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454화 (454/916)

454화. 광굴에 들어가다

이튿날 이른 아침, 방가 일행은 석목과 함께 방가보를 떠나 서북쪽으로 날아갔다.

잠시 후, 그들은 깊은 산속에 있는 어느 황량한 광산에 도착했다.

석목이 주위를 둘러보니 그곳은 채굴하고 난 뒤 폐쇄된 광맥이었다. 버려둔 지는 꽤 오래된 것 같았다.

그곳에서는 무언가 기이한 힘이 느껴졌다. 그 힘은 몸속의 진기 법력을 시전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 아마도 특이한 지하 자기장 때문인 것 같았다.

“석 도우, 유월 광굴은 저 안쪽에 있습니다.”

방박정 일행은 산의 깊은 곳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일행은 일 각 정도를 걸어서 산봉우리 근처의 광굴 입구 앞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눈부신 파란빛을 뿜어내는 기이한 금속 덩어리가 있었다.

그 앞에 도착하니 강하고 차가운 기운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몸속 진기의 흐름도 무뎌졌다.

“이곳이 유월 철광입니다.”

방박정이 말했다.

그때 커다란 돌 뒤에서 그림자가 번쩍이더니 회색 옷을 입은 남자 세 명이 다가왔다. 그들은 방박정을 향해 손을 모아 인사를 올렸다.

“가주님, 인사드립니다.”

방박정이 물었다.

“그 배신자의 움직임은 있는가?”

“저희가 이곳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가장 앞에 서 있는 얼굴이 네모난 중년 남자가 말했다.

방박정은 머리를 끄덕이며 석목에게 설명했다.

“석 도우, 유월 철광의 입구는 여기 한 곳뿐입니다. 그 배신자가 안으로 도망간 후 사람을 불러 밤낮으로 지키고 있지만,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전에 광굴에 들어갔던 사람 중 두 명이나 안에서 숨을 거두었는데, 그자와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리고 살아서 돌아온 사람들은 그 자를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석목은 머리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석 도우, 잠시만요.”

방박정이 갑자기 그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작은 천 주머니와 하얀 부적 한 개를 꺼냈다.

천 주머니에는 검은색 공이 십여 개 들어 있었는데, 자극적인 냄새를 풍겼다. 그리고 하얀 부적은 공간의 파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건 어제 제가 말씀드린 환신연입니다. 이것을 몸에 지니고 들어가십시오. 그리고 이 부적은 전송 부적입니다. 혹시라도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반드시 목숨부터 챙기십시오. 저희도 절대 탓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행여나 그 배신자가 아직 살아 있다면, 절대로 마음이 약해지지 마십시오. 그 자는 매우 교활한 놈이라 사악한 말로 꼬드길 수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죽여주십시오.”

방박정이 말했다.

“방 가주님, 감사합니다.”

석목은 눈을 반짝이며 두 개의 물건을 받았다. 그리고 사람들을 향해 손을 모아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너희는 계속 이곳을 지키거라. 혹시라도 움직임이 있으면 바로 보고하도록.”

방박정이 세 사람에게 분부했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세 사람이 동시에 답했다.

방가 일행은 서로 한번 마주보더니 방박정을 따라서 다시 돌아갔다.

석목은 천천히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갔고, 그는 눈을 반짝이며 주변을 살피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동굴 벽의 파란 광석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많아졌다. 그것들은 푸른빛을 뿜어내며 시도 때도 없이 번쩍였다. 다행히 석목은 영목신통이 있어서 그 빛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동굴에 들어갈수록 기이한 자기장은 점점 강해졌다. 석목의 단전 속 진기와 법력의 움직이는 속도가 크게 줄어서 곧 멎어버릴 것 같았다.

일 주향(향 한 개가 탈 시간)이 흐르고 석목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얼굴에서 망설임이 스쳐 지났다.

몸속의 진기는 아직 움직이고 있었지만, 더 들어갔다가는 멈춰버릴 것 같았다.

그가 낮게 소리를 지르자 몸에서 금빛이 번졌다. 수많은 금색 비늘이 자라나 그의 몸을 감쌌다.

석목은 입을 벌려 여의빈철곤을 꺼냈고, 그것을 한 장 정도 크기까지 부풀린 뒤 손에 들었다.

