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560화 (560/916)

560화. 마음의 소환

동시에 봉성이 들고 있는 낫에서 두세 장 정도 되는 조각달이 튀어나와 연나를 감으려고 했다.

연나가 손에 든 자사자에 빛이 크게 번지며 봉성을 맞이했다. 조각달이 갑자기 크게 빛났고, 크기가 열 배나 넘게 불어나더니 안에서 형태가 없는 빛이 튀어나와 허공을 갈라버렸다.

그 모습을 본 연나의 자사자에 빛이 눈부시게 번졌고, 수천 갈래 빛이 허공에서 번쩍이며 순식간에 뭉치더니 굵고 튼실한 보라색 가시로 변하여 조각달을 맞았다.

하나는 날카로운 한월봉인(寒月鋒刃)이었으며 또 하나는 뾰족한 보자첨봉(寶刺尖峰)이었다.

두 공법이 부딪치는 순간, 정원에서 날카롭게 긁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탱!

뾰족한 가시가 한 점으로 변하여 조각달을 공격했고, 조각달이 반으로 부러져버렸다.

이때, 허공에서 우르릉 소리가 터져 나왔다!

허공에 드리운 보라색 검그림자가 검은빛 교룡을 부숴버렸다. 그 여파로 보라색 번개를 감싼 빛으로 변하더니 아래에 있던 봉성과 진해를 공격했다.

봉성과 진해는 안색이 변하며 몸이 뒤로 튕겨서 날아갔다.

우르릉!

하늘을 흔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보라색 번개가 땅에 떨어져 불꽃이 사방으로 튀어나가 둥그런 빛 파동으로 변하며 봉성과 진해를 향해 퍼져나갔다.

이 모든 일은 번개가 번쩍이는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두 사람은 뒤로 물러나며 병기를 써서 보라색 파동을 막아내려 했지만, 힘 때문에 비틀거렸지만 상처는 입지 않았다. 다만 안색이 많이 어두워졌다.

우르릉!

주변에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간신히 서 있던 편전의 부서진 벽들이 드디어 진동 때문에 무너져버렸다.

연나는 눈가를 파르르 떨며 편전의 폐허 한쪽을 바라보았다.

“흥, 고작 천위 초기 두 명에게 밀리다니. 창피한 줄 알아야지.”

그 광경을 본 조극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조극이 하는 말을 듣더니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며 손에 든 병기를 들어 올려서 다시 공격을 하려고 했다.

“비켜!”

조극이 말을 하며 회백색 빛을 한 층 둘렀고, 기세가 점점 커졌다.

조극이 손에 든 장극에서 은빛이 크게 번졌다. 이어서 조극이 앞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으며 허공으로 날아올라 석목과 연나를 향해 장극을 휘둘렀다.

석목은 동공이 줄어들더니 손에서 다시 검결을 시전하였다. 파뢰검에 드리운 보라색 번개가 갑자기 사라지며 눈부신 하얀 빛이 크게 번졌다.

대일검결!

파뢰검에서 검그림자가 맴돌더니 둥근 태양으로 변해서 회전하며 장극을 휘갈겼다.

쿵!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돌아가던 파뢰검이 멈추더니 단번에 조극의 장극과 부딪쳤다.

둥근 해가 하얀 빛 속으로 찔러 들어갔고, 순간 커다란 불꽃이 튀며 해는 빠르게 작아졌다.

파뢰검이 변한 둥근 해가 한 장 정도 크기로 줄어들었을 때, 가운데서 보라색 빛이 반짝이더니 귓가에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서 커다란 보라색 번개가 둥근 해 속에서 터져나와 조극의 은색 장극이 내뿜는 회백색 빛과 얽혔다.

쿵!

보라색과 하얀색 두 갈래 빛고리가 검과 극 사이에서 일렁였다. 번개가 번쩍이는 것이 매우 뜨거웠고, 번개는 광폭한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쓱!

파뢰검이 뒤로 튀어 날아와 탱 소리와 함께 땅에 꽂히며 격하게 흔들렸다.

조극은 공격을 피하고자 손에 든 은색 장검을 거두어들였고, 이어 빛이 두어 번 번쩍이더니 몇 십 장 밖에서 서 있었다. 조극은 장극을 아래로 향해 휘두르며 얼굴에는 심각한 기색이 어렸다.

이때, 석목 양쪽에 두 그림자가 나타났다. 봉성과 진해가 습격을 했다.

퍽!

보라색 빛 그림자가 석목의 머리 꼭대기에 드리웠다. 수많은 보라색 가시가 마치 긴 창처럼 빠르게 날아와서 석목 주변에 떨어지더니 석목을 감싸며 보호했다.

