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495화 (495/916)

495화. 성계 존재와 격전을 치르다

소요의 얼굴에서 흉악한 기색이 스쳤고, 그는 한 손을 흔들더니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순간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석목의 두 손에서 각각 검은빛과 하얀빛이 뻗어 나왔고, 그것은 흑백의 비의 막을 이루어 소요의 마보와 방울을 가두어버렸다.

방울은 계속 흔들리더니 빛의 막 속에서 이리저리 튕겼다. 하지만 막에 닿는 순간 곧바로 다시 튕겨나가 그 안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석목은 소요의 눈빛을 읽고 고개를 들어 그를 향해 웃었다. 그의 두 팔이 희미해지더니 십여 개의 하얀 진기가 날아가서 방울 근처에 떨어졌다.

하얀빛이 진기에서 뿜어져 나왔고, 진법을 만들어내어 흑백 빛의 막과 조화를 이루어 방울을 그곳에 묶어버렸다.

소요가 여러 번 소환을 시도했지만 방울은 꽁꽁 묶여서 움직이지 않자,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어서 연나가 다시 몸을 움직였다.

퍽!

하얀 창 그림자가 여기저기서 날아오더니, 그것들은 놀라운 속도로 소요의 몸을 뚫어버렸다.

하지만 소요의 몸은 이내 검은 안개로 변해서 잔영만 남기고 사라졌다. 순식간에 백 장 밖으로 몸을 피한 것이었다.

그 순간 그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몸속의 마력이 움직이는 것이 느려졌고, 상처가 깊어지고 있었다.

또다시 빛이 번쩍이더니 석목이 그의 등 뒤에 나타났다. 석목은 물과 불의 날개를 펄럭이면서 여의빈철곤을 들었고, 몇 배는 커진 여의빈철곤이 그를 강하게 내리쳤다.

마치 검푸른 곤봉의 산이 순식간에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 같았다.

소요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두 팔을 등 뒤로 가져가서 검은 도끼를 꺼내 들고는 표면에서 검은빛을 뿜어내는 도끼를 힘차게 위로 치켜들었다.

쿵!

하늘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며 불꽃이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검은 곤봉의 산이 터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소요의 얼굴에서 고통스러운 기색이 더욱 짙어졌고, 양쪽에 있는 두 머리가 갑자기 뒤를 바라보더니 입을 벌렸고, 석목을 향해 두 갈래의 검은 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석목의 입가에 기이한 웃음이 어렸다. 그는 공격을 피하지도 방어하지도 않았다.

퍽! 퍽!

검은 빛기둥이 석목의 몸에 떨어지며 커다란 구멍이 두 개 생겼다.

그리고 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석목의 몸이 다시 한 번 하얀 원숭이 허영으로 변하였고, 그대로 터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소요의 옆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갑자기 석목이 나타났다.

그의 왼쪽 팔은 하얀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화염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순간 석목은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

소요는 성계의 존재였지만, 날개에 물과 불의 힘을 불어넣은 석목의 움직임은 너무 빨랐다. 소요는 간신히 피하고 있었지만, 결국 석목의 주먹이 그의 어깨를 스치고 지났다.

쿵!

순수한 하얀 불기둥이 석목의 주먹에서 뻗어나와서 소요의 어깨 끝에 구멍을 하나 만들어냈다.

“우윽!”

소요는 다시 한 번 피를 뿜어냈다. 이때 그가 눈에서 사나운 빛을 내비치며 한쪽 팔을 흔들자, 검은빛이 뻗어 나와서 석목의 가슴을 찔렀다.

펑!

석목은 마치 망치에 두들겨 맞은 듯 입을 벌려 피를 뿜어냈고, 그의 몸이 뒤로 날아가서 허공에서 몇 바퀴 돌았다.

그는 백 장 거리까지 날아가서야 간신히 몸을 바로잡았다. 가슴의 옷자락은 찢어진 채였고, 금색 비늘도 터져버려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행히 소요는 이미 상처를 입고 있던 데다 다급하게 주먹을 휘두른 것이라, 제대로 힘을 불어넣지 못했다. 한편 석목은 토템 변신에 빛의 막까지 두르고 있어서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석목 역시 미처 피하지 못하고 상처를 입었다.

석목을 날려버린 소요가 비틀거릴 때, 그의 뒤에서 하얀빛이 반짝이며 연나가 다가왔다.

연나의 하얀 창이 돌연 희미해지더니 세 갈래의 하얀 창 그림자가 되어 소요에게 향했다.

창의 그림자는 마치 세 마리의 뱀 같았고, 소요의 방어를 뚫고 세 개의 머리의 미간을 찌르려 했다.

