄덕였다.
석목이 요용에 도전하는 사이에 노름판은 이미 시작되었다.
석목의 배당률은 상당히 높았다. 석목은 5배였고, 요용은 2할5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요용이 이길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보는 눈이 없네!”
채아가 실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마옥은 석목이 건넨 천 주머니를 꺼냈다. 그녀는 채아의 말을 듣더니 눈이 반짝였다.
이어 그녀는 이를 악물더니 자신의 저장 반지에서 주머니 한 개를 더 꺼냈다.
“최상급 영석 백 개, 석목 승에 걸겠습니다!”
마옥이 한 번에 두 개의 주머니를 내놓았다. 최상급 영석 백 개가 노름판 탁자 위에 놓였다.
석목이 그녀에게 건넨 주머니에는 최상급 영석 육십 개가 들어 있었다. 나머지 마흔 개의 최상급 영석은 마옥의 전 재산이었다.
노름판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이곳에서 노름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다들 한 번에 최상급 영석 서너 개를 꺼내는 게 고작이었는데, 이렇게 한 번에 백 개씩이나 내놓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탁자 뒤에 서 있던 단목광은 마옥을 한참이나 쳐다보더니 탁자 위의 영석을 가져갔다. 그리고 하얀 옥첨(玉签) 하나를 마옥에게 건넸다.
마옥은 그것을 받아들고 다시 무대 쪽으로 갔고, 전전긍긍하며 대결을 지켜보았다.
무대 위에서 석목과 요용의 대결은 이미 시작됐다.
요용은 올라오자마자 흑백 안개로 주위를 자욱하게 만들었고, 팔뚝만 한 번개로 석목을 공격했다.
번개는 전부 원기가 왕성했고 위력이 엄청났다. 지난번 얼음 동굴 밖에서 펼친 것보다 위력이 더 강했는데, 주변 공기마저 함께 흔들릴 정도였다.
석목은 빠른 움직임으로 번개 공격을 이리저리 피해냈다.
순식간에 흑백 빛이 커다란 번개의 망을 만들어냈고, 무대의 모든 공간을 빽빽하게 채워버렸다. 석목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작아졌다.
요용의 눈빛이 흉악하게 변했다.
“지난번에는 네가 도망가도록 내버려뒀는데 이번에 죽음을 자초하다니. 계속 피하기만 할 거냐?”
석목이 몸을 흔들며 공격을 피하는 동안 주변에서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번개 망이 그를 덮어버리려 했다.
그때 석목의 몸에서 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오더니 등 뒤로 붉은 원숭이 법상이 나타나서 입을 크게 벌렸다. 그 속에서 깨끗한 화원진화의 불덩이가 뿜어져 나오면서 번개 망과 부딪쳤다.
쿠쿵!
허공의 격렬한 진동과 함께 천둥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번개 망의 위력은 혼원진화보다 강했지만, 아무리 번개를 반짝여도 혼원진화가 만들어낸 불덩어리를 터뜨릴 수는 없었다.
“말도 안 돼!”
요용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석목은 차갑게 웃었다. 이 흑백 번개의 위력은 강했지만, 그 속에 흐리고 어두운 기운이 섞여 있어서 이렇게 기이한 흑백 번개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리고 혼원진화는 모든 흐리고 어두운 속성의 진기를 억제할 수 있었다. 비록 그 위력은 부족하더라도 흑백 번개의 공격을 막아내기에 충분했다.
석목은 얼음 동굴 앞에서 요용을 처음 만난 뒤부터 그를 이길 방법을 고민했고, 그가 고안해낸 방법이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석목의 몸에서 불이 흔들리며 몸 전체가 붉은 화염으로 둘러싸였다. 이어서 그는 한줄기 빛으로 변하여 혼원진화 속으로 들어갔다.
불덩어리의 빛이 더 강하게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터져버렸다.
흑백 번개 망이 찢어지면서 구멍이 한 개 생겼다. 그때 빛기둥 한 개가 그 속에서 튀어나와서 요용에게 향했고, 눈 깜박할 사이에 그의 앞까지 다가왔다.
