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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420화 (420/916)

420화. 하얀 원숭이의 후예

“앞으로 폐관 수련에 들어갈 것이다. 영지의 일은 잘 부탁한다.”

석목은 곧바로 제풍을 불러 분부했다.

“네.”

제풍이 대답했다.

“그리고 성지에서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특이한 일들에도 유의하도록 해라. 나중에 나에게 알려줘야 한다.”

석목이 조극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제풍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석목이 손을 흔들자 제풍은 인사를 올리고 물러갔다.

석목은 그 자리에 잠시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어디론가 날아갔다.

얼마 후, 화영천 근처 동부의 금제가 전부 풀렸다가, 곧바로 더욱 큰 금제의 빛이 드리워졌다.

석목은 동부의 비밀 석실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평온한 안색으로 몸속의 진기 법력을 펼쳤다. 붉은 조롱박이 그의 옆에 놓여 있었다.

반나절 후, 그의 마음은 충분히 안정을 찾았다. 그가 다시 한 손을 흔들자 양지단 한 알이 조롱박에서 날아 나와서 입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몸에서 붉은빛이 크게 번지더니 복부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열기가 너무 강해서 몸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석목은 기쁜 마음으로 적원화경을 시전했다. 단약을 복용하니 주변의 화염 기운도 그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사흘이 흐른 뒤 석목은 천천히 눈을 떴고, 그의 눈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양지단은 말 그대로 지계 경지 정상의 단약이라 약효가 엄청났다.

이 속도로 간다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지계 중기 정상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계 후기 돌파에 대해서도 그는 다 계획이 있었다. 청골세혼단이 있으니 최소 절반 이상은 해결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석목은 손을 흔들어서 통천십팔곤의 옥간을 꺼내들었다.

그는 수련하는 동안 이 곤법에 대해 더 많이 깨우칠 생각이었다.

지난 대결에서 통천십팔곤의 위력은 그에게 엄청난 이점을 가져다주었다. 만약 전부 수련을 마치게 된다면 그의 실력은 크게 증진할 것이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삼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다.

동부 근처의 영전에서 몇몇 시종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리 부주님도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전부 수련에 쓰고 계시니 말이지요.”

젊은 시종이 층층이 금제로 뒤덮인 동부를 바라보며 말했다.

“허허, 부주님이 너처럼 수련을 게을리 했으면 지금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겠지.”

나이가 많은 시종이 말했다.

젊은 시종은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다가 순식간에 표정이 멍해졌다.

동부 부근의 금제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동부의 문이 열리더니 붉은색 그림자가 나와서 멀리 날아간 것이다.

강력한 위압감이 실린 붉은빛이 그들을 스쳐 지났다.

“저 사람은…… 부주님?”

젊은 시종은 입을 크게 벌리며 놀라서 말했다.

나이 많은 시종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존경의 기색이 역력했다.

“부주님의 모습을 보니 경지가 또 크게 오르신 것 같구나.”

다른 사람들도 그 말을 듣고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 석목의 실력이 강해질수록 시종들에게도 큰 혜택이 주어졌다.

동부와 백 리 정도 떨어진 산골짜기에 한줄기 붉은빛이 별똥별처럼 날아왔다. 석목이었다.

그는 온몸에 붉은빛을 두르고 있었는데, 풍기는 기운이 전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이미 지계 중기의 정상에 다다랐고 지계 후기도 멀지 않았다.

석목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에서 검은빛이 반짝이며 여의빈철곤이 나타났다.

삼 년간 문을 닫고 수련하는 동안 그의 적원화경은 크게 늘었지만, 무엇 때문인지 마지막 한 단계의 수련을 끝내지 못한 채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삼 년간 수련을 하는 동안의 가장 큰 수확은 통천십팔곤이었다.

그는 이 곤법 열여덟 개를 모두 습득했다.

석목이 작게 소리를 지르자 곤봉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위압감이 풍겼다.

이어 그는 몸을 흔들며 곤봉을 휘둘렀다. 곤봉의 그림자가 흩날리자 마치 검은 용이 그의 주변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영사토신(灵蛇吐信)!”

“권조지반(倦鸟知返)!”

“맹호출동(猛虎出洞)!”

* * *

“잠용등연(潜龍腾淵)!”

