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화. 바닷속에서 마의 종적을 발견하다
석목은 수혼 주머니에서 혼을 꺼내서 연나에 건네었다.
연나는 눈에 빛을 반짝이며 한 손을 흔들었다. 은색 빛이 혼을 감쌌고, 연나는 곧바로 혼을 삼켜버렸다.
몸에서 다시 하얀빛이 반짝였고, 기운도 안정을 찾은 듯했다.
“기운이 많이 안정되었어. 조금만 더 혼을 삼키면, 상처가 거의 다 회복될 거야.”
석목이 말했다.
연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나를 본 석목은 멋쩍게 머리를 긁었다.
연나는 늘 차가웠지만, 왠지 연나는 거둬온 혼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석목은 고개를 흔들었고,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비차를 타고서 지도에 표시된 다른 한쪽으로 날아갔다.
다음 목적지는 거리가 멀어서 비차를 한 시진이나 타고 날아갔지만, 여전히 도착하지 못했다.
이때 계속 눈을 감고 있던 연나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입에서“음?” 소리를 내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표정을 본 석목은 다급하게 물었다.
“저쪽에서 음침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마기 같아.”
연나가 말했다.
“마기? 마공을 수련하는 사람이 이곳에 숨어있는 걸까?”
석목은 의아했다.
“아니야. 엄청 방대한 기운이라 수련자가 풍길 수 있는 기운 같지 않아.”
연나가 일어서서 말했다.
“우선 가서 보자.”
석목이 잠깐 침묵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연나가 고개를 끄덕였고, 표정은 다급한 심정과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연나가 짓는 표정을 본 석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법결을 써서 영우비차의 방향을 돌려서 저 멀리 날아갔다.
* * *
일 각 후에 두 사람은 바다에 떠있는 황량한 섬의 허공에 멈추었다.
석목은 섬을 향해 바라보더니, 안색이 굳어졌다.
섬에 와서야 석목은 마기가 존재한다는 걸 느꼈는데, 마기는 섬의 바닥 쪽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이런 느낌을 석목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매우 순수한 마기였다.
“이상하네. 마족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곳에 왜 마기가 있는 거지?”
석목이 말했다.
“내려가서 보자. 나도 같이 갈래.”
연나가 그리 말하며 영우비차에서 내려와 은색 빛을 한층 감았고,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석목은 다급하게 영우비차를 거뒀고, 하얀빛을 감싸며 연나의 뒤를 따라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바다의 깊은 곳까지 잠수하여 들어갔고, 이내 바닥에 도착했다.
땅과 연결된 섬 밑 부분에 수십 장 크기인 잔잔한 샘이 하나 있었는데, 칠흑 같은 바다 깊은 곳까지 연결되어 그 깊이를 알 수 없었다.
짙은 마기는 바로 그 샘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이곳이야!”
연나는 흥분한 표정을 지으며 샘 쪽으로 날아갔다.
석목은 연나를 말리지 못했고, 뒤를 따라갔다.
“연나, 안에서 흘러나오는 마기가 매우 짙어. 위험한 것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해.”
석목은 앞으로 가며 말했다.
연나는 두 눈에 은빛이 반짝였고, 석목이 하는 말을 듣지도 못한 듯이 점점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석목은 마지못해 깊은 한숨을 내뱉었고, 다시 속도를 더해서 연나를 따라갔다.
샘은 보기에는 커 보이지 않았지만, 깊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둘은 한 참이나 날았고, 수십 리 정도 날아간 것 같았지만, 여전히 끝에 도착하지 못했다.
석목은 속으로 놀라며 신식을 밖으로 보내서 점점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때 석목이 지니고 있던 주머니에서 기뻐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석목의 분신이었다. 신식으로 연결을 해보니 분신이 무엇인가를 갈망하고 있었다.
석목은 눈이 반짝였고, 이내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샘에 흐르는 마기는 흑마 성역 공간 통로 근처보다 훨씬 짙어서 분신은 기분이 매우 좋아졌던 것이었다.
반년 동안 분신은 이미 전방에서 가져온 마기를 전부 삼켜버렸다. 하지만 수련 경지는 여전히 선천 정상에 머물러서 지계를 돌파하지 못했다. 그것이 늘 고민이었다.