불덩이가 희미해지더니 석목이 허공에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검은 곤봉이 쥐어져 있었다.
“화둔(火遁)!”
요용의 안색이 굳어졌다.
“창응개정!”
석목이 팔을 흔들자 검은 곤봉이 빛을 크게 발했고, 거대하게 변해서 요용의 머리를 공격했다.
요용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주변의 원기가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꼈다. 공기가 순식간에 파도로 변하여 그를 향해 밀려오는 것 같았다. 심지어 공기마저 검은 곤봉으로 변한 것 같았는데, 얼음 동굴에서보다 그 위력이 몇 배는 더 커져 있었다.
“말도 안 돼!”
요용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는 몸에서 번개를 뿜어내며 입을 벌렸고, 번개 속으로 피를 잔뜩 뿜어냈다.
번개 속에 핏빛이 섞이더니 요용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석목은 그 모습을 지켜보더니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 두 눈에서 금빛을 번쩍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가 시선을 한 곳에 고정하더니 검은 곤봉의 방향을 틀어 왼쪽 허공을 공격했는데, 그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왼쪽에서 번개가 반짝이며 요용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의 모습이 나타나자마자 곤봉이 코앞에 다다랐다.
펑!
요용이 반응하기도 전에 곤봉이 그의 몸을 강하게 내리쳤다.
요용을 보호하고 있던 빛은 곤봉에 닿자마자 터져버렸고, 요용은 허수아비처럼 날아가더니 무대 한쪽의 푸른빛 막에 부딪혔다. 그대로 땅에 떨어진 그는 입에서 피를 한가득 뿜어내고 있었다.
“너…… 지난번에는 실력을 숨겼군!”
요용이 힘겹게 일어서며 내뱉었다.
바닥에 내려선 석목은 요용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난번 얼음 동굴에서 싸웠을 때, 석목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당시 얼음 동굴에서 추위를 막아내며 천위의 얼음 거미와 싸우느라 진기가 많이 손상되기도 했고, 구전현공의 힘을 시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망을 쳤던 것이다.
그는 다시 요용을 덮쳤다. 손에 들린 곤봉에서 붉은 화염이 타올랐다.
“흥, 그렇다면 나도 더는 봐주지 않겠어!”
요용의 얼굴에서 결연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가 손을 흔들자 몸 앞으로 파동이 일더니 핏빛 비도가 일곱 자루 나타났다. 그것들은 한 줄로 나란히 서 있었는데, 전부 괴상한 핏빛을 풍기고 있었다.
요용은 입으로 무언가 중얼거리며 두 손을 빠르게 일곱 번 움직였다.
비도 위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순식간에 그의 팔과 복부, 겨드랑이 등 일곱 군데로 스며들었다.
일곱 번째 비도가 반짝이며 요용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흑백으로 절반씩 나누어진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몸의 곳곳이 부풀어 올랐고, 이가 시큰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그의 몸에서 한쪽은 검고 한쪽은 하얀 날개가 돋아났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검고 흰 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고, 핏빛 번개도 나타나더니 흑백의 빛과 섞였다.
세 가지 색의 빛이 번갈아가며 번쩍였고, 번개가 미친 듯이 소용돌이쳤다. 요용의 몸이 그 속에 묻혔다가 다시 십 장 정도 되는 번개 짐승으로 변했다. 마치 전설 속의 번개 요수 뇌붕(雷鹏) 같았다.
하지만 이 뇌붕의 몸의 일부는 핏빛이었고, 두 날개는 한쪽은 검고 한쪽은 흰색이었다.
이 모두는 복잡한 과정이었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형태를 갖춘 짐승의 입에서 귀가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석목을 덮쳤다. 이어 날카로운 발로 석목을 긁으려 했다.
석목의 동공이 축소됐지만, 두려운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는 몸에서 금빛을 뿜어내며 토템 변신을 완성했다. 손에 든 여의곤에서 다시 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고, 석목이 정신없이 팔을 휘둘러대자 허공에 흑백의 잔영만 남았다.
