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화. 방가의 숨겨진 비밀
“그는 왜 이런 짓을 한 겁니까? 그리고 당신은 어떻게 도망치게 되었나요?”
석목이 물었다.
“그는 우리 가문의 보물을 넘보고 있었고,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나를 죽이지 않고 비밀 석실에 가두었소. 다행히 그는 석실에 역대 가주만 알고 있는 비밀 통로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고, 그래서 나는 고궐잔검을 들고 간신히 도망나온 거요.”
추악한 남자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이곳까지 왔습니까?”
석목이 재차 물었다.
“도망을 친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이곳까지 쫓아왔고, 더 도망갈 곳이 없어서 오랫동안 폐쇄되어 있던 금지 구역인 유월 광굴로 들어온 겁니다. 금오귀 그놈은 이 동굴의 기이한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감히 들어오지 못한 것이고, 나도 이곳의 환경과 요충들 덕분에 간신히 살아남은 것이오.”
추악한 남자가 덧붙였다.
“당신의 이야기에 빈틈이 없긴 합니다. 다만 어떻게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것입니까?”
석목이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이 고궐잔검은 우리 가문 대대로 이어져온 물건이오. 선조가 피로 제련한 특별한 보물이지요. 이 물건은 우리 가문의 사람들과 혈맥 관계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가문이 아닌 다른 사람은 절대 사용할 수 없소. 믿지 못하겠으면 한번 시험해 봐도 되오.”
추악한 남자는 검을 땅에 꽂더니 뒤로 물러났다.
석목은 반신반의하며 앞으로 걸어가서 검의 칼자루를 잡고 들어올렸다. 그리고 영력을 사용해 두어 번 흔들어보았다.
그러나 동굴 속에서 바람소리만 들릴 뿐, 보검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진기를 잔검에 불어 넣어 봐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영기나 법보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두꺼운 철을 들고 있는 듯했다.
석목은 방금 전 이 남자가 잔검을 물 흐르듯 쓰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이로 미루어보아 남자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당신 가문의 사람들만 이 고궐잔검을 사용할 수 있다면, 금오귀는 왜 이것을 빼앗으려 하는 겁니까?”
석목은 고검을 돌려주며 물었다.
그가 자신을 믿는다는 투로 말하자 추악한 남자의 눈에 한줄기 희망이 스쳤다. 그는 절박하게 말했다.
“그 금오귀가 넘보는 것은 이 고궐잔검이 아니오. 우리 가문에서 보유하고 있는 고계 공법인 명수결(溟水诀)입니다.”
“뭐라고요? 당신의 가문에 명수결이 있다고요?”
석목이 깜짝 놀라 물었다.
명수결은 미양성역에서도 위세가 대단한 공법이었다. 석목은 일부 야사에서 명수결에 대해 기록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누가 그것을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명수결은 천여 년 전 유명상인(幽溟上人)이라는 사람이 개발해서 수련한 공법이라고 했다.
그는 공법을 진경(臻境)까지 수련하여 단번에 미양성역의 유명인이 되었다. 그는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조화 신통으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청란성조도 유명상인이라는 사람을 영입하고 싶어 했으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추어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명수결도 그와 함께 사라졌다.
청란성조는 사람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수소문했으나, 결국 온전한 명수결을 찾아내는데 실패했다. 성전각에 수집되어 있는 것도 일부에 불과해서 수련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수천 점의 현영점이 있어야 바꿀 수 있었다.
“그렇소. 우리 방가의 선조는 유명상인과 인연이 있었다오. 그리하여 명수결의 탁본을 한 부 갖고 있지요. 그것은 진법의 보호를 받는 은밀한 상자에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고궐잔검이 바로 그 상자를 열 수 있는 비밀 열쇠요.”
방박정이 말했다.
“방가에 그런 공법이 있는데 왜 아무도 수련하지 않은 겁니까?”
석목이 물었다.
