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8화. 야밤에 폭포를 탐색하다
“하하, 천재지보를 찾는 건 고사하고 아무 소득도 없었답니다. 그 구역을 샅샅이 뒤졌고, 깊은 곳에 있는 영폭의 연못까지 며칠이나 뒤졌지요. 그 안에 있는 돌들까지 전부 밖으로 꺼낼 정도로 찾았는데도 보물은 없었답니다. 그 뒤로는 그렇게 방치된 것이지요.”
단목광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석목은 조금 안심하며 말했다.
“왜요? 석 사제는 그 영폭에 관심이 있습니까? 제가 볼 때 그곳은 위치도 좋지 않고, 인근의 영기나 자원도 평범한 곳이라 딱히 좋은 곳은 아닙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요수가 엄청 귀찮게 할 것입니다.”
단목광이 말했다.
“사실 저는 이 층은 처음이라, 다른 사형들과의 대결에서 이길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영폭을 개발할 수밖에 없지요.”
석목이 웃으며 말했다.
“허허, 그렇다면 나쁜 선택은 아니지요.”
단목광이 말했다.
두 사람은 시답잖은 대화를 조금 더 주고받았고, 곧이어 단목광은 오원삼을 가지고 자리를 떠났다.
“조금 전에는 감사했습니다.”
석목은 멀어져가는 단목광의 뒷모습을 보면서 뚱뚱한 관사를 향해 말했다.
“아닙니다. 이 오원삼은 원래 석 도우의 것이기도 하니까요. 저희 가게에서 대리 판매를 하는 것뿐입니다.”
뚱뚱한 관사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 오원삼이 오늘에야 팔릴 줄은 몰랐네요.”
석목이 말했다.
“다만 최상급 영석 백 개라 손해를 좀 보았습니다.”
뚱뚱한 관사가 말했다.
“상관없습니다. 이 노름은 제가 주도한 것이라 당신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석목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이 일은 오히려 채아에게 감사할 일이었다. 오원삼은 매우 특수한 물건이라 일반 신식으로는 그 안쪽을 전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석목은 채아의 투시로 안쪽을 확연하게 볼 수 있었고, 공교롭게도 오늘 이런 우연이 생긴 것이다.
원하던 정보를 얻게 되자 석목도 더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는 일부 약재를 상점에 맡긴 뒤 돌아갔다.
동부에 돌아온 석목은 백원왕의 보장이 있는 영폭에 바로 가지는 않았다. 그는 비밀 석실로 들어가서 조용히 앉아 휴식을 취했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달이 하늘에 걸리자, 석목은 그제야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동부를 나가서 몸에서 빛을 반짝이며 외진 곳을 향해 날아갔다.
약 반 시진 후, 석목의 불빛이 점점 줄어들었고, 그는 숲속에 있었다.
수십 리 정도 되는 숲을 뚫고 지나가자 땅이 조금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귓가에서는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석목은 앞으로 십 리 정도 더 들어갔다. 눈앞이 환해지더니 숲이 끝나고 큰 바위가 나왔다.
눈앞에 길이 울퉁불퉁한 산골짜기가 나타났고, 그 속에 백 장 정도 되는 커다란 폭포가 떨어지고 있었다.
폭포의 상류에서 급류가 흉흉하게 떨어지는 것이 마치 은하수 같았다. 급류는 바위 꼭대기에서부터 달려가는 말들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폭포는 다시 암벽의 튀어나온 바위에 떨어졌는데, 달빛이 쏟아지자 마치 옥구슬이 튕기는 것 같았다. 수천 갈래의 은색 금붕어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듯했고, 수많은 명주가 하늘에서 흩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석목은 그 아름다운 경치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는 잠깐 그곳에 머무른 후 앞으로 뛰어 내려가서 바위로 향했다.
석목은 아래까지 십 장 정도 남겨놓고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평평한 석대 위로 천천히 내려왔다.
그가 서 있는 석대는 매우 특이했다. 이곳은 폭포의 오른쪽 산 중턱에 있는 튀어나온 바위였는데, 그 위치가 좀 특별했다.
그 색깔은 주변의 다른 색과 대조되었다. 폭포 아래에 서 있든 산골짜기에 서 있든, 이 석대를 바라보면 산과 한 몸이 되어 있어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석목도 번천곤에서 얻은 정보가 아니었다면 절대 찾지 못했을 것이었다.
석목은 석대 위에 서서 아래를 바라보았다. 폭포가 떨어지는 급류가 깊은 못으로 떨어지며 북을 치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급류는 골짜기 밑에 파란 못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머리를 들어 깊은 밤하늘을 보았다.
