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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464화 (464/916)

464화. 진위를 구별하지 못하다

탱!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석목의 빈철곤과 조심뢰의 뇌전도(雷电刀)가 부딪쳐서 대치상태를 이루었다.

석목의 팔 근육이 울퉁불퉁 튀어나왔다. 그는 힘을 가하여 곤봉을 꽉 쥐었다.

조심뢰는 낮게 신음을 내더니 한 손에 칼날을 잡고, 한 손으로 칼자루를 잡은 채 죽을힘을 다해 버텼다. 곧 칼날이 강한 힘에 의해 구부려졌다.

그때 조심뢰의 등 뒤에 있던 거인의 허영에게서 갑자기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어서 거인의 이마에 있는 외뿔에서 굵고 검은 번개가 뻗어나가서 석목의 미간으로 향했다.

그것을 본 석목은 등 뒤에 머리가 일곱 개 달린 구렁이의 허영을 만들어냈다.

일곱 개 머리의 정중앙에 있는, 교룡처럼 생긴 머리의 가시 같은 금색 뿌리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서 검은 번개와 부딪쳤다.

쿵!

금빛과 검은빛이 동시에 터지면서 부서져서 허공에서 날아다녔다.

“눌러버려라!”

그때 석목이 갑자기 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그의 팔에서 금색 빛이 활활 타오르더니 여의빈철곤을 칭칭 감았다.

펑!

화염을 둘러싼 곤봉이 무겁게 내리누르자 조심뢰의 손에 있는 장도가 끊어졌고, 곤봉은 그대로 그의 가슴을 내리쳤다.

조심뢰의 몸이 여의빈철곤에 의해 땅에 처박혔다. 그의 가슴은 움푹 패여서 피범벅이 되었다.

그 순간 그의 의식이 드디어 돌아왔다. 눈에 흐르던 핏빛은 사라졌지만, 눈빛은 점점 꺼져가고 있었다.

“무……무슨 영영……. 다……. 하……하……”

그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조심뢰는 복잡한 표정으로 석목을 바라보며 입술을 힘없이 여닫았고, 결국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돌리며 숨을 거두었다.

석목은 그를 한번 바라보고는 몸을 돌려 자색 나무쪽으로 향했다.

자색 나무 꼭대기의 동그란 얼굴은 여전히 웃는 듯 아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입에서는 계속해서 울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석목은 이미 상황을 파악해버린 뒤였기에, 아기 울음소리에 현혹되지 않았다.

석목은 나무를 위아래로 자세히 훑어보았다. 그리고 큰 보폭으로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화염으로 둘러싸인 빈철곤을 들고 몸을 활처럼 젖혔다가 자색 나무를 강하게 내리쳤다.

쿵!

나무가 부서지며 가지들이 여기저기 흩어졌다. 이어서 그 위에서 불이 활활 타올랐다.

화염 속에서 처절하게 통곡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동그란 얼굴은 불길에 흉악하게 일그러지더니 전부 타버렸다.

석목은 그 광경을 한참 바라보다가 이내 몸을 돌렸다.

그가 막 돌아섰을 때, 숲속에서 소리가 들리면서 강수수가 나타났다.

강수수는 땅 위에 널브러진 사체와 타오르는 화염을 보더니 놀란 기색으로 물었다.

“석 사형, 이게 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조심뢰와 그 청년은 요수에게 의식을 빼앗겨버렸습니다. 방금 전 막무가내로 저를 죽이려 해서 어쩔 수 없어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요수는 제가 태워버렸는데, 영영과 같은 건 없었습니다.”

석목은 그녀에게 대충 설명을 해주었다.

강수수는 한참 침묵에 잠겨 있다가 화염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때 저희는 우연히 영영과 나무를 발견한 후, 성지로 돌아와서 대량의 서적을 찾아서 읽어보았습니다. 이것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려 했는데 설명은 다 간단하더군요. 그중에서 전해지는 소문에 대한 게 있었습니다. 그때는 야사처럼 여기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사실이었나 보네요.”

“그래요? 그게 무슨 소문입니까?”

석목이 물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 영영과는 익을 때쯤 나뭇가지가 분열된다고 합니다. 여러 분신으로 나뉘는데, 그중 한 개만 진짜이고 나머지는 전부 가짜랍니다. 가짜 나무도 똑같이 아기 울음소리를 내서 사람들의 심신을 교란할 수 있고, 영영과는 진짜 나무에만 달려 있다고 했습니다.”

강수수가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있는 이 나무는 가짜 나무 중 하나겠네요. 혹시 그 책에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방법이 적혀 있었나요?”

