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505화 (505/916)

505화. 신의 위력이 강림하다

막린우는 등 뒤에서 산이 밀려오는 것 같은 위압을 느꼈고, 이어 다시 번개가 번졌다. 마음이 다급하여 단번에 천 리 밖으로 날아가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허공은 계속해서 일그러졌고, 커다란 공간의 힘이 막린우의 몸으로 밀려왔으며, 막린우는 마치 호박석 속에 갇힌 파리처럼 순간 굳어버려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순간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나타났다.

흩날리던 곤봉 그림자가 갑자기 멈췄고, 이내 하나로 뭉치더니, 하늘을 찌르는 금빛 거대한 봉으로 변하였다. 그 위에 금빛 화염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뜨거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빛이 만 장 높이까지 뿜어나가며, 어둡던 별들의 바다가 눈부신 빛들로 가득했고, 먼 곳에서 반짝이던 별들마저 어두워졌다.

우르릉!

금빛 거대한 봉이 엄청난 위력으로 하늘에서 떨어졌고, 곧바로 막린우에게 향했다.

“안 돼!”

막린우가 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법결을 결인하자 금색 신룡이 내키지 않는 듯이 굵은 빛기둥을 만들어내며 앞으로 빛을 뿜었다.

막린우가 열 손가락을 계속 움직이자, 검이 몸에서 튀어나와서 크기가 백 장 정도 되는 경천거인(擎天巨刃)을 만들어냈다. 눈부신 하얀빛이 금빛 거대한 봉을 향해 내리쳤다.

이어서 막린우가 입을 벌리자, 은색 종이 하나 나타나서 ‘땡’하고 소리를 한 번 내더니, 수백 장이나 되는 은색 허상으로 변하며 몸에 드리웠다. 종에서는 은색 물결이 위아래로 출렁이고 있었다.

하지만 금색 번개 기둥이든, 경천거인이든, 종이든, 금빛 거대한 봉이 떨어지는 자리는, 마치 돌이 계란을 깨버리듯 전부 터져버렸다.

금빛 거대한 봉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곧바로 아래를 향해 내리찍었다.

이에 신룡이 울부짖으며 터져버렸다.

이어서 막린우조차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퍽’ 하며 터져버렸다. 사체가 산산조각이 났고, 신혼과 성배가 빠져나오지도 못한 채, 금빛 거대한 곤봉이 내리찍는 힘에 흩어지더니 사라져버렸다.

금빛 거대한 봉이 완전히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막린우는 이미 죽어버렸다!

조금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허공에서 들렸고, 하늘에서 흩날리던 금빛도 흩어졌고, 이어 하얗고 거대한 원숭이의 몸이 다시 나타났다. 석목은 손에서 금빛이 반짝이더니, 번천곤이 한 줄기 금빛이 되어서 단번에 몸속으로 들어갔고, 다시 석목의 영해 속에 자리를 잡았다.

거대한 원숭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석목과 연나가 있는 자리를 한 번 바라보았다.

석목이 막 팔을 들며 무엇인가 말을 하려 할 때, 거대한 몸집이 서서히 사라졌고, 수많은 점들을 만들어냈다.

수많은 점들은 바로 사라지지 않았고, 다시 반씩 갈라져서 각각 석목과 연나를 향해 날아갔다. 이어 두 사람의 몸을 감싸고 한 바퀴 돌더니, 두 사람의 몸속으로 스며들어 갔다.

석목은 처음엔 깜짝 놀랐으나,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몸속에 난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었고, 손상된 경맥도 기적처럼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곳에 난 상처도 많이 좋아졌다.

석목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다급하게 단약을 몇 알 꺼내서 입에 집어넣었고, 고개를 들어서 연나를 바라보았다.

연나가 입은 상처도 점들이 스며들자,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하지만 석목만큼 효험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

연나가 두르고 있던 은색 갑옷은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찢어졌고, 온통 구멍이 났다. 아름다운 얼굴은 백지장처럼 질려있었지만, 그래도 조금 전보다는 훨씬 좋아진 것 같았다. 입가에 핏자국은 여전히 남아있었는데, 그 빛이 단아하여 애석함을 자아냈다.

석목은 진기를 어느 정도 회복하자, 곧바로 무거운 다리를 끌며 연나를 향해서 걸어갔다.

“왜 그래? 연나?”

석목이 물었다.

연나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말을 거는 석목을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흔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석목이 계속 말을 이어가려고 하자, 연나는 미간을 찌푸렸고, 눈에는 의아한 기색이 스쳤다.