“우리 방가는 어검(御剑) 지도를 이어받았소. 검도는 마음의 수련을 매우 중요시하는 만큼 가장 기피해야 할 것이 잡념이지요. 그리고 그 당시 유명상인이 우리 선조에게 명수결의 탁본을 허락하면서, 천 년 동안만 수련을 보류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하여 방가의 유훈에도 방가 사람들은 명수결을 수련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소.”
방박정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석목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명수결이라는 공법은 물 속성 공법이라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방식이었다. 게다가 음의 속성을 띠고 있었다.
석목은 음의 힘을 가지고 있고, 또 물 원소에 대한 감응력도 약하지 않았다. 그러니 명수결을 수련하기에 적합했다.
지금 그는 적원화경도 끝까지 수련한 상태였다. 즉, 비축해둔 곡식은 다 떨어져가고 햇곡식은 아직 수확하지 않은 단계라고 할 수 있었다. 만약 온전한 명수결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또 구전현공 세 번째 단계를 수련한 경험이 있는 만큼, 물과 불 속성이 충돌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저는 당신이 방박정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다시 방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습니다.”
석목이 말했다.
“정말이오?”
방박정은 석목의 말을 듣자 기쁨으로 목소리가 커졌다.
“저는 한 번 내뱉은 말은 꼭 지키는 사람입니다. 다만 금오귀는 천년 화삼을 대가로 당신을 죽이고 고검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만약 제가 당신이 방가를 되찾게 도와준다면 저에게 무엇을 주실 겁니까?”
석목은 방박정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
방박정은 고개를 숙이고 잠시 고민한 후, 결연한 기색을 내비치며 말했다.
“만약 나를 도와 방가를 되찾게 해주신다면 당신은 방가의 은인이오. 천년 화삼은 물론이고 명수결도 기꺼이 드릴 수 있소.”
“명수결을 주신다고요?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합니다.”
석목이 물었다.
“허허……. 명수결을 만든 유명상인은 사라진 지 오래이고, 이 물건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독이 됩니다. 여러 번 화를 불러일으켰던 물건이니, 나를 도와주신다면 기꺼이 드릴 것이고,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오.”
방박정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약조했습니다. 그럼 이제 방가보로 돌아갑시다.”
석목이 말했다.
* * *
반나절 뒤, 석목은 방가보 앞의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청익비차 위에 뒷짐을 지고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방가의 고보에 있는 빛의 막이 흔들리면서 틈이 생겼고, 그 안에서 도인 두 명이 커다란 독수리를 타고 날아왔다.
그들은 처음에 석목을 안내했던 방정덕과 방정해였다.
두 사람은 가까이 다가와서 석목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리고 상처도 없고 먼지 하나 묻지 않은 그의 얼굴을 보며 의아한 기색을 내비쳤다.
“어떻게 된 겁니까? 석 도우, 혹시 무서워서 동굴 안에서 대충 한 바퀴 돌고 다시 나온 건 아닙니까?”
방정해가 피식 웃더니 비아냥거렸다.
“정해, 예를 갖추어라.”
방정덕이 동생에게 훈계를 했다. 방정해는 그 말을 듣더니 콧방귀를 뀌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석 도우, 그 유월 철광은 말 그대로 기이한 곳입니다. 그곳에서 고검을 가져오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지요. 괜찮습니다. 전에 찾아온 몇몇 천년 제자도 다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방해덕이 웃으며 석목에게 말했다.
그러자 석목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갑자기 말했다.
“가주님을 만나뵙도록 해주십시오.”
방정덕은 그 말을 듣고 멈칫하더니, 알았다고 대답하며 석목을 데리고 고보 안으로 들어갔다.
방정해는 혼자 독수리 위에 서서 석목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석목과 방정덕은 고보에 있는 어느 광장에 도착했다.
방정덕은 석목을 잠깐 기다리도록 하고 혼자 가주에게 알리러 갔다.
