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531화 (531/916)

531화. 의외의 경매물

석목은 전집이 놓인 위치를 확인한 후, 영추대를 떠나서 백학을 타고 북쪽으로 날아가 공훈전에 도착했다.

석목은 뇌적의 자금각에 자금점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몰랐다. 그리하여 아예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고, 최상급 영석 이천삼백 개로 이천삼백 자금점을 맞춰서 다시 영추대로 돌아왔다.

잠시 후, 석목은 기쁜 마음으로 옥간을 거두어들이고서 다시 돌아가려고 했다.

이때 등 뒤에 놓인 네모난 돌기둥의 다른 한쪽에서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나 사형, 원하는 공법 비급을 찾지 못했습니까?”

“후…… 내가 수련한 공법은 너무 흔하지 않아. 아무리 찾아도 적당한 공법이 없다.”

또 다른 사람이 긴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사형, 너무 낙담하지 마시죠. 오늘 저녁 연월루(衍月樓)에서 경보대회를 연다고 하니 사형도 그곳에 가보세요. 의외로 수확을 거둘지도 모릅니다.”

그 말을 들은 석목은 멈칫했다.

연월루라는 유명한 이름은 이미 들어본 적이 있었다. 연월루는 역란방에서도 손에 꼽히는 가게였는데 일정한 기간을 두고 경보대회를 한 번씩 열어서 흔하게 볼 수 없는 물건들을 판매한다고 들었다.

석목이 이진종에 온 목적은 곤륜성허 때문이었다.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경보대회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렇게 알게 된 이상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 * *

그날 밤, 의란방.

몇 묘 정도 크기인 팔각형 삼 층 다락 방 밖에는 커다란 초롱이 여덟 개 걸려있었고, 붉은 대문 여덟 개도 활짝 열려 있었다.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모였다. 이진종 제자들이 혼자 또는 삼삼오오 떼를 지어 몰려와 문 앞 돌계단 위로 올라갔다.

이때 석목은 이미 연월루 삼 층 대청 앞쪽 자리에 앉아있었다.

대청 가운데는 보라색 팔각형 석대가 하나 있었고 그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서북쪽의 계단에서 올라왔고 대청에 사람들이 가득 모였다. 여기저기서 의논을 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서 시끌벅적했다.

시간이 일주향 흘렀고, 대청에는 빈 좌석이 단 한 자리도 없었다. 이때 보라색 피풍의를 입은 얼굴이 하얀 노인이 옆문에서 걸어 나왔고, 팔각형 석대 뒤로 다가섰다.

“여러분, 저는 육길(陸吉)이라고 합니다. 오늘 연월루의 경보(競寶)대회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곤륜성허가 나타났고 선발이 코앞입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이 중요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실력을 높이고 싶으시겠지요. 여러분들이 오늘 경매품을 안고서 기분 좋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얼굴이 하얀 노인은 더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

노인이 말을 하자 현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노인에게 향했다.

“그럼 쓸데없는 말은 생략하고, 곧바로 오늘 밤의 첫 번째 경매 물품을 내놓겠습니다. 천년 묵은 자야경지초(紫夜瓊芝草) 한 포기입니다.”

육길은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을 지켜보더니 매우 흡족하게 두 손으로 가볍게 손뼉을 쳤다.

말이 떨어지자 현장은 다시 시끌벅적해졌고 여기저기서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어서 미모가 요염한 여자가 보라색 긴 치마를 입고 옆문에서 걸어 나왔다. 여인은 두 손에 꽃무늬가 새겨진 하얀 장방형 옥합을 하나 들고서 팔각형 석대로 걸어 나와 조심스럽게 석대 위에 옥합을 올려놓고는 유유히 돌아갔다.

육길은 소리를 내며 옥합을 열었다. 옅은 보라색 안개가 피어올라 옥합과 한 뼘 정도 떨어진 허공에서 흩어지더니 짙은 약냄새가 삼 층 전체에 퍼졌다.

“자야경지초, 밖에서도 많이 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천 년 이상 묵은 것이라면 말이 또 달라지지요. 이것은 자옥환혼단(紫玉還魂丹)을 만드는 주된 재료입니다. 제 기억이 맞으면 천년 묵은 자야경지초가 마지막으로 나타난 건 이미 백여 년 전 일입니다. 가치는 제가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네, 이 물건의 최저가는 최상급 영석 육백 개입니다. 호가는 매번 최상급 영석 오십 개보다 적어서는 안 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최상급 영석 칠백 개를 지급하겠습니다.”

