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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521화 (521/916)

521화. 백운관에서 격전을 치르다 (2)

연나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석목 옆에 서 있었다. 연나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말해봤자 소용이 없는 것 같군. 뇌적(雷績), 임도(林桃), 움직여!”

진강이 낮은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고 몸에 보라색 번개를 번쩍였다. 손에는 언제인지 모르게 사람 머리만한 망치가 하나 나타났다.

뒤에 서있던 눈썹이 보라색인 청년과 요염한 여인도 몸에 빛이 번지며 각자 부문을 하나씩 꺼내 들고 허공으로 날렸다.

보라색 부문 두 갈래가 허공에서 반짝였고, 곧바로 금색 진법 서북쪽과 동남쪽으로 날아갔다.

“큰일이다. 취뢰부(聚雷符)야. 빨리 물러나!”

도옥이 큰소리를 질렀고 주변에 서 있던 백여 명이 곧바로 뒤로 물렀다.

두 갈래 보라색 부문이 땅에 떨어지자 그 위에서 번개가 흘러나와 서로 이어지더니 보라색 호를 그려냈다.

“터져!”

진강이 큰소리를 지르며 보라색 망치를 하늘 위로 치켜들었다. 망치 겉에서 영문이 크게 번지며 퍽 소리와 함께 굵은 빛이 아래를 향해 내려오며 호 위에 떨어졌다.

쿵!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고 정원이 심하게 흔들렸다. 이어 푸른색 기와가 터지며 사방팔방으로 날아갔다.

정원 전체가 떨리며 나뭇잎들이 허공에서 우수수 떨어졌다.

수련 경지가 낮은 하얀 도포를 입은 도인들 열 몇 명은 피하지 못했다. 폭발의 여파로 몸에 두르고 있던 빛들이 흩어지며 피를 토해냈다.

반원 모양 금색 막은 보라색 호에 의해 두 덩어리로 갈라져 버렸다.

“죽여!”

진강이 소리를 질렀다.

십여 명이 진법에서 튀어나와 빛 덩어리를 만들었고 하얀 도포를 입은 도인들을 향해 공격했다.

도관에 남은 도인들 중 도옥을 비롯한 세 사람을 빼면 대부분은 선천 후기나 지계 중기, 후기였다. 처음에는 대진을 만들어 적을 포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진열이 흩어지는 바람에 이진종 제자들 열 몇 명이 날리는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사람들 속에서 커다란 번개기둥 열 몇 개가 번쩍이고 있었고 도인들 이삼십 명은 피하지 못한 채 기둥에 부딪쳐 검게 타서 죽어버렸다.

하지만 백운관의 제자들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짧은 혼란을 겪은 후, 곧바로 이성을 되찾아 몸에 빛이 번졌다. 그러자 법상들이 허공에 나타났다. 법상들은 몇 마리씩, 심지어 몇 십 마리씩 모여들어 이진종 제자들을 둘러쌌다. 이진종 제자들은 목숨을 깃털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

양쪽이 격전을 치르고 있을 때, 도옥과 옆에 있던 두 사람이 서로를 한 번씩 마주 보더니 몸에 빛이 크게 번지며 허공으로 날아갔다.

도옥이 손에 든 총채를 감았고 다른 한 손으로 법결을 펼쳤다. 그리고 입술을 미세하게 움직이며 주문을 외웠다.

수염이 검은 도장과 젊은 여도사는 각각 양쪽에서 도옥과 비껴섰다. 두 사람도 손으로 법결을 펼쳤고 똑같이 입으로 무엇인가 중얼거렸다.

세 사람의 몸에서 빛이 크게 번졌고, 눈부신 빛이 각각 몸에서 튀어나와 서로 이어지더니 허공에서 하얀빛을 내뿜는 삼각형 고리를 만들었다. 그 위에 각진 부문이 끊임없이 번쩍이고 있었다.

삼각형 빛 고리가 나타나자 뒤집어져 있던 금정이 휙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몇 바퀴 돌더니 삼각형 빛 고리 가운데로 떠올랐다.

커다란 금정에서 현묘한 금색 부문이 줄줄이 밝아졌고 알아들을 수 없는 어려운 주문이 그 속에서 흘러나왔다. 주문 소리는 텅 빈 공간에서 울리듯 허공에 메아리를 만들어냈다.

“큰일이다. 삼재손풍진(三才巽風陣)이야. 이놈들 진안을 금정에 새겨놓았어. 다들 조심해!”

그 모습을 본 진강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강이 말을 떨어뜨리기 바쁘게 허공에서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고 공기의 흐름이 매우 기이하게 변했다.

석목은 그곳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삼각형 빛 고리 위에 두꺼운 구름이 미친 듯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하지만 진정 미쳐 날뛰는 것은 구름이 아닌 바람이었다.

삼각형 빛 고리 가운데 있는 금정은 마치 허공에 문을 하나 만들어낸 것 같았다. 매서운 기류가 하늘에서부터 미친 듯이 아래를 향해 밀려오더니 다시 금정 입구로 흘러 들어갔다.

