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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443화 (443/916)

443화. 도전 신청

지금 석목의 수련 경지로는 기운술을 펼치는데 있어 시간과 거리의 제약을 받지 않았다. 긴 시간 비행을 할 수 있는데다, 그의 날개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속도도 제법 빠른 편이었다.

시종의 대부분은 하늘을 날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하얀 구름을 탄 순간 긴장했지만, 구름이 안정적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며 기분이 더욱 좋아진 그들은 석목의 눈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커다란 구름은 산봉우리 사이를 지나며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양쪽에 보이는 풍경들이 빠르게 뒤로 지나갔다.

석목은 구름 위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멀지 않은 곳의 영폭에서 한줄기 은색 명주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 주변 십 장 이내에 물안개가 흩날렸다.

그 물안개는 마치 액체로 된 영기 같았다. 폭포 근처의 영기가 순식간에 짙어졌다. 영폭 옆에 자라 있는 영초와 영재들은 전부 수백 년은 된 것 같았다.

석목은 마음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이층의 현계 구역은 황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영기도 짙고 물도 많아서 영초와 영재를 기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영폭에 가까이 가지 않았다. 영초를 두어 개 채집할 생각은 더군다나 없었다. 이곳의 영폭은 전부 주인이 있었고, 주인이 없다 해도 모든 재물은 전부 청란성지의 소유인만큼 마음대로 가져갈 수 없었다.

현계 구역은 매우 넓었기에, 석목의 기운술로도 하루 정도 걸려서 그의 영지에 도착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에는 산맥이 천 리까지 이어져 있고, 강물이 그 사이에서 흐르고 있었다.

산맥 위에 있는 다섯 개의 산봉우리는 구름을 뚫고 치솟아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다섯 손가락이 하늘을 향하는 것 같았다.

“영산이 가득한 곳이구나. 지세도 아주 좋아. 선천적으로 진법이 은은하게 이루어져 있어.”

석목도 자신의 동부 영지에는 처음 와봤기 때문에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흡족해했다.

“부주님, 진법이 있다고요?”

제풍이 석목의 옆에서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 다섯 개의 산봉우리를 보아라. 특수한 위치에 있어서 마치 다섯 손가락이 웅크리고 있는 것 같지 않느냐? 천 리 밖의 영기마저 끌어 모아서 밖으로 새지 않게 되어 있으니, 아마 그 안의 영기는 점점 더 짙어질 것이다. 이런 천연의 진법은 흔하지 않지.”

석목이 말했다.

제풍은 석목이 말한 대로 다시 그곳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다섯 개의 산봉우리 사이의 영기가 다른 곳보다 훨씬 짙었다.

“다만 아쉽게도 천연으로 이루어진 진법은 허점이 많아서, 영기가 어느 정도 모여서 한계에 도달하면 다시 흩어져버린다. 진법 대사가 이곳에 금제를 씌울 수 있다면 좋을 테지만……. 아쉽게도 이런 산비탈의 영맥까지 바꿀 수 있는 진법 대사는 아마도 성계의 존재보다 더 희귀할 테지.”

석목은 한숨을 내뱉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데리고 아래로 향했다.

아홉 개의 영폭이 다섯 산봉우리 위에 있었고, 그 근처에는 건물이 한 개씩 지어져 있었다. 영전도 많이 개척되어 있었는데 아마도 전에 이곳에서 머물렀던 주인이 만든 것 같았다. 이런 시설들은 석목이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었다.

“제풍, 이 영지는 지금까지 그랬듯 네가 맡아서 관리하도록 해라. 보상 제도도 유지하면 되고, 영폭마다 담당자를 지정해놓아라. 이곳의 많은 영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석목이 제풍에게 당부했다.

“부주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풍이 머리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 바로 사람들에게 분부를 내렸다.

석목의 시종은 삼백 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는 인원을 더 추가할 생각이 없었다. 영폭마다 서른에서 마흔 정도의 시종이 나눠서 맡으면 문제없을 것이었다.

