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450화 (450/916)

450화. 음양 혼돈의 힘

석목은 눈을 반짝이며 검고 하얀 구슬을 꺼내들었다. 순식간에 구슬에서 특별한 영력의 파동이 흘러나와 몸으로 들어가더니 기이한 느낌이 느껴졌다.

두 팔이 마치 어떤 힘에 이끌리듯 검고 하얀 빛을 뿜어냈고, 음과 양의 힘이 몸속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왔다.

서로 섞이지 않던 음과 양의 기운이 이 영력의 끌림에 의해 매우 차분해졌고, 융합되려는 기미가 보였다. 석목은 크게 기뻐했다.

“선배님, 이것은…….”

석목이 백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맞다. 그 물건이 바로 자네 몸속의 음양 기운을 균일하게 만들어줄 음양일기주(阴阳一气珠)다. 백원왕이 수많은 진귀한 재료를 모아서 만들어낸 보물이다.”

백호가 말했다.

석목은 고개를 계속 끄덕였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이 보물만 있으면 몸속의 음양 기운을 조절하여 구전현공의 세 번째 단계를 수련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럼 이 털은 무엇인가요?”

석목이 옥합에 있는 하얀 털을 보며 물었다.

“그것의 이름은 구명호모(救命毫毛)다. 백원왕이 현공에서 대성했을 때, 머리에서 영력이 가장 왕성한 곳의 털을 뽑아 만들어낸 것이지. 털 속에 백원왕의 신력이 일부 들어가 있어서 천위의 화신을 소환할 수 있다네. 또한 단번에 그 속의 힘을 전부 시전하여 성계 백원왕 화신을 소환해낼 수도 있다.

다만 성계 화신을 소환하게 되면 안에 있는 힘이 전부 소진되니, 사용할 때는 먼저 네 몸속의 번천곤을 한 번 소환할 수 있다. 반드시 기억하도록 하라. 이 물건은 죽음의 위기가 닥쳤을 때가 아니면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백호가 강조했다.

석목은 그의 설명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 원숭이 털을 조심스럽게 챙겨두었다. 이것은 나중에 그의 목숨을 구해줄 보물이었다.

“됐다. 내 시간도 이제 끝이다…….”

백호가 석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눈에 따뜻한 빛이 스쳐 지났다. 이미 많이 어두워져 있던 몸이 점점 투명해지면서, 수많은 빛이 그의 몸에서 흩어져 나와서 허공에서 사라졌다.

“선배님…….”

석목은 그 광경을 보며 크게 놀랐다.

“내 혼령은 이제 더는 버틸 수 없다. 자네도 아쉬워할 필요 없어. 백원왕의 부탁을 마무리했으니 나도 안심하고 떠나야지…….”

백호의 목소리는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의 모습은 전부 사라져버렸다.

석목은 그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복잡한 심정이 되었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사라져가는 백호를 향해 손을 모아서 인사를 올렸다.

백호는 단 한 번의 만남밖에 없었지만, 그는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수원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고, 또 다른 몸에 들어가서 수천 년을 지켰다. 그 귀하고 소중한 마음에 석목은 감동했다.

“요족…….”

석목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남해성에서부터 요족은 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백호를 만난 후부터 요족에 대한 그의 인식은 더 나빠졌다.

석목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탁자 위에 있는 물건들을 전부 챙겼다.

탁자 위의 영재와 단약을 전부 챙긴 후, 석목은 하염없이 생각에 빠졌다. 백원왕은 성역에서 이름을 날리던 시절, 대체 천정과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모든 것이 궁금해졌다.

고개를 숙이고 잠깐 생각에 잠겼던 석목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하얀 털과 검고 하얀 구슬을 자세히 관찰해보았다.

석목은 손끝으로 털을 살짝 매만져보았다. 기이한 느낌이 그의 마음속에서 용솟음쳤다.

‘이건…… 혈맥 감응?’

석목은 기분이 좋아졌다. 제련을 거친 털끝 부분에는 백원왕의 정혈 한 방울이 묶여 있었다.

그는 바로 탁자 옆의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손바닥 한 개는 위로, 다른 한 개는 아래로 향한 뒤 부문이 깃든 털을 손바닥 사이에 끼워 넣었다.

그러자 손바닥에서 금빛이 번졌고, 수정같이 붉은 정혈 한 방울이 금빛으로 둘러싸인 털에서 빠져나왔다.

백원왕의 정혈이 서서히 석목의 미간에 스며들더니 곧 반짝이며 사라져버렸다.

