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7화. 폭동
회색 빛기둥이 나타난 후, 가는 길에 나타난 사령 환수들은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처음에는 규모가 크지 않은 작은 무리를 지어 나타나서 가볍게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빛기둥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령 환수들은 더 빈번하게 나타났고, 무리 규모도 점점 커졌다. 석목은 사령 환수들이 회색 빛기둥을 향해 가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석목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귓가에서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땅이 한참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환수다. 다들 조심해!"
온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주변 산지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땅 위에서 균열이 줄줄이 나타나더니, 사령 환수들이 빼곡히 틈에서 기어올라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을 향해 덮쳤다.
사령 환수들 중에는 해골도 있었고 강시도 있었으며, 뼈만 남은 동물들도 많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하늘에서 기이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새 뼈 사령 환수들이 덮쳤다. 백 마리는 되는 것 같았다.
"뭔가 잘못되었어. 이렇게 많은 사령 환수가 나타나다니!"
"우리 포위된 거야!"
이화관의 제자들이 놀라서 소스라치며 각자 영기와 법보를 꺼내 들었다.
"온 사형, 오는 내내 이상했는데, 우선 다시 돌아가서 좀 피합시다."
양덕이 말했다.
"이미 늦었다! 우선 눈앞에 놓인 상황부터 처리해!"
온화가 큰소리로 외쳤다.
온화가 명령을 내리자, 열 몇 조는 곧바로 두 부대로 나뉘었다. 일부는 방어 뇌진을 설치했고, 너머지 사람들은 환수를 죽이기 시작했다!
석목이 속한 조는 공격을 해야 돼서 연나와 서문설과 함께 사령 환수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석목은 한 손으로 파뢰검을 써서 눈부신 번개를 줄줄이 만들어냈다. 석목과 가까이에 다가온 사령 환수 몇 마리가 뒤로 밀려났다. 석목은 다시 앞쪽을 바라보았다.
석목은 회색 빛기둥이 있는 곳과 매우 가까워졌고, 회색 빛기둥의 윤곽이 뚜렷이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풍기는 기이한 기운도 느낄 수 있었다.
석목은 잠깐 고민하더니 옆에 있던 연나에게 전음을 하였다.
"만약 네 추측이 맞았다면, 이 사령 환수들을 죽이기도 전에 또 다른 환수 무리들이 몰려올 거야."
"그럼 곧바로 공간 통로로 날아가자고? 잊지 마, 너는 지금 이화관에서 배운 공법만 사용할 수 있어."
연나는 손에 든 자사자를 휘둘러서 촘촘한 보라색 번개뱀을 만들어내며, 그물을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 허공에서 그물을 내려 보내며 몰려오는 뼈 새들을 밖으로 몰아냈다.
"괜찮아. 이번 층에서 모을 환주를 이미 다 모았으니, 공간 통로에 다가갈 방법만 생각하면 돼. 온힘을 쓸 수는 없겠지만, 환수들을 물리치는 건 문제 없을 거야."
석목이 말했다.
"그럼 이 여자는?"
연나가 말을 하며, 멀지 않은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여자는 백옥영치를 휘두르며 강시 세 마리와 싸우고 있는 서문설이었다.
"그건……"
석목이 멈칫했다.
"죽지는 않을 거야. 기껏해야 밖으로 전송되어 곤륜성허에 들어가지 못하는 거지. 잊지 마. 네가 왜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석목이 말을 잇기도 전에 연나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한번 귓가에 울려 퍼졌다.
"맞아. 이런 상황에서 그런 걸 고민할 필요는 없어."
석목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 * *
이때 현궁탑 십사 층에선 건천관과 진뢰관, 감수관을 뺀 다른 도관 몇 곳의 제자들로 이루어진 대열들이 회색 빛기둥으로 향하던 도중, 이화관 제자들과 똑같은 상황을 맞이했다.
석목과 백 리 밖에 떨어진 또 다른 산골짜기에서 곤지관 제자들이 주로 모인 이진종 제자 무리가 수백 마리 해골 사령 환수들 때문에 포위되었고, 그중에는 천위 경지 사령이 서른 마리가 넘게 있었다.