석목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연나는 석목을 단번에 끌어당겼다. 이어 석목은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고, 주변 광경이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연나가 석목을 데리고서 날고 있었다.

옅고 특이한 향이 석목의 코를 찔렀고, 석목은 속이 울렁거렸다.

이때 석목은 몸이 마치 어떤 힘에 이끌리듯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익숙한 느낌이었지만, 또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 * *

석목이 잠깐 정신을 잃은 사이, 연나는 이미 석목을 끌고서 십 장이나 멀리 날아갔다. 그제야 석목은 정신을 차렸고, 뒤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있던 운석은 이미 회색빛으로 덮여 있었고, 빛이 이어진 끝엔 한 장 정도 되는 검은 균열이 나타났다.

“별바다 난류……”

석목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오래 있을 곳이 못되니, 빨리 떠나야 해.”

연나가 그리 말하며, 균열과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

“그래!”

석목이 답을 하고서 몸을 움직이려던 찰나, 멀지 않은 곳에서 막린우의 찢어진 시체 한 토막이 석목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찢어져서 피범벅이 된 오른쪽 팔이 날아오고 있었는데, 손가락에 낀 반지에서 파란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석목은 멈칫하더니, 등 뒤에 난 검고 흰 날개를 펄럭이며 시체 옆으로 다가가서 반지를 뺐다. 그리고 석목은 자신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넣었다.

“빨리 가자!”

석목이 막 막린우의 시체 덩어리를 던져버렸을 때, 귓가에 연나가 다급히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깐 사이에 조금 전 나타났던 균열이 두세 배나 커졌다. 더 많은 옅은 빛이 그 속에서 뿜어져 나왔고, 균열 밖에서 성운 같은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그 속에서 잡아당기는 힘이 강력하게 맴돌고 있었다.

잡아당기는 힘이 점점 강하게 몰려왔고, 두 사람은 통제하지 못한 채 점점 균열 쪽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조금 전에 버린 막린우의 시체 덩어리가 단번에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순식간에 찢어지며 가루로 변했다.

석목은 깜짝 놀라서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는, 등 뒤 날개를 힘껏 펄떡이며 연나를 따라서 먼 곳으로 날아갔다.

이때 두 사람이 날아가고 있는 방향에서 공간의 파동이 격하게 일렁였다.

눈앞에 놓인 검은 허공이 갑자기 사라져버렸고, 한 장 정도 되는 균열이 나타나며 회색 혼돈의 힘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거의 동시에 주변에서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고, 여기저기에 균열이 생겼다. 크기가 각각 달랐고 끝없이 퍼져 있었는데, 눈길이 닿는 성역 끝까지 전부 균열로 뒤덮였다.

갑자기 일어난 일인 데다가, 두 사람은 전속력으로 날아가고 있었던 터라 갑자기 멈출 수도 없었다. 주위가 위험으로 둘러싸였다. 이때 다급해진 연나가 손바닥을 치켜들어서 은빛을 크게 만들어냈다.

은빛이 빠르게 불어나더니, 찬란한 은빛 막이 두 사람 앞에 나타나서 두 사람과 함께 칠흑 같은 균열 속을 비집고 나왔다.

균열은 점점 커졌고, 은빛 막은 짧게 나타났다가, 혼돈의 힘이 스며들자, 눈이 녹듯 녹아버렸고, 은색 점들로 부서지더니 하늘에서 사라져버렸다.

은빛 막이 없어지자, 홍수 같은 혼돈의 힘이 엄청나게 몰려오며, 다시 석목과 연나를 끌어당겼다. 그 힘은 두 사람을 집어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연나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눈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스치더니, 다시 태도가 결연해졌다.

연나는 오른쪽 손을 들어서 석목의 어깨를 꾹 눌렀고, 석목을 회색빛 밖으로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석목이 연나보다 한 발 앞섰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석목은 한쪽은 붉고, 한쪽은 파란 날개를 펼치더니, 그곳에서 뜨거운 기운과 차가운 기운이 교차하며 평형을 이루었다.

물과 불의 날개를 바깥쪽을 향해서 펼쳤다가, 다시 연나와 자신을 감쌌다.

석목과 비교했을 때, 연나는 몸이 훨씬 왜소했다. 석목은 연나를 꽉 껴안았고, 두 사람은 완전히 살이 맞닿았다. 연나의 새하얀 얼굴에 순간 붉은빛이 돌았다.

