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484화 (484/916)

484화. 사령이 매복하여 공격하다

석목은 전장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흑마일족의 신통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중 하나가 흑마일족이 마수들을 길러 전쟁터에 내보내 영물 등을 탐색하는 것이었다.

석목은 신식을 주변으로 보내서 수십 리 안팎을 살펴보았다.

이윽고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신식이 드리워진 범위 내에는 아무런 이상 현상이 없었다.

석목은 잠깐 생각하다가 금색 영패를 꺼내 위문에게 조금 전 검은 마수를 잡은 일을 전했다.

“괜찮습니다. 말씀해주신 마수의 모양을 보아하니 아마도 사후수(狮吼兽)일 가능성이 큽니다. 탐색에 쓰이는 마수지요. 흑마일족은 이런 마수를 종종 우리 구역으로 들여보냅니다.”

위문의 답을 듣고 석목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그는 불공을 두 개 만들어서 마수의 시체를 태워버리고는 계속 순찰을 돌았다.

눈 깜박할 사이에 한 달이 흘렀다. 석목 소대는 제 구 구역에서 팔 구역으로 옮겨졌다.

제 팔 구역은 또 다른 육지의 조각이었는데, 면적이 수천 리나 되었다. 또 제 구 구역과는 달리 전부 호수뿐이었고, 물의 기운이 매우 짙었다.

석목은 호수의 상공에 서서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도 그의 뒤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 달 동안 석목은 직접 경험을 통해, 또 위문 등 다른 사람들을 통해 전장과 흑마일족에 관해 꽤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한 달간 거점 근처는 조용했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번과 같이 우선 모든 사람이 함께 구역을 탐색하고, 그 뒤에 다시 각각 순찰한다.”

석목이 말했다.

소대원들은 대답을 하고 곧바로 한 줄로 늘어섰다.

* * *

제 오 구역에서 한 소대가 순찰을 돌고 있었다.

대장은 하얀 옷을 입은 청년이었는데, 축운검파의 천위 경지 수련자였다.

제 오 구역은 곳곳에 지형의 기복이 심한 산들이 있었다. 산의 돌들은 전부 검은색을 띠고 있었는데, 정확한 재질은 알 수 없었다.

검은 산봉우리 근처에서는 사람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때 산봉우리의 땅이 굉음과 함께 갈라졌고, 검은 연기가 그곳에서 피어올랐다. 검은 연기는 큰 손의 모양이 되어 사람들을 잡으려 했다.

“마기(魔气)! 흑마일족이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

대장인 청년의 손에서 하얀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백옥의 장검이 한 개 나타났다. 검은 기운을 내뿜으며 단번에 검은 손에 큰 상처를 냈다. 검은 손은 곧 두 덩어리로 갈라질 기세였다.

하지만 하얀 옷을 입은 청년이 기뻐하기도 전에, 검은 손이 터져버리더니 검은 연기가 되어 흩날렸다. 연기는 순식간에 십여 명의 사람을 포위했다.

검은 공기 속에서 수십 갈래의 붉은빛 그림자가 나타나서 소대 사람들을 한 명씩 쫓았다. 마치 뱀이 혀를 날름대는 것처럼 번개 같은 속도로 날아간 그림자는 사람들의 몸을 묶어버렸다. 하얀 청년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

붉은빛은 사람들이 두르고 있는 빛의 보호막을 뚫고 단번에 몸속으로 들어갔다.

순간 사람들의 몸이 그대로 굳어지며 눈에 두려운 기색이 떠올랐다. 이어서 사람들의 몸 크기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수련 경지가 가장 높은 하얀 옷의 청년은 몸에서 빛을 반짝이며 공격을 막아내는 듯했지만, 이내 붉은 그림자에 의해 삼켜지고 말았다.

그의 목이 꺾이면서 손에 들려 있던 영패가 아래로 떨어졌다.

* * *

거점의 꼭대기에 있는 방에서는 자색 갑옷을 입은 남자가 늘 그랬듯 각종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위문이 당황한 기색으로 들어왔다.

“수령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방금 전에 제 오 구역의 소대 전체가 연락이 끊겼습니다!”

“뭐!”

갑옷 남자는 위문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벌떡 일어섰다.

“무슨 일인지 확인해봤는가?”