‘여기 있는 풍성한 마기가 분신에게는 기회일까?’
여기까지 생각한 석목은 손을 흔들었다. 옆에서 검은빛이 반짝였고, 세 치만 한 푸른 옷을 입은 작은 사람이 나타났다. 분신은 나오자마자 입을 벌리며 주변 마기를 삼키기 시작했다. 삼키는 도중에 간간이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분신?”
앞쪽에서 날아가던 연나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이건 내가 영영과와 다른 진귀한 재료들을 써서 만든 거야.”
석목은 숨기지 않고서 분신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대충 말해주었다.
“네 분신은 조금 특별하네? 마 속성이야. 실력이 아주 빠르게 늘 것 같아. 다만 마기는 분신의 영성에 파고들어서 마음에 마가 생길 수 있어. 잘 다뤄서 통제를 벗어나게 해서는 안 돼.”
연나가 말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어. 조심히 다룰 거야.”
석목이 말했다.
연나는 더 말을 하지 않았고, 바다의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두 사람은 또 한참 동안 날아갔다. 샘이 점차 좁아지기 시작했다. 원래 수십 장 크기에서 열 장 정도로 좁혀지더니, 이내 몇 장 크기로 변하여 그 끝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속도를 줄였고, 석목은 안색이 변했다.
앞쪽 바닷 속에 금색 막이 한 층 나타나서 통로를 전부 덮어버렸다.
막 뒤에는 검은 마기가 들끓고 있었는데, 막이 막고 있어서 흘러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막 한 쪽이 어두워져, 진법의 효과가 사라졌다. 그 틈에서 마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짙은 마기라니! 금색 진법이 막고 있었으니 다행이지, 이 마기가 완전히 폭발하면 수백 리 가까이에 있는 생령들은 전부 침식당해서 마로 변해버릴 거야.”
석목이 놀라며 말했다.
연나는 금색 광막 뒤의 검은 마기를 바라보고 있었고, 예쁜 눈에는 온통 흥분을 한 기색이었다.
“이틀 정도만 기다려줘. 이곳에서 수련을 해야겠어. 상처가 더 빨리 회복될 거고, 한계 돌파도 할 수 있을지 몰라.”
연나는 석목이 대답하기도 전에 금색 막의 어두운 곳으로 날아갔다.
연나의 몸에서 은색 빛이 반짝였고, 몸통 전체가 희미한 빛으로 변하였다. 영체로 변한 것 같았다.
은빛이 반짝이더니, 연나는 단번에 금색 막을 뚫고서 검은 마기 속으로 날아가서 사라져버렸다.
석목은 깜짝 놀라서 말리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석목은 또 한숨을 내뱉었다. 연나는 늘 제멋대로라 통제할 수 없었다.
석목은 따라가려고 시도하지도 않았다. 금색 막에선 수많은 부문이 흐르고 있었고, 엄청난 힘이 밀려오고 있었는데, 매우 대단한 진법 같았다.
진법이 샘에서 몇 년 동안이나 있었는지 알 수 없었고, 한쪽이 파손되긴 했지만, 진법은 여전히 힘을 발휘했다.
석목은 연나처럼 몸을 영체로 바꾸는 능력이 없어서 막을 뚫고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아래쪽에 있는 마기는 매우 짙어서 인족 무인에게 해로웠다.
예전에 연나가 말해준 것인데, 연나가 소요의 성계 마혼을 흡입하여 성계로 진입하려면, 마기를 대량으로 구해야한다고 말했었다. 이 샘은 확실히 연나가 수련하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만약 연나가 샘에서 성계로 진입할 수 있다면, 석목에겐 진정한 성계 동료가 생기는 것이었다.
비록 두 사람이 힘을 합쳐서 앞뒤로 성계 강자를 두 명이나 죽였지만, 아직은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너무 많았다. 허나 만약 연나가 정말로 성계로 돌파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또 얘기가 달라진다.
여기까지 생각한 석목은 기대가 생겼다.
이때 석목의 분신이 기뻐서 소리를 지르며 막 쪽으로 날아가 아래를 향해 들어가려고 했다.
펑!
분신이 막과 부딪쳤고, 마치 석벽에 부딪치듯 튕겨서 돌아왔다.
