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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417화 (417/916)

417화. 힘은 비등하다

조극은 순식간에 십 장 정도 되는 하얀 거대 원숭이로 변신, 두 눈에서 푸른빛을 은은하게 뿜어냈다.

“석두, 저 하얀 원숭이는 뭐야? 너랑 너무 비슷하잖아!”

채아가 전음으로 물었다.

“조극의 몸속에도 하얀 원숭이 정혈이 녹아들어 있나봐.”

석목이 잠시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원숭이로 변신 조극은 더욱 강한 기운을 뿜어내며 순식간에 용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큰 손을 내밀어 금색 용의 꼬리를 잡으려 했다.

그러자 금룡은 빠르게 꼬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하얀 원숭이의 몸에 붙은 채 하늘 위로 올라갔고, 한쪽 발로 원숭이의 가슴을 긁었다. 원숭이의 가슴에서 피가 튀었다.

“아!”

하얀 원숭이가 고통스러운 소리를 지르며 허공을 짚고 날아오르더니, 팔을 들어 금색 용의 꼬리를 잡고 아래로 끌어내렸다.

펑!

금색 용이 바닥에 떨어지자 원숭이가 다시 날아올랐고, 왼손 주먹에서 하얀빛을 뿜어내며 강한 힘으로 용의 머리를 내리쳤다.

쾅!

또다시 큰 소리가 울렸다. 이미 심하게 파손된 무대는 절반이나 꺼져버렸다. 물론 그 꺼진 곳에 금색 용의 모습은 없었다.

“크큭…….”

사람들이 전부 의아해하고 있을 때, 무대의 다른 한 쪽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용전야였다.

용전야는 입가에 흉악한 미소를 떠올리고 온몸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 하얀 원숭이를 바라보았다.

그의 왼손은 여전히 주먹이 쥐어진 채였고 손톱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그것은 조극의 피였다.

“좋아! 구전현공은 역시 대단한 것이었군. 하지만 여기까지야!”

용전야가 피를 한 모금 뱉어내더니 말했다.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는 조극의 피가 묻은 손으로 자신의 가슴 앞에서 복잡한 손동작을 했다. 그리고 어려운 주문을 외우며 자신의 가슴을 긁었다.

퍽!

그의 다섯 손가락이 가슴을 뚫고 심장까지 들어가면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아!”

허공에서 가슴을 찢는 듯한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용전야가 아닌 하얀 원숭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하얀 원숭이는 허공으로 날아올랐다가 다시 바닥으로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는 가슴을 틀어쥐고 고통스럽게 허우적대고 있었다.

쿵! 쿵! 쿵!

구경꾼들의 귓가에 북을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건…… 조극의 심장소리?”

석목은 눈살을 찌푸리며 깜짝 놀랐다.

구경꾼들의 심장도 마치 그 북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것 같았고, 동시에 토할 듯 답답한 느낌이 밀려왔다.

석목은 다급하게 몸속의 진기를 돌려 심장을 보호했다.

한참이 지났지만 쿵쿵거리는 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강해졌다. 마치 귓가에서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하얀 원숭이는 무대 위에서 간신히 일어서서 두 걸음 앞으로 걸어가더니 다시 넘어졌다. 용전야를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에는 두 가닥의 핏줄이 천천히 뻗어 나왔다.

무대 주변의 구경꾼들 중 실력이 약한 사람들은 헐레벌떡 뒤로 물러났다. 그중 몇몇은 이미 귀와 코 등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때 관람대에 있던 호법 중 한 명인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몸을 번쩍이며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는 가슴 앞으로 두 손을 교차하며 몸에서 푸른빛을 뿜어냈다. 이어 푸르스름한 물고기 두 마리의 그림자가 만들어지면서 무대로 드리워졌다.

푸른빛이 떨어지면서 무대 전체를 감쌌다.

그러자 무대 주변에 있던 제자들의 귓가에서 울리던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게 됐고, 통증도 이내 사라졌다.

하지만 무대 위에 있는 원숭이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두 눈에는 핏줄이 가득했으며, 의식도 점점 혼미해졌다.

