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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431화 (431/916)

431화. 삼 위에 도전하다

“대결 시작!”

금도가 큰소리로 외치며 손을 흔들었고, 곧 무대가 푸른빛으로 감싸였다.

석목은 깊게 숨을 내뱉으며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운예를 바라보았다. 운예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은 그대로 서로 마주보기만 할 뿐 어느 쪽도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네가 석목이냐? 천위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했는데 환마도에 도전하겠다고? 정말 간이 부었군.”

운예가 차갑게 말했다.

“제 나름대로 다 계획이 있으니 사형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석목이 말했다.

“흥! 분수를 모르는군. 환마도에 도전하려면 나부터 이겨봐라!”

운예가 차가운 표정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몸을 번쩍이며 순식간에 몇 갈래의 자색 잔영을 드리웠고 석목을 향해 공격했다.

“엄청난 속도다!”

석목이 흠칫했다. 그가 봤던 사람 중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사람이었다.

석목은 몸에서 붉은빛을 크게 뿜어내며 등 뒤로 하얀빛이 섞인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붉은 잔영으로 변신하여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붉은 잔영과 자색의 잔영 두 갈래가 교차하며 서로 쫓고 쫓겼다. 그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구경꾼들은 현란한 빛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두 사람의 동작은 눈으로 보이기는커녕 잔영마저 희미해져서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청장천은 둘의 대결을 보며 복잡한 기분이 되었다. 그는 늘 속도 하나는 빠르다고 자부했는데, 무대 위의 두 사람은 자신보다 훨씬 빨랐다.

“좋아, 내 속도를 따라오다니! 실력이 꽤 괜찮군!”

자색의 허영이 순간적으로 멈추더니 그 안에서 운예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형도 나쁘지 않습니다.”

붉은빛이 반짝이더니 이번에는 석목이 나타났다.

“이런 건방진!”

운예의 얼굴이 차갑게 변하더니 손에서 자색 빛을 뿜어냈다. 그의 손에 깃털 부채가 한 개 나타났다.

부채는 총 아홉 개의 깃털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그 위에 부문이 수도 없이 새겨져 있었다. 어떤 요수의 깃털로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놀라운 영력의 기운을 뿜어냈다.

이 부채는 이미 영기의 범주를 벗어난, 상당한 위력을 지닌 엄연한 법보(法宝)였다.

“원강선(元罡扇)! 운예가 아끼는 법보다!”

무대 밑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석목은 심각한 표정으로 손에 든 여의빈철곤을 꽉 쥐었다.

“속도가 좀 빠르다고 예의에 어긋난 짓을 하면 안 되지. 원강천풍(元罡天风)이나 받아라!”

운예가 크게 소리를 지르자 부채가 자색 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아홉 개의 깃털을 펼치며 석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휙!

부채 끝에서 굵은 자색 회오리바람이 터져 나왔다. 그 바람은 반짝거리는 빛을 뿜으며 허공을 찔렀고, 고막이 찢어질 듯한 바람소리를 일으켰다.

회오리바람은 속도가 너무 빨라서 눈 깜박할 사이에 석목의 앞까지 다가왔다.

석목은 놀란 표정으로 두 팔을 휘둘렀다. 여의빈철곤이 하얀 기류를 뿜어냈다.

“영사출동!”

그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여의곤을 앞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하얀 기류가 곤봉에 의해 소용돌이치면서 점점 커지더니 바람기둥을 받아쳤다.

바람기둥 두 개가 서로 부딪쳤다.

펑!

석목이 시전한 하얀 바람기둥은 그대로 터져버리면서 운예의 원강천풍을 막아내지 못했다.

자색 회오리바람은 마치 거대한 구렁이처럼 강하게 석목을 향해 덮쳐왔다. 석목은 그 힘에 튕겨나가서 무대 주위를 둘러싼 푸른 막에 부딪혔다.

하지만 석목은 이미 금색 비늘로 몸을 보호하고 있어서 크게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이어 하늘을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자색 바람기둥이 계속해서 끈질기게 공격해왔다.

석목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검은 빛을 뿜어내는 여의빈철곤을 횡으로 휘둘렀다.

“횡소천군!”

