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541화 (541/916)

541화. 기이한 통로 (1)

이 시각.

현궁탑 밖에 있던 팔대 도관의 장로들은 높은 석대에 서서 탑 속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각 도관의 제자들은 대부분 구 층과 십이 층 사이에 있었고, 수련을 한 경지가 높고 낮은 건 이미 한눈에 들어왔다.

“여기까지가 보통 천위 초기 제자들이 오르는 한계입니다.”

감수관의 장로 한 명이 말했다.

십일 층, 십이 층 안, 평범한 환수들은 이미 천위 경계까지 수준이 달했고, 숫자도 많아서 천위 중기, 심지어 천위 후기인 제자들도 무리를 지어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마 진기를 제때 보충할 수 없어서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터였다.

“그렇군요. 그러나 각 도관의 뛰어난 제자들은 그래도 잘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장로가 말했다.

“수봉월, 만호종, 막린회. 몇몇 실력자들은 솜씨가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몇몇 사람들을 호천각(昊天閣)으로 추천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 말을 꺼내자, 다른 장로와 관주들은 얼굴이 굳었다.

호천각은 이진종에게서도 매우 특별한 곳이었다. 종문의 수련 성지인데, 이진종의 많은 수련 자원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호천각에 들어가기만 하면, 또 특별한 기회도 주어졌다.

백 년, 또는 수백 년마다 이진종은 실력이 뛰어난 천위 제자들을 호천각으로 보냈다.

호천각에 들어간 모든 제자들은 남은 천 년 동안 성배를 응결해서 성계 경계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컸다.

이것은 종문에서 주는 자원뿐만 아니라, 호천각에서 특별한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말이 정말입니까! 종주 어르신께서 이미 언지하신 겁니까? 호천각을 열겠다고요?”

한 장로가 물었다.

“확실하게 말씀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곤륜성허 탐사 이후, 십중팔구 열 것 같습니다.”

적문천이 말했다.

다른 장로들은 적문천이 하는 말을 듣더니, 전부 기쁜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때, 이화관의 관주 팽악은 주변에서 하는 말을 조금도 듣지 못하는 듯이 하나만 남은 눈을 껌벅거리며, 거울 한 개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거울 속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쳤고, 번개가 여기저기서 번졌다. 이화관 제자들 중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이 환수 무리와 싸우고 있었다.

세 사람은 바로 석목과 연나, 서문설이었다!

팽악은 한쪽 눈에서 빛이 반짝이였고, 자연스럽게 몸 옆에 둔 주먹을 꽉 쥐었다.

* * *

현궁탑 십이 층 어딘가.

허공에 보라색 번개가 번쩍였고, 온몸이 검게 타버린 솔개 한 마리가 바다로 추락하던 도중에 빛으로 변하여 사라졌다.

보라색 검빛이 날아왔고, 석목이 검빛을 거두어들이더니, 몸을 비틀거리며 서문설 옆으로 내려왔다. 연나도 서문설 옆으로 내려왔다.

“드디어 해결했군.”

석목이 한숨을 내뱉었다.

“두 분, 정말로 감사합니다!”

서문설이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며, 석목과 연나를 향해 포권을 하며 인사했다.

서문설이 말을 떨어뜨리기 바쁘게,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가 저 끝에서 울려 퍼졌다.

석목을 비롯한 세 사람은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몇몇 감수관 제자들이 날아왔다.

그 모습을 본 서문설은 아름다운 미간을 찌푸렸고, 석목을 한번 바라보았다.

석목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눈에 금빛을 번쩍이더니 사라졌다.

가장 앞에 서 있던 우두머리를 석목은 알고 있었다. 일전에 이화관에 도발을 하러 왔던 머리가 푸른 청년이었다. 서문설과 격전을 치른 낭곤도 그 속에 있었다.

이철과 낭곤은 석목을 비롯한 세 사람을 한번 바라보더니, 서로 눈을 마주치며 의외라는 기색을 내비쳤다.

“서문 사매, 뇌 사형이시군요. 우리는 정말 인연이 깊은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또 만나다니.”

