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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419화 (419/916)

419화. 선약재

석목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본배원 단약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사형, 어떤 단약이 필요하십니까?”

진열대 앞에 있던 스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청년이 물었다. 청년은 푸른 옷을 입고 용모가 단정했지만, 아주 잘생긴 편은 아니었다. 다만 그의 눈가에는 옅은 금색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고본배원 단약의 종류는 다양했다. 전부 사오십 종은 되었는데, 각종 진기 속성이 다 다른데다 약효도 달랐다. 석목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석목은 결국 머리를 저으며 혼자 찾는 것을 포기하고 물었다.

“지계 무인이 복용하는 양의 기운 속성의 단약은 어떤 것이 있나요?”

“지계 무인이 드실 수 있는 양의 속성 단약은 총 여덟 가지가 있습니다,”

청년이 진열대 위에 있는 단약을 가리키며 말했다. 석목의 시선이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항용완(亢龙丸), 열양단(烈阳丹), 육원단(六元丹)…….”

단약 밑에는 각각의 자세한 특징이 적혀 있었다.

석목은 단약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는 진열되어 있는 단약을 하나씩 살펴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전부 상급에 속하는 단약이었지만, 예전에 그가 먹은 것과 비슷해서 원하는 효과에 미치지 못할 듯했다.

“약효가 더 좋은 단약은 없나요?”

석목이 물었다.

“모든 양의 기운 속성 단약은 전부 이곳에 있습니다. 이것들은 충분히 좋은 단약이지요. 더 좋은 것을 원하시면 천위 경지의 단약에서 찾으셔야 합니다. 하지만 사형도 아시다시피 천위 단약은 약성이 너무 강합니다. 일반 지계 무인들은 감당하기 어려워서 몸에 손상을 입으실 수도 있습니다.”

청년이 난감한 듯 말했다.

석목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도 경지를 뛰어넘어서 단약을 복용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다만 눈앞에 있는 이 단약들은 그가 원하는 것과 차이가 너무 컸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저에게 단약이 있는데 사형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석목과 눈가에 그림자를 드리운 청년이 그 말이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동그란 얼굴을 한 또 다른 청년이 다가오고 있었다.

“진(秦) 사형.”

석목과 이야기를 나누던 청년이 다급하게 인사를 올렸다. 그의 얼굴에 공손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말입니까?”

석목이 좋아하며 동그란 얼굴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럼요. 제가 근래에 만들고 있는 일종의 천위 단약인데, 약효가 충분하지 않아서 아쉬워하던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계 경지에서는 최정상급이라 할 수 있지요.”

동그란 얼굴의 청년이 말했다.

“진 사형은 종문에서도 유명한 연단대사입니다. 이미 천위 경지의 단약을 만들 수 있는 실력에 이르렀지요.”

눈가에 그림자를 드리운 청년이 말했다.

“그럼 그 단약을 한번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석목이 물었다.

“물론입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얼굴이 둥근 청년이 석목을 안쪽의 조용한 공간으로 데려갔다.

“허허, 그러고 보니 아직 사형의 성함을 여쭤보지 못했네요.”

얼굴이 둥근 청년이 말했다.

“저는 석목이라고 합니다.”

“석 사형이시군요. 저는 진상(秦殇)이라 합니다. 이것은 제가 최근에 만든 양지단(陽芝丹)입니다. 열아홉 가지 극양의 재료를 가지고 총 팔십일 일간 지양강화(至陽罡火)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청년이 하얀 옥병을 석목에게 건네며 말했다.

석목은 그 옥병을 열어보았다. 안쪽에서 옅고 붉은 빛과 함께 뜨거운 기운이 올라왔다.

석목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옥병 안에는 엄지만 한 붉은 단약이 있었는데, 마치 작은 화염 같았다.

그는 속으로 기뻐했다. 아직 꺼내서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이 단약의 품질은 그가 찾고 있는 것 이상이었다.

석목은 바로 단약을 꺼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좋군요.”

그는 머리를 끄덕이며 다시 단약을 옥병에 넣었다.

“이 단약은 이제 막 만들어진 것이라 아직 판매하고 있지 않는 것입니다. 제 자랑은 아니지만, 이 단약이 공개되면 한바탕 돌풍을 일으킬 것입니다.”

