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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504화 (504/916)

504화. 궁지에 몰리다 (2)

멸선곤법이 부서지자, 거대한 음양의 힘이 다시 몸으로 침투했고, 몸속에 있는 혈맥들이 전부 공격을 받아서 보기보다 훨씬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육체가 강인했기 때문에 그나마 지금처럼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미 핏덩이로 변해버렸을 터였다.

막린우는 심각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법결을 줄줄이 만들어냈다. 금색 신룡이 몸을 뒤로 날렸고, 금빛으로 변해서 다시 그의 뒤통수로 들어갔다. 그리고 뒤통수에서 번지던 빛 고리도 이내 사라져버렸다.

“후우.”

막린우는 길게 숨을 내뱉었다. 원신을 이용한 금색 신룡 비술은 꽤 많은 원기를 소모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바닥에 쓰러져서 피를 쏟아내고 있는 석목을 바라보았다.

“네 이놈, 조금 전에 펼쳤던 곤법을 내놓으면, 너의 수련 경지만 없애고, 목숨은 살려주마.”

막린우는 눈빛에서 따뜻한 빛이 스쳤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석목은 얼굴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석목은 지금 움직일 수 없어서 도망을 칠 수도 없었다.

“네 이놈, 내 참는데도 한계가 있으니 곱게 말할 때 빨리 내놔!”

한참이 지나도 대답을 하지 않자, 막린우는 짜증이 났고, 그가 손을 구부리자 하얀 검이 날아와서 석목의 팔에 멈추었다.

“혹시 네 한쪽 팔을 잘라버리면, 사리분별을 할 수 있을까?”

막린우는 입가에 잔인한 웃음이 어렸다.

막린우를 바라보던 석목의 눈빛에서 빛이 한줄기 스쳤다.

이때 막린우의 등 뒤에서 물결이 일렁이더니, 하얀 창이 소리도 없이 번개처럼 튀어나와서 등을 찔렸다.

막린우는 긴장을 풀고서 석목에게만 집중을 하고 있었던 터라, 창끝이 몸에 다가와서야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막린우는 곧바로 옆으로 공격을 피했고, 몸 주변으로 옅은 금빛이 한층 나타났다.

퍽!

푹!

하얀 창끝이 막린우가 두른 보호 강기(罡氣)를 뚫어버리더니, 곧바로 허리춤을 스쳐 지나갔고, 허리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허공에 빛이 희미하게 번지더니, 연나의 모습이 나타났다. 연나가 들고 있던 하얗고 긴 창에서 은빛이 맴돌고 있었다.

“연나!”

석목은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하지만 다시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연나는 모습이 예전과 많이 달랐다. 몸에 두르고 있던 하얀 갑옷이 반 정도 사라져서 새하얀 두 팔을 드러내고 있었다. 얼굴에 쓰고 있던 가면도 반이나 사라져서 눈과 이마만 가리고 있었고, 그 사이로 매우 준수한 코와 입만 내놓고 있었다.

연나는 몸에서 하얀빛을 번쩍였고, 뿜어 나오는 기운도 기복이 심했는데, 성계와 천위를 넘나들고 있었다.

석목은 이내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소요의 성계 미혼을 삼킨 연나는 사령계 근처에서 성계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가, 석목이 위험에 처했다는 걸 감지해서 한계를 돌파하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도와주러 온 것이었다.

“너는 누구냐? 음, 선계의 기운…… 아니, 사령?”

막린우는 십 장 밖에 서 있었는데, 몸에서 하얀빛을 반짝이며 곧바로 상처를 회복하고는 연나를 바라보았다. 막린우는 눈에 의아한 기색이 스쳤다.

“저 자를 죽이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연나는 막린우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고, 차갑게 한마디를 던졌다. 연나는 등 뒤에서 하얀빛이 반짝였고, 빛은 영롱한 날개로 뭉쳤다. 그리고 하얀 선을 그리며 빠르게 막린우를 덮쳤다.

연나가 손에 쥐고 있던 하얀 창이 격하게 흔들렸고, 수많은 창 그림자가 촘촘하게 뿜어 나왔다. 마치 꽃들이 만발하여 막린우를 덮치는 것 같았다.

“이놈, 비밀도 많네!”

막린우가 차갑게 웃더니, 한 손을 앞으로 향해서 짚자 하얀 검이 튕겨 나왔고, 검의 기운이 하얀 늑대로 변했다. 이어 늑대가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하얀 늑대와 수많은 꽃이 격하게 부딪쳤고,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촘촘히 이어졌다. 짧은 시간 동안 몇 번이나 부딪쳤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막린우가 수련을 한 경지가 더욱 높았기 때문에, 막린우가 법결을 펼칠수록 하얀 검 기운이 더욱 짙어졌고, 연나가 쓰는 창 그림자가 밀렸다.

