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445화 (445/916)

445화. 연이은 도전

“그럼 다음 차례는 어느 분인가요? 제가 급하게 볼 일이 있어서 대결을 빨리 끝내고 돌아가야 합니다.”

석목이 철탑 사나이와 일계술사 청년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석목의 말을 들은 그들의 표정을 보니 화가 나 있었다. 석목이 두 사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흥! 단지 혼원진화로 극한의 힘을 억제하여 한 판 이긴 걸 가지고 그리 거만하게 굴다니……. 그렇다면 저도 그 맛을 한번 보도록 하지요. 저는 팔 품의 하급 영폭을 걸겠습니다.”

일계술사 청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푸른 옥판 한 개를 서원 앞에 있는 돌 위에 던졌다.

이어 그의 몸에서 눈부신 하얀 빛이 반짝였다. 그 빛은 순식간에 석목의 몸으로 향했다.

일계술사 청년이 두 눈에서 빛을 뿜어냈다. 그의 머리 뒤에서 하얀빛이 반짝였고, 크고 하얀 빛의 원이 나타났는데, 그것은 마치 태양의 허영 같았다.

엄청난 법력의 파동이 밀려왔다. 수십 장 내의 온도가 갑자기 올라가는 것 같았다.

석목은 녹청을 이기긴 했지만, 눈앞의 이 남자는 녹청보다 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저도 마침 팔 품의 하등 영폭이 하나 있습니다. 그럼 저도 당신의 강력한 술법을 한번 맛보겠습니다.”

석목은 또다시 푸른 옥판을 던지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의 등 뒤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붉은 화염이 뭉쳐졌다.

그가 두 날개를 펼치자 주변 십 장 안이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해 일계술사 청년의 법력 파동을 막았다.

일계술사 청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불 속성의 술법을 수련하였는데 석목이 수련한 공법 역시 불 속성이었다. 그렇다면 같은 속성의 술법에 대해 강한 저항력이 있을 게 뻔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다시 금방 풀렸다. 그는 얼마 전 성전각에서 큰 대가를 치르며 위력이 극도로 강한 불 속성의 술법을 두 개 구해왔다. 그리고 그것을 이미 상당한 경지까지 수련했기에, 지계 무인이 막을 수 있는 정도가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계술사 청년이 입에서 무엇인가를 외우며 한 손을 흔들었다. 그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붉은 보석 반지가 반짝였고, 그의 몸에서도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곧 세 갈래의 화염이 활활 타오르며 엄청난 불 속성의 법력 파동을 뿜어냈다.

가장 왼쪽에 있는 화염이 갑자기 길게 늘어나더니 십여 장 정도 되는 커다란 불의 뱀이 나타났다. 그 뱀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늘이 자라 있었는데, 마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생생했다.

중간에 있는 화염은 이십 장 정도 되는 큰 새로 변하였다. 그 몸은 화려한 깃털로 덮여 있었는데, 깃털들은 전부 화염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강철같이 차가운 빛이 그 깃털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모양을 보니 마치 한 마리의 주작(朱雀) 같았다.

마지막 화염도 커다란 불새로 변했고, 앞의 새보다 몸집이 훨씬 크고 머리에는 화염으로 된 봉관(凤冠)이 있었다. 등 뒤에는 커다란 불의 꼬리 깃털이 있는 게 마치 불의 봉황 같은 모습이었다.

일계술사 청년이 다시 손을 흔들자 그의 뒤통수 부위에 있는 빛의 태양이 반짝였다. 세 갈래의 하얀빛이 그 속에서 튕겨져 나와서 화염으로 된 짐승들의 몸으로 들어갔다.

화염 짐승의 몸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더니 다시 부풀었다. 그들은 울부짖는 소리를 내며 두 날개를 펄럭였고, 세 갈래의 빛으로 변해 석목을 덮쳤다.

순간 산골짜기는 화염으로 들끓었고, 뜨거운 기운이 올라와서 마치 불가마에 있는 것 같았다.

석목은 눈썹을 치켜떴다. 이 일계술사 청년은 확실히 녹청보다 강했지만, 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는 낮은 소리를 내며 몸에서 빛을 뿜어냈고, 금색 비늘로 몸을 둘러쌌다.

석목은 눈 깜박할 사이에 토템 변신을 완성하였다.

그의 이마에 있는 금색 외뿔의 표면에서 금빛이 반짝이더니 순식간에 광폭한 기운을 주변으로 뿜어냈다. 그 영력의 위압은 이미 천위 초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야만족의 토템 비술이로군. 어쩐지…….”