둥근 얼굴의 청년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상당한 자신이 있는 것 같았다.

“이 양지단은 가격이 얼마나 됩니까?”

석목은 웃으며 손에 든 옥병을 흔들더니 물었다.

“단약 한 알에 현영점 한 점입니다.”

청년이 말했다.

석목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지양 단약이라는 걸 감안하면 꽤 높은 가격이었다. 다만 충분한 물량이 확보된다면 적원화경 수련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게 틀림없었다.

석목이 한참 침묵하더니 물었다.

“진 사형이 가진 양지단은 지금 몇 개 정도 됩니까?”

둥근 얼굴의 청년 얼굴에 기쁜 기색이 드리워졌고, 이런 질문을 한다는 건 가격에 별 불만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만든 양이 꽤 됩니다. 총 오백 개 정도 있지요.”

청년이 답했다.

“좋아요. 전부 주십시오.”

석목이 머뭇거리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청년이 웃으며 물었다.

“네, 석 사형은 이렇게 많은 단약을 사는 걸 보니 수련 경지를 빠르게 높이고 싶어 하시는 것 같군요. 저에게는 청골세혼단(清骨洗魂丹)도 있습니다. 지계 후기 경지 돌파 시에 삼 할 이상 효과가 증가합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신지요?”

석목은 그 말을 듣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단약도 진 사형이 만든 것입니까?”

석목이 물었다.

“허허, 그럴 리가요. 저의 연단 수준으로는 아직 청골세혼단을 만들 수 없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또 다른 연단 대사에게서 바꿔온 것이지요. 제가 최근에 귀한 재료를 구입해야 해서 현영점이 부족하지만 않았다면 절대 팔지 않았을 것입니다.”

진상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단약을 한번 볼 수 있을까요?”

석목이 물었다.

“물론입니다.”

진상이 녹색 조롱박을 그에게 건넸다.

석목은 조롱박을 받아들고 살펴보았다. 표면에 부문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수한 법기 같았다.

“청골세혼단은 특수한 나무 속성의 법기로 저장해야 약효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진상이 그 이유를 말해주었다. 석목은 머리를 끄덕이며 조롱박을 열었다.

그 안에는 용의 눈알만 한 단약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푸른 화염의 빛을 뿜으면서 마치 영성이라도 있는 듯 꿈틀거리며 기이한 약 냄새를 풍겼다. 약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고 영혼이 씻기는 듯했다. 세혼이라는 이름이 붙기에 충분했다.

석목은 매우 기뻤다. 그는 청골세혼단에 대해서는 오늘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지만, 영성만 보더라도 절대 단순한 단약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그가 경지의 한계를 돌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이 단약은 얼마입니까?”

석목이 잠깐 생각하다가 물었다.

“최상급 영석 일천 개입니다.”

진상이 조금 머뭇거리며 답했다.

“진 사형, 이 단약은 정말 훌륭하지만 최상급 영석 일천 개라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양지단만 주십시오.”

석목이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그의 신분이 크게 상승한 건 분명했지만, 일천 개의 최상급 영석으로 단약 한 개를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그러자 진상이 얼굴에 초조한 기색을 드러냈다. 청골세혼단의 약효는 그가 말한 것처럼 대단한 것이었다. 다만 그가 이 단약을 입수하기 위해 치른 대가가 상당했기에, 싸게 팔자니 너무 손해가 컸다.

그는 그동안 여러 사람에게 이 단약을 추천했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거래가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다. 오늘 모처럼 돈 많은 고객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럼 최상급 영석 팔백 개는 어떠십니까? 더 저렴한 가격에 드리는 건 어렵습니다. 참, 그리고 저에게 사영단약(飼靈丹藥)도 있습니다. 날짐승류의 영총에게 먹이는 것인데, 영총의 실력을 빠르게 늘릴 수 있습니다. 이건 청골세혼단을 사시면 그냥 드리겠습니다.”

진상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어 푸른색 옥병을 꺼내들었다. 그 안에는 백 개 정도 되는 노란 단약이 들어 있었다. 비린내가 섞인 약 냄새가 그 속에서 흘러나왔다.

