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화. 궁지에 몰리다 (1)
두 날개의 겉면에서 검은빛이 번졌고 그 속도는 두 배나 더 빨라졌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다시 한번 멀어졌다.
막린우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이어서 그가 입을 벌려 발밑에 있는 검을 향해 푸른빛을 뿜어냈다.
하얀 검 기운이 줄줄이 주변으로 날아갔고, 허공에 구멍을 만들어냈다. 하얀 검의 빛이 두 배 정도 밝아지면서, 순식간에 석목을 따라잡았고, 번쩍이며 석목 앞에 나타났다.
석목이 멈춰 섰다.
“막 장로님, 수만 명이나 되는 제자들을 관리하시는 성지 연합의 성계 장로로서 어째서 고작 천위 무인 한 명을 놓아주지 않습니까? 혹시 며칠 전에 제가 장로님에게 따졌기 때문입니까?”
석목이 막린우를 보며 말했다.
“허허, 아직도 이런 말을 내뱉다니 정말 답답하구나! 만약 네가 어젯밤에 엿듣지 않았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졌겠느냐?”
막린우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석목은 동공이 수축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머리 쓸 필요 없다. 네가 그렇게 따지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사실대로 다 말해주마. 그래야 죽어도 덜 억울하겠지! 나는 심기를 건드린 사람을 누구든 절대 가만두지 않는 습관이 있다.
네가 지닌 그 세 가지 포상 중에, 천화지석에 수를 좀 썼다. 네가 어디에 있든 찾을 수 있게. 이제 곧 종전이라 네까짓 녀석을 이렇게 빨리 상대할 생각은 없었으나, 네가 스스로 죽기를 자처한 거지!”
막린우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주의하지 않아서 들켰다고 생각했는데, 그 전부터 저를 음해하려 하신 줄은 몰랐습니다. 장로님께선 아량이 넓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석목이 무엇인가 깨달은 듯 말했다.
“허허, 나는 다만 원한 관계를 빨리 끝내고 싶을 뿐이다. 아량 같은 게 뭐가 필요하겠나! 됐다. 이렇게까지 얘기해줬으니, 네가 죽어야 할 이유를 알겠지? 걱정 말고 죽어라.”
막린우는 웃고 있었지만, 매우 일그러지고 음침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막린우는 석목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허공에서 푸른 손바닥이 나타나 석목의 몸에 드리웠다.
아무런 조짐도 없던 공격이었다. 막린우가 손을 번쩍 들자, 푸른 손바닥이 이미 석목의 머리 꼭대기에 다가와 있었다.
하지만 석목은 이미 예견이라도 한 듯, 동시에 손을 날렸다.
석목은 불빛과 파란 물빛을 뭉쳐져 반은 붉은색, 반은 파란색인 손바닥을 만들어냈고, 머리위의 푸른 손바닥을 향해 허공에서 부딪쳤다.
펑!
석목이 날린 손바닥이 터지기 직전, 석목의 몸은 마치 연줄이 끊어진 연처럼 날아가서 근처에 놓인 커다란 부석에 무겁게 떨어졌다.
펑!
큰 소리가 울려 퍼졌고, 부석 겉면에 커다란 웅덩이가 생겼으며, 돌들이 주변으로 튕겼다.
허공에서 빛이 반짝였고, 매우 얇은 검의 빛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웅덩이로 향했다. 맹렬한 검의 기운이 마치 모든 걸 부숴버리려는 듯했다.
이때 푸른 검이 웅덩이에서 날아 올랐다. 청명검이었다.
검의 빛이 휙휙 소리를 냈고, 그 위에서 수백 갈래 붉은빛이 순식간에 뿜어져 타오르는 태양으로 변하여서 하얀 검의 빛과 강하게 부딪쳤다.
윙-
두 검의 빛 사이에서 하늘을 뒤흔드는 폭발 소리가 울려 퍼졌고, 검의 기운들이 미친 듯이 흔들리며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커다란 부석에 흔적을 줄줄이 그어놓았다. 다행히 하얀 빛은 막아냈다.
석목이 커다란 구멍에서 날아서 나왔고, 온몸에 금색 비늘을 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고, 입가에는 핏자국이 묻어있었는데, 많이 다친 것 같았다.
“대일검결(大日劍訣)! 흥!”
막린우가 가볍게 소리를 냈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고함을 치며 팔을 흔들었다.
하얀 검의 빛이 반짝이더니 백 장 정도로 커다란 검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마치 분노하는 용처럼 꼬리를 마구 흔들었고, 붉은 해를 찢어버리며 석목을 향해 내리쳤다.