하늘에서는 별들이 쏟아졌고, 옥판 같은 밝은 달이 높게 걸려서 차가운 빛을 뿜고 있었다.
석목은 무엇인가 계산하는 듯하더니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
그는 손가락을 붙여서 법결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입으로 복잡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푸른 못의 깊은 곳에서 아주 평범해 보이는 돌이 달빛에 의해 하얀빛을 뿜었다.
그 빛은 다시 물을 뚫고 튀어나와서 빛기둥을 이루어 폭포 중간을 비추었다.
석목은 빛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폭포의 중심이 갑자기 빛에 의해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그 속에서 한 장 정도 되는 검은 동굴이 나타났다.
동굴의 안쪽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석목은 바로 석대에서 검은 동굴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그가 동굴 속으로 막 발을 들여놓았을 때, 등 뒤에서 바위가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검은 돌문이 아래로 천천히 닫히고 있었다. 문은 곧 닫혀서 동굴을 막아버렸다.
석목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신식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산 중턱에 위치한 동굴 속이었다.
동굴의 천장에는 수십 개의 푸른 놋그릇이 걸려 있었고, 놋그릇 속에는 하얀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어서 동굴 안쪽을 밝게 비추었다.
석목이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그의 등 뒤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석목은 재빨리 몸을 한쪽으로 피하며 머리를 돌려 바라보았다.
호랑이 같은 요수 한 마리가 닫히기 직전의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더니 석목을 향해 달려들었다.
다행히 석목은 빠르게 눈치를 채고 몸을 피했고, 요수는 그의 옆을 스쳐 지났다.
요수는 바닥에 엎드려서 몸을 낮추고 석목을 향해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석목은 그제야 요수의 모습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용의 머리에 사슴의 몸을 하고 있었고, 네 개의 다리는 호랑이의 그것 같았으며, 꼬리는 또 소의 꼬리처럼 생겼다. 그리고 몸의 표면에는 물고기 비늘을 두르고 있는 붉은색 요수였다.
그의 눈에서는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는데, 심오한 빛을 머금고 몸 주위에 구름을 두르고 있는 것이 평범한 요수 같지는 않았다.
그 요수는 으르렁거리더니 땅을 박차며 석목을 덮쳤다.
석목의 눈에서 금빛이 반짝이더니 손에서 빛을 뿜었다. 그리고 그 요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요수는 석목의 주먹을 바라보기만 할뿐 피하지 않았고, 두 눈에서 신광(神光)을 뿜어냈다. 그러자 두 갈래의 붉은 번개가 금색 그림자를 향해 날아갔다.
쿵!
붉은 번개와 금색의 주먹 그림자가 동시에 부서졌고, 동굴에서 폭발하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쓱!
그때 석목의 등 뒤에 기이한 소리가 나더니 똑같이 생긴 요수가 한 마리가 더 나타났다. 그 요수는 입을 벌리고 석목을 향해 금색 번개를 뿜어냈다.
석목은 발을 움직여서 옆으로 두 걸음 이동하며 여의빈철곤을 손에 들었다.
그가 아직 제대로 자세를 잡지도 못했을 때 귓가에서 바람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에 엎드려 있던 붉은 요수가 다시 그를 덮친 것이었다.
석목은 주먹을 쥐고 달려드는 요수를 향해 휘둘렀다. 이어 손에 있는 여의곤이 순식간에 한 장 정도로 커져서 요수의 몸을 내리쳤다.
펑!
묵직한 소리가 들렸고, 붉은 요수가 석목의 곤봉에 의해 튕겨나가서 동굴의 벽에 부딪혔다.
석목이 앞으로 다가가서 한 번 더 공격하려고 할 때, 양쪽에서 두 갈래의 번개가 그를 향해 날아왔다.
석목은 동작을 멈추며 뒤로 물러났고, 날아오던 번개들은 그의 앞에서 서로 부딪쳤다.
석목은 양쪽을 번갈아 보았다. 붉은 요수가 각각 한 마리씩 있었고, 방금 전에 곤봉에 맞은 것까지 합하면 이 동굴 안에 요수가 세 마리나 있었다.
그때 석목의 곤봉을 맞았던 요수가 다시 일어섰다. 곤봉이 닿은 곳은 비늘만 조금 찢겼을 뿐이고, 큰 상처를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크헝!
붉은 요수가 포효하며 입을 벌리자 빛이 소용돌이쳤고, 그 속에서 옅은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을 본 석목은 몸에서 빛을 뿜어내며 몸을 감쌌다. 그의 피부에서 금색 비늘이 돋아났다.