귀가 찢어질 것만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검은 창 그림자와 조각달이 전부 튕겨서 날아갔다.

이어서 보라색 뾰족한 가시들의 표면이 마치 가지를 치듯 여러 갈래 더 뻗어 나오더니 보라색 빛을 뿜으면서 습격을 하던 두 사람에게 향했다.

그 광경을 본 두 사람은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이러니 두 명이서 움직이는군.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 너희를 너무 가볍게 봤군.”

조극은 말을 꺼내더니 몸에서 풍기던 기세가 돌변했고, 조극에게 드리웠던 회백색 빛 중에 절반이 순식간에 검은색으로 변하였다.

이어서 검은색과 하얀색 빛이 몸에서 합쳐지더니 혼돈된 회색빛으로 변하며 두 팔을 타고서 은색 장검까지 감쌌다.

“세 번째 단계의 힘!”

석목은 조극을 노려보며 얼굴에 망설이는 기색이 스쳤다. 이때, 연나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이 사람을 죽일 자신이 없다면 신분을 드러내지 마. 이진종이라는 신분으로 꽤 많은 번거로운 일들을 해결했어. 우리는 해야 할 일이 남아있으니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면 안 돼.”

연나가 말을 했다. 석목은 아직 대답을 하지 않았는데 눈앞에서 검은색과 하얀색 빛이 계속해서 번쩍였다. 조극은 이미 공격을 했고, 손에 든 은색 장검을 휘둘러서 수많은 장극의 그림자들이 폭풍처럼 석목에게로 쏟아졌다.

석목은 깜짝 놀라서 한 손을 흔들었다. 순간 파란빛이 소매에서 튀어나와 빙글빙글 돌더니 몇 배나 커졌다. 남정번이었다.

석목은 두 손으로 번개를 거두며 파란 물빛 두 갈래를 만들어내더니 입으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계속해서 움직였다. 이어 파란색 법결이 튀어서 날아가더니 남정번 속으로 스며들었다.

남정번은 겉에서 물빛이 흘렀다. 단번에 십 장 정도 크기인 수룡이 여섯 마리나 나타나 발을 휘두르며 회색 장극의 그림자를 맞았다.

순간, 허공에서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극의 그림자와 수룡이 얽히고설키며 난장판이 되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봉성과 진해가 연나와 싸우고 있었다.

조극은 눈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손목을 돌렸다. 은색 장극이 손에서 튀어나왔다. 겉에는 회색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마치 은색 기러기처럼 변하여서 석목을 공격했다.

석목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손으로 법결을 바꾸자 남정번의 겉에 비치던 물빛이 크게 번졌으며 수룡 여섯 마리가 얽혀 파란 얼음벽을 하나 만들어냈고, 얼음벽은 매우 맑았다.

이어서 퍽! 소리와 함께 은색 장극이 단번에 얼음벽을 뚫고서 석목에게 향했다!

석목은 손으로 파뢰검을 날렸고, 보라색 번개가 장극 위에서 팽이처럼 격하게 돌기 시작했다.

은색 장극 끝에서 회색빛이 크게 번지자 앞쪽 허공이 찢어지더니 검은 균열이 줄줄이 나타났다.

펑!

파뢰검이 단번에 회색빛 속을 찌르며 들어갔고, 이어 보라색 번개가 터져버렸다.

수많은 번개가 회색빛 가운데로 들어가더니 다시 순식간에 점으로 변해버렸다.

이때, 퍽! 소리와 함께 파뢰검이 뒤로 튀어 나가 근처 땅에 꽂혔고, 겉에는 눈에 띄는 균열이 한 줄 생겼다.

허공에 뜬 장극은 잠시 멈추는 듯 했으나 계속해서 석목에게 향했다.

하지만 석목도 짧은 순간 동안 몸이 희미해지더니 간신히 장극을 피했고, 장극이 왼쪽 편전 폐허 근처로 떨어졌다.

쿵!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은색 장극이 곧바로 땅속에 박혀 하늘까지 날아오르는 파도로 변했다. 이때, 땅에서 돌들이 튀어 날아갔고, 주전 앞에 놓인 빈 땅에는 열 장 정도 크기인 커다란 웅덩이가 하나 생겼다.

파뢰검도 강력한 힘으로 다시 한번 날아갔고, 검에 생긴 균열이 퍼져나가더니 부서져 버렸다.

“왼쪽 편전 입구의 팔괘.”