조금 안심이 된 석목은 계속해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십여 장 정도를 더 들어가자 자기장이 점점 강력해졌다. 몸속의 진기와 법력은 이제 완전히 금제에 걸려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두 팔에 있는 음과 양의 힘은 아직 조금 쓸 수 있었다. 그리고 몸에 자라난 비늘도 다행히 금제에 의해 사라지지는 않았다.

또 운철을 녹여 넣은 여의곤이 머금고 있는 진기는 뜻밖에도 자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았고, 변함없이 크기를 조절할 수 있었다.

그 순간 하얀빛이 석목의 몸을 스치더니 그의 머리를 공격하려 했다.

석목이 빠르게 피하자 그 빛은 옆에 있는 벽을 치고 그 안으로 스며들었다.

석목이 벽을 보니 방금 날아온 것은 거미줄처럼 생긴 물체였다.

그 순간 또다시 무언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맷돌 크기만 한 검은 그림자가 그의 옆으로 날아왔다. 그것은 속도가 너무 빨라서 뒤로 잔영을 줄줄이 남겼다.

석목은 날아오는 물체를 보고 몸을 움직여 손에 든 곤봉을 휘둘렀다.

펑!

검은 그림자는 몇 장 정도 멀리 날아가더니 벽에 부딪혀 떨어졌다.

그것은 파란색과 회색 무늬의 커다란 거미였다. 몸에서는 금속 광택을 뿜어냈고, 뾰족한 이가 튀어나와 있었으며, 푸르고 차가운 눈빛을 한 소름 돋는 모습이었다.

석목은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방가에서 받은 자료에서 그 거미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거미는 여의빈철곤에 맞고도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석목은 이 점이 더 놀라웠다.

쓱!

파란 거미가 몸을 일으키더니 입을 벌렸고, 석목을 향해 하얀 거미줄을 몇 갈래 뿜어냈다.

석목은 기합을 넣으며 거미줄을 피한 뒤, 곧바로 파란 거미를 덮쳤다.

거미는 두 눈에서 빛만 뿜어낼 뿐 피하지 않았다. 마치 석목의 공격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석목이 거미와 삼 장 정도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을 때, 거미가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파란빛을 뿜는 앞발을 들어 석목을 내려찍으려 했다.

그러자 석목의 손에 있는 여의곤이 몇 배나 커졌다. 이어서 검은 그림자 한줄기가 거미의 머리를 공격했다.

곤봉은 귀를 찢는 듯한 소리를 만들어냈고, 곤봉의 위로 하얀빛이 번졌다.

“창응개정!”

파열음과 함께 거미의 머리가 터지며 파란 피가 튀어나왔다. 거미의 시체는 동굴 벽에 부딪혀 경련을 일으키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석목은 손을 흔들어 여의빈철곤을 거두었다. 그리고 거미를 쳐다보지도 않고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몇 발짝 더 걸어갔을 때 차가운 기운이 다시 한 번 느껴졌다. 방금 전과 비슷한 크기의 거미가 한 마리 더 나타났다.

석목은 이미 이 요수를 잡는 방법을 터득했기에, 손에 든 곤봉을 흔들어 단번에 죽여 버렸다. 이번에는 통천곤법을 시전할 필요도 없었다.

그가 걸어가는 동안 요충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났고, 거미와 전갈, 심지어는 박쥐도 있었다.

이 요충들의 몸 표면은 전부 금속 광택을 뿜어내고 있었고, 몸도 영기처럼 단단했다.

하지만 이 요충들의 공격은 매우 단순했다. 그저 몸을 무기로 사용한 공격이었다. 석목은 진기를 사용할 수 없었지만, 육체의 힘만 사용하는 통천곤법의 위력도 대단했다. 상황을 파악하고 나니 그리 많은 힘을 들이지 않을 수 있었다.

펑!

석목이 손에 든 여의빈철곤을 흔들었다. 그러자 세 갈래의 곤봉 그림자에 의해 사마귀 요충 세 마리가 동시에 날아갔다.

퍽!

사마귀 요충이 암벽에 부딪혔고, 사마귀는 몸이 이상한 자세로 뒤틀린 채 입에서 파란 액체를 뿜더니 숨을 멈추었다.

석목은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계속 움직이니 숨이 조금 차오르는 것 같았다.

방가가 탐색한 통로는 이미 지난 지 오래였다. 이제 몸속의 진기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두 팔에 있는 음과 양의 힘도 묶여버렸다. 육신의 힘만으로 수많은 요충을 처리해야 했다. 석목의 엄청난 체력으로도 조금은 벅찬 일이었다.