펑! 펑!

무엇인가 터지는 소리가 두 번 울렸다. 소요의 양쪽 머리가 터져버린 것이었다.

소요는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고, 그의 가운데 머리의 미간에서 검은빛이 반짝이더니 손바닥 하나가 나타나서 하얀 창의 그림자를 막아냈다.

“원신화물!”

석목의 눈이 반짝였다.

원신화물을 매우 대단한 신통이었다. 그것은 신혼이 아주 강해야만 사용할 수 있었다.

연나는 멈칫하더니 손을 흔들어 하얀 창에서 빛을 뿜어냈고, 이어 희미한 창의 그림자가 뻗어 나와서 검은 손바닥과 부딪쳤다.

쾅!

하얀 그림자는 단번에 터져버렸다. 검은 손도 격하게 흔들리더니 다시 소요의 미간으로 들어갔다.

소요의 안색은 더욱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는 깊은숨을 내쉬더니 몸에서 검은빛을 번쩍였고, 그의 복부에 난 상처가 한참 동안 꿈틀거렸다. 바로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이미 지혈을 한 상태였다.

그가 큰소리를 지르자 미간 사이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붉고 뾰족한 눈이 하나 나타났다.

퍽!

핏빛 기둥 한 갈래가 그 눈에서 뻗어 나오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연나의 앞까지 다가왔다. 그 속도는 놀라울 정도였다.

연나가 팔을 흔들자 하얀 창이 촘촘한 그림자를 만들어내어 몸 앞을 막아 섰다.

핏빛 기둥은 보기에는 별것 아닌 듯했지만 엄청난 위력을 머금고 있었다. 그것은 단번에 촘촘한 창 그림자들을 뚫고 연나의 머리로 향했다.

연나의 눈에서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그녀는 등 뒤의 하얀 날개를 격하게 흔들며 빠르게 피했으나, 기둥의 공격을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어깨를 강타 당했다.

퍽!

연나의 어깨에 가볍게 구멍이 뚫리면서 상처에서 검은 마기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낮은 소리로 신음하며 뒤로 물러났고, 기운도 급격하게 쇠퇴하였다. 소요의 기둥이 머금고 있는 마기의 위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하지만 엄청난 위력을 지닌 빛기둥은 단 한 번만 시전할 수 있었다.

소요의 이마에서 튀어나온 눈알이 천천히 닫혔다. 그의 얼굴은 핏빛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하얗게 질려 있었고, 다시 한 번 피 한 모금을 뱉어냈다.

연나는 몸에서 은빛을 뿜어내며 상처를 누르고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는 한 치의 두려움도 없다는 듯 또다시 날아올랐다.

다른 한쪽에서는 부적으로 상처에 대해 응급처치를 한 석목이 여의곤을 흔들며 다시 한 번 덮쳐왔다.

소요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결연한 빛이 눈에서 스쳤다. 그는 이를 악문 채 소리를 질렀다.

“다 죽어버려!”

소요는 몸에 검은빛을 휘감고 있었는데, 피부의 모공에서 수많은 검은색 화염이 뿜어져 나와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염의 주위에서 허공이 미친 듯이 일그러졌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려운 기운이 소요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가 최고의 상태에 있을 때보다도 더욱 강력한 기운이었다.

석목은 소요가 갑작스럽게 폭발시킨 기운을 감지하고는 안색이 어두워져 앞으로 날아가다가 그 자리에서 갑자기 멈추었다.

하지만 연나는 전혀 멈출 기색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등 뒤의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바로 소요에게 향했다.

“연나, 기다려!”

석목은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연나는 석목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눈에서 찬란한 빛을 뿜었다. 손에 든 하얀 창에서도 눈을 찌를 것 같은 빛이 뿜어져 나왔는데, 마치 하얀 태양 같았다. 창끝에서 나온 번개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곧바로 소요의 미간으로 향했다.

그 순간 연나는 마치 성역 속의 한줄기 별똥별처럼 어둠 속에 길고 긴 하얀 잔영을 만들어냈다.

이때 석목은 다시 등 뒤에서 물과 불의 날개를 펼쳐서 연나에게 날아갔다.

연나가 자신을 돌보지 않고 달려드는 것을 본 소요의 눈에서 핏빛이 크게 번지며 그는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

소요가 여섯 개의 팔을 거두어들이자 마보들의 표면에서 마문이 살아 숨 쉬는 것처럼 꿈틀거렸고, 그것들은 표면에 두툼한 마기를 두르고 있었다. 광폭한 위력은 몇 배나 더 강해졌고, 주변의 공기는 가볍게 찢겨버렸다.

