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1화. 신비스러운 고수
옥정상인을 비롯한 종문사람들이 다가왔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장로님, 이것은 무슨 영석입니까?”
뚱뚱한 남자가 물었다.
“아마도 전해 듣기만 했던 최상급 영석이겠지. 우리 운황대륙에선 꽤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은 영석이야.”
백발노인이 한참 침묵하더니,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리고 손을 흔들어서 최상급 영석 두 개를 거두어들였다.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은 서로 한 번씩 마주 보더니, 군침만 삼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 전에 오신 선배님은 어떤 분이시기에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최상급 영석을 두 개나 주고 가신답니까?”
옥정상인이 말했다.
“그건 모르겠지만, 그 선배님은 경지가 매우 높다. 아마 이미 천위 경계에 도달하셨겠지.”
백발노인이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듣더니, 전부 놀라서 헛숨만 들이마셨다.
* * *
석목은 육합종에서 나온 후, 곧바로 영우비차를 불러서 백발노인이 표시해준 곳 중에 가장 가까운데로 향했다.
석목은 빠른 속도로 날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검은 초지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 초지는 면적은 매우 넓었는데, 수천 리까지 퍼져나갔다. 무슨 이유인지 풀들은 전부 검은색이었다.
석목은 초지 깊은 곳까지 날아갔고, 신식을 보내 주변을 탐색했다.
이어서 멈칫하더니, 빛의 방향을 바꾸어 커다란 진흙탕 상공에 나타났다.
진흙탕에선 짙은 자주색 안개가 자욱하게 꼈고, 천천히 들끓기 시작했다.
석목이 한 손을 흔들자, 눈부신 파란빛이 뿜어 나와 아래로 향했다.
스윽!
굵은 빛줄기가 반짝이더니, 진흙탕 속으로 찔러 들어갔다.
펑!
진흙탕이 터져버렸고, 흙들이 주변으로 튕겨나가서 가운데에 커다란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아!”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깊은 땅속에서 이삼십 장 길이 검은 구렁이가 튀어나왔다. 구렁이는 눈이 푸른색이었고, 몸에 나무줄기 같은 꽃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이 구렁이가 풍기는 기운은 이미 지계 중기에 달했다. 구렁이는 한번 울부짖더니, 곧바로 석목에게 향했다.
석목은 또다시 팔을 휘둘렀다. 파란빛이 나와서 또다시 커다란 빛으로 변하였고, 구렁이의 목을 잘랐다.
퍽!
피가 솟구쳐 하늘을 찔렀다!
구렁이의 커다란 머리가 날아가더니, 무겁게 한쪽에 떨어졌다. 눈에는 온통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드리웠고, 뿜고 있던 빛도 점점 어두워졌다.
머리가 잘려나간 구렁이가 미친 듯이 몸을 펄떡이더니, 이내 움직이지 않았다.
석목은 잘려나간 머리 근처로 날아나가서 손을 흔들었다. 머리가 수혼 주머니 속으로 날아 들어왔다.
석목은 구렁이 몸통은 쳐다보지도 않고서 빛을 번쩍이며 다른 곳을 향해 날아갔다.
며칠간 운황대륙 종문세력들 사이에선 적잖은 파동이 일었다. 무서운 소문이 각지에 전해지기 시작했다.
비차를 밟고 경지가 매우 높은 신비스러운 고수가, 경지가 높은 요수들이 있는 곳을 수소문하고 다녔다는데, 만족스러운 답변을 해주면 최상급 영석을 보상으로 주었다는 소문이었다.
이 황량한 행성에 최상급 영석이 나타난다는 건, 큰 파동이 일어날만 한 일이었다. 심지어 피를 보는 싸움도 일어났다!
하지만 위험한 곳에 서식하고 있던 요수들은 이미 몰살을 당했다.
종문세력들은 나중에야 이 모든 일을 신비스러운 고수가 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고, 석목이 보여준 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소문은 계속해서 전해졌고, 점점 부풀어올랐다. 소문 속에서 석목이 보여주는 실력은 신묘하기 그지없었다.
* * *
보름 뒤.
운황대륙 서북부, 드넓은 해역 상공에서 푸른 비차가 앞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석목은 뒷짐을 지고, 그 위에 서 있었다. 옆에는 푸른 옷을 입은 소녀가 서 있었다. 소녀도 경지가 낮지 않았는데, 이미 지계 초기였다.
소녀는 매우 온순해 보였고, 수련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양갓집 규수 같아보였다.
비차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 바다 위 섬들이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그 순간 소녀는 얼굴에 놀라운 기색이 스쳤고, 조심스럽게 석목을 한번 바라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각 정도 날았다. 앞쪽 해역에 커다란 소용돌이가 나타났는데, 그 지름이 수십 리는 되어보였다.