제풍은 각종 영초와 영재의 종자를 꺼내서 영전에 심도록 했고, 사람들에게 각자의 일을 적절하게 분배했다.

석목은 그를 바라보며 속으로 흡족해했다. 제풍은 수련에 대한 자질은 평범했지만 이런 일에는 상당히 유능했다.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석목도 쉬지 않고 산맥 주위를 몇 번이나 둘러보았다. 그리고 영폭 근처에 금제를 설치했다.

이 법진 도구들은 그가 적지 않은 영석을 들여 미리 준비해서 가져온 것이었다. 그의 영지는 황야 구역과 가까워서 언제 어디서 실력이 만만치 않은 요수가 쳐들어올지 모르니, 미리 대비를 해두어야 했다.

석목과 제풍 등 사람들은 칠팔 일 동안이나 바쁘게 움직여서 간신히 새로운 영지의 정리를 끝마쳤다.

석목의 동부는 아홉 개의 폭포 중 가장 큰 곳 근처에 있었다. 그 영폭 밑의 동부는 공간이 매우 컸고 석실이 십여 개나 있었다. 이곳은 전 주인의 동부이기도 했는데, 안에 모든 시설이 그대로 있어서 석목은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석목은 동부의 한 비밀 석실에서 방석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서서히 눈을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매우 큰 동부가 텅 비어 있으니 갑자기 채아가 생각난 것이다. 채아가 옆에 있었더라면 이렇게 외롭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석목은 다시 머리를 흔들어서 생각을 떨쳐버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이 층에서의 정리도 이미 끝났으니 앞으로 그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빨리 백원왕의 보장이 있는 곳을 찾아서 구전현공의 세 번째 단계를 수련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적원화경을 대원만까지 수련하여 빨리 천위의 경지로 들어서는 것이었다.

이 층에 거주하고 있는 천년 제자들은 대부분 천위 경지의 강자였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법보를 수련했다. 석목은 고작 지계 후기라 수련 경지의 차이가 너무 컸다.

석목은 푸른 옥간을 꺼내 들었다. 이것은 그가 큰돈을 주고 사온 현계 구역의 지도였다. 지도에는 이미 탐색이 끝난 곳의 지형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그가 다시 한 번 백원왕이 남긴 보장이 있는 곳을 찾아보려 할 때, 동부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석 형, 동부에 계신가요? 특별히 만나 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 목소리는 어떤 신통을 썼는지 석목이 설치한 금제들을 뚫고 들어왔다. 우렁찬 목소리에 동부 전체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석목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신통을 부리는 것을 보니 좋은 일로 찾아온 사람 같지는 않았다.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다.

영폭이 있는 곳의 허공에 세 사람이 떠 있었다. 다들 몸에서 엄청난 기운을 풍기고 있는 천위 경지의 존재였다.

세 사람 중 가장 왼쪽에는 피부가 거무스름한 청년이 서 있었는데, 이마에 산호 뿔이 두 개 솟아 있었고 옅은 붉은 색을 은은하게 내뿜고 있는 요족이었다. 그는 천위 초기의 수련 경지를 가지고 있었다.

가장 오른쪽에는 선비처럼 보이는 청년이 서 있었다. 그는 안색이 창백한 것이 어딘가 몸이 아픈 것 같았다.

하지만 풍기는 방대한 법력의 파동으로 봤을 때, 일계술사인 것이 분명했다. 다만 아직 일계 초기의 경지였다. 일계술사는 천위 무인과 같았는데, 이 층에서는 흔하지 않았다.

중간에 회색 옷을 입고 있는 청년은 매우 강력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고, 옆에 있는 두 사람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그는 천위 중기의 경지였다.

그는 키가 상당히 크고 전신이 근육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마치 철로 이루어진 탑처럼 단단한 육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육체를 강화하는 것과 관련된 공법을 수련한 것 같았다.