커다란 금정 겉에 새겨진 부문에서 빛이 크게 번졌고, 금빛 칼바람이 줄줄이 나타나서 이진종 제자들 열 몇 명을 향해 날아갔다.

잠깐 사이에 금빛 칼바람 수백 갈래가 제비처럼 금정 겉에서 날아다녔고 허공에 아지랑이를 만들며 눈앞이 찬란한 빛으로 가득 찼다.

한 이진종 제자의 법상이 들고 있는 장검에서 십여 장 정도 되는 보라색 빛이 뻗어 나왔고 백운관 제자의 금갑을 두른 법상을 찢어놓았다. 이어서 다시 백운관 제자를 두 덩어리로 갈라놓으려는 순간, 금색 칼바람이 이진종 제자의 몸 앞까지 날아왔다.

이진종 제자는 동작이 매우 빨랐다. 등 뒤에 있던 법상은 장검을 거두어들이더니 다시 앞에 있는 칼바람을 향해 휘둘렀다.

탱!

쇳소리와 함께 장검이 부러졌고 칼바람이 순식간에 날아오더니 법상을 부숴버렸다. 그리고 이진종 제자가 몸에 두르고 있던 보호막도 찢어버렸다. 이진종 제자는 몸에 긴 칼자국이 하나 생겼고 상처에서 피가 철철 흘러넘쳤다.

이진종 제자가 다시 반격하기도 전에, 또 칼바람이 몇 갈래 줄줄이 날아와 정확히 목 부위를 갈라놓았다.

이진종 제자는 깜짝 놀라서 입을 크게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서문설과 멀지 않은 곳에는 몸이 마른 소년이 손에 은색 장검을 들고 있었고, 장검은 용처럼 위아래로 꿈틀대고 있었다. 소년은 혼자서 하얀 도포를 입은 도사들 일곱 명과 싸우고 있었다. 이때 금색 칼바람이 하늘을 뒤덮으며 불어오자 소년은 순식간에 힘이 빠져버렸고, 소년이 입은 보라색 도포에 핏자국이 묻어났다.

마른 소년이 버거워 하고 있을 때, 머리에서 하얀빛이 반짝이더니 차가운 기운이 몰려왔다. 하늘에서 하얀 얼음꽃이 떨어졌고 순식간에 마른 소년 주변에 있던 금색 칼바람을 전부 터트려버렸다.

이어서 하얀 얼음꽃도 전부 터진 후 안개로 변하였다. 하얀 도포를 입은 도사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전부 뒤로 물러났다. 그중 두 명은 빠져나가지 못하고 몸이 얼음으로 뒤덮여 얼음 조각상으로 변해버렸다.

이때 하얀 그림자가 번쩍이며 나타났고 손에 든 백옥영치(白玉靈尺)로 얼음 조각을 부숴버렸다. 얼음 속에 갇혀 있던 하얀 도사는 혼마저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서문 사저, 감사합니다.”

마른 소년은 앞에 나타난 사람을 한번 바라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육랑(陸朗), 조심해.”

서문설은 다시 몸을 번쩍이며 근처에서 싸우는 또 다른 사람들을 향해 날아갔다.

공세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몇몇 이진종 제자들은 금색 칼바람이 몰려오고 몇몇 지계 도인들이 법상 공격을 하자 제압을 당했다.

석목은 하늘에서 흩날리는 ‘제비’를 바라보며 눈에 금빛을 번쩍였다.

진강은 몸에 보라색 번개를 감고 있어서 칼바람이 가까이에 다가가지 못했다. 진강이 망치를 휘두르자, 번개가 넓게 퍼지며 주위를 휩쓸었고 근처에 서 있던 몇몇 하얀 옷을 입은 도인들이 멀리 날아갔다. 이어 진강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설, 뇌적, 임도, 준비해!”

진강이 지시를 내리자 세 사람은 한 마디씩 대답하며 각자 앞에 있는 하얀 옷을 입은 도인들을 물리치고서 하늘로 날아올라 진강과 함께 도옥을 비롯한 도인 무리를 둘러쌌다.

네 사람은 각자 위치를 찾더니 곧바로 손으로 법결을 그리자 보라색 번개가 마구 흔들렸다. 그러자 번개 속에서 물통 정도로 굵은 기둥이 나타나서 하늘 위로 십 장 정도 치솟았다.

빛기둥이 네 개 만들어지자 그 속에서 번개가 사방으로 튕겨 나갔고 가까이 있던 두 갈래 빛기둥을 향해 뻗어나갔다.

잠시 후, 빛으로 된 막이 여섯 개 만들어졌고 허공에 삼십 장 정도 되어 보이는 보라색 네모난 상자가 하나 나타났다. 그리고 도옥을 비롯한 세 사람과 삼각형 빛 고리까지 그 속에 묶어버렸다.

흩날리던 수많은 칼바람도 그 속에 묶여버렸고 이제 막 빛 고리에서 튕겨 나온 칼바람들이 보라색 막을 향해 날아갔다.

