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화. 칠공과핵(七窍果核)
번개로 인해 구슬 두 개는 기이하게 연결되어 서로 끌어당기며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가볍게 부딪치더니 그대로 붙어버렸다.
쿵!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커다란 힘이 석목의 단전에서 터져 나오며 그의 몸이 격하게 흔들렸다. 석목은 단전에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석목은 이를 악물고 간신히 몸을 진정시키고, 단전의 상황을 들여다보았다.
흑백의 두 구슬은 작은 음양의 맷돌처럼 마찰하고 있었다. 그 위에 검고 하얀 빛이 희미하게 번지는 모습이 융합을 하는 듯했다.
석목은 다급하게 두 손으로 법결을 펼치며 구전현공 세 번째 단계의 음양 합일 구결을 외웠다.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퍽!
가벼운 소리와 함께 단전 속에서 검고 하얀 빛이 동시에 뿜어져 나왔다. 드디어 구슬 두 개가 합쳐지면서 용 눈알만 한 흑백의 금단으로 변하였다.
“금단! 성공했다!”
석목은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실패해서 가단도 터져버리고 수련 경지마저 전부 날아가서 다시 고생스럽게 수련의 길을 걸어야 할 줄 알았는데,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 금단은 흑백의 두 가지 색과 두 가지 기운을 띠고 있는 게 뭔가 조금 이상했다.
그가 더 자세히 생각하기도 전에 금붕어도 하나로 합쳐지더니 사라졌다.
이어 순수한 영력이 단전의 흑백 금단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이목구비를 통해 흘러나왔다.
한줄기 영력은 공기 중에 있는 푸른빛들과 함께 별빛처럼 석목의 몸에 드리워져 투명한 빛의 막을 형성했다.
석목은 마치 작은 벌레가 물어뜯는 듯 사지가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그 기분은 조금 이상하면서도 매우 편안했다.
이어서 수축했던 사지의 근육들이 다시 울퉁불퉁 튀어나왔고, 검게 타버린 피부도 나무껍질처럼 벗겨지더니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석목은 살짝 놀랐다. 천위에 이르자 그가 흡수한 나무 속성의 영기는 새살을 돋게 하는 능력이 되었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점점 강력해져서 이전의 몇 배는 되어 있었다.
다만 몸이 원래의 모습대로 회복됐음에도 불구하고 두 팔은 여전히 무거웠다.
석목은 구전현공을 묵묵히 시전해보았다. 왼팔과 오른팔에서 빛이 감돌더니 왼쪽 팔이 하얗게 변했다. 오른쪽 팔은 검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예전과 달리 석목의 두 팔은 전혀 사람의 피부 같지 않았다. 마치 금이나 수정처럼 투명한 빛을 뿜고 있었다.
그는 두 팔을 들어 서로 몇 번 부딪쳐보았다. 석실에서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석목의 표정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단도 한 자루를 꺼내들고 자신의 왼팔을 힘껏 찔렀다.
탱!
단단한 철판을 찌른 듯 칼끝이 단번에 부러져버렸다.
그는 이번에는 왼손으로 칼을 잡고 오른쪽 팔을 힘껏 찔렀다. 결과는 똑같았다.
“구전현공의 세 번째 단계가 금단 응결에 도움이 되는 줄 알았는데, 금단도 현공 세 번째 단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니.”
석목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갑자기 부러운 감정이 들었다. 만약 자신이 천수의 혈맥을 갖고 있었다면? 그래서 진정한 구전현공을 수련했다면 금강으로 변한 것은 두 팔뿐만 아니 몸 전체였을 것이다.
석목은 왼손을 뻗어서 단도의 칼날을 잡았다. 손에서 하얀빛이 마구 튀어나오더니 양의 힘이 뿜어져 나가서 단도에 스며들었다.
단도는 붉은빛을 반짝이더니 순식간에 붉은 쇳물로 변해서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석목의 오른쪽 손은 이미 칼잡이를 잡고 흘러내리는 붉은 쇳물을 전부 받고 있었다. 쇳물은 그의 오른쪽 손에 닿는 순간 얼어서 단단한 철판으로 변해버렸다.
석목이 주먹을 꽉 쥐자 철판은 그의 손에서 부서져서 가루가 되었다.
