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446화 (446/916)

446화. 산을 두드려 호랑이를 놀라게 하다

“졌습니다…….”

일계술사 청년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석목은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 여의빈철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등 뒤에 있는 불의 날개도 함께 거두었다.

“어떻게 저의 비술을 막아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일계술사 청년은 오히려 차분한 표정으로 깊은 숨을 내뱉더니 물었다.

“죄송합니다만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석목은 머리를 저으면서 왼손을 소매 속으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의 왼쪽 팔에서는 양의 힘이 지양 지력이 꿈틀거렸다. 그는 방금 전에 몰래 구전현공의 첫 단계를 사용한 것이었다. 원래는 조금만 사용하여 화염의 태양을 막아내려고 했으나, 화염의 태양은 그의 왼쪽 손에 닿자 바로 양의 힘에 의해 깔끔하게 삼켜져버렸다.

일계술사 청년은 석목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뱉고는 한쪽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방금 전 그가 펼친 비술은 원기의 소모가 너무 큰 것이었다. 그래서 원기를 빨리 회복하지 않으면 경지가 하락할 수도 있었다.

“두 번째 대결, 석목 승.”

서원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아무런 표정도 없이 선포했다.

석목은 머뭇거리지 않고 서원 앞에 있는 푸른 옥판 두 개를 챙기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손에 든 여의빈철곤을 허공에서 두어 번 돌리고 나서, 곤봉으로 회색 옷을 입은 남은 한 사람을 가리켰다.

회색 옷을 입은 철탑 사나이는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철탑 사나이가 말했다.

“석 형이 이미 두 차례 대결을 치렀으니, 저 요산(獠山)이 이긴다 해도 큰 의미는 없을 것입니다. 다음에 다시 할까요?”

그러나 석목은 그가 도망가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오늘 대결을 하기 꺼려지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패배를 인정하는 걸로 하고 영폭만 주시지요.”

그러자 서원이 말했다.

“요산, 이번 대결은 너희가 먼저 도전을 신청했고 석 형이 응했으니, 이미 성립된 것이다.”

요산이라 불리는 철탑 사나이는 그 말을 듣더니 안색이 굳어졌다. 그는 이를 악물고 푸른색 옥판을 꺼내 돌 위에 놓았다.

“좋습니다. 꼭 대결을 하겠다고 하니 할 수 없지요. 그럼 저는 육 품의 하급 영폭을 걸겠습니다!”

석목은 미소를 지으며 푸른 옥판을 하나 꺼내 들었다. 조금 전 녹청에게서 따온 것이었다. 그 푸른 옥판을 본 녹청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요산의 두 손에서 금빛이 반짝이자 허공에 둥근 망치 두 개가 나타났다. 망치가 그의 손바닥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석목은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 손으로 여의곤을 몇 번 흔들더니 곤봉 끝으로 앞을 가리키며 준비 자세를 취했다.

“하!”

요산의 입에서 기합이 울려 퍼지더니 그가 앞으로 크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가 두 손에 든 둥근 망치를 들고 몸 앞에서 팔을 교차했다. 이어서 커다란 금색 망치의 허영이 석목을 향해 날아갔다.

석목은 그것을 피하지 않고 빠르게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곧바로 곤봉을 휘두르며 망치의 허영을 내리쳤다.

여의곤에서 커다란 곤봉의 그림자가 나타나서 산 같은 위력으로 망치와 부딪혔다.

콰쾅!

커다란 굉음이 울렸고, 금색과 검은색의 두 갈래 빛이 허공에서 흩어졌다가 동시에 사라졌다.

석목이 다시 붉은 원숭이 법상을 불러냈다. 법상이 하늘을 향해 울부짖더니 손에 든 화염의 곤봉으로 앞을 향해 내리쳤다.

훅!

화염의 곤봉이 허공에서 흔들리자 붉은 곤봉의 그림자가 흩어지며 불바다를 이루었다.

탕!

요산의 손에 쥐어진 두 망치가 서로 부딪치며 금속이 충돌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방팔방에서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가 메아리쳐서 돌아왔다.

주변에 촘촘하게 있는 부서진 돌들이 어떤 힘에 이끌려 그의 주변으로 날아왔다. 그것들은 요산의 머리 위에서 모여 큰 돌덩이를 만들어 허공에 떠서 떨어지는 불덩이를 막아냈다.