석목은 연나가 보이는 반응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온 힘을 다해서 구전현공을 발휘했고, 주변을 맴도는 진기를 전부 끌어 모아서 양과 음의 힘을 순식간에 융합시킨 후, 회색 혼돈의 힘을 만들어내서 다시 물과 불의 날개로 불어넣었다.

두 날개에서 검고 흰 빛이 반짝이더니, 옅은 회색 기운이 날개 겉면에서 맴돌며 파고드는 회색빛을 막아냈다.

이때 무너진 균열은 이미 십여 장이나 불어나 있었고, 그 속에서 갑자기 검은빛이 번졌다. 당기는 힘이 백 배 불어난 것 같았다.

날개를 감싸고 있던 두 사람은 엄청나게 끌어당기는 힘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고,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순식간에 균열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온 천지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고, 석목은 머릿속을 바늘로 찌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이내 의식을 잃어버렸다.

쓰러지기 전 석목은 무의식적으로 연나를 꽉 껴안았다.

물론 석목은 모르고 있었다. 석목이 모든 위력을 전부 동원하여 불안정한 부석 성해에서 번천곤을 사용했기 때문에, 간당간당하게 평형을 유지하는 혼돈의 힘을 휘저어버렸기에 공간 난류가 일어났다.

그리고 천지를 휘감았던 공격 한 방은,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듯 물결을 순식간에 일으켰고, 물결이 퍼지듯 공간 난류가 연달아 퍼져서나가서 부석 성해 여기저기서 터져버렸다. 그로 인해 이렇게 일이 꼬여버렸다는 걸 석목은 알 리 없었다.

* * *

부공성 요새 총전 내부.

두 노인들 중 한 명은 서 있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앉아있었다.

한 명은 얼굴은 수척하나 키가 훤칠했고, 뒷짐을 지고 서성거리며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회색 피풍의를 입은 채, 건장한 몸으로 한쪽에 단정히 앉아있었다.

“기 장로님, 막 장로는 왜 하필 지금 나갔답니까? 종전이 코앞이라 성지 연합 위아래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쳤는데, 주둔 장로라는 사람이 직접 전쟁터에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사기에 영향을 미칠까 두렵지도 않는답니까?”

키가 훤칠한 장로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건장한 장로를 향해서 말했다.

“문 장로님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막 장로님은 아마 급한 일을 처리하러 갔을 것입니다. 다행히 이 일은 우리 쪽 몇몇 사람들만 알고 있고, 제자들은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동 장로님이 대신 진두지휘를 하고 있으니, 아마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닐 겁니다.”

기골이 웅장한 장로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긴 합니다. 이번에 요새에 있던 병력 구 할을 전부 보냈으니, 단번에 흑마족을 쫓아버리고, 다시 결계를 수리……”

훤칠한 노인이 하던 말을 멈추었다.

그 노인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땅이 갑자기 흔들렸고, 머리 위에서 수많은 먼지가 쏟아졌다. 대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더니, 속으로 큰일이 일어났다는 걸 느꼈다. 노인들의 몸에 빛이 번졌고, 순식간에 대전에서 뛰쳐나가서 요새의 하늘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몸에 빛을 둘렀다.

우르릉!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두 성계 장로는 저 멀리 주영산 방향을 바라보더니, 표정이 굳어버렸다.

주영산 위 허공에서 칠흑 같은 균열이 나타났고, 옅은 회색빛이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며 주영산을 뒤덮었다.

회색 빛줄기는 마치 커다란 도끼처럼 주영산 위를 갈라놓았다. 돌들이 산산이 부셔져서 와르르 소리를 내며 산에서 굴러 떨어지더니, 곧바로 틈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주영산 속에는 제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주로 부상을 입은 제자들이 주영산을 지키고 있었는데, 놀라운 광경을 바라보더니 모두 각자 머물던 자리에서 뛰쳐나왔고, 여기저기서 빛을 번쩍이며 날아왔다.

바깥쪽에 머물고 있던 제자들은 다행히 뛰쳐나올 기회가 있었지만, 균열 근처에 있던 제자들은 운이 그리 좋지 못했다. 수십 명이 날자마자 전부 회색빛으로 쓸려 가버렸고, 소리도 한번 지르지 못한 채 몸이 찢어졌다.

성계 장로 두 명이 그쪽으로 날아가기도 전에, 시선이 닿는 망망 성해에 칠흑 같은 공간 균열이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물론 균열은 대부분 나타났다가 곧바로 사라졌지만, 이 광경은 실로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