잠시 후 그가 현공의 힘을 거두고 나서야 두 팔은 정상적인 색깔로 돌아왔다.
석목은 긴 숨을 내뱉으며 일어섰다. 그리고 푸른 옷 한 벌을 꺼내 입었다.
그는 다 타버려서 반들반들해진 머리와 눈썹을 만지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막 발을 떼려 하는 순간, 석목은 근처에 갈색 원석이 반짝이며 푸른빛을 뿜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멈칫하더니 갈색 돌을 주워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이 갈색 돌은 진짜 돌이 아니었다. 그가 아무 생각 없이 던져버린 영영과의 과핵(果核)이었다.
과핵에는 일곱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구멍은 서로 연결되어 푸른빛을 끊임없이 흘려보내고 있었다.
다시 자세히 훑어보니 이 구멍들은 사람의 이목구비 분포와 일치했다.
푸르스름한 빛 속에서 아기의 얼굴이 은은하게 나타났다. 입 부분이 벌렁 이며 움직이고 있는 게 마치 살아 숨 쉬는 생물체 같았다.
석목은 놀라운 마음을 억누르며 과핵을 조심스럽게 저장 반지에 넣어두었다. 절대 평범한 것 같지 않았기에, 나중에 관련된 책을 찾아 알아볼 계획이었다.
석실을 나선 석목이 천성전 대실에 도착하자 검 모양 눈썹을 한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
“육 년간 고생스럽게 수련하여 금단 응결에 성공했군. 축하한다.”
남자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이렇게 또 육 년이 흘렀군요. 이제 그동안 밀린 현영점을 드리겠습니다.”
현영점을 전부 지급한 석목은 지체하지 않고 천성전을 떠나서 현영제 방향으로 날아갔다.
석목은 자신의 동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 강한 영력의 압박이 주위로 퍼졌다.
그러자 몇몇 그림자가 영폭 근처에서 석목에게 날아왔다. 제풍과 몇몇 시종이었다.
“부주님, 천위 경지에 들어서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제풍은 석목을 보더니 기쁜 기색을 드러내며 큰절을 올렸다. 다른 사람들도 전부 큰절을 하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석목은 지계의 경지로 단번에 여러 천년 제자를 이긴 전력이 있으니, 천위에 들어선 지금은 실력도 엄청나게 상승했을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영지도 넓어지고 관사와 시종들에게도 좋은 일만 생길 것이 분명했다.
“됐다. 다들 일어나거라.”
석목이 손을 흔들자 무형의 힘이 그들을 일으켜 세웠다.
“부주님, 감사합니다.”
“이제 막 천위에 들어섰기에 수련 경지를 공고히 할 시간이 필요하다. 영지는 계속 알아서 잘 다스려주고, 다른 일들은 내가 나오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자.”
석목은 그렇게 말하고 곧바로 동부 안의 비밀 석실로 들어갔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수결을 시전했다. 그러자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파란 강물처럼 그의 주변을 감싸고 돌았다.
석목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명수결의 위력은 적원화경보다도 훨씬 강력했다.
하지만 진기가 흐르는 동안 흑백의 금단은 여전히 느렸다. 경지가 아직 완전히 안정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동부의 천지 영기는 천성전보다 훨씬 옅었지만, 영폭의 물 속성 영기는 매우 왕성했다.
석목이 깊은숨을 들이마시자 그의 몸 주변에서 파란 빛이 줄기줄기 나타나서 그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석목의 몸을 둘러싼 파란 빛이 점점 공으로 변해서 그를 감쌌다.
* * *
시간은 천천히 흘러서 반 년이 지나갔다.
석목 주변에서 파란 빛이 반짝이더니 마치 고래가 물을 빨아들이듯 전부 그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천천히 일어서는 석목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지난 반 년 동안 그에게는 큰 수확이 있었다. 몸속에서는 진기가 물 흐르듯 순조롭게 흐르고 있었고, 경지도 단단해졌다.
석목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흐르는 진기의 힘이 이렇게 강했던 적은 없었다.
다시 돌아보니 예전에 만났던 강적들, 즉 구영흉수 등은 지금 그의 실력으로 충분히 죽여 버릴 수 있었다.