석목이 전팔식 곤법을 연달아 시전하자 한순간 짐승의 그림자가 층층이 나타났다. 산처럼 보이는 곤봉의 빛은 그 기세와 위압감이 전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그가 손을 흔들자 여의곤이 검은빛을 뿜어내며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을 휩쓸었다. 곤봉 그림자가 허공을 헤집자 귀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곤봉은 위압감이 엄청났을 뿐만 아니라 스치는 범위가 워낙 넓고 촘촘했다. 그 바람에 상대는 눈앞이 희미해져서 곤봉의 방향을 알 수 없을 것이었다.

“횡소천군(横掃千軍)!”

이것은 통천곤법의 아홉 번째 초식이었다. 곤봉은 단순히 가로지르는 무기 같지만, 사실 변수는 수도 없이 많았다.

석목이 팔을 휘두르자 가로로 생겨난 곤봉의 그림자가 갑자기 아래에서 위로 뻗었다.

검은 회오리바람이 여의곤 위에 나타나더니 주변 십 장 이내의 기류가 격하게 들끓으며 검은 회오리바람을 형성했다. 크고 작은 돌이 수도 없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다시 주변으로 날아갔다.

“구발산하(力拔山河)!”

겹겹이 겹쳐진 곤봉 그림자가 나타났고, 큰 산을 이루어서 사방팔방으로 퍼졌다.

“풍소낙엽(风扫落叶)!”

* * *

“직저창궁(直抵苍穹)!”

“타산압정!”

“반산월령(攀山越岭)!”

“정천입지(顶天立地)!”

“풍소낙엽(风扫落叶)!”

“역진팔방(力震八方)!”

“번천부지(翻天覆地)!”

“유성간월(流星赶月)!”

석목은 통천십팔곤의 열 번째 초식부터 마지막까지 물 흐르듯 시원하게 휘둘렀다.

석목이 손에 든 여의곤을 힘차게 앞을 향해 찔렀다. 동작이 빨라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의 몸 주변에 잔영이 나타났다. 여의곤 주변에도 잔영이 몇 줄 생겨났다.

이어 석목 주변의 잔영이 한 개로 합쳐졌다. 곤봉 주변의 잔영도 한 개가 되었다.

검은 물결 같은 파동이 여의곤의 끝에서 튕겨 나왔다. 곤봉이 가리키는 곳에서 수십 장 높이의 산봉우리가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폭발했고, 돌들이 부서져서 사방으로 날아갔다.

거대한 산봉우리 한 개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석목은 긴 숨을 내뱉었다. 그의 눈에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통천십팔곤의 위력은 그가 예상한 것보다 강했다.

그때 한줄기 빛이 영수주머니에서 날아올라 석목의 어깨로 내려앉았다. 채아였다.

삼 년 동안 채아에게는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몸에 자라난 깃털 색깔이 더욱 선명해졌고 두 눈에서 붉은빛이 감돌고 있었다.

채아는 삼 년 전 사영단을 삼키고 깊은 잠에 빠졌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깨어났다. 그리고 경지도 많이 올랐다.

석목은 사영단의 약효를 지켜보며 계속해서 채아에게 그것을 먹였다. 이 단약은 채아에게 유독 잘 맞는 것 같았고, 경지가 눈에 띄게 성장했다. 전투력은 아직 강하다고 할 수 없었지만 실력은 크게 늘었다.

“석두, 이 곤법을 드디어 전부 수련했구나. 마지막에 시전한 것은 내가 봤을 때 천위 경지에 있는 사람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아.”

채아가 말했다.

그러자 석목이 머리를 흔들었다.

“이제 막 통천십팔곤을 익혔을 뿐이야. 대성하기에는 아직 일러. 마지막의 동작은 아무런 형태와 그림자도 없어야 했어.”

그리고 석목은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그는 삼 년 동안 통천십팔곤을 이 정도까지 익힌 것에 대해 이미 크게 만족하고 있었다. 더 익숙해지려면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수련해야 했고, 또 실전에서도 써먹어봐야 했다. 지금 그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수련이었다.

“동부로 돌아가자.”

석목은 청익비차를 불러서 동부로 날아갔다.

동부의 문 앞에 모든 시종이 모여 있었다.

“부주님, 폐관 수련을 마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경지가 크게 오르셨군요.”

가장 앞쪽에 서 있는 제풍을 중심으로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됐다. 유난 떨 필요 없다.”

석목이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다들 돌아가고 제풍만 따라오도록 해라.”