석목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 부분은 언급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한 그루씩 찾아내야 할 것 같습니다.”

강수수가 유감스럽다는 듯 말했다.

“그렇다면 서두릅시다.”

석목이 말했다.

* * *

같은 시간, 또 다른 산골짜기에서는 파랗고 붉은 두 갈래의 빛이 허공에서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파란빛을 뿜는 사람은 능풍이었고, 붉은빛을 뿜는 사람은 그와 함께 이곳에 온 붉은 옷을 입은 여자였다.

붉은 옷을 입은 여자의 눈에서 핏빛이 반짝였다. 그녀는 손에 쥔 한 장 정도의 긴 비단에서 노을빛을 뿜어내면서 능풍을 공격했다,

능풍은 검의 기운으로 몸을 감싸고 계속 긴 비단의 공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그는 피하기만 할 뿐 전혀 공격할 생각을 하지 않는 듯했다.

“홍옥(红玉) 사저! 빨리 정신을 차리세요!”

능풍의 눈에도 붉은 빛이 희미하게 어려 있었지만, 그는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그는 산골짜기 밖으로 물러나면서 신식을 부리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홍옥은 전혀 듣지 못하는 듯 손에서 빛을 번쩍였다. 그러자 한 장 정도 되는 비단이 구렁이로 변하여 능풍을 감싸려 했다.

“홍옥 사저, 실례하겠습니다.”

능풍이 말했다. 곧이어 한줄기의 푸른 검기가 그의 발밑에 나타났다. 검의 기운은 그의 몸을 받치고 앞으로 날아가더니 빠르게 구렁이를 피했고, 순식간에 홍옥의 등 뒤에 나타났다.

능풍이 오른쪽 손바닥을 들자 두 손가락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손가락으로 홍옥의 목덜미를 짚었다.

그러자 홍옥은 몸에서 순식간이 힘이 빠지며 능풍의 품에서 의식을 잃었다.

법력이 사라지자 구렁이도 다시 비단으로 변하여 홍옥의 허리를 감쌌다.

능풍은 산골짜기와 멀리 떨어진 곳에 서서 안에 있는 기이한 자색 나무를 바라보았다. 그의 두 눈에서 감돌던 붉은 빛이 서서히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나무를 공격하지 않았다.

잠시 후, 능풍은 한 손에 홍옥을 안은 채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버렸다.

* * *

능풍이 있는 산골짜기와 수십 리 떨어진 숲 속, 하얀 옷을 입은 조극이 허공에 떠 있었다.

그는 눈에서 푸른빛을 뿜어내며 아래를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자색의 커다란 나무 꼭대기에는 웃는 듯 아닌듯한 동그란 얼굴이 시도 때도 없이 떠올라서 엉엉 울고 있었다.

마귀의 신음이 조극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의 안색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마치 그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조극의 두 눈이 갑자기 푸른색으로 변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있는 허공에서 물결이 층층이 일렁이며 자색 나무로 향했다.

자색 나무가 물결에 닿자 울음소리가 멈추었다. 나무는 가지의 미세한 흔들림 마저 멈춰버린 채, 마치 얼어붙은 듯 조용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조극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의 몸 왼쪽이 맑은 하얀빛으로 변했다. 그는 주먹을 쥐고 나무를 강하게 내리쳤다.

펑!

자색 나무가 곧바로 부서지면서 나뭇가지가 전부 타버렸다.

조극은 허공에서 천천히 내려와서 반만 남은 동그란 얼굴을 발로 밟아버렸다. 그리고 콧방귀를 뀌면서 숲속으로 들어갔다.

* * *

석목과 강수수는 숲속에서 반 시진 동안이나 헤매고 있었다.

그들은 길에서 또 다른 가짜 영영과 나무와 마주쳤다. 그러나 석목이 영목신통으로 미리 감지한 덕분에 가볍게 피해갈 수 있었다.

두 사람이 푸른 대나무 숲을 지나자 눈앞에 안개가 자욱한 숲이 나타났다.

숲의 나무들은 다른 숲보다 훨씬 무성하고 튼튼했다. 삼사백 장 정도 되는 커다란 나무들이 가득 있었는데, 전부 잎이 무성하고 푸르렀다. 그리고 안개도 다른 곳보다 훨씬 짙었다.

석목은 두 눈에서 금빛을 뿜어내며 숲속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일 리 정도의 거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석 사형, 혹시 뭐가 보이나요?”

강수수가 물었다.