분신은 다급히 소리를 계속 질렀고, 막을 뚫으려 끊임없이 시도하였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이때 은색 빛이 금색 막에서 나오며 분신을 감쌌다.
은색 빛이 반짝이자, 분신은 몸통에 빛을 드리운 채, 광막을 뚫고서 마기가 짙은 곳을 향해 날아갔다.
석목은 깜짝 놀랐다. 연나가 법결로 다른 이도 영체로 만들 수 있었다니.
석목은 아래쪽 상황이 궁금했다. 다행히 분신과 석목은 심신이 연결되어 있어서 분신을 통해 아래쪽 상황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었고, 직접 들어간 것이나 별 다를 바가 없었다.
석목은 가부좌를 틀고서 허공에 앉아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편으로 연나를 지키며, 분신을 통해서 상황을 파악하려 시도하였다.
금색 막 속 마기 농도는 석목이 예상한 정도보다 훨씬 짙었다. 분신은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끊임없이 주변 마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신은 몸통이 눈에 보일 정로도 빠르게 불어났고, 얼굴과 팔을 비롯해 옷으로 가려지지 않는 부분마다 옅은 보라색 빛이 나타나서 어두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석목은 깜짝 놀랐다.
분신이 마기를 빨아들이는 속도는 수련 경지가 높아지면서 점점 빨라졌다. 심지어 몸의 다른 부위들도 마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분신의 몸에 새겨진 마문에서 검은빛이 점점 밝아졌고, 마기가 점점 응집되어서 주변을 맴돌더니 무견(霧繭:안개의 고치)으로 변하였다.
무견에도 마기가 점점 짙어졌고, 마치 실체가 있는 것처럼 겉이 규칙적으로 불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이런 상황은 하루나 지속되었다.
순간 무견이 점점 커지고 변하더니, 안쪽에 있던 분신이 이제 곧 튀어나오려는 듯, 기운이 크게 불어났다.
금색 막 밖에서 석목은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서 그 순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드디어 ‘퍽!’하는 소리가 무견 속에서 흘러나왔고, 뭉쳐있던 검은 마기가 터져버려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두 팔로 무릎을 감싸고 있는 사람이 하나 나타났다.
“돌파했다!”
그 모습을 본 석목은 좋아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분신은 드디어 수련 경지를 뚫고서 단번에 지계 초기 경계에 도달했다.
이때 분신이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두 눈을 뜨고서 일어섰다.
분신은 이미 세 척 정도 되는 아이가 아니라 석목과 키가 똑같았고, 이목구비도 매우 비슷했다. 온몸에는 보라색 마문이 새겨져 있었는데, 표정으로 사악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분신은 배에도 보라색 마문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석목은 신식을 연결해서 분신의 단전 속을 바라보았는데, 액체 같은 검은 기류가 천천히 흐르고 있는 걸 느꼈다.
그곳은 분신의 영해였고 드디어 완전히 형성되었다. 조금 전 ‘퍽!’하는 소리는 영해가 만들어지는 소리였다.
분신의 영해를 본 석목은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샘 아래 깊은 곳을 한 번 바라보았다.
며칠이 흘렀다. 연나는 여전히 그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석목과 신식이 아직 연결되었지만, 연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석목은 고개를 흔들며 분신에게 시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계속해서 마기를 삼키도록 했다.
분신은 영해가 만들어진 후, 마기를 삼키는 속도가 더욱 빨라져, 이제 막 경계를 돌파하여 불안하던 기운이 점점 안정을 찾아갔다.
하지만 이때, 엄청난 마기가 분신의 주변에서 맴돌기만 할 뿐, 조금 전처럼 마문 속으로 스며들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분신은 더 이상 마기를 삼켜 수련 경지를 높일 수 없었다.
“뭐지?”
그 모습을 본 석목은 조금 의아했다. 다시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분신은 마 속성이라 마기를 삼키면 빠르게 수련 경지를 높일 수 있었다. 지금 보이는 현상은 매우 특이했는데, 석목이 찾아본 전집에는 나타나있지 않았다.
석목은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어쩔 수 없었다. 석목은 마기가 넘치는 깊은 곳을 한번 바라보더니, 분신에게 아래쪽으로 내려가도록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