그는 다급하게 물었다.

“아직 모릅니다. 제 오 구역 소대장의 구조 요청을 받았고, 그 뒤로는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습니다.”

위문이 말했다.

갑옷을 입은 남자는 그 말을 듣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한참을 침묵했다.

“수령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 지금 거점에서 휴식하고 있는 소대를 그쪽으로 보낼까요?”

위문이 물었다.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해라. 그리고 제 구 구역과 팔 구역의 소대도 보내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꼭 알아내라고 전해라.”

자색 갑옷을 입은 남자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위문은 대답하고는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 * *

제 팔 구역의 석목 소대는 전체 구역을 순찰하며 호수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때 석목이 한 손으로 금색 영패를 꺼냈다. 영패는 손 위에서 반짝이더니 작은 글자들을 쏟아냈다.

글의 내용을 읽고 나자 석목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대장, 무슨 일입니까?”

“제 오 구역에서 사고가 터졌다. 그곳을 순찰하던 소대가 전부 실종되었다고 한다. 수령은 지금 우리와 또 다른 소대 두 조를 보내 그곳의 상황을 알아보라는 명령을 내렸다.”

석목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서로 한 번씩 마주 보았다.

“왜 갑자기 실종된 것이죠? 강적을 만났다 해도 그 사이에 한 명 정도는 소식을 전해서 상황설명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요?”

곽참이 말했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상대가 너무 강해서 모든 사람이 순식간에 죽음을 당하거나, 혹은 붙잡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랬다면 소식을 보낼 틈도 없었을 테지.”

석목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안색이 굳어졌다.

부공성 요새에서 파견한 소대의 대장은 전부 천위 경지 무인이나 일계술사였다. 그리고 대원들도 지계 경지 혹은 월계술사였기에, 웬만한 행성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상대가 성계의 존재 정도가 아닌 이상, 적에게 밀릴 수는 있어도 전멸하는 상황은 극히 드문 일일 것이었다.

석목은 소대원들이 아무도 말을 하지 않자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탐색할 때 꼭 정신을 가다듬고 거듭 조심해야 한다.”

곽참 등 사람들은 머리를 끄덕였다.

“늦으면 안 되니 서둘러서 가자.”

석목은 일행을 이끌고 제 오 구역 쪽으로 날아갔다.

반 시진 후, 석목 일행은 제 오 구역의 경계에 도착했다. 다른 두 소대는 이미 와 있었다.

한 소대는 전에 석목이 본 적이 있었다. 대장은 이진종 소속이고 삽십 대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였다.

또 다른 소대의 대장은 여자였는데, 청란성지의 천년 제자 옷을 입고 있었다. 두 눈은 자색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제법 예쁘장한 얼굴이었다. 다만 석목은 이전에는 그녀를 본 적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석목이 손을 모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저희도 막 도착했어요.”

자색 눈을 하고 있는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석목이 청란성지의 제자인 것을 보고는 친근하게 말을 건 것 같았다.

“제 오 구역의 순찰 소대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온 수령이 우리에게 이곳 상황을 파악해오라고 했는데, 두 분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진종의 중년 남자가 말했다.

“원인은 잘 모르겠으나, 아마 흑마일족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자세한 상황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자가 말했다.

“석 도우는 어떻게 보십니까?”

중년 남자가 석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도 들어가서 일단 살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새에서 보낸 내용만으로는 너무 모호합니다.”

석목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그렇습니다. 어찌 되었든 들어가서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합시다. 총 세 조로 나뉘어 각자 세 방향으로 탐색에 나서는 게 어떨까요?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도록 하고, 뭔가 이상한 기미가 보이면 곧바로 알립시다.”

중년 남자가 말했다.

석목과 자색 눈을 한 여자도 반대하지 않고 머리를 끄덕였다.

제 오 구역은 곳곳이 검은 돌로 이루어져 있었고, 희미한 어둠이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갑시다!”

석목은 한 쪽 방향을 선택해서 제 오 구역 안으로 날아갔다. 다른 대원들도 그의 뒤를 따랐다.

여자와 중년 남자도 각자 방향을 선택해 날아갔다.

석목 일행은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전진했지만 가는 동안 이상한 현상은 발견하지 못했고, 어느새 백 리 깊이까지 들어갔다.