“안개가 전보다 훨씬 짙어서 영목신통으로도 멀리 내다볼 수 없군요. 다만 이곳의 영력은 전에 갔던 곳들보다 훨씬 짙은 걸 보니 영영과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 들어가 봅시다.”

석목의 말에 강수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몸을 날려서 숲속으로 들어갔다.

석목은 손을 흔들어 주변에 흩어져 있는 짙은 안개를 걷어냈다. 하지만 그 안개들은 얇은 연기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합쳐졌다.

안개 때문에 몇 장 앞의 물체마저 희미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멀리 내다보니 그곳에도 짙은 안개뿐이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숲속을 날아가서 숲의 중심으로 향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석목은 앞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깨달았다. 곧이어 눈앞에 한 장 정도 넓이의 하얀 강이 하나 나타났다.

그때 석목 주변의 안개가 갑자기 소용돌이치더니 그 가운데가 마치 부식된 것처럼 크게 찢어졌다. 이어 그 구멍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와서 석목의 목을 노리고 공격했다.

석목은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추고 손에서 붉은빛을 뿜어서 검은 그림자를 공격했다.

펑!

커다란 화염 주먹의 그림자가 검은 그림자를 묵직하게 가격했다. 그림자는 멀찌감치 날아가 버렸다.

주먹 그림자의 기세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뻗어갔다. 그림자가 지나간 곳마다 짙은 안개가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림자의 정체를 확인한 석목의 얼굴이 굳어졌다. 강변에 거무칙칙하고 커다란 두꺼비 하나가 엎드려 있었다.

두꺼비의 입가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었고, 혀를 내민 채 배를 벌렁거리고 있었다.

“꾸왁!”

두꺼비가 소리를 내더니 입을 크게 벌렸다. 그 안에서 검은 혀가 여러 개 뻗어 나왔다. 혀에 안개가 휘감긴 모습이 마치 검은색은 꽃봉오리 같았다.

혀는 석목을 향해 날아왔고, 그의 몸을 감아서 입 안에 넣으려 했다.

굵은 혀에서 비린내 나는 진득한 액체가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땅 위에는 세 치 정도 되는 웅덩이가 생겼고, 그 안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석 사형, 조심하세요! 저 두꺼비는 맹독 그 자체입니다. 절대 손을 대면 안 돼요!”

강수수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석목에게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석목은 멈칫했다. 그리고 몸을 강력한 화염으로 둘러싼 뒤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몸에서 불빛이 뿜어져 나오며 금색이 섞인 주먹 그림자가 허공에서 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검은 혓바닥을 향해 덮쳤다.

“꾸왁!”

화염의 망과 검은 혀가 부딪치자 커다란 두꺼비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흘러나왔다. 두꺼비를 둘러싸고 있던 검은 안개는 순식간에 푸른 연기가 되어 증발해버렸고, 여러 개의 혀는 소리를 내며 검게 타버렸다.

두꺼비가 몸을 돌리자 꼬리 부분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두꺼비는 다리를 뻗어 물속으로 도망가려 했다.

두꺼비가 이제 막 뛰어올랐을 때, 석목이 위에서 빛을 반짝이며 날개를 펴고 나타났다. 그리고 손에 든 여의빈철곤을 휘둘러 두꺼비의 머리를 내리쳤다.

쿵!

두꺼비는 그대로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렸고,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두꺼비를 잡은 두 사람은 지체하지 않고 계속해서 숲속으로 들어갔다.

가는 동안 수많은 요수들이 습격했지만, 다행히 방금 전의 두꺼비처럼 평범한 요수였기 때문에 두 사람은 가볍게 해치울 수 있었다.

그들이 관목 숲속을 지나는 순간 노란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커다란 망이 땅에서 솟아올라서 두 사람을 덮어씌웠다.

이어서 숲속에서 무언가 스치는 소리가 나더니 석목 등 두 사람을 향해 밀려왔다.

석목이 큰소리를 지르자 왼쪽 팔에서 화염이 소용돌이쳤고, 곧 그의 주먹이 망을 뚫어버렸다. 노란 망은 단번에 부서지면서 허공에서 하얀 연기가 되었다.

“아마도 수요(树妖)인가 봅니다. 한 마리뿐이 아닌 것 같아요…….”

강수수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면서 손에서 푸른빛을 뿜으며 땅을 내리쳤다.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수십 갈래의 덩굴이 땅에서 솟아나서 두 사람을 감쌌다.

“빨리 끝내야 합니다! 기이한 곳이니 빨리 벗어나야 해요!”

석목이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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