얼굴이 하얀 노인이 말을 떨어뜨리기도 전에 곧바로 누군가 입을 열었다.

“칠백 오십!”

“팔백!”

* * *

석목은 여기저기서 들리는 호가를 지켜보면서 손가락으로 의자를 가볍게 두드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옥환혼단은 석목도 알고 있었다. 그 단약은 혼을 단단하게 굳히는데 쓰였다. 폐관수련을 하며 경지를 돌파할 때 뛰어난 효과를 냈고 등급도 매우 높았다. 다만 제련을 하는 과정이 어렵고 복잡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만약 지금 경매하는 단약이 완성된 자옥환혼단이라면 아마 석목도 호가를 불렀을 테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이진종의 술사 제자는 다른 두 성지보다 숫자가 훨씬 많았다. 게다가 연단술도 번성하여 이런 연단용 재료 수요도 높았다. 이 점은 제자들이 연단 재료를 생각하는 열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상급 영석 천오십 개. 호가할 사람이 더 있나요?”

육길이 미소 띤 얼굴로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며 말했다.

대청에는 여전히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럈지만 전부 낮은 목소리로 의논만 할 뿐 아무도 호가를 부르지 않았다.

“그럼, 도우님. 축하합니다.”

육길은 곧바로 판을 두드리며 거래를 성사시켰고, 멀지 않은 곳에 앉아있는 민머리 중년 제자를 향해 손을 굽혀 표시를 했다.

이어서 또 다른 아리따운 여자가 새 경매 물품을 들고서 나왔고, 육길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이 경매품은 아주 대단한 물건입니다. 법보급 연단로(煉丹爐), 양심정(養心鼎)입니다. 중, 고등급 단약을 만들 확률을 대략 일 할 정도 높여줍니다. 시작 가격은 최상급 영석 천 개입니다.”

석목이 고개를 들어서 바라보았다. 청동삼족정(青銅三足鼎)이 팔각형 석대 가운데 놓여 있었다. 겉면에 부문이 줄줄이 새겨져 있는 모양새가 매우 정교해 보였다.

하지만 딱 한번만 바라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물건에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이진종 제자들은 법보급 연단로를 보자 열광했다.

그리고 석목이 예상한 대로 경매가 시작되자마자 여기저기서 호가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간이 일주향정도 흘렀다. 양심정은 가격이 두 배로 뛰었고 호가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최상급 영석 이천칠백 개라는 높은 가격에 건천관(亁天觀)의 술사 제자에게 낙찰됐다.

그 뒤로 경매 물품이 몇 개 연이어 올라와서 전부 비싼 가격에 팔렸으며 경매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육길은 눈에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았고 흐뭇하게 서 있었다.

하지만 석목은 지루했다. 비록 경매 물품들은 전부 희귀한 물건들이었지만 전부 연단이나 술사와 관련된 물건들이라 쓸모가 없었다.

석목이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일어서려고 할 때, 여자가 다시 팔각형 석대 앞에 나타났고, 하얀 옥간을 하나 내려놓았다.

“이건…….”

“옥간인걸 보니 어떤 공법인가?”

눈에 띄지 않는 옥간 하나가 전시대에 나타나자 들끓던 현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의아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여러분, 초조해하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제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께서 하신 추측이 맞았습니다. 이건 공법 옥간이며 꽤 내력이 있는 물건입니다. 이 옥간은 이진종과 이름을 나란히 하는 청란성지의 삼대 조화 신통과 관련이 있습니다.”

육길이 여기까지 말한 후 잠깐 숨을 돌렸다.

육길이 하는 말을 듣자 사람들은 찬바람을 들이마셨다. 옥간을 바라보는 눈빛이 점점 뜨거워졌다.

이진종이 연기와 연단을 하는데 뛰어나다면 청란성지는 다양한 장점을 두루두루 갖춘 성지였다. 특히 청란성지의 공법 전집은 깊이가 심오하기로 유명했다. 삼대 조화 신통이라 불리는 공법은 미양 성역에서도 손에 꼽혔다.

“조화 신통? 혹시……”

그 말을 들은 석목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서서 팔각형 석대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 물건은 청란성지의 조화 신통 중 하나인 구전현공……의 잔본(殘卷)입니다. 시작 가격은 최상급 영석 삼천 개입니다.”

육길이 우렁차게 말했다.

“뭐? 고작 잔본이라고?”