천위 사령들은 손에 뼈칼, 뼈창 등 각종 무기를 들고 있었고, 크기는 전부 사오 장 높이였으며, 뼈가 전부 황금색을 띠고 있었다. 사령들은 민첩한 동작을 보여주며, 가볍게 날뛰고 있었다.
이진종 제자들은 포위를 당하여 어려운 전투에 휘말리게 되었고, 순식간에 여러 명이 상처를 입었다.
한 곤지관 제자가 큰소리를 지르며 온 힘을 다해 황금 해골을 찔렀다. 퍽 소리와 함께 해골은 뼈가 몇 개 부러졌다. 하지만 제자도 힘을 전부 소진했다.
황금 해골은 손에 든 뼈칼을 힘껏 휘둘러 금색 칼날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곤지관 제자의 몸을 찍었다. 곤지관 제자는 피하지 못했고, 얼굴에 절망한 기색만을 내비쳤다. 뼈칼이 곧 찔러 들어올 것 같았다.
그 순간 기이한 은색 검이 옆에서 뻗어 나왔다. 칼날은 구부러져 있었는데, 마치 은색 긴 뱀 같았다. 검은 단번에 금색 뼈칼을 막아냈다.
탱!
황금 해골은 몸통이 격하게 흔들리더니, 튕겨 날아갔다.
은색 장검에서 빛이 번쩍였고, 세 갈래 은색 빛을 뿜어내며 황금 해골을 공격했다.
단단한 황금 해골은 몸통이 마치 두부처럼 가볍게 여러 토막으로 갈라져 버렸다.
눈썹이 검 모양인 남자가 은색 검을 손에 쥐고서 옷자락을 흩날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신선 같았다.
"심(沈) 사형, 감사합니다."
도움을 받은 사람은 청년을 향해 깊은 인사를 올렸다.
눈썹이 검 모양인 청년은 곤지관의 대표 제자 심량(沈良)이었다. 팔대 도관에서 심량은 막린회나 온화보다 명성이 낮지 않았다.
"모두 혼자서 움직이지 말고, 진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싸우면서 동굴 쪽으로 움직이는 겁니다."
심량은 말을 하며 한 손을 산골짜기 끝에 놓인 열 몇 장 정도 크기 동굴을 가리켰다.
이진종 제자들은 심량이 하는 말을 듣더니, 곧바로 방어 뇌진을 펼쳐서 막기만 하고 공격을 하지 않았다. 심량을 비롯한 몇몇 고수들만 해골 환수들을 죽이고 있었고, 대열 전체는 동굴 방향으로 점차 이동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써도, 사령 환수들은 숫자가 너무 많았다. 이미 진기를 많이 소모한 상황이라 점점 버티지 못했다.
"큰일이야. 저길 봐!"
한 제자가 골짜기 밖 먼 곳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제자들이 고개를 들어서 바라보더니, 전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더 먼 곳에서 먹구름들이 줄줄이 나타났고, 수많은 사령 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령 환수들은 하늘에서 그리고 땅속에서부터 골짜기를 향해 덮쳤다.
제자들은 얼굴에 절망한 기색이 어렸다.
* * *
한 황량한 곳, 손풍관 제자들 열 몇 명으로만 구성된 대열이 커다란 용 사체 다섯에게 둘러싸였다.
용 사체들은 몸집이 웅장했고, 전부 칠팔십 장 길이였는데, 중요한 건 경지가 전부 천위 중기였다.
손풍관 제자들은 이제 막 십삼 층을 뚫고서 십 사층으로 올라왔다. 휴식을 취하기도 전에, 갑자기 날아오는 용 사체들에게 포위된 것이었다.
손풍관 제자들은 곧바로 방어진을 짜며, 간신히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잠깐만 저항했을 뿐, 곧바로 진형이 무너졌다. 벗어나고 싶었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이때 땅이 미친 듯이 흔들렸고, 먼 곳에서 썩은 시체 환수들이 이곳으로 가득 몰려오고 있었다. 손풍관의 제자들은 안색이 전부 어두워졌다.
한동안 십사 층에 있던 모든 대열은 사령 환수들에게 묶여 난장판이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많은 제자가 현궁탑 밖으로 전송되었고, 십사 층에 있던 제자들도 점점 적어졌다. 반 시진도 되지 않아 삼백 명 가까이 되던 사람들이 이백 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도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었다.