이어 요산의 몸에서 다시 노란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번에는 백 장 정도 되는 사나이의 허영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나이의 법상은 윗몸을 벗고 하반신은 갑옷으로 둘러쌌으며, 머리에는 투박하게 만들어진 철갑 투구를 쓰고 있었다. 얼굴은 그 속에 파묻혀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고, 두 개의 굵고 뾰족한 이빨만 뻗어 나와 있었다. 두 손에는 요산과 똑같은 둥근 망치 두 개를 들고 있었다.

사나이의 팔이 움직이더니 두 개의 망치가 바람소리를 내며 날아왔다.

펑!

망치가 붉은 원숭이 법상의 손에 든 화염 곤봉에 떨어졌다. 엄청난 힘이 몰려와서 붉은 원숭이 법상과 석목을 동시에 날려버렸다.

그때 요산이 갑자기 복잡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던 커다란 돌이 빙글빙글 돌더니 순식간에 금색으로 변했다. 마치 커다란 금덩어리 같았다.

훅!

허공을 찢는 소리가 울리며 금덩이가 요산의 법상으로 날아갔다.

곧이어 기이한 장면이 나타났다.

사방팔방에서 부서진 돌들이 휘날리면서 전부 금색으로 변하더니 사나이의 법상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의 몸을 층층이 덮어씌우자 허영이었던 법상이 실제로 존재하는 물체로 변했다.

잠시 후 그의 몸집은 몇 배나 더 불어났고, 마치 금으로 만든 산처럼 산골짜기 옆에 우뚝 서 있었다.

요산의 손에 들린 둥근 망치가 다시 앞으로 날아갔고, 금산 사나이 법상도 그의 움직임에 따라 수많은 금색 돌을 휘감은 채 석목을 덮쳤다.

석목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손에 든 곤봉을 휘둘렀다. 하얀 기류가 그 속에서 흘러나와 허공에서 커다란 회오리바람을 형성, 금색 망치를 향해 날아갔다.

펑! 펑!

부딪히는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회오리바람과 금색의 망치가 부딪치며 잠깐 대치상태를 이루더니 곧바로 터져버렸다.

석목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검은 곤봉을 좌우로 휘둘렀다. 등 뒤의 붉은 원숭이 법상 손에서도 화염의 곤봉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붉은 원숭이 법상의 체구는 사나이 법상보다 열 배 정도는 작아 보였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전혀 약하지 않았다.

잠시 후 붉은 기류 속에서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호시출합!”

석목의 곤봉이 앞으로 튕겨나가자 붉은 기류가 흉흉하게 밀려나갔고, 이어 수십 마리의 호랑이와 코뿔소가 포효하며 금색 망치로 향했다.

쿵! 쿵!

부딪히는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고 불빛이 뿜어져 나왔다.

붉은 짐승들이 부서져 사라졌고, 커다란 망치도 드디어 밀려서 튕겨나갔다.

그러자 요산이 손에서 빛을 반짝이더니 다시 망치를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야수처럼 땅에 엎드렸다.

그의 등 뒤에 있던 사나이 법상 허영도 그와 똑같은 자세로 엎드려 있었는데, 몇 장이나 되는 뾰족한 이가 구불거리며 나왔다. 금색 바위로 몸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마치 금색 갑옷을 입은 맹수 같았다.

맹수가 큰 소리로 울부짖었고 몸에서 금빛을 뿜어냈다. 그 속에서 눈에 보이는 강력한 영기의 파동이 흘러나와 주변의 공기까지 흔들렸으며, 곧 천지를 개벽할 기세로 석목을 향해 날아갔다.

한참 동안 산골짜기에는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고, 메아리까지 섞여 야단법석이 벌어졌다.

“요 사형의 혼원금석결(混元金石诀)은 이미 대성 단계라, 이번에야말로 석목이 피하지 못할 거야!”

지켜보던 녹청이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쿵!

그때 허공에서 하얀빛이 반짝였고, 구경하던 세 사람은 곧바로 머리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석목이 허공에 꼿꼿이 서 있었다.

그의 손에 있는 여의빈철곤이 물 흐르듯 움직이며 눈부신 잔영을 남겼다. 그 주변으로 수많은 하얀 기류가 몰려왔다.

