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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561화 (561/916)

561화. 길을 막는 자는 죽는다!

한참 뒤에 다섯 갈래 둔광이 날아왔다. 둔광들은 화원 옆에 자리한 조금 높은 폐허로 내려갔다.

제자들은 화원을 향해 두리번거렸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오는 동안 온갖 금제가 계속 나타나서 꽤 고생을 했던 터라, 눈앞에 놓인 화원에도 금제가 걸렸으리라 확신을 하며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 여자, 아직 여기에 있겠지?”

봉성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서 있는 키가 작은 청년에게 물었다.

“맞아. 여기에 있어.”

키가 작은 청년은 손에 푸른색 원판을 하나 들고 있었다. 원판 위에 하얀 점이 한 개 나타났는데 원판 가운데에 놓여있었다.

봉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표정을 풀었다.

“어떻게 하지? 들어가서 찾을까?”

진해가 말했다.

“당연하지! 조 사형이 말했어. 이 여자는 이곳을 잘 알고 있다고. 보월궁이 어디 있는지도 알고 있을 거야. 도망가게 되면 조 사형에게 보고할 수 없잖아?”

봉성이 차갑게 말했다.

진해는 안색이 변했다. 그리고 마치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 몸을 한 번 떨었다. 그리고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조극 사형이 내린 명령이라면 절대 거역할 수 없어. 다만 이 이진종의 제자는 조금 이상하니, 우리도 조심해서 움직여야 해.”

봉성은 진해가 하는 말을 듣더니 멈칫했다. 진해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리 없었다. 그리고 쫓아오는 동안, 연나는 행동으로 이미 증명했다.

“조극이 한 말이 맞아. 이 여자는 분명히 지도나 곤륜과 관련된 무언가를 알고 있을 거야. 이 여자를 잡기만 하면 우리는 보월궁이 어딘지 알게 될 테니 선계 영보(靈寶)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비록 이 여자가 수련 경지를 숨겼지만, 아마 진짜 실력도 천위 후기 무인일 거야. 하지만 이곳에 저 여자와 실력이 비슷한 사람이 두 명이나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어.”

조극이 말한 포상을 떠올린 봉성은 입술을 한번 훑고는 다시 가슴이 뜨거워졌다.

봉성은 잠깐 멈칫하며 소매를 휘둘러 진반 진기를 꺼내며 말했다.

“이건 청라오연진(青羅五煙陣)이야. 너희 셋은 밖에서 이 진법을 설치해서 화원 전체를 덮어. 나와 진해가 들어가서 찾아볼게.”

“좋아!”

키가 작은 청년을 비롯한 세 사람은 경지가 천위 중기였다. 세 사람은 실력이 봉성과 진해보다 훨씬 떨어져서 안으로 들어가서 찾아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자 기뻐하며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진반 진기를 받아들고서 몸을 날려 화원 구석으로 날아갔다.

* * *

키가 작은 청년은 화원 서북쪽으로 가서 입으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며 손에 든 진기 진반을 시전하려고 하였다.

이때, 이변이 생겼다.

키가 작은 청년의 몸 앞에서 ‘출렁’ 소리가 들리더니, 하얀색 그림자가 안에서 튀어나와서 손에 든 하얀색 긴 창을 날렸다. 하얀색 창이 허공에 하얀 줄을 그으며 빠르게 다가왔다.

키가 작은 청년은 안색이 변했고, 몸에서 회색빛을 반짝이더니 회색 방패가 나타났다.

“여기 있……”

키가 작은 청년은 놀란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지만 몇 마디 내뱉지 못하고 소리는 멈춰버렸다.

하얀 창은 가볍게 회색 방패를 뚫었으며 창끝이 다시 청년의 목을 뚫고 지나가면서 작은 구멍을 하나 만들어냈다.

이어서 몇 갈래 하얀빛이 번쩍이더니, 키가 작은 청년의 몸과 진반이 몇 덩어리로 나뉘어져 땅으로 떨어졌다.

연나는 순식간에 관목 속으로 들어가서 사라져버렸다.

이 모든 동작은 물이 흐르듯 했고, 전혀 지체하지 않으며 단숨에 끝냈다.

먼 곳에서 다른 사람들은 안색이 굳은 채 빠르게 날아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왔을 때, 연나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으며 아무런 기척도 남기지 않았다.

사람들은 바닥에 부서진 시체를 한번 바라본 후에 다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망할!”

봉성이 화가 나서 손에 빛을 번쩍이더니 낫을 꺼내 들고 휘둘렀다.

낫에서 차가운 빛이 크게 번지며 커다란 조각달이 맴돌면서 튀어나왔다.

칙, 칙, 칙!

하얀 빛이 빠르게 한 바퀴 돌더니 순식간에 열 장 안에 있던 모든 관목들을 전부 잘라버렸다.