정혈이 몸속에 스며들자 석목의 몸이 심하게 흔들렸고, 눈에서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마의 힘줄마저 울퉁불퉁 튀어나오면서 입에서 고통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석목의 혈관 속은 용암이 들끓는 것 같이 뜨거웠지만, 그는 왠지 모를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왼쪽 손바닥을 세워 하늘을 향했고 오른손 손바닥은 땅을 향하여 마주했다. 그 상태로 두 손바닥으로 하늘과 땅을 잇는 법결을 시전했다.

그의 왼손과 팔이 동시에 하얀 빛을 뿜어냈고, 오른쪽 손과 팔은 검은빛을 뿜어냈다. 그렇게 석목은 몸에 있는 음과 양의 힘을 전부 사용했다.

석목은 심각한 표정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입으로는 구전현공 세 번째 단계의 구결을 외우고 있었다. 그러면서 두 갈래의 힘을 단전으로 한데 모았다.

단전 속에서 검은색과 하얀색의 힘이 서로 부딪쳤다. 마치 불과 물이 부딪히는 것처럼 격렬한 충격이 느껴졌다. 단전이 찌르는 듯 아파왔고, 법결을 더는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석목은 다급하게 한줄기 영력을 보내서 옥합 속의 검고 하얀 구슬을 꺼냈다.

영력이 검고 하얀 구슬에 닿자 구슬은 마치 소환이라도 받은 듯 서서히 떠올라서 석목의 머리 위에서 원을 그렸다.

석목은 온몸의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단전의 찌르는 아픔도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계속 같은 손동작으로 법결을 시전하였다. 고개를 들어보니 구슬은 여전히 돌고 있었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구슬은 점점 더 빠르게 돌아갔고, 검고 하얀 두 가지 색이 허공에서 긴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그 그림자들은 합쳐졌다 풀어지기를 반복했고, 떨어졌다가 또다시 교차하기를 되풀이했다. 그럴수록 검고 하얀색의 경계선이 점점 희미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그림자는 완벽하게 합쳐졌다. 이제 더 이상 검은색과 하얀색을 구분할 수 없었고, 섞인 색으로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석목은 그 소용돌이를 올려다보았다. 마치 조용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물결이 주변으로 퍼지고 있었다.

그 물결 속에서 검은색 붕어 한 마리와 하얀색 붕어 한 마리가 입으로 꼬리를 물고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검은 붕어의 눈알은 하얀색이었고, 하얀 붕어의 눈알은 검은색이었다.

하얀색과 검은색이 교차하며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을 본 석목의 눈빛이 빛났다. 마치 무엇인가 크게 깨달은 것 같았다.

‘오른손의 음의 힘과 왼손의 양의 힘, 음양의 두 기운이 화합을 이루었다.’

구전현공 세 번째 단계의 핵심은 음양을 조절하여 융합하고 관통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음과 양의 힘이 각각 반씩 차지하는 것이 아닌, 가장 안정된 상태로 평형을 유지하는 상태를 뜻했다. 석목이 계속 실패한 원인도 여기에 있었다.

음과 양의 힘을 단전에서 강제로 섞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두 기운이 융합과 침투, 전환을 반복하여 평온한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그 핵심이었던 것이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아는 법이라고, 석목은 이전에 융합에 실패해서 흐려진 음양의 힘을 전부 비워버렸다.

검은 금붕어와 하얀 금붕어가 석목의 머리 위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다.

석목이 눈을 감자 왼손과 오른손에서 각각 검은빛과 하얀빛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의 몸을 중심으로 주위에 삼백 육십 다섯 개의 구멍을 만들어서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금붕어 두 마리가 한 바퀴 돌자 석목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흑백의 빛도 똑같이 한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전부 단전으로 들어가서 혼돈의 안개로 변하더니 잠잠해졌다.

이어 금붕어 두 마리는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았고, 새로 나타난 햐얗고 검은 빛이 석목의 왼손과 오른손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다시 석목의 몸으로 스며들어 흐르고 있었다.

음과 양의 힘이 몸에서 흐르자 석목의 육체는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양손의 뜨거운 기운과 차가운 기운이 점점 강렬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석목은 긴장을 조금 풀었다. 그러자 머리 위에 있는 금붕어 두 마리도 파르르 떨더니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졌다.

석목은 마음을 다잡고 집중했고, 음양의 힘을 분산시켜서 그것들이 흑백 금붕어에 의해 끌려갈 수 있도록 내버려두었다.