석목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채아는 그 냄새를 맡더니 눈에서 붉은빛을 뿜어내며 안절부절못했다.

채아는 석목을 슬쩍 바라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석목은 채아가 보내는 갈망하는 눈빛을 읽어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계산을 해보았다.

“좋습니다.”

그는 잠깐 고민하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채아가 그와 함께 한 뒤로 석목은 계속 폐관 수련을 하거나 길을 떠나느라 바빴다. 가끔 영석을 먹이는 것 외에 해준 게 크게 없어서 늘 채아에게 미안했다. 게다가 채아의 실력이 좋아지면 그에게도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진상은 크게 기뻐하며 손을 흔들어 붉은 조롱박을 꺼냈다. 그 위에는 영문이 줄줄이 새겨져서 공간의 파동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 조롱박은 일종의 저장 법기입니다. 같이 드리지요. 양지단은 전부 이 안에 있습니다.”

진상이 말했다.

석목은 눈을 반짝이며 조롱박을 들고 신식으로 들여다보았다. 오백 개의 양지단이 안에 있었는데, 마치 붉은 벌레들이 조롱박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진상은 사영단과 청골세혼단 등을 석목에게 건넸다. 석목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현영벽을 꺼내 선약재의 탑령 분신을 통하여 오백 현영점을 지급했다. 또 저장 반지에서 최상급 영석 팔백 개를 꺼내 진상에게 주었다.

“석 사형은 정말 시원시원하시네요. 앞으로 연단에 관련된 일이라면 언제든 저를 찾아오세요.”

진상이 가슴을 두드리며 자신을 믿어도 된다는 듯 말했다.

“좋아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꼭 찾아뵙겠습니다.”

석목이 웃으며 말했다. 둘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석두, 나 빨리 사영단 하나 줘봐.”

선약재를 나오자마자 채아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재잘댔다.

석목은 푸른색 옥병에서 사영단 한 알을 꺼냈다.

채아는 빠르게 그 단약을 삼키더니 눈을 살짝 감았다. 그리고 온몸에서 옅은 노란색을 뿜어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

그때 채아가 갑자기 술에 취한 듯 비틀거렸다.

석목은 안색이 굳어져서 신식으로 채아의 몸속을 훑어봤으나, 별다른 증상은 없었다. 채아가 이런 적은 전에도 몇 번 있었는데, 잠에 푹 빠져서 경지를 돌파할 때의 모습과 비슷했다.

이 사영단은 정말 대단한 물건이었다. 석목은 기뻐하며 채아를 영수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석 사형. 이런 곳에서 또 만나네요!”

석목이 자리를 뜨려는 순간 앞쪽에서 푸른 옷을 입은 남자가 걸어왔다. 청장천이었다.

“청 사형이군요.”

석목이 그를 향해 인사를 했다.

“허허, 석 사형, 정말 대단한 실력을 멋지게 숨기고 있었군요. 이번 대결에서 이렇게 이름을 떨치다니요. 정식으로 상위 제자가 되었는데 아직 축하 인사도 못했군요.”

청장천은 석목이 입고 있는 상위 제자의 옷을 보더니 부러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청 사형, 과분한 말씀입니다. 상위 제자로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아서였을 뿐입니다. 청 사형이야말로 대결 상대만 잘 골랐어도 이미 상위 제자에 올랐을 텐데요.”

석목이 웃으며 말했다.

“휴우, 그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

청장천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 그런데 청 사형도 선약재에서 단약을 사시려고요?”

석목이 물었다.

“네, 지난 십 년 동안 수련에 너무 소홀했습니다. 이제 열심히 해야지요. 듣기에 조극은 종문의 접인 사자가 데려갔다고 하는데, 큰 상이 내려지려나 봐요. 저도 너무 뒤처져서는 곤란하겠지요.”

청장천의 말에 석목은 살짝 놀랐다. 종문의 접인 사자가 조극을 데려갔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그렇다면 더 시간을 빼앗지 않겠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석목은 손을 모아 인사를 한 후 청익비차를 불러 먼 곳으로 날아갔다.

이어 그는 백진곡에 들러 수련에 필요한 재료를 사서 동부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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