이때, 조각달 앞에서 윙윙 소리가 울려 퍼지며 주황색 광막이 하나 나타났고, 조각달 광막 위에 부딪치며 펑! 소리와 함께 광막이 심하게 한번 흔들리더니 이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쿵!

낮게 울부짖는 소리가 주황색 광막 뒤에서 흘러나오며 몇 장 정도 크기인 늑대 모양 붉은 인형이 한 마리 튀어나왔고, 인형은 주둥이로 낮은 소리를 내며 울부짖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을 향해서 덮쳤는데 속도가 놀라울 정도였다.

“조심해. 천위 후기인 수호 인형이다!”

진해는 큰소리로 외치며 손에 검은 빛을 번쩍였다. 그리고는 검은색 단창을 꺼내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곧바로 각자 쓰는 법보를 꺼내 들었다.

봉성은 차갑게 소리를 지르며 손에 든 낫에서 차가운 빛이 크게 번지더니 그대로 휘둘렀다.

반원 모양 커다란 빛이 나타나며 늑대 인형을 공격했다. 이어 스친 자리의 허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붉은 늑대의 앞발에서 불빛이 크게 번지며 붉은색 빛을 한 층 감싼 후, 늑대는 한 발로 조각달을 덥석 잡으며 다른 쪽으로 봉성을 잡으려고 했다. 또한 동시에 입을 크게 벌리며 진해를 비롯한 세 사람에게 커다란 불기둥을 뿜어댔다.

탱, 탱, 탱!

낮게 부딪치는 소리가 세 번 울려 퍼지며 눈부신 빛이 뿜어 나왔다!

이어서 늑대 인형의 거대한 몸통이 뒤로 날아갔고, 두 앞발엔 큰 상처를 입었다. 발 한 개는 절반이나 잘려나갔으며 다른 한 쪽 발은 상처가 깊게 생겨서 곧 부러지기 직전이었다. 늑대 인형의 등 뒤에 커다란 구멍이 두 개 생겼는데 구멍에서 푸른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붉은 늑대 인형은 뒤로 밀려났지만, 봉성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었다. 제자들도 뒤로 몇 발자국 밀려났다.

특히 봉성은 붉은 늑대 인형과 두 번이나 강하게 부딪쳐서 몸이 몇 장이나 밀려났었다. 결국 근처에 있던 파손된 벽에 부딪쳐서야 멈춰 섰다.

봉성은 화가 난 얼굴로 소리를 지르며 다시 날아올라 인형의 몸통을 완전히 박살을 내려고 했다.

이때, 봉성은 곁눈질로 하얀색 빛이 스치는 모습을 보았다.

봉성을 지탱하고 있던 파손된 벽이 우르르 무너졌다. 이어 하얀 전창이 벽을 뚫고서 심장 쪽으로 향했다. 연나였다.

“말…… 말도 안 돼!”

봉성은 얼굴이 굳었다. 봉성은 이미 신식을 보내서 이 근처를 관찰하고 있었는데 연나가 움직이기 전까지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다.

봉성은 매우 놀랐지만, 천위 후기 강자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봉성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서 팔을 흔들며 손에 든 낫으로 등 뒤를 막아냈다.

순간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봉성이 처참한 소리를 지르며 몸통이 날아갔고, 빨간 피가 허공에 흩뿌려지며 왼쪽 팔이 어깨에서부터 잘려나갔다.

연나는 눈에 빛을 반짝이더니 조금 의아한 듯이 굴었다. 하지만 이내 차갑게 소리를 지르며 팔을 흔들었다.

손에 든 하얀 전창이 튀어날아가 빛을 번쩍이며 사라지더니 다시 봉성의 가슴을 뚫으며 등 뒤에서 튀어나왔다.

만약 석목이 있었더라면 이 공법을 알아봤을 터였다. 이것은 석목이 쓰는 통천곤법 중 유성간월이었다. 어느새 연나가 유성간월을 배워버렸으며 석목 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지독하게 시전하였다.

봉성은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생겼다. 구멍 속에서 붉은 피가 뿜어 나왔고, 봉성은 눈빛이 빠르게 어두워지더니 이내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이어서 하얀 전창은 방향을 틀더니 다시 봉성의 미간을 뚫어버렸다. 칙칙 소리와 함께 봉성은 원신마저 파멸되었다.

연나가 한 손을 흔들자, 하얀 전창이 다시 날아왔고, 연나는 몸에 회백색 빛이 크게 번졌다. 그리고 천위 정상인 실력을 그대로 드러냈다.

다른 한쪽에서 진해를 비롯한 세 사람이 이제 막 덮치려 했으나 연나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낀 후로 전부 얼굴이 굳었다. 온통 두려운 기색이었다.

“내 길을 막는 자는 전부 죽는다! 이렇게까지 따라오다니 다 죽어!”

연나는 차갑게 소리를 지르더니 한 손을 휘둘렀다.