연나는 얼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표정이 바뀌는 걸 읽을 수 없었고, 연나의 두 눈에서 은빛이 반짝이더니, 손에 든 창에서도 빛이 크게 번졌다. 동굴에서 독사가 튀어나오듯, 하늘에서 번지는 검의 기운을 향해 날아가더니, 정확하게 뾰족한 검 끝에 부딪쳤다.

하늘에서 흩날리던 검의 기운이 멈춰버렸고, 연나도 몸을 튕겨서 석목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어딜 가!”

막린우가 외치는 목소리와 함께 허공이 희미해지더니, 막린우가 검의 기운을 뿜으며 튀어나와서 연나를 덮쳤다.

막린우의 몸에서 금빛이 반짝이더니, 수백 갈래 번개가 튀어나와서 빛의 홍수를 이루며 연나를 향했고, 그 속도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연나는 표정이 굳어 팔을 흔들었다. 이어 손에 든 창 빛이 순식간에 희미해졌고, 은빛 창 그림자가 허공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밀려오는 번개 홍수와 부딪쳐서 금빛과 은빛이 하늘에서 폭발했다.

하지만 금빛 번개 홍수의 위력이 더욱 강했고, 순식간에 창 그림자를 눌러버렸다!

이제 막 연나와 부딪치려던 찰나, 연나는 눈에서 은색 빛이 번지더니, 입에서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를 냈다. 하얀빛이 크게 번졌고, 연나는 이마에서 아주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얀빛 속에는 혼잡한 꽃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방대할 기운이 연나의 몸에서 뿜어 나왔다.

“성계? 아니…… 연나……”

석목은 연나와 가까이 있던 운석 위에 앉아서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풉!”하며 피를 한 모금 뱉어냈다.

짧은 시간 동안, 석목은 드디어 기력을 조금 회복했다. 하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퍽!

가벼운 소리가 들렸다!

엄지만큼 굵은 하얀 빛이 연나의 이마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빠르게 막린우의 가슴과 부딪쳤고, 막린우의 가슴에 가볍게 구멍이 뚫렸다.

막린우의 가슴에서 피가 솟구쳤고, 입에서도 피를 뿜고 있었다.

하지만 막린우는 매우 강했다. 그는 고통을 참으며 팔을 한번 짚었다.

칙칙!

막린우의 몸에서 눈부신 빛을 뿜는 금빛 번개 창룡(蒼龍) 두 마리가 나타났다. 길이는 고작 한 장 정도였지만, 뿜는 기운은 방금 전에 본 금색 신룡과 비슷했다.

연나도 몸에서 눈부신 빛이 반짝였고, 손에 든 창에서 투명한 은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연나가 팔을 흔들자, 하얀 창이 귀신처럼 사라졌고, 창이 다시 나타났을 때는 이미 금색 창룡의 몸에 구멍을 뚫어버렸다.

펑!

금색 창룡이 터졌고, 커다란 번개가 나타났다.

연나가 팔을 흔들며 또 다른 창룡 한 마리를 찌르려 했을 때, 연나의 몸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그리고 몸에서 나오던 빛이 빠르게 사라지며 하얀 창도 갑자기 멈추었다.

금색 창룡이 소리를 질렀다. 창룡은 격하게 몸을 흔들더니, 다시 한줄기 금빛으로 변해서 연나의 몸을 강하게 내리쳤다.

쿵!

연나를 감고 있던 빛이 사라졌고, 몸에 두른 갑옷으로 공격을 잠깐 막아내는 듯하더니, 이내 사라졌다. 연나는 몸이 튕겨 날아갔고, 몸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쿵!

연나는 석목과 멀지 않은 곳에 떨어져 몇 번 구르더니, 멈춰버렸고, 연나가 쓰러진 자리에 피가 고여 있었다.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채, 움직이지 못했고, 기운이 급속도로 잦아들었다.

막린우는 연나를 한번 훑어보더니, 눈에 흉악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리고 다시 팔을 들어올렸다.

막린우의 몸에서 금빛이 반짝였고, 금색 창룡 두 마리가 다시 튀어나와서 얽히고설키더니, 연나가 있는 자리로 향했다. 또 한 번 공격을 해서 연나를 완전히 죽여 버리려는 속셈이었다.

가까이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석목은 깜짝 놀랐다.

“아!”

석목이 사납게 소리를 질렀다.

이어서 손바닥에 하얀빛이 반짝이며, 손가락만한 원숭이 털 한 가닥이 나타났다. 이어 석목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입으로 털을 훅 불었다.