칙! 칙!

하지만 번개에 부딪치는 소리만 울려 퍼질 뿐 칼바람은 막을 뚫지 못했다.

금색 칼바람이 멎자 이진종 제자들은 다시 힘을 모았다. 제자들 주변에서 흐르던 기운이 점점 강력해졌고 각자 손으로 법보를 꺼내서 하늘 위로 들어 올렸다.

우르릉!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고 하늘에서 먹구름이 층층이 밀려오더니 백운관이 있는 낮은 산을 전부 덮어버렸고, 백운관은 어두운 밤처럼 하늘이 컴컴해지더니 아무런 빛도 볼 수 없었다.

법보 빛이 일고여덟 갈래로 밝아졌고 물통 굵기만한 번개가 하늘을 잇는 돌기둥처럼 먹구름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쿵!’ 소리를 내며 백운관 무리 속으로 내려앉았다.

하얀 옷을 입은 도인들이 만든 법상들이 빛과 같은 속도로 떨어지는 돌기둥 때문에 부서져 버렸고, 이에 많은 사람들이 빛기둥을 피하지 못했다.

이때 땅 위에서 번개가 사방으로 튕기자 커다란 돌과 도인들의 시체가 곳곳에서 휘날렸다.

석가산 뒤에 숨어 있던 석목과 연나도 피해를 입었다. 커다란 태호석이 번개 때문에 터져버려 산에서 굴러 떨어졌다.

“여러분, 힘을 다해서 진법을 지킵시다. 제가 뇌극수(雷亟獸)를 불러내겠습니다.”

진강이 큰소리로 말했다.

“네!”

서문설을 비롯한 사람들이 대답을 하더니 몸에 깃든 영력을 끊임없이 보라색 진법 속으로 불어넣었다.

진강은 한 손으로 보라색 망치를 꺼내 들었고 분노로 가득 차서 소리를 질렀다. 하늘 위에 드리운 먹구름에는 순식간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더니 그 속에서 번개가 맹수들이 떼를 지어서 날뛰듯 쏟아지며 진강에게 향했다.

이때 진법 속에 있던 도옥도 연이어 큰소리를 질렀다. 수백 갈래 칼바람이 가운데로 모여들어 다시 합쳐지더니 십 장 높이 회오리바람을 만들어냈다.

쾅!

하늘을 울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천둥번개가 흉흉하게 진강이 손에 든 보라색 망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 상자처럼 생긴 막에서 흐르던 번개가 몇 배나 더 강력해졌고 그중 몇 갈래 빛이 규칙 없이 진법 속에 갇힌 세 사람을 공격했다.

“바로 지금이야!”

도옥이 총채를 휘둘러 온 힘을 다해서 금색 회오리를 막아내며 큰소리를 질렀다.

이때 서문설과 가까이에 있던 육랑이라는 소년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육랑은 눈에 망설이는 기색이 잠깐 스쳤다.

“죄송합니다. 서문 사저.”

육랑은 큰소리를 지르며 장검을 들어 올리더니 칼끝으로 서문설의 심장을 찌를 태세를 취했다.

진강을 공격하던 하얀 옷을 입은 도사들 몇 명은 동시에 공격을 멈추었다.

“설 사매, 조심해!”

그 광경을 본 진강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서문설도 깜짝 놀랐다. 진법을 유지하고 있어서 방비를 하지 못했고, 육랑이 가하는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심지어 피할 시간도 없었다.

다급한 마음에 서문설은 더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팔을 등 뒤로 뻗어서 공격을 했다.

하지만 서문설이 몸을 돌리기도 전에 육랑이 보라색 검에 번개를 감은 채로 서문설의 심장 가까이 겨눠 이제 막 찌르려던 찰나였다.

이때 검은 그림자가 서문설 옆을 스쳐 지났고, 붉은 주먹 그림자가 날아와서 장검을 공격하였다.

탱!

허공에서 번개가 주변으로 흩어졌고 육랑도 뒤로 날아갔다.

서문설이 고개를 돌렸다. 등 뒤에는 외모가 거칠게 생긴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다.

서문설이 한 손을 빼버리는 바람에 진뇌진법에 구멍이 한 개 생겼고 진강의 몸에서 뿜어 나온 빛기둥도 터져버렸다.

십여 장 정도 되는 금색 회오리가 곧바로 구멍을 통해 빠져나갔고 회오리는 뇌전진법을 찢어버리더니 다시 서문설을 공격하려고 했다.

얼굴이 거칠게 생긴 남자는 당연히 석목이었다. 금색 회오리가 날아오는 광경을 보자 석목은 망설이지 않고서 다시 한번 화염 주먹을 날렸고 서문설을 옆으로 끌어당겼다.

주먹을 날리자 금색 회오리가 옆으로 밀려났고 도옥을 비롯한 도인들은 기세를 몰아 금색 회오리를 따라서 날았다.

“빨리. 막아!”

진강이 허공에 서서 큰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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