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413화 (413/916)

413화. 명성이 점차 높아지다

노름판 쪽에서는 탄성과 욕설이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몇몇 사람은 환하게 웃고 있었고, 마옥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총 백 개의 최상급 영석을 걸었는데, 석목의 육십 개를 제하더라도 무려 이백 개를 벌었다.

주위에서 던지는 부러움의 눈빛을 즐기며, 그녀는 오랜만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마옥은 가문의 젊은이 중에서도 나름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수련의 길은 평탄했고,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자랐다. 그리고 십 년 전에 동족 제자들과 동성성에 와서 청란성지의 입문 시험에 참여한 것이다.

시작은 자신만만했지만, 시험에서는 수도 없이 짓밟히면서 그녀만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함께 왔던 나머지 동족 청년들은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고, 심지어 한 명은 비경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녀는 지난 십 년 동안 밤낮을 가릴 것 없이 열심히 수련하였지만, 처음부터 순위에서 밀려나며 자원을 많이 분배받지 못했기에 한계가 있었다. 대결에서도 성과가 좋지 못해서 간신히 성지에 남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이렇게 많은 최상급 영석이 생기면 성전각에서 마음에 드는 지계 무기를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약재에서 희귀한 단약을 구해서 오랜 시간 그녀를 괴롭혔던 한계를 돌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무대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는 석목을 다시 바라보았다.

“하하, 축하합니다. 안목이 뛰어나시군요. 다음 순서가 곧 시작됩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거십시오!”

노름판 탁자 뒤에 있던 단목광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는 큰 주머니 한 개를 꺼내 마옥에게 건네주었다. 요용에게 걸었던 제자들에게서 딴 영석에 비하면, 마옥에게 주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단목 선배님, 감사합니다!”

마옥은 영석을 받고 신식으로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정확히 오백 개의 최상급 영석이었다. 그녀는 그 주머니를 잘 챙겼다.

석목은 채아의 시야를 통해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붉은 눈썹의 청년은 사람을 불러 요용을 무대 밑으로 옮기라고 시켰다. 그리고 대결이 계속되었다.

석목이 이기자 도전자들은 다시 사기가 충만했다. 그 뒤로 수십 명이 무대 위로 올라와 도전장을 내밀었고, 그중에는 기존 제자와 오 씨 형제 등 새로 입문한 제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기존 제자 두 명만 도전에 성공했고 나머지는 아쉽게도 전부 패했다.

두 번째 시합은 한동안 더 지속됐고, 아무도 무대 위로 올라오지 않게 되자 그제야 막을 내렸다.

도전자 중 절반 정도가 도전에 나섰고, 그중 다섯 명만 승리했다. 하지만 기존 제자들은 두 명뿐이었고, 전부 팔십 위 밖에 있었다. 신입 제자 중에는 조극, 자릉, 석목 세 명이 승리를 거두었는데, 이는 사람들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난 결과였다.

이로 인해 석목은 점점 명성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조극과 자릉만큼은 아니었다.

* * *

두 번째 대결이 끝나고 사흘 동안 정비하는 시간을 가진 뒤, 세 번째 시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번 시합으로 인해 백팔 명의 상위 제자 사이에서 순위 변동이 생길 것이었다. 이는 황계 구역에서의 지위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성지의 수련 자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가장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었다.

아침이 되자 청란방 아래의 거대한 무대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석목은 형영제에서 나오자마자 한줄기 푸른빛이 되어 무대 쪽으로 날아왔다.

“석두, 오늘은 며칠 전보다 훨씬 시끌벅적해!”

채아는 눈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는 흥분해서 재잘댔다.

“마지막 대결이라 그런가봐. 보아하니 오늘은 몇 차례 격전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아.”

석목은 많은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아무튼 석두는 실력이 있으니까, 누가 도전해오면 전부 부숴버려!”

채아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석 사형!”

그때 낭랑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붉은 옷을 입은 마옥이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마 사매.”

석목이 말했다.

“석 사형, 지난번에 딴 영석들이 아직 저에게…….”

마옥이 석목의 옆으로 다가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석목이 손을 흔들며 제지했다.