서원이 그 모습을 보더니 시선을 고정시켰다.

철탑 사나이도 그 모습을 지켜보며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떠올랐다.

녹청은 부끄러운 감정에 사로잡혔다. 이제야 알게 된 것이지만, 석목은 그보다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었다. 진정한 실력과 힘도 그보다 위에 있었다. 아마도 방금 전의 대결에서 석목은 많은 힘을 남겨두었을 것이다.

일계술사 청년은 눈앞의 광경을 보더니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리고 두 손으로 법결을 펼치자 세 마리 화염 짐승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그들은 순식간에 석목과 삼 장 정도 떨어진 곳까지 다가갔다.

그때 석목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 있는 여의빈철곤이 정신없이 흔들렸고, 수많은 곤봉의 그림자가 주변에 나타났다. 곤봉에서는 하얀 기류가 들끓고 있었다.

“백수진황!”

쿵! 쿵!

하얀 기류가 수많은 맹수, 코끼리, 외뿔소, 사자, 원숭이 등등으로 변신하여 짐승의 홍수를 만들어냈고, 일계술사 청년의 세 마리 화염 짐승을 공격했다.

콰르르!

강한 충돌음과 함께 세 마리 불 짐승의 입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그들은 커다란 이빨로 물어뜯고 발로 찢어버리며 기류가 변신한 맹수들을 물리쳤다.

하지만 하얀 맹수의 수는 하늘을 덮을 만큼 많았고, 계속해서 나와서 세 마리의 짐승을 묻어버렸다.

잠깐 사이에 세 마리의 화염 짐승은 모두 찢겨 없어졌다.

그러자 짐승의 홍수는 마치 화난 파도처럼 일계술사 청년을 향해 달려들었는데, 그 기세가 무시무시했다.

일계술사 청년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두 손을 흔들며 빠르게 주문을 외웠다.

그의 두 손 사이에서 붉은빛이 반짝이며 반지 한 개가 튕겨나갔고, 이어 허공에 커다란 불의 공이 나타나더니 앞을 향해 날아갔다. 주변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면서 공기가 일그러졌다.

불의 공은 날아가며 점점 몸집을 키웠고, 일계술사 청년의 법력 파동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곧이어 커다란 불의 공이 소용돌이치더니 화염으로 된 사람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그림자는 손에 화염 지팡이를 든 채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었다. 마치 모든 화염의 힘을 다스리는 제왕 같은 모습이었다.

그것은 바로 화제열반(火帝涅槃)이었다. 일계술사 청년은 가장 강력한 불의 속성 술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커다란 화염 그림자가 손에 든 지팡이를 흔들자 주위에 수십 장의 불바다가 생겼다. 타오르는 불길이 이리저리 구부러지며 거대한 화염의 벽으로 뭉쳐졌고, 홍수처럼 밀려오는 맹수 앞을 가로막았다.

콰르르!

양쪽이 격하게 부딪혔고 불빛이 주변으로 튕기며 천둥소리를 만들어냈다.

맹수의 홍수는 화염의 벽에 의해 더 앞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일계술사 청년은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매우 기뻐했다.

석목은 눈을 반짝이며 손에 든 여의빈철곤을 흔들었다.

하얀 맹수가 화염의 벽 위에 부딪히자 몸이 순식간에 작아지더니 공으로 변하여 터져버렸다.

화염의 벽은 격렬하게 흔들렸고, 터진 곳은 매우 어두워졌다.

펑! 펑!

하얀 맹수들은 전부 공으로 변하면서 터져버렸다. 벽이 크게 흔들리더니 잠깐 사이에 불이 반 이상 꺼졌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일계술사 청년은 낮게 소리를 지르며 움직이려 했다.

그때 화염의 벽 앞쪽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비치더니 석목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가 손에 든 여의빈철곤에서 눈부신 검은 빛이 반짝이더니 갑자기 몇 배나 커졌고, 화염의 벽을 강하게 내리쳤다.

하늘을 찌르는 파도가 그 사이를 갈라놓았다.

쿵!

화염의 벽이 그대로 터져나가며 불덩이가 하늘에 휘날렸다.

석목은 멈추지 않고 등 뒤에 있는 커다란 날개를 펄럭였고, 귀신처럼 화염의 사람 그림자 앞에 나타났다.

그의 몸이 흔들리더니 주변에 수많은 허영이 생겼다. 그것들은 각자 다른 통천곤법을 펼치고 있었고, 엄청난 속도로 사람의 그림자를 공격했다.