“육 관사님, 잔본 상태가 어떻습니까?”

잔본임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가격이라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잃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를 묻는 사람도 있었다.

“이 잔본은 구전현공의 이, 삼, 사, 오 단계 구결이 대부분 들어있습니다.”

육길이 말했다.

“구결 대부분? 그럼 완벽한 게 아니란 말이잖아……”

그 말을 들은 석목은 보라색 눈썹이 도드라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실망했다.

“첫 단계 공법도 없는데 어떻게 수련을 하죠? 잔본은 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게 아닌가요?”

소매에 회오리바람 그림이 새겨져 있는 손풍관(巽風觀) 제자가 말했다.

“제 말이 그겁니다! 제가 듣기로 이 공법은 매우 사악해서 한 사람이 정상까지 수련을 하면 성역에서 이 공법을 수련하는 다른 사람들은 공력을 전부 상실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천수 혈맥을 가진 자만이 이 공법을 수련할 수 있다고도 하죠.”

“정말입니까? 그럼 이 공법은 어디에 쓴답니까?”

“여러분들이 모르고 있는 점이 있습니다. 이 공법을 정상까지 수련한 백 원 선조는 이미 죽었습니다. 그리하여 청란성지엔 다시 한번 이 공법을 수련하려는 열풍이 일어났고, 실력이 뛰어난 청란성지의 요족 제자들이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아마 곤륜성허에 들어갈 확률이 높습니다. 이 공법은 조화 신통으로 불리죠. 두 번째, 세 번째 단계만 수련해도 위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만약 미리 조금만 익혀 두어서 약점을 알게 된다면 그 또한……”

육길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육길은 길게 설명을 했지만 이진종의 제자들은 옥간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진종의 제자들은 곤륜성허에 들어갈 자격을 취득하는 게 먼저였고, 나머지는 그 다음 얘기였다. 그리고 곤륜성허에서 공교롭게도 구전현공을 수련한 청란성지의 제자를 만나서 전투를 벌일 확률은 매우 낮았다.

이렇게 많은 영석을 써서 가능성을 사는 것보단 더 가치 있는 곳에 투자를 하는 편이 더욱 현명했다. 이 세상에 영석이 너무 많아서 걱정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었다.

이전에 나온 경매 물품들과 비교해보니 구전현공 잔본을 향한 사람들의 열정은 완전히 상반되었다.

구전현공 잔본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초라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육 관사, 빨라 다른 경매품으로 바꿉시다. 이 물건은 아무도 사지 않을 겁니다.”

곤지관(坤地觀) 제자 한 명이 큰소리로 외쳤다.

“맞아요. 이런 계륵 같은 걸 누가 사겠습니까?”

현장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구전현공 잔본을 사면 당나귀에게 머리를 차인 얼빠진 놈으로 취급을 당할 분위기였다.

육길은 눈에 실망한 기색이 스쳤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닌지라 당황은 하지 않았다. 육길은 다시 현장을 둘러보며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최상급 영석 삼천 개. 제가 가지겠습니다.”

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는 우렁차지 않았고 심지어 짓눌린 듯이 낮게 들렸다. 하지만 여전히 육길의 귀에 뚜렷이 들렸고 육길은 귀가 파르르 떨렸다.

“네, 역시 선견지명이 있으시네요! 최상급 영석 삼천 개, 호가하실 분이 더 계십니까?”

육길은 기쁜 기색을 드러내며 물었다.

육길이 말을 내뱉자 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이어 놀라움과 비웃음이 섞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런 물건을 정말 산다고?”

“하하…… 어느 관에 속한 사형이 이렇게 선견지명이 있는 걸까?”

누가 호가를 했는지 확인하기도 전에 석목이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더는 호가할 사람이 없는 것 같으니 최상급 영석 삼천 개.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

육길이 망치를 두드리며 말했다.

* * *

잠시 후, 연월루 이 층의 어떤 공간.

석목이 덩굴 의자에 앉아있었고 맞은편에 도포를 입은 아리따운 부인이 탁자에 매우 흔해 보이는 하얀 옥간을 하나 올려놓았다.

“이 옥간에 적힌 공법을 연월루에서 어떻게 구했는지 물어봐도 됩니까?”

석목은 옥간을 바라보지 않고서 담담하게 물었다.

“이 공법은 조금 독특한 방법으로 구한 것입니다. 청란성지의 공법을 연구하기 위해 수집한 탁본일 뿐입니다.”

아리따운 부인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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