커다란 곤봉 그림자가 자색 회오리바람의 가장 약한 부위를 공격했다.

쿵!

자색의 회오리바람이 터져버리면서 거센 바람이 일어났다.

석목의 발이 무겁게 무대 위를 밟았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금제로 보호되고 있는 무대에 균열이 생겼다.

그 반동으로 석목의 몸은 마치 떨어지는 별처럼 운예를 향해 날아갔고, 순식간에 곤봉으로 그를 강하게 내리쳤다.

“창응개정!”

여의빈철곤에서 눈부신 검은 빛이 반짝였고, 곤봉이 스친 곳의 허공에 물결이 일렁였다. 곤봉의 그림자가 닿기도 전에 무서운 위압감이 먼저 몰려왔다.

막 두 번째 원강천풍을 준비하고 있던 운예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의 손에 있는 원강선이 빛을 발하며 방패 모양으로 변하여 앞을 막아섰다.

쿵!

검은 곤봉이 원강선을 내리치자 검은색과 자색 빛이 터지면서 강한 바람이 주변으로 퍼졌다. 무대 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한 개 생겼다.

무대에 드리워진 푸른 막도 격하게 흔들렸고,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것 같았다.

그러자 허공에 있던 외뿔 노인이 안색을 바꾸더니 손을 흔들었다.

푸른빛이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영패 하나가 푸른빛의 막으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푸른빛의 막은 간신히 안정을 찾았다.

이어서 무대 바닥에도 한 층의 푸른빛이 나타났다.

대결을 지켜보던 구경꾼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두 사람의 공격은 너무나 강했다. 이제 막 두어 번 수를 주고받았을 뿐인데 벌써 무대가 부서질 것 같았다.

특히 많은 사람이 석목이라는 신입 제자의 실력을 다시 보게 되었다. 석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사람들은 전부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청장천과 적예자 등 석목을 아는 사람들도 매우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전부 석목과 함께 청란성지에 들어온 사람이었고, 당시에는 실력이 엇비슷했다.

하지만 그들의 자존심은 이미 구 년 전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지금은 석목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격차가 생겼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자릉이 대결을 재미있게 지켜보면서 손뼉을 치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다시 그림자가 움직였다.

석목과 운예는 동시에 빛에 의해 뒤로 튕겨 나가서 푸른 빛의 막에 부딪혔다. 빛의 막이 다시 한 번 흔들렸다.

운예가 기침을 몇 번 하자 그의 입에서 피가 조금 흘러나왔다. 그는 한 손으로 입가의 핏자국을 닦아냈다. 다른 한 손에 있는 원강선의 자색 빛은 처음보다 상당히 어두워져 있었다.

석목은 여의곤을 가로로 든 채 거친 숨을 내쉬었다. 운예의 상태보다는 좋아보였지만 얼굴은 살짝 창백했다.

석목은 육신의 강도나 무기 등 모든 면에서 상대보다 강했다.

“운예 사형이 밀리고 있어!”

“저 석목이라는 사람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무대 주변의 구경꾼들이 수군거렸다.

“운예는 육신이 단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선천적으로 바람을 막는 능력을 타고났는데, 저런 꼴을 당하다니!”

청장천은 이 상황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석목이 감히 환마도에 도전한 것은 자신의 실력에 대해 믿는 구석이 있어서겠지. 하지만 내가 보기에 운예라는 사람이 아직 진짜 실력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 같아. 누가 이길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

적예자가 말했다.

한쪽에서 지켜보던 용전야의 눈에도 놀라운 기색이 스쳤고, 입가에는 웃음이 떠올랐다. 그의 옆에 있는 능풍의 눈도 빛났지만 얼굴은 여전히 차분했다.

“좋아, 아주 좋아! 정면 대결에서는 내가 졌어. 하지만 이제부터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지!”

운예가 차갑게 말하며 한 손으로 원강선을 거두었다.

“그럴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석목은 낮게 소리를 지르더니 몸을 던지며 운예를 덮쳤다.

그가 운예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여의빈철곤에서 검은 빛이 뿜어져 나갔고, 수많은 곤봉의 그림자가 운예에게 날아갔다.