“선배님. 도착했습니다. 이곳입니다.”
소녀가 말했다.
비차는 곧바로 멈춰 섰고, 석목은 눈앞에 놓인 커다란 소용돌이를 바라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이곳은 천지영기가 다른 곳보다 훨씬 짙은데, 바다 깊은곳에서 흘러나온 것 같았다.
“이곳입니까? 천위 요수가 있는 곳이?”
석목이 물었다.
“맞습니다. 이 소용돌이 속에 천위 뇌교수(雷蛟獸) 한 마리가 머물고 있는데, 실력이 엄청납니다. 대륙에 있는 몇몇 큰 종문들이 여러 번 힘을 합쳐서 죽이려 했지만, 죽이지 못했습니다.”
소녀가 말했다.
석목은 머리를 끄덕였고, 신식을 보내서 바라보더니, 이내 기쁜 기색을 드러냈다.
바다의 깊은 곳에 정말로 강력한 요수가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래요. 안내해줘서 고맙습니다. 이 영석 두 개를 가져가시죠.”
석목은 손을 흔들어 최상급 영석 두 개를 소녀에게 건네줬다.
하지만 소녀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것은 영석이 아닙니다. 만약 선배님께서 그 뇌교수를 죽이게 된다면, 혹시 몸속에 있는 인뢰석(引雷石) 한 개를 제게 보상으로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인뢰석?”
석목이 눈썹을 치켜떴다.
“뇌교수는 다 자라면 몸속에 인뢰석이 하나 생깁니다. 그것으로 천지간에 흐르는 뇌전지력(雷電之力)을 흡수하여 수련을 하는데, 이 인뢰석은 저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소녀가 말했다.
“그렇게 합시다.”
석목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석목은 뇌교수의 혼만 필요했지, 다른 것들은 필요 없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푸른 옷을 입은 소녀는 매우 기뻐하며 인사를 올렸다.
석목은 푸른 옷을 입은 소녀에게 손을 흔들더니 곧바로 비차에서 뛰어내려 커다란 소용돌이 속으로 향했다.
그동안 석목은 주변 만 리 안에 사는 모든 지계 요수들의 혼을 모았지만, 연나에겐 여전히 부족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다른 경로를 통해 이 천위 요수를 발견했다.
물속으로 들어간 석목은 파란빛이 크게 번지는 갑옷을 하나 만들어서 둘렀고, 깊은 곳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석목은 바닷물의 저항을 조금도 받지 않았다.
깊숙한 곳에 도착한 석목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소용돌이 깊은 곳에 커다란 해구(海溝)가 한 개 있었는데, 너무 어두워서 그 끝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속에선 짙은 영기가 흘러나왔다.
석목이 이제 막 탐색을 하려 할 때, 짐승이 우는 소리가 해구에서 들렸다. 이어서 보랏빛이 반짝이더니, 몸집이 거대한 해수 한 마리가 어둠 속에서 튀어나왔다.
해수는 몸집이 육십 장이나 되는 것 같았고, 커다란 몸통은 거대한 도마뱀 같았으며, 머리는 용 모양이었다.
자색 비늘을 두르고 있는 해수는 등 뒤에 커다란 가시가 열 몇 개나 자라나 있었는데, 길이가 한 장 정도씩은 되어 보였다. 가시들은 보라색 커다란 검들 같았는데, 그 위에 번개를 감고 있어서 바라만 봐도 소름이 돋았다. 쩍 벌린 입안에는 뾰족한 이가 이리저리 누워있었고, 차가운 빛을 뿜어냈다.
석목은 눈빛이 반짝였다. 해수는 매우 위엄이 있었고, 또 힘도 대단해 보였으며 이미 천위 초기 정상까지 도달한 수준이었다.
“헝!”
뇌교수는 석목을 보자, 분노에 차서 울부짖었다. 이어 커다란 몸집을 던지며 덮쳤고, 입을 크게 벌리자 그 속에서 보라색 번개가 뿜어져 나왔다.
석목이 파란빛을 뿜으며 두껍고 푸른 막을 둘렀다.
보라색 번개는 막에 부딪치자, 곧바로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석목은 손바닥으로 막을 짚더니, 입으로 중얼거렸다.
푸른 막에서 빛을 크게 번지더니, 겉이 울퉁불퉁해졌다.
이어서 물로 만든 파란 창들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자리에서 뿜어져 나왔고, 빠르게 뇌교수의 몸을 공격했다.
펑, 펑, 펑!
연이은 폭발 소리가 울려 퍼졌고, 뇌교수는 창을 피하지 못했다. 커다란 몸집이 날아가더니, 비늘이 찢어져 큰 상처를 입었다.