화염의 사람 그림자가 두르고 있던 불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가 손에 있는 불의 지팡이를 휘두르자 하늘과 땅을 잇는 듯한 붉은 파도가 주변으로 흩어졌다.

파도가 지나간 곳마다 불덩이가 터졌고, 검은 곤봉을 막아내며 타는 소리를 내더니 함께 사라졌다.

그때 석목의 이마에 있는 금색 외뿔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왔고, 엄지손가락만 한 금빛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하늘을 가로지르며 화염의 파도를 뚫고 지나갔다. 그리고 화염의 사람 그림자의 이마를 꿰뚫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일계술사 청년은 미처 반응할 수도 없었다.

“안 돼!”

일계술사 청년이 고함을 지르는 순간, 화염 그림자의 거대한 몸이 터져버렸다.

하지만 터지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 팔을 흔들었고, 손에 든 불의 지팡이가 별똥별이 되어 석목을 향해 날아갔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석목도 깜짝 놀랐다. 그는 손에 든 여의빈철곤을 휘두르면서 간신히 별똥별을 막아냈다.

펑!

불빛을 두른 석목의 몸이 땅에 떨어졌다.

석목은 땅에서 한 차례 구른 뒤 일어났다. 그의 몸에 있는 금색 비늘이 찢어져서 절반 이상이나 타버렸고, 입가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어쨌든 간신히 공격을 피해냈다.

“내 화제영계(火帝灵戒)를 부수다니!”

일계술사 청년의 얼굴에 결연한 기색이 스쳐 지났고, 이어서 강한 분노가 떠올랐다.

그가 깊은 호흡을 내뱉으며 입으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청년의 뒤통수에 있던 화염의 태양의 허영이 찢어져서 반쪽이 날아가 버렸다.

주변에서 그들의 대결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종 사제, 안 됩니다!”

철탑 사나이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일계술사 청년은 들리지 않는 듯 계속해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한쪽만 남은 화염 태양의 표면에 하얀 화염이 나타났다. 그것은 뜨거운 열기를 무섭게 뿜어내고 있었는데, 그것이 지나간 곳마다 허공이 격하게 흔들렸다.

한쪽 태양의 몸집이 빠르게 부풀었다. 그것은 눈 깜박할 사이에 원래의 크기보다 몇 장이나 더 커져서 별똥별처럼 석목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석목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반쪽의 화염의 태양은 숨이 막힐 정도의 엄청난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육신이 아무리 단단하다 해도 그것을 막지 못한다면 크게 상처를 입거나 죽음을 피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의 왼손에서 양의 기운이 움직였다. 그 기운은 곧장 튕겨 나올 것 같았다.

석목이 작게 소리를 지르더니 몸에서 화염을 뿜어냈고, 붉은 원숭이 법상을 만들어냈다.

법상이 입을 크게 벌리자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혼원진화와 반쪽 태양이 부딪쳤다.

쿵!

굉음이 울려 퍼지며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고, 마치 커다란 태양처럼 석목을 삼켜버렸다. 수많은 불의 힘이 골짜기에서 진동했다.

옆에 서 있던 사람들이 다급하게 손으로 눈을 가렸다.

눈부신 빛은 한참 후에야 서서히 사라졌다.

허공에 있는 일계술사 청년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석목을 바라보았다.

“해치웠나?”

철탑 사나이와 녹청도 그쪽을 바라보았다.

하얀 빛이 흩어지고 석목의 모습이 나타났다. 붉은 원숭이 법상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그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멀쩡하게 서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안색은 오히려 더 불그스름해진 것 같았다.

철탑 사나이와 녹청은 깜짝 놀랐다.

석목의 맞은편에 있는 일계술사 청년의 얼굴에서 분노와 믿기지 않는 표정이 떠올랐다.

“말도 안 돼!”

서원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눈을 돌려 석목의 왼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의심 가득한 눈으로 석목을 보았다.

석목의 왼쪽 손에서 한줄기 하얀빛이 스쳤다가 다시 순식간에 사라졌다. 서원은 화려한 불빛 때문에 잘못 봤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석목의 등 뒤에 있는 날개도 크게 부풀어 있었다. 날개가 천천히 움직이더니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어서 석목은 일계술사 청년의 등 뒤에 나타났다. 그는 손에 든 여의빈철곤을 번개처럼 휘두르며 공격했다.

일계술사 청년은 피하고 싶었지만, 그는 지금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겁에 질린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여의빈철곤이 그의 목 부위와 세 치 정도 떨어진 곳에서 멈추었다.

“졌습니다…….”

일계술사 청년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