그러나 운예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두 팔을 양쪽으로 벌리고 서서 머리를 살짝 들고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곧이어 그의 몸에서 푸른빛이 나타나더니, 몸이 투명해면서 공기 속으로 스며들었다.

바람소리가 들려오면서 석목의 곤봉 그림자가 땅에 떨어졌다.

“풍둔(风遁)?”

석목이 그 광경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그의 등 뒤에서 푸른 점들이 생기더니 운예가 나타났다.

석목은 등 뒤에 눈이라도 달린 듯 갑자기 몸을 돌렸고, 지체하지 않고 곤봉을 휘둘러댔다.

운예는 발로 바닥을 차면서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처럼 가볍게 공격을 피했다.

“풍소낙엽(风扫落叶)!”

석목은 그를 향해 사정없이 여의빈철곤을 휘둘렀다. 마치 폭우가 쏟아지는 듯 곤봉 그림자가 교차하며 나타났다.

하지만 운예는 석목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해냈고, 촘촘한 곤봉 그림자는 그의 몸에 전혀 닿지 않았다.

운예의 몸이 흔들리면서 바람 피리와 같은 은은한 소리가 유유히 흘러나왔다.

그 소리는 청량했고, 별달리 이상한 점은 없는 것 같았다.

“큰일이다!”

그 순간, 석목은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난 듯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말을 잃었다.

붉은 빛을 뿜어내는 그의 육신은 단단했지만, 혼이라도 빨아들일 것 같은 이 피리 소리 앞에서는 무기력해졌다. 그 소리는 석목의 귀를 통해 머릿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석목은 머리가 윙윙거리는 느낌이 들었고, 온몸에 힘이 빠지며 눈앞에 보이는 것이 흔들렸다.

‘신혼 공격!’

석목은 깜짝 놀랐다. 이제야 운예가 말하는 그의 진짜 실력을 맛본 것 같았다.

석목은 갑자기 자신의 혀를 꽉 깨물었다. 그 고통 때문에 정신이 다시 돌아온 그는 온 힘을 다해 적원화경을 시전, 몸속에서 들끓는 혈기와 혼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신식의 힘을 빌려 의식의 세계를 보호했다.

다행히 월계술사인 그의 정신력은 강했고, 천성전에서 몇 개월 수련을 한 덕분에 몸속의 진기가 훨씬 맑아져서 간신히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석목의 몸은 여전히 술에 취한 듯 휘청거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곤봉을 휘두르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운예를 향해 달려들었다.

“말도 안 돼! 이렇게까지…….”

운예의 안색이 변하면서 눈빛이 흔들렸다.

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더니 몸을 움직여 곤봉의 공격을 피하며 무대 구석에 나타났다.

“섭혼마음(摄魂魔音)!”

그는 낮게 소리를 지르며 두 눈에서 자색 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기이한 물결이 원을 이루며 석목을 뒤덮으려 했다.

석목은 귀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도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는데, 기이한 물결이 몸이 닿자 순식간에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마치 자신이 끝없는 불바다에 놓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변은 온통 활활 타오르는 불이었다. 불길은 뜨겁게 들끓으며 석목의 몸을 태웠고, 그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아니야……. 이건 환각이야!’

주위를 둘러본 순간 석목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스쳤다.

그는 신식의 힘으로 의식 세계를 급히 둘러쌌고, 동시의 손에 든 여의곤을 휘두르며 이 환술을 깨려고 시도했다.

한편 무대의 운예는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비칠거리며 간신히 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다른 한쪽에 서 있는 석목의 눈빛은 이제 희미해졌고, 그는 마치 뿌리박힌 나무처럼 그 자리에 서서 여의곤만 미친 듯이 휘두르고 있었다.

무대 주변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석목이 질 것 같아…….”

“지계 후기가 천위 무인에게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억지였지.”

“운예 사형은 원래 몸놀림과 정신력 공격이 뛰어난 사람이잖아. 그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도 자칫 잘못하면 그 수에 걸리게 된다고. 게다가 석목이라는 자의 경지는 지계 후기 밖에 안 되잖아.”

“흥, 내가 저 놈을 너무 높게 평가했군!”

용전야는 콧방귀를 뀌며 멍하게 서 있는 석목을 바라보았고, 그의 눈에 경멸하는 기색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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