소요는 다시 두 손을 앞으로 힘껏 뻗었다. 그러자 검은 방패 하나와 검은 깃발 하나가 빛을 뿜어내며 몸 앞에 교차하여 나타났다.

연나의 긴 창이 거센 힘을 싣고 순식간에 날아가더니 소요의 검은 방패와 깃발을 찔러버렸다.

퍽!

방패와 깃발에 구멍이 뚫렸지만 하얀 창의 기세도 줄어들어서 조금 어긋난 각도로 소요의 가슴으로 향했다.

소요는 울부짖으며 훼손된 마보를 던져버렸다. 그리고 날아오는 연나의 하얀 창을 덥석 잡았다.

창에서 하얀빛이 흘러나오며 소요의 두 손에서는 타는 소리가 났고, 마치 불에 달구어진 철판을 잡은 듯, 그의 손바닥의 절반이 타버리며 시커멓게 변했다. 하지만 그의 두 손은 여전히 창을 꽉 쥐고 있었다.

창의 뾰족한 끝이 소요의 가슴과 겨우 몇 마디를 남겨놓고 멈춰버렸다.

연나의 두 눈에서 은빛이 반짝이더니 그녀는 두 팔로 긴 창을 꽉 잡은 채 계속 앞으로 밀고 나가려 했다. 하지만 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죽어라!”

소요가 흉악한 웃음을 드러내며 소리쳤다. 순간 나머지 네 개의 손에 들린 마보에서 검은빛이 흘러나와서 연나에게 향했다.

연나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고, 그녀는 창을 포기하려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연나가 입으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어떤 비술을 시전하려는 듯 그녀의 몸이 기이한 빛을 뿜어냈다.

하지만 이미 많이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어느새 네 개의 마보가 그녀의 몸 가까이 날아왔다. 만약 동시에 공격을 당하게 된다면 성계 존재라 할지라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었다. 하물며 연나는 천위 정상에 불과했다.

“빨리 피해!”

그 순간 하얗고 검은 빛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곤봉이 날아와서 소요의 마보들을 내리쳤다.

펑! 펑!

굉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고, 구전현공 세 번째 단계의 힘이 실린 검은 곤봉은 엄청나게 커져서 네 개의 마보를 전부 막아냈다. 하지만 그 바람에 석목도 멀리 튕겨 날아가 버렸다.

네 개의 마보 중 두 개가 연나의 몸에 스쳤고, 검은 장검 한 자루와 망치 한 개는 복부를 가격했다.

펑!

연나가 두르고 있던 보호용 빛의 막이 그대로 터져버렸다.

두 개의 마보는 검은빛을 번쩍이며 엄청난 위력으로 연나가 두르고 있던 하얀 갑옷을 줄줄이 찢어버렸고, 이어 갑옷이 찢어진 틈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연나는 몸을 격하게 흔들며 간신히 서 있었다. 그녀는 기운이 절반 이상 꺾여버렸지만, 그럼에도 주문을 외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만!”

소요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치며 악독한 눈빛으로 석목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손을 흔들어서 다시 네 개의 마보를 들고 연나를 공격했다.

그 순간 소요의 근처까지 다가온 석목의 얼굴에는 난폭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석목의 두 팔에서 하얗고 검은 빛이 뿜어나오며 등 뒤의 날개가 희미해졌다. 그는 마치 불새처럼 변하여 엄청난 속도로 소요를 향해 덤벼들었다.

이를 본 소요는 검은빛을 뿜어내며 입에서 빛기둥을 발사했다.

쿵!

하얗고 검은 두 갈래의 빛이 터져버리며 검은빛이 소용돌이쳤다.

그때 소용돌이치는 검은 빛 속에서 조금 어두워진 불새가 튀어나와서 소요의 몸에 부딪쳤다. 소요가 비틀거리자 마보들의 속도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석목이 몸에 두르고 있던 빛도 소요의 마기에 의해 터져버렸고, 석목은 그대로 튕겨 날아가 버렸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연나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입을 벌려 큰소리를 지르자 그녀의 몸에서 하얀빛이 끊임없이 번쩍였다.

이어 그녀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하얀빛으로 변하여 창과 혼연일체가 되었다.

하얀 창은 순식간에 빛을 뿜어내며 몇 배나 더 커졌고, 아기 팔뚝만큼 커진 창에서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며 창을 잡고 있던 소요의 손이 그대로 터져서 핏덩어리로 변해 사라졌다.

이어 창이 빛을 번쩍이며 소요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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