그들이 살펴본 구역은 산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식물이 적어서 한눈에 뚜렷하게 살필 수 있었다.

하지만 사고가 터진 곳인 만큼 사람들은 조금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심각한 표정으로 각자의 방어막을 펼치고 영기를 꺼내 든 채였다.

석목은 두 눈에서 빛을 반짝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 수 리의 광경이 전부 그의 시야 안에 들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무언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음?”

석목은 순간 낮게 소리를 내며 앞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앞에 커다란 골짜기가 나타났다.

골짜기는 매우 깊어 보였고, 그 안에서 수많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검은색 안개가 지하로 파고드는 모습이 상당히 수상하게 보였다.

“마기!”

이진종 출신의 제자 한 명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라서 그곳을 바라보았다.

“마기는 아니다. 평범한 산안개일 뿐이야.”

석목이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석목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그는 산골짜기 근처로 빠르게 날아가서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대장, 이 골짜기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곽참이 따라서 날아오더니 물었다.

석목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신식을 보내서 산골짜기의 안개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는데, 너무 순식간의 일이라 정확히 보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산골짜기에 마기는 없었다.

‘혹시 이곳에 사는 요수인가…….’

그때 사람들의 등 뒤에 있는 땅이 갑자기 꺼지며 하얀빛이 날아올랐다. 빛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청란성지 출신 제자를 덮쳤다.

펑!

그 제자는 몸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멀리 날아가 버렸다.

다행히 그는 하얀 고리의 영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색이 창백해지고 입가에는 피가 묻어 있는 걸 보니 내상을 크게 입은 것 같았다.

그 그림자의 정체는 온몸에 하얀 갑옷을 두르고 손에 뼈 망치를 들고 있는 해골이었다. 몸 전체가 백옥같이 투명했고, 눈에서는 짙은 자색의 화염을 뿜어내고 있었다.

“사령 생물!”

석목은 깜짝 놀랐다.

하얀 해골은 공격에 실패하자 몸을 번쩍이며 땅속으로 스며들려 했다.

그 순간 한줄기 하얀빛이 튕겨 나와서 땅 위에 떨어졌다. 땅에서 하얀빛이 반짝이더니 얼음이 나타났다.

펑!

하얀 해골은 땅 위의 얼음과 그대로 충돌해버렸다.

해골이 움직이기도 전에 석목이 귀신처럼 그의 옆에 나타났다. 검은빛이 반짝이는 순간 석목의 검은 곤봉 그림자가 엄청난 기세로 해골의 허리를 잘라버렸다.

쩍!

하얀 해골과 뼈 망치가 함께 두 동강이 나버렸다.

검은 곤봉은 날렵하게 한 바퀴 돌더니 위에서 아래로 다시 내려와서 해골의 머리를 내리쳤다. 머리가 부서지며 영혼의 화염도 거대한 영력의 압박에 산산조각이 났다.

석목이 순식간에 사령 해골을 죽여버리자 사람들도 한숨을 돌렸다.

“이곳에 왜 사령 생물이 나타난 거죠?”

곽참이 말했다.

“설마 이 사령 생물이 소대 한 개를 죽여버린 걸까요?”

청란성지의 제자도 의아한 듯 물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골짜기에서 안개가 소용돌이치더니 사령 해골들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손에 든 검과 곤봉, 창 등을 휘두르며 석목 일행을 향해 빛을 뿜어냈다.

해골은 총 이백 구 가까이 되어 보였다. 그중 일부는 눈에 자색의 영혼의 화염이 반짝이고 있었는데, 바로 지계 경지의 사령이었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안색이 변했지만,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각자 손에 있는 영기를 사용하여 사령 해골들과 맞섰다.

“이 산골짜기는 좀 이상하군. 이곳에서 싸우면 위험할 것 같으니 우선 골짜기를 벗어나자.”

석목이 그렇게 말하며 여의빈철곤을 휘두르자 수많은 곤봉 그림자가 날아가서 십여 구의 해골을 부숴버렸다.

그의 말을 들은 곽참 등은 곧바로 자세를 바꾸고, 한 차례 공격을 퍼부어 해골들을 물러나게 한 뒤에 서둘러서 산골짜기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사령 해골들은 그들을 바싹 쫓아왔는데, 움직이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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