“괜찮아요. 일단 가지고 있어요. 오늘도 부탁드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석목이 그를 향해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 언니, 석 오라버니랑 무슨 비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마옥이 아직 답을 하기도 전에, 맑은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그녀가 머리를 돌려보니 자릉이 뒷짐을 지고 웃는 얼굴로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비밀이 어디 있어? 석 사형에게 너를 봤냐고 물어본 거지.”

마옥의 얼굴이 붉게 물들더니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갔다.

“자 사매는 준비 잘했어? 도전 대상은 찾았고?”

석목이 물었다.

“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요. 석 오라버니는 어떤 계획이 있나요? 십 위안에 들어가려는 생각인가요? 십 위 안에 들어가면 포상이 두둑하던데!”

자릉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하하, 사매가 나를 너무 높이 평가하는 거야. 누군가가 나를 오십 위 아래로 끌어내리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석목이 웃으며 말했다.

자릉은 그의 말을 듣더니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허공에서 굉음이 들리더니 수십 갈래의 빛이 멀리서부터 날아왔다.

빛이 사라지자 무대 위에는 호법 세 명이 있었는데, 그 옆에 두 명이 더 있었다.

이어서 붉은 눈썹을 드리운 청년이 다시 무대 앞에 나타났다. 그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세 번째 대결의 시간이다. 모든 상위 제자는 올라오도록!”

무대의 왼편에서 푸른빛이 반짝이며 옆에 한 개의 구역이 더 나타났다.

“이번에도 채아를 부탁해요.”

석목이 마옥에게 말했다.

“석 사형, 걱정하지 말고 대결에 임하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마옥이 머리를 끄덕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채아는 망설임 없이 석목의 어깨에서 마옥의 어깨로 자리를 옮겼다.

석목과 자릉은 서로 마주보더니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대의 왼쪽 구역으로 날아갔다.

그의 옆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모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순위대로 서 있었다.

석목은 서른일곱 번째 위치에 서 있었다. 그의 왼쪽에는 체구가 웅장한 악어 꼬리 요족의 남자가 있었고, 그 옆에는 몸매가 요염하고 붉은 머리와 피부를 가진 여자가 있었다.

“대결 규칙에 대해서는 반복하지 않겠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니 잘 결정하면 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 사람이 세 번까지만 도전을 받을 수 있다. 알겠는가?”

붉은 눈썹 청년이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네!”

사람들이 답했다.

“좋아, 그럼 순위 대결을 시작한다.”

청년이 다시 한 번 선포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상위 제자들이 있는 쪽이 혼잡해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 대결 때와 달리 이번에는 사람들이 서로 앞을 다투어 나오려 했다.

“육십구 위의 제자 진택목(陈择木), 삼십칠 위 석 사제에게 가르침을 청하겠습니다.”

체형이 길쭉하고 피부 표면에 나무 무늬가 가득 자라나 있는 청년이 다가오더니, 붉은 눈썹을 드리운 청년을 향해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서로 나서려고 다투던 사람들이 짜증스럽게 한숨을 내뱉으며 뒤로 물러났다.

“시작이다! 시작이다!”

무대에서 이제 막 도전을 신청하자, 멀지 않은 곳에서 단목광이 바로 노름판을 펼쳤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석목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무대 중앙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진택목이라는 기존 제자를 마주하고 섰다.

그의 눈빛이 조금 흔들리더니, 위아래로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무대 밑에 있던 마옥은 다시 시선을 노름 탁자 위로 옮겼다.

“서두르세요. 진택목 대 석목! 배당률은 진택목 3할3푼, 석목 4배! 결정했으면 손을 떼시고!”

단목강이 큰소리로 외쳤다.

“진택목 승으로 사겠습니다.”

“저도 진택목…….”

“저도요…….”

노름판에 몰려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진택목이 이긴다고 보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사흘 전의 시합을 지켜봤지만, 요용이 상대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바람에 석목에게 져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에 비해 석목은 온 힘을 다해 대결에 응했을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대가를 치렀다. 사흘 동안 완전히 회복하기란 쉽지 않았을 테고,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소수의 사람은 한 방을 노리는 심산으로 석목 쪽에 몇 개의 최상급 영석을 걸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석목이 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저는 석목 승으로 하겠습니다!”