* * *
현궁탑 밖, 백옥 탑 위, 여덟 도관의 관주들은 빛이 흩날리는 보라색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관주들은 십사 층에서 어떤 이변이 생겼는지 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때 여덟 도관의 관주 말고도, 각 도관의 장로들도 전부 석대 위에 나타났다.
건천관, 진뢰관과 감수관 세 도관의 관주와 장로들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다른 다섯 도관의 관주와 장로들은 안색이 굳어선 세 도관에게 불만을 느끼기 시작했다.
"적 관주, 진뢰관과 감수관, 그리고 건천관의 제자들이 이런 술수를 부려서 환령 대진으로 안에 있는 사령 환수들을 부르다니. 우리 다른 도관 제자들에게 너무한 처사가 아니오!"
간산관의 장로가 화를 내며 말했다.
"은 장로님, 그건 아니지요. 우리 세 도관의 제자들이 힘을 합친 건 맞는데, 안에 있는 사령 환수들을 부른 건 잘못이 아니지요? 제가 알기로 제자들은 전부 현궁탑에서 시련을 받을 때 지킬 규칙을 어기지는 않았습니다."
적문천은 안색을 바꾸며 말했다.
"맞습니다. 현궁탑은 시험을 받는 곳입니다. 제자들이 죽는 일도 없을 텐데, 은 장로님께선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지요."
적문천 옆에 서 있던 수염을 드리운 남자가 말했다.
수염을 드리운 남자는 동씨인데, 건천관에서 실력을 인정받던 장로였다. 동씨는 수련 경지가 적문천, 팽악과 비슷했다.
"흥, 다른 건 몰라도 동 장로님, 현궁탑에서 그쪽 도관의 막린회가 환령 대진을 펼칠 때 쓰는 법보를 소환했습니다. 건천관에서 유명한 그 원령호각(怨靈號角)이 아닙니까? 그 법보는 위력이 너무 강력해 성주께서도 이미 사용하길 금지하여, 생사가 엇갈리는 중요한 시기가 아니면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법보를 막린회에 넘기다니. 이건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태택관의 중년 장로가 말했다.
"오 장로님, 오해입니다. 막린회의 손에 든 건 원령호각이 아닙니다. 모조품일 뿐이지요. 진짜 원령호각을 막린회 같은 천위 제자가 쓸 수 없다는 걸 모르십니까?"
동 장로는 적문천과 마주 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태택관의 중년 장로는 대답을 듣더니, 침묵하고 말았다.
"흥, 이 십사 층 환수들이 폭동을 일으켰는데, 당신들 세 도관의 제자들이 안전하게 십오 층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운 관주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제자들도 위로 올라가기는 힘들 것입니다."
적문천이 천천히 대답했다.
"당신……"
운몽택이 멈칫했다.
이 시각, 현궁탑 십사 층에서 벌어진 폭동과 싸움은 계속되었고 점점 치열해졌다.
이화관 사람들을 둘러싼 사령 환수들은 이미 삼백 마리가 넘었다.
다행히 이화관 제자들은 일찍이 방어를 하고 있었으며 온화가 적절히 지휘를 하여 세 명 밖에 전송되지 않았다.
남은 사람들 이십여 명은 똘똘 뭉쳐, 완벽한 방어 태세를 취하며 몰려오는 공격을 일일이 막아냈다.
하지만 환수들의 맹렬한 공격을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았다.
"온 사형, 환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이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양덕은 비도 법보를 조종하여 환수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다급하게 말했다.
다른 제자들도 전부 온화를 바라보았다.
온화는 유성추를 휘두르며 환수들을 막아내고 있었고,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듯 허탈함만 몰려왔다.
"여러분, 이렇게 묶여 있다가는 환수들 때문에 전멸당할 겁니다. 제가 추측하기로 이 환수들은 앞쪽에 있는 회색 빛기둥을 향해 몰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거꾸로 갑시다. 동쪽 작은 산골짜기에서 잠깐 피신을 하고 있으면 이 환수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온화가 말했다.
"온 사형 말씀이 맞습니다. 요형(*凹型: 가운데 파인 모양) 산골짜기는 훨씬 방어하기도 수월할 겁니다."
방동서는 동쪽을 한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온화가 하는 말을 듣더니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전부 온화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