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화. 흑마일족의 혼사
석목 일행은 산골짜기에서 사령 생물이 더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는, 골짜기와 멀지 않은 곳에서 멈추고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석목은 사령 해골들을 계속해서 처치했고, 곽참 등도 이미 진법을 짜서 싸우고 있었다. 비록 사령 해골들의 수가 많았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석목이 팔을 흔들자 여의빈철곤이 세 갈래의 곤봉 그림자를 만들어냈고, 덮쳐오는 일고여덟 구의 해골을 전부 부숴버렸다.
이어 그는 금색 영패를 꺼내서 다른 두 소대에게 소식을 전하려 했다.
그때 석목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눈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가 시선을 향한 곳에서 깊고 음흉한 기운이 전해졌다.
“마기!”
곽참과 원옥경 등 수련 경지가 높은 사람들은 먼 곳에서 풍겨오는 이상한 기운을 단번에 감지하고 소리쳤다.
“저곳은 이진종의 육 도우 소대가 탐색을 맡은 구역이다. 흑마일족을 발견한 듯하니 빨리 사령 해골들을 물리치고 지원하러 가도록 하자.”
석목이 말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사령 해골들이 나타난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곽참 등은 적을 빨리 물리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백여 구의 사령 해골에 둘러싸여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때 주변의 상황을 둘러본 석목이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를 질렀다.
“모두 비켜!”
그가 손을 흔들자 여의빈철곤에서 하얀 기운이 뻗어 나오며 엄청난 진기의 파동이 흘러나왔다.
소대원들은 석목의 곤봉에서 뿜어나오는 놀라운 기운을 감지하고, 몇 차례의 공격으로 사령 해골들과의 거리를 벌린 후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석목이 낮게 소리를 지르며 곤봉을 휘둘렀다. 하얀 기운이 밀물처럼 쏟아지더니 수많은 맹수가 튀어나와서 사령 해골들을 공격했다.
“백수진황!”
천위 경지에 들어선 석목이 시전하는 백수진황의 위력은 기존보다 몇 배는 더 강해져 있었다.
하얀빛이 홍수처럼 밀려가며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백 구 가까이 되는 해골이 단번에 맹수들에 의해 묻혀버렸다.
석목은 손을 흔들어 여의빈철곤을 거두어들였고, 하얀 맹수도 흩어졌다. 바닥에는 부서진 백골의 잔해만 남아 있었다.
곽참 등 소대원들은 이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령 생물들이 엄청난 힘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중에는 몇몇 지계 경지도 있었다. 천위 무인이라 해도 한참을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석목은 곤봉을 휘둘러 한 방으로 전부 쓸어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석목의 실력에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가자!”
석목이 옷자락을 흔들자 파란빛이 사람들을 감쌌다. 일행은 순식간에 어디론가 날아갔다.
잠시 후 석목은 마기가 풍기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은 검은 산봉우리 근처였는데 검은 기운이 자욱했고, 흉악한 마수 세 마리가 날뛰고 있었다. 그것들은 천위 경지에 도달한 듯했고, 이진종 출신의 중년 남자와 한창 싸우고 있었다.
소대의 대원들은 두세 명만 남아 있었고, 나머지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광경을 본 석목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석 도우!”
중년 남자는 석목 소대가 온 것을 보고는 매우 기뻐하며 소리쳤다.
그때 마수들도 석목 무리를 발견했다. 그중 사자와 비슷하게 생긴 마수 한 마리가 포효하며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사자가 입을 크게 벌리자 검은 빛기둥이 석목 무리를 향해 몰려왔다.
“석 도우, 조심하십시오! 이 마기는 법보와 영기를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석목은 여의빈철곤으로 공격하려다 중년 남자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다급하게 곤봉을 거두었다. 그리고 온몸에서 붉은빛을 뿜어내며 등 뒤에 거원법상을 만들어냈다.
천위 경지에 들어선 석목은 물 속성 공법인 명수결을 수련하였지만 적원화경도 여전히 쓸 수 있었다. 게다가 몸속의 진기를 응단하면서 위력이 더 커졌다.
붉은 원숭이 법상의 몸집은 예전보다 두 배나 더 커졌고 체형도 많이 바뀌었다. 몸에 화염이 타오르는 갑옷을 둘러서 예전보다 더욱 위엄 있고 기세등한 모습이었다.
붉은 원숭이 법상은 손을 뻗더니 검은 빛기둥을 그대로 잡아서 부숴버렸다.
사자 마수는 멈칫하더니 다시 공격을 취하려 했다.