손에서 날아간 하얀 털은 옅은 금빛을 감싸고 있었다. 이어서 털을 감싼 빛이 크게 번지더니, 놀랍고 신비로운 힘이 몰려왔다.

하얀빛이 파도처럼 휘몰아치더니, 가운데로 모여들었다. 그러자 하얗고 키가 몇 장이나 되는 거대한 원숭이가 빛 사이에서 형태를 갖추며 점점 밝아졌다. 그리고 몸에 자라난 털마저 뚜렷하게 보였다.

이 거대한 원숭이는 허울이 아닌 실체였다. 거대한 원숭이는 천위 경지부터 점점 불어나서 성계에 도달했다.

하얗고 거대한 원숭이는 팔을 흔들며, 석목을 향해 허공에서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석목의 몸에서 금빛이 반짝이더니, 작은 곤봉 하나가 날아갔다. 처음에는 반 뼘 크기였는데, 점점 커져서 하얗고 거대한 원숭이의 손에서 원숭이의 크기만큼 자라났다. 바로 번천곤이었다!

곤봉 양끝에 복잡한 금색 꽃무늬가 나타났고, 가운데선 복잡하고 현묘한 부문이 맴돌고 있었다. 부문에서 눈부신 금빛이 뿜어 나와 웅장한 기운을 이루었다.

석목이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하얗고 거대한 원숭이는 앞으로 한 발자국 걸어가더니, 번쩍이며 연나의 몸 앞에 나타났다.

“아!”

석목은 입으로 포효를 했고, 손에 든 번천곤을 가로로 밀자, 곤봉 겉면에서 화염이 나타나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쾅! 쾅!

커다란 소리가 크게 두 번 울리며 번개 창룡 두 마리를 공격했다.

창룡들은 부서졌고, 번천곤의 불에 삼켜졌다.

이 복잡한 일들이 단 한 순간에 벌어졌다.

다시 말해 막린우가 이제 막 금색 창룡 두 마리를 소환하여 공격을 하려던 찰나, 창룡들이 곤봉 한 방에 부서진 것이었다.

막린우는 손에 번천곤을 든 하얗고 거대한 원숭이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건…… 백원왕……”

막린우는 극도로 두려움을 느낀 듯 겁에 질려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서 금빛으로 변하여 허겁지겁 먼 곳을 향해 도망쳤다. 막린우는 순식간에 몇 백 장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쓰러진 연나가 간신히 고개를 들더니, 하얗고 거대한 원숭이와 번천곤을 한 번씩 번갈아가며 보았다. 연나는 이 순간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하얗고 거대한 원숭이는 곧바로 막린우를 쫓아갔고, 순간이동을 하듯 단번에 따라잡았다.

이어 번천곤에서 빛이 반짝였고, 곤봉은 몇 배나 커지더니, 막린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이어 허공에서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거미줄 같은 균열이 수도 없이 생겼다.

막린우는 깜짝 놀라며 금색 번개를 크게 펼쳤다. 그의 뒤통수에서 또다시 금색 고리가 나타났고,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금색 신룡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신룡은 입에서 금색 빛기둥을 번천곤으로 뿜어냈고, 이어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운이 부딪치는 허공에 금색 태양이 나타났고, 커다란 부석이 터지며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공기가 격하게 흔들리더니, 맹렬한 기류를 만들어내며 금빛 번개가 주변으로 튕겨나갔다.

하얗고 거대한 원숭이도 몸이 뒤로 몇 걸음 밀려났고, 번천곤도 튕겨 나갔다.

막린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고, 뒤로 밀린 그는 입에서 피를 뿜었다.

막린우가 소환한 금색 신룡이 몸에 두르고 있던 비늘 갑옷이 찢어졌고, 모습은 매우 처참해 보였는데, 이제 곧 터져버릴 것 같았다.

이어 한 줄기 빛이 막린우를 감아버리더니, 다시 앞쪽 저 멀리 날아갔다.

“아!”

하얗고 거대한 원숭이는 금색 동공이 불빛으로 한 층 덮였다. 거대한 원숭이가 큰소리를 지르자, 몸통 절반은 검은색으로 변했고, 절반은 하얀색으로 변했다. 이어서 흑백이 교차하며 사지와 머리에서 붉고, 검고, 누렇고, 푸르고, 하얀 오색 빛 고리가 나타났다.

이어 몸통이 갑자기 팽이처럼 돌기 시작했고, 오색 빛 고리가 섞이더니, 손에 든 번천곤을 미친 듯이 흔들며 촘촘하고 눈이 부신 곤봉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보이지 않는 기류가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갔고, 주변 십 리에 전부 드리웠다.

“이거야말로…… 멸선곤이지!”

석목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눈도 깜박이지 않았고, 하얗고 거대한 원숭이가 펼치는 동작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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