“십일승천(十日升天)!”
하지만 석목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며 두 손을 움직여 법결을 만들어냈다.
청명검이 흔들렸고, 하늘을 찌르는 검 기운이 터져버리며 열 몇 개의 태양으로 변했다. 이어 검 기운이 소용돌이쳤고, 커다란 화염 우리를 만들어서 하얀 검을 에워쌌다.
하얀 검은 맹렬한 기운을 뿜었지만, 안쪽에 갇힌 채 아무리 튀어나오려 해도 벗어날 수 없었다.
막린우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그는 팔을 들고서 또 다른 수단을 부리려는 것 같았다.
이때, 화염 우리 앞에 석목이 나타났다.
석목은 손에 파란빛이 크게 번지더니, 파란 깃발이 나타났다. 남정번이었다.
석목은 단번에 남정번을 잡고서 몸속에 흐르는 명수 진기를 다급하게 속으로 불어넣었다. 깃발에서 파란빛이 반짝였고 순식간에 열 배나 커졌다.
깃발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파란 수룡 다섯 마리가 그 속에서 튀어나와서 막린우를 덮쳤다.
수룡마다 크기가 열 몇 장은 되어보였고 마치 살아 숨 쉬듯 살벌하게 움직였다. 피를 머금고 있는 듯이 입은 붉었고, 커다란 이빨에서 날카로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막린우를 삼켜버리려 했다.
하지만 막린우는 안색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는 가볍게 소리를 내더니, 두 손을 들었다. 그러자 수십 갈래 금색 뇌구(雷球)가 촘촘하게 밖으로 튕겨 나왔다.
뇌구는 주먹만 했는데, 겉면에 번개가 번쩍이고 있었고, 크지는 않았지만, 무궁무진한 위력을 머금고 있는 것 같았다.
막린우는 손가락을 앞으로 짚었고, 이때 금색 뇌구가 수십 갈래로 질풍처럼 쏟아져 나왔다.
부딪치는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고, 금색 뇌구 수십 개가 순식간에 열 몇 갈래 금색 번개로 변해서 수룡 다섯 마리를 향해 내리쳤다.
금색 번개는 굵지 않았지만, 수룡 다섯 마리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닿자마자 가볍게 부서져 버렸다.
번개는 수룡을 터트려 버린 후, 계속해서 석목을 향해 날아왔다.
석목은 안색이 변했고, 처음부터 이 수룡으로 막린우를 공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으나, 석목에겐 다른 수단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수룡들은 너무 쉽게 터져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수룡은 이제 막 제련하기 시작한 법보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금색 번개가 허공을 찢어버렸고, 순식간에 석목 앞까지 날아왔다.
피하려고 해도 이미 늦었기에 석목은 이를 악물고 소리를 질렀다. 손에 든 남정번에서 빛이 크게 번졌고, 다시 몇 배나 커지며 몸 앞을 막아섰다.
우르릉!
수십 갈래 금색 번개가 깃발 위로 떨어지며, 눈부신 빛들이 터져 나왔다.
남정번에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고, 겉면 파란빛이 순식간에 약해졌다가 다시 원래 모습대로 돌아왔다. 빛이 희미해졌고 영성도 많이 손상된 것 같았다.
석목은 마음 아파하며 남정번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등 뒤에서 물과 불의 날개를 펼쳐서 잔영을 그리며 뒤로 물러나더니, 백 장 멀리까지 날아갔다.
“흥!”
막린우는 쫓아가지 않고, 한 손을 들어올렸다. 들어올린 손에서 금빛이 번쩍였고, 다시 팔뚝만 한 금색 번개가 날아가서 활활 타오르는 하얀 검을 감쌌다.
펑! 펑!
태양 열 개가 거의 동시에 터져버렸고, 뜨거운 열기를 풍기며 사방팔방으로 퍼졌다.
화염 우리가 사라진 후, 하얗고 거대한 검 겉면에 빛이 더욱 크게 번졌다. 그리고 맑은소리와 함께 가볍게 하늘 위로 날아올라서 다시 막린우 옆으로 날아갔다.
이때 청명검도 나타났는데, 푸른빛이 매우 어두워졌고 남정번처럼 영성이 많이 손상된 것 같았다.
막린우는 눈에서 차가운 빛이 스쳤다. 이제 막 하얀 검을 흔들어서 청명검을 잘라놓으려 하던 참이었다.