그는 밖의 대실로 나가서 제풍을 불렀다. 그리고 영지와 종문의 일에 관해 들은 뒤, 거두어들인 최상급 영석을 받아서 다시 동부를 떠날 채비를 했다.
석목은 잠깐 앉아서 눈썹을 치켜뜨며 영영과의 푸른 과핵을 꺼내 들었다. 과핵의 푸른빛은 더 밝아져 있었고, 아기의 모습도 더 뚜렷해져 있었다.
석목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이 과핵은 마치 생명력이 있는 듯 천천히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는 다시 과핵을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집어넣고 밖으로 나갔다. 이 특이한 물건에 대해 반드시 자세히 알아봐야 했다.
한 시진 후, 석목은 현영탑의 성전각에 도착했다.
그는 이미 이곳을 수도 없이 드나들어서 각종 서적의 위치를 거의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온갖 천재지보를 소개하는 서적이 있는 석대로 날아갔다.
석목은 영영과와 관련된 책을 찾아서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권이나 읽어도 그가 찾는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기록된 내용은 전부 영영과의 효능, 혹은 단약을 만드는 방법뿐이었다. 과핵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
석목은 미간을 찌푸리며 벽돌만큼 두꺼운 책을 꺼내들었다.
그 책의 많은 부분은 영영과에 대한 것이었다. 앞부분에 기록된 내용은 다른 책과 같았다. 하지만 책을 거의 끝까지 읽어 내려갔을 즈음 석목의 안색이 밝아졌다.
전집의 마지막 부분에 영영과의 과핵과 관련된 정보가 기록되어 있었다. 영영과 과핵은 특정한 상황에 이르면 구멍이 생기고, 구멍이 많을수록 이 효용이 더 강력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군. 역시 이 영영과는 효능이 매우 좋아 별다른 어려움 없이 금단을 응결했다.”
석목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음?”
갑자기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끝부분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손글씨로 적은 듯 희미했고, 글자에서 오만한 기풍이 느껴졌다.
“……영영과의 과핵에 구멍이 일곱 개 생기거나 다른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면 그것은 천지 영물에 속한다. 그리하여 분신으로 제련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수십 년간 연구하였고, 운이 좋게 구멍이 일곱 개 생긴 과핵을 분신으로 제련하였다. 그리하여 제련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여기에 적는다…….”
그 뒷부분에는 제련하는 방법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기재돼 있었다. 또 필요한 재료에 대해서도 함께 적혀 있었다.
여기까지 읽은 석목은 너무 좋아서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고전에서 분신과 관련된 설명을 읽은 적이 있었고, 그것은 명성이 매우 자자한 신통이었다.
분신은 본체와 연결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귀신 등 죽은 영혼과 다른 점은 주인의 수련 경지가 강해지면 분신도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었다. 즉, 영기나 법보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니 분신을 가진다는 것은 또 다른 자신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분신술이 뛰어난 경우에는 그 실력이 본체를 넘어설 때도 있었다.
석목은 다시 과핵을 꺼내들었다. 영성이 가득한 이 과핵을 자신의 분신으로 만든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제련법을 계속 읽어 내려갔다.
그러나 한참을 읽어 내려가던 석목의 표정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과핵을 제련하여 분신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들은 전부 구하기 힘든 희귀한 것이었다. 그것들은 영영과보다도 가치 있는 재료였다. 게다가 구해야 할 재료가 너무 많아서 그가 전 재산을 털어낸다 해도 다 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분신의 장점을 포기할 수 없었던 석목은 어떻게든 제련을 하기로 다짐했다.
석목은 집중해서 제련 방법을 외웠다. 그리고 책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누군지는 몰라도 제련 방법을 기재해둔 선배가 정말 고마웠다.
곧바로 성전각을 떠난 석목은 백진곡으로 향했다.
그곳은 여전히 시끌벅적했고, 매대 근처에서는 청란 제자들이 각각 필요한 천재지보를 찾고 있었다.
“사형, 어떤 재료가 필요하신가요?”
매대 뒤에 서 있던 청란 제자 한 명이 석목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미소를 띠며 물었다.
“이런 영재들이 필요합니다.”
석목은 옥간 한 개를 건네며 말했다. 거기에는 분신을 제련하는데 필요한 모든 재료가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