석목은 손을 품에 넣어 옥병 한 개를 꺼내더니 하얀 단약을 한 알 삼켰다.

진기의 흐름이 없어지자 약의 효과도 느리게 나타났다. 하지만 약의 힘으로 한동안 버틸 수는 있었다.

석목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 순간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얼굴을 찡그린 채 경계 자세를 취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쓱! 쓱!

앞쪽에서 무언가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곧 커다란 몸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것은 물통만 한 굵기에 길이가 사오 장은 되어 보이는 파란 지네였다.

지네는 전신에서 흉악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칼날 같은 발이 땅을 짚을 때마다 소리를 내며 불꽃을 튕겼다.

석목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 지네 요충이 뿜어내는 압박감은 그동안 만났던 모든 요충보다 훨씬 강했다.

파란 지네가 머리를 치켜들더니, 초록색이 감도는 눈으로 석목을 바라보며 먼저 공격해왔다.

지네가 입을 크게 벌리자 한줄기 검은빛이 뻗어 나와서 눈 깜박할 사이에 석목에게 날아왔다. 구토를 일으키는 비린내가 진동했다.

여의곤으로 검은빛을 부숴버리려던 석목은 얼굴을 찡그리며 옆으로 몸을 피했다.

퍽!

검은빛은 석목의 몸을 스치고 땅에 떨어지더니 그대로 터져버렸다.

지네가 날려 보낸 것은 검은 독물이었는데, 땅에 닿자 곧바로 타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러더니 마치 얼음에 뜨거운 물이 떨어진 것처럼 순식간에 땅을 녹여서 큰 구멍을 만들어냈다.

석목의 동공이 축소되었다. 이곳의 땅은 강철처럼 딱딱한데, 그걸 이렇게 녹여버리는 걸 보니 독성이 매우 강한 것이 분명했다.

순간 그의 오른쪽 팔에서 통증이 밀려왔다. 팔의 금색 비늘이 부식되어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방금 전 피할 때 독물 몇 방울이 그의 몸에 튄 것 같았다. 다행히 많이 튀지 않아서 비늘만 뚫렸을 뿐 피부에는 닿지 않았다.

찍찍!

푸른 지네의 입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네는 몸을 비틀더니 커다란 활처럼 만들어서 단번에 석목을 덮쳐왔다. 그리고 뾰족한 앞발로 석목의 몸을 자르려 했다.

석목은 손을 들어서 여의곤으로 공격을 막아냈다.

펑!

굉음과 함께 그의 두 팔이 저리면서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고, 강한 힘에 뒤로 튕겨 날아간 그는 십 장 정도 떨어진 곳에 떨어졌다.

석목의 가슴에는 깊은 상처가 생겼다. 비늘이 찢긴 틈으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다시 일어서는 석목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방금 전 그는 여의곤으로 날아오는 한쪽 발을 막아냈지만, 다른 발은 미처 막지 못해 상처를 입은 것이었다.

쓱!

지네는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또다시 석목을 공격했다.

석목은 바닥을 차며 뒤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며 팔을 휘둘렀다.

노란 부적 세 장이 날아가서 폭발음을 내며 터졌고, 순식간에 구름으로 변했다. 그 노란 구름은 다시 새장으로 변해서 푸른 지네의 몸을 덮었다.

상급 부적 성곽토뢰부(城郭土牢符)였다.

날뛰던 푸른 지네의 몸은 노란 새장 속에 갇혀버렸다. 머리와 꼬리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였다.

“이 더러운 짐승, 죽어라!”

어느새 석목이 지네 위에 나타났다. 몇 배나 커진 여의곤이 검은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지네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면서 불꽃이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지네의 커다란 머리는 곤봉에 의해 그대로 땅속으로 꺼져버렸다. 하지만 몸에는 별다른 상처가 생기지 않았고, 입에서 푸른 피를 토해내기만 했다.

지네는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 지네의 몸 표면에 기이한 고리형 무늬가 나타나더니 눈부신 푸른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새장이 격하게 흔들리더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석목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부적 두 장을 꺼내려고 했다.

그때 지네의 꼬리가 위로 튕겼다. 꼬리 끝에 있는 칼날 같은 발들이 석목에게 향했다.

뒤이어 지네의 꼬리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다리가 몸에서 분리됐고, 번개처럼 석목에게 날아왔다.

석목은 깜짝 놀라서 부적을 시전하지도 못한 채 한쪽으로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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