그 모습을 본 석목은 매우 좋아했다. 명수결을 수련하는 경지가 깊어지면서, 이 법결이 가진 대단한 점들이 점점 겉으로 드러났다.
석목이 입으로 중얼거리자, 푸른 막이 또다시 번쩍거렸다. 그러자 굵고 파란 촉수(触手)가 번개처럼 뇌교수의 몸에 떨어졌다.
“우웅!”
뇌교수는 분노에 차서 울부짖으며 온 힘을 다해 허우적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짐승은 눈에서 한 줄기 흉악한 빛이 스치더니, 몸에 굵은 보라색 번개가 나타나서 번쩍였고, 번개검 몇 자루로 변하며 촉수로 향했다.
“흥!”
석목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쓰던 법결을 바꿨다.
파란 촉수에서 번개가 줄줄이 나타났는데, 그것은 수강신뢰(水罡神雷)였다.
보라색 번개검이 촉수에 닿은 순간,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울렸고, 수강신뢰와 줄줄이 부딪쳤다.
성계 강자 막린우가 쓰는 신묘한 번개 법결을 본 적이 있던 석목은, 뇌교수가 쓰는 번개 공격이 하찮았다.
석목이 손을 흔들자, 푸른 검이 몸속에서 튀어나와, 몇 장 크기 거대한 검으로 변했다.
뇌교수는 눈에 두려운 기색이 스쳤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어서 등 뒤에 있던 가시들을 줄줄이 뽑아서 날리며, 푸른 검과 부딪쳤다.
석목이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법결을 쓰자, 푸른 검은 재빠르게 좌우로 이리저리 움직였다.
콰직!
뼈 가시 열 몇 개가 전부 토막이 났고, 푸른빛이 반짝이더니, 커다란 검이 사라졌다가 다시 뇌교수의 목에 나타났다.
“잘라!”
석목이 낮은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자, 검은 번개 같은 속도로 한 바퀴를 빙 돌았다.
뇌교수는 커다란 몸집이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눈동자가 텅텅 비었다.
이어서 커다란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더니,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석목이 손을 흔들자, 푸른 막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석목은 뇌교수의 시체 옆으로 다가가, 파란빛으로 뇌교수의 머리를 감쌌다.
빛은 다시 잦아들었고, 사람 머리만한 혼을 뽑아냈다.
뇌교수의 혼은 미친 듯이 펄떡이며 반항했지만, 곧바로 힘없이 수혼 주머니로 들어갔다.
석목은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천위 경계 수준에 오른 요수들의 영혼만 있다면, 연나는 곧 깨어날 터였다.
그리고 석목은 다시 뇌교수의 시체로 눈길을 돌렸다. 손을 굽혔다가 튕기자, 푸른 검의 기운이 몇 갈래로 뻗으며 시체를 일고여덟 토막으로 갈라놓았다.
석목은 다시 빛을 날려서 두 물건을 감쌌다.
하나는 뇌교수의 요괴 구슬이었고, 하나는 주먹만한 보라색 수정이었다. 수정에서 빛이 반짝였는데, 소녀가 말한 인뢰석인 것 같았다.
석목은 물건들을 챙긴 후, 다시 해구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발길을 돌려서 그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해구 쪽 영기가 유난히 짙어서 석목은 호기심이 들었다.
해구는 매우 깊었는데, 깊이가 이삼십 리나 되어 보였다. 입구 쪽은 넓은 편이었지만, 들어갈수록 점점 좁아졌다.
석목은 속도를 줄였고, 일각이나 지나서야 바닥에 도달했다.
해구 깊은 곳에서 나오는 영기는 청란성지 만큼은 아니었지만, 이 행성의 다른 곳보다 최소 백 배 가량 짙었다.
석목이 눈썹을 들어 올리며 손을 휘두르자 굵은 검의 기운이 날아가서 해구 바닥을 내리쳤다.
이에 바닥이 갈라지며 십여 장 정도로 깊은 웅덩이가 생겼고, 웅덩이에서 한줄기 빛이 반짝이며 뿜어 나왔다.
“그렇군. 이곳에 이렇게 풍성한 영석 광맥이 있었다니. 영기가 유난히 짙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어. 뇌교수가 지키고 있어서 그동안 사람들이 채굴하지 못했구나.”
석목은 생각에 잠겨 있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 영석 광맥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다. 빈약한 행성에 있는 몇 안 되는 영맥 중 하나였지만, 여전히 저급이나 중급 영석들 뿐이었다. 상급이 매우 적은 편이라, 석목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석목은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뇌교수가 더는 영석 광맥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으니, 여기도 전부 채굴을 당할 게 뻔했다. 그렇게 되면, 이 행성은 점점 더 빈곤해질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