머리가 푸른 청년은 연나를 한번 훑어보더니, 곧바로 시선을 거두었다.

“이 사형.”

서문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석목은 눈빛을 흔들며 앞에 있는 몇몇 사람들을 훑어보았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먼저 가보겠습니다.”

머리가 푸른 청년 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돌아선 후에 먼 곳을 향해 사라졌다.

“서문 사매, 어째서 이렇게 많은 환수가 사매를 쫓아오고 있었나요?”

석목은 멀어져 가는 다른 제자들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더니, 서문설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는 원래 몇몇 동문들과 함께 움직였습니다. 환주를 거의 다 모았고, 다음 층으로 가는 공간 통로를 찾고 있었습니다. 오는 동안 통로가 어디 있는지 실마리를 찾긴 했습니다. 하지만 앞쪽에 있는 눈 봉우리 근처를 지날 때, 환수들이 아주 많이 몰려와서 싸우며 도망을 치다가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다른 동문은 전부 탑 밖으로 전송되었습니다.”

서문설이 말했다.

“갑자기 많은 환수가……”

석목이 낮은 목소리로 서문설이 한 말을 반복했다.

“뭐라고요?”

서문설은 잘 듣지 못하고서 다시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석목이 고개를 흔들었다.

“뇌 사형, 저 부탁이 있습니다. 혹시 같이 움직여도 될까요?”

서문설은 연나를 먼저 한번 바라보더니, 부드러운 눈빛으로 석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석목은 멈칫하며 곁눈으로 옆에 있는 연나를 한번 바라보았다.

“그건…… 우리는 전부 이화관 사람이니 당연히 서로 도와야지요. 같이 움직여도 됩니다.”

석목이 잠깐 망설이며 말했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뇌 사형.”

서문설은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고, 기뻐하며 말했다.

“허! 아닙니다. 빨리 갑시다.”

석목은 마른기침을 한 번 하더니, 연나를 바라보지 않고서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

서문설은 환하게 웃더니, 고개를 돌려 연나를 한번 바라보았다.

때마침 연나도 서문설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자마자, 각자 딴 곳을 바라보았다.

세 사람은 이미 현궁영패에 환주를 다 모았기 때문에, 앞쪽으로 날아가며 공간 통로를 찾기 시작했다.

석목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높은 곳으로 갈수록 공간이 점점 좁아지는 걸 느꼈다. 오는 동안 다른 제자들도 만났다. 이번 층은 환수 숫자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았다.

환수는 전부 천위 초기 무인들과 실력이 비슷했고 세 사람은 환수들을 만날 때마다 피하려고 노력했다. 진짜 피할 수 없는 경우에만 환수와 싸움을 치렀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반나절이나 흘렀다.

세 사람은 우선 석목이 점 찍어둔 몇 군데를 가보았다. 하지만 통로를 찾지 못했다. 이어 서문설이 낸 의견을 따라, 서문설이 환수들에게 매복을 당한 장소를 가보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상한데, 이렇게 오랫동안 공간 통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니.”

석목은 앞으로 날아가며 신혼으로 연나와 이야기했다.

하지만 연나는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석목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서문설이 들어 온 뒤로, 연나는 화가 난 것 같았다. 석목은 무엇인가 더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석목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앞쪽에서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이 날아왔는데, 통틀어 이삼십 명은 되어 보였다.

석목은 안색이 변했다. 세 사람은 곧바로 멈춰 서서 경계를 하는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다가온 사람들을 바라보고는 긴장을 풀었다.

앞에서 날아오는 사람들은 전부 이화관 사람들이었고, 가장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온화였다.

“너희들이구나.”

온화를 비롯한 이화관 제자들은 석목을 비롯한 세 사람을 보고 멈춰 섰다.

“큰 사형.”

세 사람은 앞으로 다가와 온화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

“세 사람이 십이 층까지 올라오다니. 아주 좋아. 하지만 여기 환수들은 이미 너무 강해졌고, 또 그 숫자도 너무 많아. 너희 셋은 우리와 함께 움직이자.”

온화가 말했다.