* * *

눈 깜박할 사이에 사계절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석목의 동부에 관사 차림을 한 몇몇이 서 있었다. 그들은 불안한 기색으로 검은 모자를 쓴 뚱뚱한 중년 남자를 둘러싸고 있었다.

“제 관사님, 부주님이 삼 년 동안이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채아 어르신도 사라져서 아랫사람들이 매우 불안해합니다. 혹시 부주님이 어디에 계시는지 아시는지요?”

한 관사가 뚱뚱한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제풍은 뻘쭘한 표정으로 머리 위의 모자를 바로잡았다. 그는 그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부주님은 당연히 폐관 수련을 하러 가신 거지. 이런 적이 한두 번도 아닌데 왜 다들 호들갑이야?”

“예전에는 채 어르신이 가끔 부주님의 명을 전하곤 했는데, 지금은 채 어르신도 안 계시고 다들 이곳은 처음이라 아무래도…….”

제풍은 그 관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흔들며 말을 끊어버렸다.

“얼마 전에 부주님이 나에게 영지의 수익에 관해 물으셨다. 너희는 각자 할 일이나 잘하도록 해. 손 놓고 있다가 부주님이 돌아오시면 어떻게 책임지려는 거냐?”

제풍이 목소리를 높이며 화가 잔뜩 난 모습으로 말했다.

“부주님이 소식은 전했다고요? 그럼 됐습니다. 저희도 마음 놓겠습니다.”

관사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나 사람들이 나가자 제풍의 얼굴이 오히려 어두워졌다. 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 * *

펑!

성지 이 층의 외진 산골짜기에 있는 커다란 폭포의 중간에서 물꽃이 크게 피어났다.

이어 탄탄한 몸이 그 안에서 날아 나왔다. 날개를 펼치고 허공에 멈춰 있는 그는 바로 석목이었다.

석목은 푸른 옷을 입고 소매를 걷고는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기쁜 표정이 역력했다.

그의 왼손에서부터 팔까지 하얀빛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아름다운 수정처럼 투명한 빛을 뿜어냈다. 그의 오른손과 팔은 검은빛을 띠고 있었는데, 돌이나 강철처럼 매우 단단해 보였다.

그가 두 주먹을 꽉 쥔 채 부딪히자 금속이 충돌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팔에는 복잡한 무늬가 있었는데, 각각 따로 보면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 같았다. 그리고 합쳐졌을 때는 큰 소용돌이처럼 보였다.

왼손의 무늬는 검은색이었고 오른손의 무늬는 하얀색이었다. 각각 그것이 위치한 팔의 속성에 맞는 색깔을 띠고 있었다.

폐관 수련을 하는 삼 년 동안, 석목은 구전현공 세 번째 단계의 수련에서 드디어 어느 정도 빛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단전에는 진기가 충만했고, 정해진 규칙과 방향에 따라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석목의 팔에 있던 무늬가 갑자기 밝아지더니 하얗고 검은 빛이 두 팔을 타고 어깨와 등까지 퍼져나갔다.

쓱!

등 뒤의 붉은 날개는 그 빛에 묻혀버렸고, 왼쪽 날개 위의 화염이 하얗게 변하는 동시에 오른쪽 날개는 검은색으로 변했다. 한 쌍의 날개에서 두 색이 섞인 안개가 피어올랐다.

석목은 몸을 돌려 날개를 퍼덕였다.

훅!

허공에 잇따라 잔영이 생겨났고, 그의 몸이 눈 깜박할 사이 몇 리 밖까지 날아갔다.

석목은 고개를 돌려 조금 전에 서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폭포가 작은 점으로 변한 것을 보며 매우 흡족해했다.

그의 속도는 양의 힘만 불어넣었던 기존의 날개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순간이동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성계 경지 이하라면 절대로 그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었다.

예전에는 붉은 화염의 힘으로 구전현공 첫 번째 단계인 양의 힘을 어느 정도 숨길 수 있었다. 또 양의 힘을 사용하는 공법이 현공만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큰 무리 없이 현공을 수련한 사실을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음과 양이 융합되면서 날개가 흑백으로 변한 만큼, 타오르는 양의 힘을 가릴 수가 없게 되었다. 아마도 어떤 사람들은 그 날개를 보고 그가 현공을 수련했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릴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렇다 해도, 목숨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석목은 등의 날개를 펄럭이며, 지도상의 비어 있는 곳을 찾아서 날아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