비늘이 막 생겨났을 즈음에 옅은 안개가 몰려와서 그를 감싸버렸다.
석목은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고, 몸에서 나오던 붉은 화염도 흔들렸다. 안개는 그의 몸에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타버리지 않았다.
그때 그의 주변에 서 있던 요수 세 마리가 동시에 몰려왔다. 그들은 두 눈에서 빛을 뿜어내며 번개로 공격할 태세를 취했다.
석목은 발을 뒤로 빼며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그때 그의 뒤쪽에서 소리가 또 울렸다. 등 뒤에서 번개가 날아와서 그를 다시 안개 속으로 밀어 넣었다.
세 마리 요수의 눈에서 뿜어져 나온 번개도 곧 몸에 닿을 것 같았다.
쓱!
세 갈래 빛이 단번에 옅은 안개 속으로 들어왔고, 움직임이 없던 안개가 갑자기 소용돌이쳤다. 수도 없이 많은 번개가 여기저기서 날아와서 석목의 몸에 떨어졌다.
“윽!”
석목은 몸에 마비가 오면서 몸이 굳어버렸다. 손에 든 검은 곤봉마저 들 수 없어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져버렸다.
이상한 점은 그 번개가 몸에 닿았을 때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이 아닌 마비가 먼저 느껴졌다는 것이었다. 이어 뼈를 찌르는 듯한 한기가 밀려왔다.
번잡하게 날아오는 번개와 옅은 안개가 한참 들끓더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석목은 온몸의 힘이 전부 빠져나간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의 주변으로 똑같이 생긴 요수 네 마리가 동시에 몰려왔고, 그들은 눈에서 빛을 뿜으며 입으로는 계속 으르렁대고 있었다. 이제 그를 물어뜯어 삼켜버릴 일만 남은 듯했다.
석목은 순간 멈칫했다. 가장 처음에 나타난 요수는 자신을 따라 문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었다. 그런데 나머지 세 마리는 어떻게 된 것일까?
그는 갑자기 무엇인가 떠올라서 외쳤다.
“분신 신통!”
네 마리 붉은 요수는 외형이 같을 뿐만 아니라 풍기는 기운마저 똑같았다. 심지어 석목의 곤봉에 맞아 생긴 상처마저 그대로였다.
석목은 더 주춤거릴 시간이 없었다. 그의 왼쪽 팔에서 하얀빛이 뿜어져 나와서 그의 몸 전체로 번졌다.
석목은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비가 점점 풀리면서 차가운 느낌도 많이 사라졌다.
“크헝!”
네 마리 요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으르렁거리며 덮쳐왔다.
“하!”
석목이 한쪽 무릎을 꿇고 기합을 넣으며 왼쪽 주먹을 들어 땅을 내리쳤다.
쿵!
귀가 찢어질 듯한 메아리가 들려왔다.
석목을 중심으로 하얀빛이 땅에서 뿜어져 나가서 허공으로 번졌고, 물결이 파도처럼 번지며 사방팔방으로 퍼졌다.
순간 동굴 속이 하얀빛으로 가득 찼다.
네 마리 붉은 요수는 기세등등한 양의 힘에 충격을 받고 순식간에 튕겨져 날아갔다.
석목은 그 틈을 이용해 빠르게 일어서서 여의빈철곤을 다시 손에 들었다. 이어서 한줄기 하얀빛이 그의 왼손에서 퍼져나가서 곤봉을 감쌌다. 곤봉은 마치 화염이 흔들거리는 듯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붉은 요수 네 마리는 몸을 일으켰고, 하얀 빛을 바라보는 그들의 두 눈에 두려운 기색이 어려 있었다.
석목은 눈에서 금빛을 뿜어내며 요수들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그리고 본체를 찾아내려 했지만, 외형과 풍기는 영력의 파동마저 똑같아서 전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때 그를 둘러싼 요수들이 다시 울부짖으며 덮쳐왔다.
“횡소천군!”
석목은 두 팔을 꼬더니 손에 든 곤봉을 흔들어 큰 원을 그렸다. 그의 주변에 검고 하얀 빛이 섞인 회오리가 생기면서 네 마리 요수를 밀어냈다.
그가 정면에 있는 요수를 쫓아가려고 할 때, 발밑에서 그림자 하나가 흔들렸고 머리 위의 천장에서는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붉은 요수 한 마리가 천장에 걸려 있는 놋그릇에서 뛰어나오더니 앞발을 흔들며 석목을 덮쳤다.
칙칙!
석목의 금색 비늘에서 금속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금색 비늘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상반신이 요수의 두 다리에 눌려버렸다. 그의 엄청난 힘에도 불구하고 한참 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