다른 시종들은 전부 흩어졌고, 제풍만 석목을 따라 동부로 들어왔다.

“내가 폐관 수련을 하는 동안 동부에 별일 없었지?”

석목이 물었다.

“부주님의 복을 이어받아서 모든 게 순조로웠습니다. 이건 삼 년간의 동부 각 영지의 수지 장부입니다. 확인해보세요.”

제풍이 두 손으로 옥간을 건넸다. 그의 얼굴에는 공경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석목은 그것을 받아들더니 대충 한번 훑고는 옥간을 거두며 물었다.

“몇 년간 종문에 큰 사건이 있었는가?”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돌고 있는 소문에 의하면, 부주님과 함께 상위 제자로 진급한 조극이라는 사람이…….”

제풍이 말끝을 흐렸다.

“그래, 무슨 소문이더냐?”

석목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밖에서 떠도는 말에 의하면, 이 조극이라는 사람은 성역을 뒤흔들었던 절세강자인 백원왕의 후예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몸에 백원왕의 적통 혈맥이 흐르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 청란성주의 직속 제자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제풍의 말을 들은 석목은 가슴이 살짝 내려앉았다. 그러나 많이 놀라지는 않았다.

지난 대결에서 조극은 하얀 원숭이로 변신했다. 그때도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청란 성주의 직속 제자로 들어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 종문의 접인 사자가 그를 데려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석목은 손가락으로 의자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조극은 엄연한 인족이니 백원왕의 혈맥은 후천적으로 얻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도 자신처럼 우연한 기회로 백원왕이 다른 곳에 남긴 혈맥을 계승받은 것일까?

하지만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어찌되었든 조극과 백원왕은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다. 다만 수상쩍은 면이 적지 않았다.

“그래, 이제 물러가보아라.”

석목은 여기까지 생각한 후 제풍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제풍은 석목에게 인사를 올리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석목은 의자에 묵묵히 앉아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석두, 왜 그래?”

채아가 물었다.

“아니, 그냥 상황이 좀 이상해서. 아무래도 청란성지에서 일부러 소문을 낸 것 같아.”

석목이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청란성지의 사람들이 어떤 꿍꿍이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와 백원왕과의 관계는 더더욱 들킬 수 없는 게 되었다.

채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석목을 바라보더니 이내 머리를 저었다. 그리고 석목의 어깨에 앉아 눈을 감았다. 어쨌든 모든 일은 석목이 알아서 할 것이고, 그가 신경 쓸 일은 없었다.

석목은 방에 잠시 앉아 있다가 밖으로 나갔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석목은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남은 어찌됐든 자신의 실력을 다지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었다.

이튿날 천성전 밖에 한줄기 빛이 날아와서 대전에 떨어졌다. 그 안에서 석목의 모습이 나타났다.

석목은 대전의 커다란 문을 바라보며 마음이 벅차올랐다. 이곳에 온 것은 입문 때 능풍이 데려온 이후 두 번째였다.

아직 대전 밖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곳의 천지 원기는 여전히 다른 곳보다 짙었다. 적어도 그의 동부보다는 훨씬 짙은 편이었다.

“이곳은 천성전 성지다. 그대는 누구이며, 이곳에 무슨 용무로 왔는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칼 모양의 눈썹에 별처럼 빛나는 눈을 가진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 이곳을 지키는 사람 같았다.

석목은 다가오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몸에서 엄청난 기운을 풍기고 있는 천위의 존재였다.

“석목이라 합니다. 천성전에 들어가서 수련을 하려 합니다.”

석목이 현영벽을 꺼내들며 말했다.

“아아, 황계 구역의 상위 제자로군. 천성전에서 수련하려면 매일 현영점 이점이 필요하다.”

중년 남자가 석목의 현영벽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육 개월 동안 수련할 예정입니다.”

석목이 말했다.

중년 남자는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일반 제자에게 하루 이 점의 현영점은 이미 적잖은 지출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서 있는 제자가 단번에 육 개월을 수련하겠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현영점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면 육 년 동안 수련해도 된다. 따라오너라.”

중년 남자는 다시 석목을 한 번 바라보더니, 하얀 영패 모양의 물건을 꺼내서 석목의 현영벽에 살짝 댔다. 그러자 석목의 현영벽에서 순식간에 삼백육십 점의 현영점이 사라졌다.

중년 남자는 영패를 거둔 후 문으로 들어갔고, 석목도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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