그런데 그 순간 원숭이가 갑자기 이를 악물고 두 주먹으로 땅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리고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용전야를 향해 포효했다.

“얏!”

포효와 함께 강한 기운의 파동이 용전야 쪽으로 몰려갔다.

용전야의 오른쪽 손은 여전히 짐승의 발 모양으로 자신의 가슴을 긁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는데, 보아하니 이런 종류의 비술을 시전하려면 그 자신에게도 고통이 가는 것 같았다.

용전야는 더 이상 하얀 원숭이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고, 기운의 파동에 몸이 밀려 날아가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하얀 원숭이의 머리도 다시 곤두박질을 쳤고, 몸에 힘이 풀려서 용전야처럼 땅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몸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순식간에 작아져서 다시 조극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 순간 붉은 청년이 무언가를 말하기도 전에, 푸른 옷의 중년이 무대 위로 날아왔다.

그리고 두 손을 휘둘러 물결 같은 옅은 푸른빛을 드리우더니 조극과 용전야를 감쌌다.

“조극과 용전야의 전력이 전부 고갈되었으니 이 대결은 무승부로 한다. 두 사람은 원래의 자리를 유지한다.”

중년 남자는 이 말을 던지고 구경꾼들의 반응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소매를 흔들어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들을 푸른 소용돌이 속에 집어넣은 후 몸을 반짝이며 사라졌다.

세 사람이 사라지자 무대 주변이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이번 대결의 결과는 확실히 모두의 예상을 빗나간 것 같았다.

무대 아래에서뿐만 아니라 백팔 명의 상위 제자도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한편 석목은 치열했던 대결을 되새기며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진행을 맡은 붉은 눈썹 청년도 잠시 멍한 채로 있다가 이내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가 주변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조용히!”

그의 목소리와 함께 흘러나온 무형의 위압감이 순식간에 무대 주변의 제자들에게 향했다. 시끌벅적하던 구경꾼들이 일제히 조용해졌다.

“앞서 진행한 대결은 끝났다. 더 도전할 사람이 있는가?”

청년이 큰 소리로 물었다.

무대에 남아 있던 상위 제자들은 한참이나 침묵을 지켰다. 그중 몇몇은 망설이는 눈빛으로 석목을 몇 번 바라보았지만, 끝내 도전장을 던지지는 못했다.

“십 식이 지난 후, 그때도 아무도 도전을 하지 않으면 세 번째 대결을 이대로 마치도록 하겠다.”

붉은 눈썹의 청년이 말하자 좌중이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청년은 더 재촉하지 않고 허공에서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서 팔 식이 되었을 즈음, 대열에서 누군가 성큼성큼 걸어 나오며 말했다.

“제자 석목입니다. 삼십칠 위입니다. 이 위의 능풍 사형에게 도전하고 싶습니다.”

석목은 대열의 가장 왼쪽에 있는 사람을 향해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조용했던 무리가 다시 들끓었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번 신입 제자들은 전부 미친 거 아니야? 한 명은 청란방 일 위와 비겼고, 또 다른 한 명은 그 뒷자리를 노린다고?”

누군가 밑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석목 저 놈, 아까의 승리로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은데?”

“뭔가 숨기고 있지 않을까? 저 자가 가장 잘하는 게 돼지 행세를 하면서 호랑이를 잡아먹는 거잖아.”

노름판에서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단목광이 흥분한 기색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자자, 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시작되었어요! 연속 세 번 승리를 거둔 잠재력 있는 신입 제자 석목이 이제 곧 이 위 자리에 있는 제자 능풍과 붙게 되었습니다. 배당률 일 대 삼!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결정하셨으면 손을 떼세요!”

노름 규칙의 조건 중 하나는 어느 한쪽이 이겼을 때만 그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무승부일 경우는 걸린 영석 전부를 주최자가 가지게 되는 것이었다. 조극과 용전야가 비기면서 단목광은 단번에 많은 영석을 벌게 되었다.

대결이 시작되면서부터 지금까지 적지 않은 제자들이 재산을 탕진했지만, 그와 반대로 이 기회에 크게 한 밑천 번 사람도 많았다.

노름판 주위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전에 많이 딴 사람들은 이 흐름을 타서 더 많이 벌려 했고, 손해를 본 사람들은 그것을 만회하려 했다.