그때 마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탁자 위에 최상급 영석을 한가득 올려놓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개미소리만 했는데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옹졸한 인상의 중년 제자가 마옥을 보더니, 그녀가 노름을 모른다고 생각하고 충고하려 했다.

“이봐요. 석목의 배당률이 높다고 무작정 그쪽에 걸면 안 돼요. 며칠 전에 간신히 요용을 제치긴 했지만, 새로 입문한 제자라 성지에서 오랫동안 수련한 기존 제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겁니다.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요.”

마옥은 그 말을 듣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노름 탁자 위에 작은 최상급 영석 주머니를 한 개 더 던졌다.

“이것도 석목 승에 걸 겁니다.”

마옥이 말했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컸다. 용기를 내서 전부를 걸어버린 것이다.

앞의 큰 주머니는 석목이 맡긴 최상급 영석 삼백육십 개였다. 그리고 뒤이어 내놓은 작은 주머니는 마옥의 전 재산이었다. 이백 마흔 개의 영석을 전부 건 것이다.

“됐어요. 결정했으면 손을 떼고. 대결이 시작됐으니 이제 멈추세요!”

단목광은 실실 웃으며 마옥을 바라보더니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옹졸한 중년 제자는 멍청이를 보듯 마옥을 바라보더니, 그녀에게 더 신경 쓰지 않고 무대 위로 눈을 돌렸다.

“석목, 남해성 출신의 인족.”

석목이 말했다.

“진택목, 목서성(木栖星) 출신의 청목요족(青木妖族).”

진택목이 답했다.

석목이 한 손을 내밀며 시작하라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진택목은 그를 바라보더니 표정이 심각해졌다. 석목을 전혀 가볍게 보지 않는 눈치였다.

이어 그가 두 손을 앞으로 들자 몸에서 푸른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수십 장 높이로 커졌고, 거대한 나무 법상이 그의 등 뒤에서 솟아올랐다.

그가 한 손을 휘두르자 커다란 나무 위에서 수십 줄기의 푸른 덩굴이 뻗어 나왔다. 그것은 푸른빛을 드리운 채 위로 높게 뻗어 있다가 마치 긴 창처럼 석목을 향해 날아왔는데, 그 속도가 실로 놀라웠다.

하늘을 찢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석목은 땅을 짚고 뒤로 멀리 물러났다. 그는 손에 여의빈철곤을 들고 있었다.

펑! 펑!

석목이 서 있던 자리에서 먼지가 휘날리면서 수십 줄기의 덩굴이 땅속을 뚫고 들어갔다.

진택목은 그 광경을 바라보더니 두 손을 높이 들어 강하게 흔들었다.

거대한 나무 법상이 푸른빛을 반짝이자 줄기에서 아이 팔뚝만 한 덩굴이 수백 개 나왔는데, 마치 머리카락이 자라난 것 같았다. 덩굴들은 꼿꼿이 서 있는 석목을 향해 뻗어나갔다.

석목은 발을 재빨리 움직이며 덩굴들을 피해냈다. 하지만 그 덩굴들은 구더기처럼 끊임없이 따라붙었다.

퉁! 퉁!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고 석목을 쫓아오던 덩굴들이 무대 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순식간에 무대가 덩굴로 가득 찼고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점점 좁아지더니, 두 발을 놓을 자리만 남았다.

“석 사제. 괜히 힘 빼지 마십시오. 제 덩굴을 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진택목이 눈빛을 반짝이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별 볼 일 없는 놈이지만 힘 하나는 좋습니다.”

석목이 말했다. 그리고 긴 곤봉을 휘두르더니 덩굴들을 내리찍었다.

펑!

곤봉이 다시 튕겨 올라오면서 석목의 손까지 진동이 느껴졌다. 하지만 덩굴 위에는 얇은 균열만 생겼을 뿐 끊어지지 않았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걸 보니 맛을 더 봐야겠군!”

진택목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의 몸에서 푸른빛이 더 강하게 뿜어져 나오더니 피부에 있던 나무 무늬가 더 뚜렷해졌다. 거대한 나무 법상 위에 수십 갈래의 덩굴이 엉켜 있었는데, 굵고 튼실한 긴 덩굴 창으로 변했다. 그 표면에서 푸른빛이 반질거렸는데 기세가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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