“영사출동(靈蛇出洞)!”
“원노반암(猿猱攀岩)!”
“창응개정(蒼鷹蓋頂)!”
“권조지반(倦鳥知返)!”
기세가 등등한 거대한 곤봉이 화염에 둘러싸인 채 석목의 주변에서 움직였고, 통천십팔곤의 전팔식 중 네 개의 초식을 순서대로 전부 시전했다.
그 순간 석목 체내의 진기 흐름은 보통 때보다 서너 배는 빨라졌다. 하지만 통증은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쾌감이 느껴졌다.
네 개의 필살기가 한 개로 뭉쳐 화염으로 둘러싸인 흑백 구름을 만들어냈다. 그 구름은 수많은 곤봉의 그림자로 만들어 진 것으로, 이내 세 가지 색의 뇌붕과 부딪혔다.
하늘을 울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강력할 파동이 일었다. 기류가 미친 듯이 주위로 퍼져나갔고, 다양한 색깔의 회오리바람이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무대를 드리운 푸른빛도 심하게 흔들렸다. 균열이 생기면서 곧 터지기 직전이었다.
허공 속에 서 있던 붉은 눈썹 청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푸른 영기를 꺼내더니 힘차게 흔들었다.
푸른빛 기둥이 영기에서 뿜어져 나와 푸른 막의 곳곳으로 스며들었고, 푸른 막은 곧 안정을 찾았다.
푸른 막 속에서 촘촘한 그림자와 삼색 번개가 계속 부딪쳤다. 석목과 요용의 모습은 그 속에 묻혀 있어서 밖에서는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만 무시무시한 파동만 느껴질 뿐이었다.
무대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더니 놀라운 기색을 드러냈다. 무대 양쪽에 서 있는 제자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었고, 관람대에 있는 몇몇 호법의 얼굴에는 심각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후, 빛들이 사라지면서 안쪽의 상황이 드러났다.
석목은 무릎을 꿇고 여의곤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옷이 군데군데 찢어진 채 크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는데,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요용이 바닥에 누워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쓰러진 것이다.
현장은 한참 동안 쥐죽은 듯 조용했고, 이어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중간에 누군가 욕설을 내뱉는 소리도 들려왔다.
도전자 편에 서 있던 제자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두 사람 모두 크게 상처를 입었지만 어쨌든 석목이 이겼다.
강수수는 석목을 바라보며 눈빛을 반짝였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좀처럼 읽을 수 없었다.
상위 제자들도 각각 복잡다양한 표정으로 석목을 바라보았다.
석목은 그동안 늘 조심스럽게 행동했지만, 이 싸움으로 단번에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자릉은 여전히 웃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석목이 이긴 것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없는 듯했다. 반면 조극은 망연한 눈빛으로 석목을 바라보더니 다시 눈길을 돌렸다.
무대 밑에서는 마옥이 한숨을 길게 내뱉었고, 그녀는 두 주먹을 꽉 쥐며 큰소리로 외쳤다.
“이겼다!”
“흥! 왜 긴장하는 거야? 석두가 어떻게 저런 놈한테 지겠어? 별것도 아니구먼!”
채아가 마옥의 어깨에서 자세를 바꾸더니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석목 승! 도전 성공!”
무대 위에서 붉은 눈썹을 드리운 청년이 요용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일어서서 결과를 선포했다.
석목은 비칠거리며 간신히 몸을 세웠다. 그리고 청년을 향해 인사를 하고는 천천히 무대의 반대쪽으로 걸어가서 요용이 있던 자리에 섰다.
그는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단약을 한 개 삼키고 몸에서 붉은빛을 뿜어내며 상처를 치료했다.
순간 석목의 눈에서 교활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사실 그다지 큰 상처를 입지 않았다. 다만 따로 계획이 있을 뿐이었다.
그는 시선을 돌려서 노름판 쪽을 한번 바라보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