이때 커다란 소리가 앞쪽에서 들렸고 그곳으로 눈길을 돌린 막린우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백 장 밖에서 석목이 하늘을 찌를 듯 검고 흰 두 갈래 빛을 뿜고 있었다. 그리고 손에 든 검은 곤봉을 미친 듯이 흔들고 있었으며, 수많은 곤봉 그림자가 몸 주변에서 번갈아서 나타났다. 그림자들은 위아래로 맴돌고 있었다.
검고 흰 빛으로 생긴 검고 흰 태양이 곧 폭발할 듯했다. 막린우가 서 있는 곳 허공이 온통 검고 흰 빛으로 뒤덮였다.
이어서 검고 흰 빛이 순식간에 갈라지며 검은빛은 아래를 향했고, 하얀빛은 위로 향하여 검고 흰 공간을 크게 만들어서 막린우를 그 속에 가두어버렸다.
“멸선곤법!”
공간이 엄청난 압박을 주며 막린우를 향해 밀려왔다.
막린우는 눈에 빛을 번지며 주변을 바라보더니,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이 곤법으로 천지의 힘을 움직여서 공간을 바꿀 수 있다니. 매우 특이하군! 하지만 너는 고작 천위 초기 경지인데, 이 곤법의 위력을 완벽하게 쓸 수 없으니 아쉽겠군?”
막린우는 하하 웃기 시작했고, 고개를 들어서 큰소리를 질렀다. 이어 몸에서 굵직한 금색 번개가 나타나며 칙칙 소리를 내고 있었다.
순식간에 금색 번개가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번개가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더니, 굵고 커다란 금색 번개 기둥을 만들어서 빠르게 위아래를 향해 밀고 나갔다.
쾅!
검고 흰 공간이 격하게 진동하더니, 다시 합쳐지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금색 번개가 막고 있어서 아무리 힘을 써도 합칠 수가 없었다.
석목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손에 든 여의빈철곤을 강하게 흔들었고, 공간이 미친 듯이 흔들리더니, 흑백이 다시 뭉쳐 검은색 맷돌 한쪽과 하얀색 맷돌 한쪽으로 변하여 끊임없이 가운데를 짓눌렀다.
그러자 금색 번개 기둥이 격하게 흔들렸다. 번개가 그 속에서 뿜어 나왔고, 흑백 맷돌이 주는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하하, 역시 절세 곤법이군. 네 놈 실력이 이렇게 대단한지 몰랐다. 그래서 도망 나올 수 있었구나!”
막린우가 고개를 들고서 미친 듯이 웃었다. 이어 뒤통수에서 금색 번개 고리가 나타나더니, 주위로 번졌고, 그 속에 무엇인가 생기는 것 같았다.
“팔황뇌용(八荒雷龍), 원신지정(元神之精), 나와라!”
이때 막린우의 위엄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마치 신령이 외치는 목소리처럼 끊임없이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막린우의 뒤통수에 나타난 금색 빛 고리는 계속해서 주위로 퍼졌다.
퍽!
커다란 금색 신룡(神龍) 한 마리가 막린우의 뒤통수에서 튀어나왔다.
이 신룡은 두 눈에 금빛을 머금고 있었고, 미간에 번개 표식이 한 줄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긴 수염과 뾰족한 뿔이 자라있었고, 몸에는 금색 비늘을 감고 있었는데, 놀라운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금색 신룡이 지나간 자리는 검고 흰 공간이 흔들리며 일그러졌고, 마치 이 위압감이 곧 공간을 찢어버릴 것 같았다.
으릉!
용이 포효하는 소리가 들렸고, 굉음이 온 천지에 울려 퍼졌다!
석목은 몸이 격하게 흔들리더니, 두 눈에서 금빛이 뿜어 나왔다. 석목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두 귀가 먹먹했으며, 세상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목구비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금색 신룡이 입을 크게 벌리자, 그 속에서 빛기둥이 뿜어 나왔다. 빛기둥은 번개를 감싸고 있지 않았고, 오히려 맷돌을 향해 부드러운 빛을 뿜어냈다.
하얀 맷돌이 격하게 흔들렸고, 천천히 멈추더니 부서져 버렸다.
이어서 아래에 있던 검은색 맷돌도 회전을 멈추더니, 터져버렸다.
검고 흰 공간이 무너졌고 빛이 튕겨 나와서 천지의 원기가 혼잡해지더니 폭발해버렸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커다란 별에 석목이 내려섰고, 그는 입에서 빨간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혈색이 하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