잠시 후, 방정덕이 회색 옷을 입은 노인 몇 사람과 함께 나왔다. 제일 앞에는 가주 방박정이 있었다.
“음? 석 도우, 이렇게 빨리 돌아오셨나요? 잔검을 찾으신 겁니까?”
방박정이 다급하게 물었다.
“운 좋게 체면은 지켰습니다.”
석목은 그렇게 말하며 고궐잔검을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러자 방박정을 포함한 무리가 전부 깜짝 놀랐고, 석목의 손에 있는 검을 바라보았다.
방박정은 잔검을 받더니 웃으며 물었다.
“석 도우는 정말 대단하신 분이군요. 단번에 이 보물을 찾아주시다니요. 그런데 검을 훔쳐간 배신자는 죽이셨나요?”
“허허, 곧 죽이게 될 것 같습니다.”
석목은 눈썹을 치켜뜨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방박정은 그의 말을 듣더니 흠칫 놀랐다. 그 순간 석목이 손을 들어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금색 주먹의 그림자가 날아오자 방박정은 다급하게 검을 들어서 막았다.
탱!
주먹 그림자의 엄청난 힘에 밀려 잔검이 튕겨 날아갔다. 방박정은 뒤로 일고여덟 발짝 물러나서야 간신히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석 도우, 이게 무슨 짓입니까?”
한쪽에 서 있던 방덕정이 화가 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감히 가주를 공격하다니…….”
“죽여!”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그 모습을 보더니 소리를 지르며 영기 등 무기를 집어 들었다.
그때 허공에서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멈춰라!”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찢어진 옷을 입고 추악하게 생긴 남자가 석목의 옆에 내려섰다.
“석목, 우리 가문을 배신한 자를 데리고 이곳에서 난동을 부리다니. 이러는 이유가 뭔가?”
방정해가 큰소리로 물었다.
“이놈, 내 목소리도 못 알아듣는 것이냐?”
추악한 남자가 눈썹을 치켜뜨며 고함을 질렀다.
방정해가 멈칫하며 대꾸하려 하는 순간, 누군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방정덕이 그의 어깨를 누르며 제지하고 있었다.
“이 목소리는……. 가주님?”
마른 몸집의 노인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얼굴은 어떻게 된 것인지…….”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여러분, 내가 가주 방박정이오. 저 자는 배신자 금오귀입니다. 나는 저 놈의 덫에 걸려 어쩔 수 없이 검을 들고 도망친 것이오!”
추악한 남자는 고궐잔검을 들고 있는 방박정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금오귀? 그 사람은 삼 년 전 성 밖에서 죽은 것이 아닌가요? 시체도 남지 않았는데, 혹시…….”
일행 중 누군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저 배신자의 말을 믿지 마라. 나야말로 너희의 가주다. 고궐잔검을 찾았으니 빨리 저놈을 죽여 버려라! 석목은 성지의 제자 신분으로 배신자와 손을 잡았으니 함께 죽이거라!”
금오귀가 손에 든 고검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때 방정덕이 갑자기 몸을 돌려 금오귀를 향해 물었다.
“가주님, 최근 삼 년 동안 갑자기 광맥을 채굴하여 광산을 늘리라고 하셨지요. 왜 그러신 겁니까?”
그러자 금오귀가 대꾸했다.
“광산은 원래 우리 가문의 중요한 자원이다. 채굴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이냐?”
“제가 알기로는, 방가 가훈에 따르면 후대의 자손들은 늘 적당량의 채굴을 해야 하며, 이듬해 식량을 앞당겨 먹는 행동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가주님은 이것을 잘 지키셨습니까?”
“예전과 달리 오늘날 방가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 충분한 자원으로 유지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금오귀의 대답에 방정덕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가문의 수익은 왜 늘어나지 않았나요?”
그러자 이번에는 마른 몸을 가진 노인이 물었다,
“가주님께 여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