그때 그의 등 뒤 허공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석목이 나타났다. 그는 몸을 붉은빛으로 감싼 채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그가 팔을 흔들자 여의빈철곤에서 검은빛이 뿜어져 나와서 사자 마수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십 장 정도 되는 검은 곤봉의 그림자가 천지를 뒤흔드는 기세로 맹렬하게 휘몰아쳤다.
사자 마수는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몸에서 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돌아서더니 커다란 두 손을 앞으로 흔들어 곤봉의 그림자를 막았다.
쿵!
사자 마수의 몸이 단번에 날아가면서 앞발에서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수는 고통스럽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사자 마수는 십 장 멀리까지 날아가서야 멈추었고, 그가 일어서기도 전에 붉은 원숭이 법상이 빠르게 날아왔다. 이어 불빛이 번쩍이며 양쪽의 싸움이 시작됐다.
“이 마수는 너희에게 맡기겠다. 내 법상과 힘을 합쳐 해치우도록.”
석목이 곽참 등에게 지시했다.
“네!”
소대원들은 대답한 뒤 곧바로 붉은 원숭이 법상과 함께 사자 마수를 포위했다. 그리고 각자 빛을 뿜어내며 마수를 덮쳤다.
석목은 뒤쪽의 상황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몸에서 붉은빛을 뿜어내며 중년 남자를 포위하고 있는 두 마리 마수에게로 향했다.
두 마수 중 한 마리는 커다란 구렁이 같았고, 다른 한 마리는 검은 새처럼 생겼다. 새는 펼친 날개의 길이가 칠팔 장 정도 되었으며, 검고 날카로운 발톱에서는 마기가 맴돌고 있었다.
새 마수는 석목이 날아오는 것을 보자 중년 남자를 향한 공격을 멈추었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석목을 덮쳤다. 그가 앞발을 휘두르자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고, 마치 수많은 활처럼 공기를 찢는 소리를 내며 석목에게 날아왔다.
석목의 등 뒤에 있는 날개가 빛이 뿜어내더니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이어 수많은 빛이 허공에서 쏟아졌다.
새 마수의 눈빛이 변하더니 영롱한 검은빛으로 덮인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갑자기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날개를 펼치더니 앞을 향해 두 발을 마구 흔들어댔다.
그곳에서 희미한 그림자가 나타났는데, 바로 석목이 그곳에 서 있었다. 새 마수는 순식간에 그의 눈앞까지 날아왔다.
“내 술법을 꿰뚫어보다니…….”
석목은 놀란 기색이었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가 왼손으로 주먹을 쥐자 붉은 화염이 나타났다. 화염에는 하얀빛이 섞여 있었다.
그는 손으로 새 마수의 두 발을 꽉 잡았다.
새 마수의 눈에서 두려운 기색이 스쳤다. 마수의 두 발에서 나오는 검은 빛은 하얀 화염에 닿자 빠르게 사라졌고, 두 발도 검게 그을렸다.
석목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그의 예상이 적중했다. 그의 왼팔이 머금고 있는 양의 힘은 마기의 천적이었다.
그는 손을 흔들어 여의빈철곤을 꺼냈고, 곤봉 주위에 하얀 화염이 짙게 깔렸다. 곧 여의곤은 한줄기 하얀빛이 되어 검은 새 마수의 머리를 공격했다.
“유성간월!”
펑! 펑! 평!
연이어 폭발음이 들려왔다. 잠깐 사이 여러 번 공격을 당한 새 마수의 머리가 순식간에 터져버렸다. 마수는 날개를 몇 번 펄럭이더니 사체로 변하여 땅에 떨어졌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또 다른 구렁이 마수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눈에서 두려운 기색을 떠올렸다. 그는 검은빛이 섞여 있는 꼬리를 흔들어 중년 남자의 부하들을 옆으로 흩어지게 했고, 몸을 구부려서 땅속으로 도망가려 했다.
검은빛이 반짝이며 마수의 몸이 순식간에 작아졌다. 구렁이 마수는 한 장 정도의 크기에 사발 만 한 굵기의 몸으로 변했고, 땅속으로 빠르게 들어가서 자취를 감추었다.
“이 마수 놈, 어딜 도망가느냐!”
이진종의 중년 남자가 고함을 질렀다. 곧이어 그는 석목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먼 곳에서 격렬한 폭발음과 낮게 울부짖는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석목의 소대가 사자 마수를 해치운 것이었다.