그의 등 뒤에 서 있는 붉은 원숭이 법상도 석목의 움직임에 따라 커다란 화염의 곤봉을 휘두르고 있었다.

순간 하늘이 절반이 온통 붉은 곤봉의 그림자로 가득 찼고, 얇은 번개가 연이어 터졌다.

붉은 곤봉의 그림자와 하얀 기류가 합쳐지더니 하늘과 땅을 잇는 붉은 회오리바람을 형성하였다.

석목의 주변에도 화염이 맴돌고 있었다. 그는 마치 고대의 마신(魔神)처럼 붉은 회오리를 두르고 손에 든 여의빈철곤을 마구 휘둘렀다. 천지 원기가 혼잡하게 얽혔다.

하늘에서는 구름이 소용돌이쳤고 땅도 계속 진동했다.

석목이 곤봉으로 하늘을 찌르자 회오리바람이 사방팔방을 휘감으며 흩어졌다.

“천지무극!”

소용돌이치는 하늘과 구름 사이가 순식간에 갈라지면서 하얀 번개가 우수수 떨어졌다. 이미 혼란스러웠던 땅이 다시 흔들리더니 검은 화염이 그 속에서 타올랐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의 하늘이 크게 흔들렸다.

녹청과 일계술사 청년은 그 광경을 보더니 어안이 벙벙해졌다. 서원도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

콰르릉!

수백 갈래의 하얀 번개가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고, 그것들은 검은 불이 타오르는 땅 위에서 번지며 서로 연결되더니, 번개와 화염이 빗발치는 천지를 만들어놓았다.

커다란 금색 짐승은 이 지옥 같은 광경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네 발을 빠르게 움직이며 그 속으로 들어갔다.

“아!”

가슴을 찢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번개 숲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고, 수많은 돌이 부서져서 주변으로 흩어졌다.

번개가 계속 떨어지면서 불이 더 활활 타올랐다.

금색 맹수의 몸에 붙어 있던 암석들이 떨어지면서 어두운 법상의 허영이 나타났다. 상당히 초췌해 보였지만 그래도 그 속으로 계속 뛰어들었다.

석목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붉은 원숭이 법상이 그의 움직임에 따라 손에 든 곤봉으로 금색 맹수의 머리를 내리쳤다.

펑!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울리며 석목의 몸이 마치 실 끊어진 연처럼 튕겨 나갔다. 그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허공에 긴 핏줄기를 만들어냈다.

석목의 몸은 백 장 정도나 날아가서 영폭 근처의 바위에 부딪혔다.

펑!

석목이 부딪히자 암벽이 꺼져버렸고, 수많은 돌이 떨어져서 그의 몸을 그 속에 묻어버렸다.

금색 짐승은 힘이 다 빠진 듯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녹청은 그 광경을 보고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서원은 의아한 듯 석목이 묻혀버린 돌무더기를 바라보았다.

그때 돌무더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콰직!

돌무더기에서 돌이 떨어져 나가면서 붉은 몸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석목은 옷이 조금 찢어졌고 입가에는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그의 몸이 빠르게 움직이더니 손에 든 여의곤으로 곤봉의 그림자를 층층이 만들어냈다. 곤봉의 움직임에 따라 잔영이 수도 없이 이어졌다.

검고 하얀 빛이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는데, 마치 태양처럼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멸선곤법!”

허공에 커다란 곤봉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힘없이 앉아 있는 금색 짐승을 내리쳤다.

하얗고 검은 빛이 날아오자 금색의 맹수는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산처럼 커다란 몸집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허공으로 서서히 떠올랐다.

이어 그의 몸 주변에서 공간의 압박이 밀려왔다.

검고 햐안 빛은 위아래에서 중간으로 밀려왔다. 마치 맷돌처럼 빙글빙글 돌며 맹수의 몸을 갈아버릴 것 같았다.

허공에서 이가 시린 마찰 소리가 들렸다. 금색 맹수의 몸에 있던 금색 바위가 하나하나 떨어지면서 가루로 갈려버렸다.

“아아!”

얼마 지나지 않아 허공에서 처참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고, 수많은 암석이 흩어져서 가루로 변했다.

요산의 몸이 찢어진 천처럼 땅으로 떨어졌다. 그는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기절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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