이때, 석목의 귓가에 연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석목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발길을 돌려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왼쪽 편전 폐허로 향했고, 거기에 있던 팔괘 그림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돌려서 곁눈질로 연나가 오른쪽 편전 입구의 팔괘 그림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본 조극은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가서 석목을 쫓아가려고 했다.

연나가 오른쪽에서 손을 휘둘러 찬란한 은빛을 만들어내더니 봉성을 비롯한 사람들을 몇 장 정도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이어서 연나가 손으로 법결을 펼쳤다. 연꽃무늬가 손바닥에서 튀어나가 곧바로 주전의 문 앞에 놓인 눈에 띄지 않던 둥근 돌을 내리쳤다.

윙!

가벼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취환궁의 폐허가 한참 동안 흔들리더니 격렬한 영력의 파동이 흘러나왔다.

조극은 깜짝 놀라서 몸을 멈췄다.

둥근 돌은 겉에 흑백 두 가지 연꽃무늬가 나타났다. 빛이 연꽃무늬 속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며 정원 전체가 뒤흔들렸는데,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만 같았다.

사람들의 발밑에 갑자기 진법 부문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그리고 흑백 두 갈래 빛이 폭발하였다.

만약 이 순간을 허공에서 내려다본다면 취환궁이 둥그렇다는 걸 알 수 있을 터였다. 흑백 빛이 번지는 순간, 이미 취환궁은 흑백 두 가지 색으로 변하여 마치 커다란 태극 팔괘도 같았다.

석목과 연나가 서 있는 자리는 태극 팔괘도의 음양 어안(魚眼) 위치였다.

이때, 석목은 연나의 몸에서 일곱 가지 빛이 튀어나와서 순식간에 석목의 가슴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이어서 석목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함께 사라진 건 조극과 왼쪽에 서 있던 나머지 청란성지의 제자들 네 명이었다.

봉성과 진해 그리고 나머지 세 사람은 연나의 모습과 함께 사라졌다.

이어서 취환궁을 뒤덮은 흑백 빛이 천천히 사라지더니 원래 모습이 드러났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 * *

한 시진 뒤.

곤륜성허의 또 다른 궁전 폐허 속, 하얀 빛을 감싸고 있는 보라색 그림자가 별똥별처럼 땅으로 떨어졌다. 몸은 마치 제비 같았는데 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연나였다.

연나는 앞쪽을 바라보더니 눈에 갈망하는 뜨거운 기색이 어려 있었다.

이곳에 도착하니 모든 게 더욱 뚜렷이 느껴졌다. 앞쪽 어딘가에서 어렴풋이 무엇인가 연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느낌은 곤륜성허에 들어온 순간부터 받았지만, 지금은 훨씬 강렬해졌다.

연나는 빠르게 그곳으로 다가갔다!

연나는 몸을 휘날리며 가볍게 앞쪽의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다양한 금제들을 피했다. 길가를 지키던 수호 인형들은 마치 연나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연나의 뒤를 봉성, 진해를 비롯한 청란성지의 제자들 다섯 명이 바싹 쫓아왔다.

하지만 제자들은 연나처럼 가볍게 들어갈 수 없었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다양한 금제와 인형들에게 방해를 받아야만 했다.

다행히 다섯 사람은 청란성지의 천년 제자들 중에서도 뛰어난 사람들이라 봉성, 진해를 제외한 세 사람도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쫓아가는 동안 계속해서 장애물들과 부딪쳤지만, 제자들은 힘을 합쳐 일일이 물리쳤다.

나중에는 아예 연나가 앞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서 쫓아갔다. 비록 여전히 인형들이 나타나서 제자들을 가로막았지만, 금제는 피할 수 있었다.

이렇게 쫓고 쫓기며 한참이 흘렀다.

연나가 달리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지만, 다섯 사람도 끈기가 만만치 않았다. 이미 시선을 벗어난 듯했지만 잠시 후에 또 나타났다. 마치 끈적여서 떼어낼 수 없는 엿 같았다.

연나는 몸을 몇 번 번쩍이더니 파괴된 궁벽으로 날아 들며 고개를 돌려서 한번 바라보더니 눈에 차가운 살기가 스쳤다.

연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앞쪽 몇 리 밖에 커다란 화원이 하나 나타났고, 화원은 면적이 매우 넓었는데 십 묘가 넘어 보였다.

화원은 이미 파손되었다. 외벽도 이미 무너졌지만, 안에 있던 나무와 화초들은 전부 그대로였다.

화초와 나무들은 영기가 풍성했고, 다양한 빛을 뿜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매우 귀한 영목들과 선초들이었다.

연나는 눈에 은빛이 스쳤다. 그리고 화원을 향해 날아가더니 순식간에 화원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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