사자 마수의 검게 타버린 몸은 땅에 떨어진 뒤 더는 숨을 쉬지 않았다.
그러나 곽참 등 석목의 부하들은 전부 상처를 입었고, 표정도 일그러져 있었다. 사자 마수는 이미 석목의 공격으로 상처를 입은 상태였지만, 그들은 한참 동안 공을 들이고 나서야 간신히 그것을 죽일 수 있었다. 그것도 석목의 붉은 원숭이 법상이 많은 공격을 막아냈기 때문이었다.
흑마일족의 실력은 그들의 상상을 초월했다. 얼마 전만 해도 큰소리를 쳤던 사람들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들이 석목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존경심이 가득했다.
붉은 원숭이 법상은 몸 크기가 반이나 줄었고, 몸에 두르고 있던 화염 갑옷도 반쯤 찢어져 있었다. 아마도 마기에 오염된 것 같았다. 법상은 붉은빛으로 변하여 석목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석목은 손을 흔들어서 여의빈철곤을 거두어들였고, 눈을 들어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그가 바라본 곳에서 몇 갈래의 빛이 날아왔다. 자색 눈을 한 여자의 소대였는데, 이곳의 소리를 듣고 달려온 것 같았다.
“당신들…….”
여자는 그곳의 광경을 보며 무엇인가 물어보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땅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열두 갈래의 검은 빛기둥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빛기둥들은 번개처럼 하늘에서 얽히더니 검고 커다란 새장으로 변하여 주변 백 장 범위를 덮었다.
석목 일행은 전부 그 새장에 갇혀버렸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누구도 대응하지 못했다.
“히히! 때마침 살아 있는 혼이 부족했는데 이렇게 많이 생기다니. 이걸로 충분하겠군!”
음산한 목소리가 검은 기운 속에서 울려 퍼졌다.
이어 누군가의 커다란 몸집이 천천히 날아오더니 허공에 멈추어 섰다.
그를 본 석목의 동공이 축소되었다. 그는 키가 이 장 정도나 되는 흑마일족 사람이었다. 벗은 상체의 피부에는 검은 문신이 잔뜩 새겨져 있었고, 팔에는 검은색 구렁이를 감고 있었다. 방금 전에 도망진 그 마수였다.
남자는 막강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걸 보니 이미 천위 정상에 도달한 것 같았다.
자색 눈을 한 여자와 중년 남자는 그의 기운을 감지하고는 안색이 굳어졌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빠져나갈 궁리를 하였다.
“히히, 이곳은 이미 내 음나대진에 둘러싸였다. 꿈에도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라!”
남자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여자와 중년 남자는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때 침묵하고 있던 석목이 소리를 질렀다.
“너는 누구냐? 이곳에서 실종된 사람들과 관련이 있는 거냐?”
흑마일족은 석목을 한번 바라보더니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히히, 알면서 뭘 물어? 맞아, 내가 죽여 버렸지. 그래서 너희같이 모자란 종족들이 뭘 어쩌겠다는 거냐?”
그의 팔을 감싸고 있는 구렁이가 스르륵 소리를 냈다. 구렁이는 눈에 독을 품고 석목을 바라보고 있었다.
“참, 방금 전에 내 흑익마붕(黑翼魔鹏)과 사자 마수를 죽인 게 너지? 그렇다면 목숨을 내놔야지!”
흑마일족은 팔에 감긴 구렁이를 바라보더니 안색을 굳히며 소리를 질렀다.
그가 한쪽 손을 흔들자 땅에 검은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이어 공간의 파동이 폭발하며 백 구가 넘는 강시와 해골 등 사령 생물이 줄줄이 나타났다.
가장 앞에 있는 사령 생물은 무서운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한 마리는 온몸에 은색 털이 자라 있고 몸집은 삼 장 정도 되는 강시였는데, 손에는 긴 뼈 창을 하나 들고 있었다.
다른 한 마리는 금색 뼈 호랑이였다. 크기가 십 장 정도 되었고 몸에는 금속 광택을 두르고 있었다.
마지막 한 마리는 핏빛을 뿜어내고 있는 해골이었는데, 일반 해골과 별다른 점은 없었다. 다만 강력한 살기가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석목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혼사!”
흑마일족이 손을 흔들자 땅 위의 사령 생물들이 곧바로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가장 앞에 있던 천위의 사령 생물 세 마리가 각각 세 명의 천위 무인을 향해 덮쳐왔다. 그중 핏빛 해골은 석목을 향하고 있었다.
세 개의 소대는 황급히 적에 맞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