“저는 능풍 사형이 이기는 쪽에 걸겠습니다! 어찌되었든 그 자리를 백여 년 동안 지킨 천위의 강자입니다!”

“용전야는 일 위였는데도 조극과 비겼잖아? 내가 봤을 때 이번에 새로 입문한 제자들이 전부 만만치 않아! 나는 석목에게 걸겠어!”

“그러니까 말이야. 저 석목이라는 자는 아직도 여유를 남겨두고 있다고. 또 다른 변수가 있지 않을까?”

“이 사형 말이 맞아요! 승패는 전부 이번 판에 있습니다. 전부 걸죠!”

사람들은 어디에 걸지 의논하며 마옥을 힐끔 바라보았다. 앞서 그녀가 석목에게 여러 차례 걸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이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옥은 무대 위만 바라볼 뿐 노름에 끼려는 기미가 전혀 없어 보였다.

* * *

무대 위에서는 능풍이 석목 앞에 서서 푸른 옷을 휘날리고 있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여전히 온화한 웃음이 어려 있었다.

“저 석목, 큰마음 먹고 능풍 사형께 도전하려 합니다. 사형이 한 수 가르쳐주십시오.”

석목이 손을 모으며 말했다.

“무인의 길은 원래 끊임없는 싸움을 통해서만 그 칼날을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이번 대결이 조금 재미없을까봐 걱정했는데, 석 사제가 그걸 해소해주었네요.”

능평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품격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럼 이 사제,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석목이 말했다.

능풍은 미소를 지으며 한손으로 석목에게 들어오라는 자세를 취했다. 그는 천위 초기의 기운을 지니고 있었지만 밖으로는 티가 나지 않았다.

석목도 더 말을 이어가지 않고 몸에서 빛을 뿜어내며 등 뒤로 날개를 펼쳤다. 이어 입을 벌려서 여의빈철곤을 눈썹 앞으로 꺼내들고 시작 자세를 취했다.

능풍은 그 모습을 지켜보더니 오른쪽 손가락 두 개를 가슴 앞에 세우고 입으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그의 등 뒤에서 푸르스름한 달의 허영이 떠올랐다.

‘만월술사! 무와 법 두 가지를 모두 수련하셨군.’

석목이 속으로 생각했다.

능풍은 오른손으로 가슴 앞에서 원을 그렸다. 손의 움직임에 따라 푸른 잔영이 남았고, 그 잔영은 다시 굳어져서 푸른 고리로 변했다.

“석 사제, 조심해요.”

능풍의 두 눈에서 푸른빛이 크게 번졌다. 그는 법결을 바꾸더니 가볍게 한마디 내뱉었다.

“만검결(万剑诀)!”

이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검의 기운이 푸른 고리에서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스윽! 쓱!

검이 날아오는 촘촘한 소리와 함께 수많은 푸른 검빛이 고리에서 나와서 석목을 향해 날아갔다.

자세히 보니 날아오는 검마다 푸른빛으로 감싸여 있었고, 법력의 파동을 뿜어냈다. 아마도 어떤 술법이 더해진 것 같았다. 무기를 펼치면서 동시에 모든 검에 술법을 담아 발산하다니, 능풍의 실력에 구경꾼들은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수많은 검빛이 모여 마치 푸른색의 용처럼 강한 기세로 석목을 공격했다. 검은 스치는 곳 아래로 수많은 칼자국을 만들어냈다.

석목은 실눈을 뜨고 온몸에서 금빛을 뿜어내더니 순식간에 비늘로 몸을 둘러쌌다. 동시에 두 팔을 흔들며 여의곤을 정신없이 휘날렸다. 하얀 기류가 그의 몸 주변에서 일렁였다.

“호시출합(虎兕出柙)!”

그는 낮게 소리를 지르며 여의곤으로 앞쪽 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러자 주변에서 맹수가 덮치듯 하얀 기류가 만들어져서 날아오는 검빛을 받았다.

무언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얀 맹수는 푸른 검빛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울부짖으며 터져버렸다. 푸른빛의 검은 계속해서 석목을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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