석목을 비롯한 세 사람은 격전을 치른 후,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진기와 법력을 꽤 많이 소모하였다. 오는 동안 계속해서 통로를 찾았지만, 매복한 환수들만 있어서 조금 짜증이 났는데, 온화가 초대를 하니,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뇌적과 임도는 이화관에서 뛰어난 축이 아니다보니, 몇몇 사람들만 둘을 알아보았고,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사람들은 두 사람을 한번 바라만 보며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서문설은 똑같이 천위 초기였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아, 너희 셋은 혹시 이번 층 공간 통로를 찾았나?”

온화가 물었다.

“저희도 계속 찾고 있는데,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석목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온화는 막연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온화 일행도 한참을 찾았지만, 공간 통로를 발견하지 못했다. 시간은 길어졌고, 진기 소모를 줄이기 위하여 이렇게 사람들을 모아서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큰 사형, 우리 이제 사람이 많이 모였으니, 몇 리 정도 거리를 두고 한 줄로 흩어지는 건 어떤가요? 범위를 넓혀서 찾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수를 만나게 되어도 곧바로 모여서 싸울 수 있습니다.”

한쪽에 서 있던 서문설이 갑자기 말했다.

“서문 사매가 말한 이 방법 괜찮은 것 같군. 조금 전에는 막무가내로 찾기만 하느라, 그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어.”

온화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리고 온화는 곧바로 지시를 내려, 사람들 수십 명을 전부 흩어지게 한 후, 수십 리 정도 되는 사람 띠를 만들어 천천히 앞으로 몰려가는 장사진을 이루었다.

이화관 일행들은 수색 범위를 넓혀서 한두 시진이나 더 찾았지만, 여전히 통로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다른 도관 사람들과는 여러 번 부딪쳤다.

다른 도관 제자들도 점차 무리를 지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석목은 앞쪽을 향해 날아가며 옆을 바라보았다.

앞쪽에서 한 무리 사람들이 날아왔는데, 곤지관 제자들이었다.

석목은 멈칫했다. 이진종의 팔대 도관 중 곤지관, 손풍관, 간산관, 태택관, 도관 네 곳의 제자들을 전부 만났다. 하지만 감수관의 머리가 푸른 청년 무리들과 작별을 한 후로 감수관, 진뢰관, 건천관 사람들은 마치 전부 사라진 것 같았다.

“혹시 세 도관 사람들은 이미 공간 통로를 찾아서 십삼 층에 도착한 걸까?”

석목은 속으로 생각했고, 마음이 초조해졌다.

시간이 반이나 흘렀다. 만약 세 도관 사람들이 모여서 계속 높은 층으로 올라간다면, 거리가 너무 많이 떨어져서 온힘을 다해 쫓아간다 해도,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때 오른쪽에서 환호 소리가 들렸다.

“공간 통로를 찾았어요!”

석목은 기뻐하며 방향을 돌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리가 나는 곳으로 빠르게 향했다.

눈이 내린 산봉우리 근처에 하얀 공간 통로가 허공에 떠있었는데, 눈부신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통로를 지키는 환수가 단 한 마리도 없다는 점이었다.

이화관 사람들은 전부 모여들며 매우 기뻐했다.

석목은 안색이 굳었다. 이때 연나와 서문설이 석목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고개를 돌려서 석목을 바라보았다.

세 사람은 눈빛을 마주쳤고, 눈빛엔 모두 의외라는 기색이 어려 있었다.

이 눈 덮인 산봉우리는 셋이서 먼저 왔던 곳이었다. 하지만 근처에서 공간 통로를 발견하지 못했었다.

“어떻게 된 거지? 공간 통로가 움직이기라도 하는 걸까?”

석목은 신혼으로 연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닌 것 같아. 공간 통로가 움직일 수 있다면, 분명히 내 눈에 걸렸을 거야. 아마 이 공간 통로는 누군가가 일부러 금제를 드리운 걸 거야. 아주 고단수인데, 일부러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지.”

연나가 전음으로 말했다.

석목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더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아마 감수관, 진뢰관, 건천관 사람들과 관련이 있을 터였다.

석목은 망설이기 시작했다. 이런 의심스러운 정황을 온화에 말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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