진해를 비롯한 세 사람 주변의 허공에서 그림자가 번쩍이며 사령 강시가 일고여덟 구 나타났다.

사령 강시들의 두 눈에 은색 혼화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몸에는 온통 푸른색 비늘이 자라나 있었으며 뾰족한 이빨이 아무렇게나 누워있었다. 손에는 길고 푸른 손톱이 자라나 있었는데 전부 천위 실력이었다.

사령 강시들은 찢어진 보라색 피풍의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 위에 이진종의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강시들은 바로 현궁탑에서 연나가 죽인 이진종의 천위 제자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원래 천위 실력을 갖췄었다. 그런데 그 사체를 연나가 손에 넣자 가볍게 강시로 변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생전 실력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이건 천위 강시! 너 도대체 누구야?”

진해는 얼굴에 절망을 한 기색이 스쳤으며 소리를 질렀다.

“이미 알 필요가 없어졌어.”

연나가 손을 흔들자, 강시들 일고여덟 구가 세 사람을 향해 덮쳤다.

세 사람의 등 뒤에서 늑대 인형도 큰소리를 지르며 다시 덮쳤다.

한 차례 격전을 치르며 터지는 소리, 그리고 처참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잠깐 지속되었으나 이내 조용해졌다.

진해를 비롯한 세 사람은 이미 사체로 변하였다.

연나는 손을 휘둘러서 하얀빛을 튕기더니 제자들이 몸에 지녔던 저장반지와 법보를 거두어들였다.

연나가 한 손을 흔들자 검은 빛이 날아갔고, 검은색 네모난 법보로 변하여 몸 앞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법보 위에 부문이 맴돌고 있었다.

취선대였다!

연나는 입으로 가볍게 주문을 외우며 한 손으로 허공을 짚었다.

취선대의 겉에서 흐르고 있던 부문이 크게 부풀더니, 검은빛이 뿜어 나와 몇몇 제자들의 사체를 감싸고서 다시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연나는 취선대를 다시 거두었다. 낮은 소리가 연나의 등 뒤에서 들렸고, 연나를 바라보는 늑대 인형의 두 눈에 붉은빛이 번쩍였다.

연나는 돌아서서 눈썹을 치켜뜨더니 하얀 전창을 잡았다.

붉은 늑대 인형은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더니 몸을 굽히더니 연나를 향해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이어서 돌아선 후 천천히 뒤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연나의 눈빛이 반짝였다. 잠시 후에 연나는 다시 고개를 흔들며 가까운 곳을 한 번 바라보더니 하얀 빛으로 변하여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

* * *

연나는 둔광이 되어 하루 밤낮을 날아서야 멈춰 섰다.

눈앞에는 커다란 보라색 안개벽이 하나 나타났다. 안개벽은 하늘과 땅을 연결해 놓았는데 양쪽을 둘러봐도 경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끝까지 뻗어있었다.

“이곳은……”

연나는 미간을 찌푸렸고, 손에서 하얀빛이 번쩍였다. 연나는 봉성이 쓰던 법보인 낫을 꺼냈다.

그리고 손을 흔들어서 낫에 법력을 불어넣자, 낫에서 빛이 크게 번졌다. 이어 낫을 한 손으로 휘둘러 보라색 벽 위를 갈라놓았다.

퍽!

커다란 조각달 같은 칼날이 튀어 날아가 보라색 안개벽에 커다란 상처를 하나 만들었고, 칼날이 안쪽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칼날이 보라색 안개에 닿자, 겉에 돌던 빛이 빠르게 어두워지며 부식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십여 장 정도 날아가더니 결국 빛을 반짝이며 터져버렸다.

연나는 눈에 놀라운 기색이 스쳤다. 이어서 연나는 손에 든 낫을 바라보았다.

낫 끝이 보라색 안개벽에 닿자, 닿은 부분이 매우 어두워졌다. 영성이 크게 손상된 것이다.

연나는 눈빛을 반짝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 보라색 안개는 매우 강력했는데 너무 강력해서 그 수준을 알 수 없었고, 이대로 들어갔다가는 어떤 위험을 겪을지 몰랐다.

이때, 연나는 얼굴에 고통스러운 기색이 어렸고, 그녀는 손으로 머리를 감싼 후에 한참이 지나서야 회복을 했다.

연나의 눈에 맑은 빛이 나타났다. 그녀는 손을 휘둘러 낫을 거두어들인 후, 좌우로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오른쪽으로 날아갔다.

반시진 뒤, 연나는 몸을 멈춰 세웠다.

앞쪽 보라색 안개벽 끝에 금빛으로 휘황찬란한 작은 궁전이 하나 나타났고, 궁전은 보라색 안개가 자욱한 곳에 서 있었는데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궁전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으며 마치 어떤 곳으로 이어지는 통로 같았다.

연나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안쪽으로 날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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