석목이 나오자 세 사람의 눈길이 전부 그를 향했다. 엄청난 기운이 합쳐져서 압박감이 느껴졌다.

허공에서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고, 주변에 있는 영폭도 그 진동 때문에 사방으로 물을 튕기고 있었다.

“세 분, 멀리서부터 이곳까지 방문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석목은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몸을 붉은빛으로 감싼 채 강력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는 하늘을 찌르는 돌기둥처럼 하늘과 땅 사이에 묵직하게 서 있었다. 세 명이 함께 풍기는 위압감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세 사람의 얼굴에 의외의 기색이 어렸다.

“허허, 당신이 바로 환마도를 통과해서 이례적으로 천년 제자가 된 석 형제지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로군요. 실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철탑 같은 사나이가 마른 목소리로 웃으며 몸에서 풍기던 기운을 거두어들였다. 이어 두 사람도 빛을 거두었다.

하지만 세 사람은 여전히 허공에 있었다. 그들은 예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석목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세 분이 오신 이유가 있을 텐데 말씀하십시오.”

석목이 말했다.

세 사람은 그 말을 듣더니 서로 얼굴을 한 번씩 마주보고는 기이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석목의 표정은 여전히 차분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여러 생각이 스쳤다.

“이번에 온 이유는 석 형에게 도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철탑 사나이가 말했다.

“도전이라…….”

석목의 눈이 반짝였다.

이곳에 오기 전 석목은 천년 제자에 대한 종문 규칙이 적힌 책을 가져왔다. 거기에는 천년 제자가 지켜야 할 규칙과 함께 주의사항도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제자들은 서로 도전할 수 있다는 규정이었다.

천년 제자들끼리는 서로 도전을 신청할 수 있고, 한쪽이 도전을 신청하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응해야 했다.

청란성지가 이런 규정을 만든 이유는 제자들이 폐관 수련만 하지 말고 실전경험을 많이 쌓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심어주려는 이유도 있었다.

물론 도전에 관련해서는 규칙이 있었다. 제자 한 명에게는 매년 세 번의 도전 기회만 주어지며, 또 세 번의 도전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도전할 때마다 양쪽은 영석이나 단약, 심지어 영폭도 걸 수 있었다.

“석 형, 설마 거절하지는 않겠지요? 당신은 성지 천년 이래 유일하게 환마도를 통과해 천년 제자가 된 천재입니다. 저희도 그 명성이 부러워 이곳까지 온 것이지요.”

철탑 사나이는 석목이 거절이라도 할까봐 일부러 과격한 언어를 선택하는 것 같았다.

그들을 바라보는 석목의 눈에서 빛이 스쳤다. 그가 천천히 말했다.

“아, 세 분이 그렇게 흥미가 있으시다니 저도 당연히 함께 해야죠. 세 분은 무얼 거실 건가요?”

그러자 철탑 사나이가 석목을 시험해보는 것 같은 말투로 물었다.

“당연히 판돈이 있어야 재미있는 법이죠. 요즘 현계 구역의 제자들은 대부분 영폭을 겁니다. 석 형의 의견은 어떤가요?”

석목은 눈썹을 살짝 올리더니 주저 없이 대답했다.

“영폭이라……. 현계 구역에 왔으니 이곳의 법을 따라야겠지요. 그럼 우리도 영폭을 걸도록 합시다.”

석목의 말에 세 사람은 서로 마주보더니 기뻐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사실 이 세 사람은 모두 천년 제자 가운데서도 밑바닥에 있는 존재였다. 그들은 매년 도전으로 인해 이미 많은 영폭을 잃었고, 이제 한두 개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 지계 경지에 있는 신입이 나타났으니, 이번에야말로 영폭을 빼앗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그들은 석목이 천년 만에 환마도를 통과하는데 성공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그가 정신력이 남들보다 조금 강한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됐든 도전은 순수하게 수련 경지만 겨루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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