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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566화 (566/916)

566화. 다시 원수를 만나다

잠시 후에 자취각 바깥쪽 언덕에 자란 월계수 나무 앞에 네모난 비석이 하나 세워졌다. 그 위에는 깔끔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공수자의 묘’

“공수자 선배님, 당신이 말하는 백원 장군은 아마 백원왕이겠지요. 이 천기곤초가 백원왕을 위해 제련한 영보라면 제가 대신 받겠습니다.”

석목은 심각한 표정으로 비석을 향해 허리 굽혀서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고는 묘를 떠났다.

* * *

곤륜성허 안쪽의 또 다른 곳.

허공에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빠르게 폐허 속으로 전송되었다. 이 사람은 푸른 피풍의를 둘렀고, 용모가 번듯하고 풍치있는 분위기를 풍기는 조극이었다.

조극도 이미 곤륜성허의 안쪽 구역에 도착했다.

비록 석목을 찾지는 못했지만, 표정이 많이 나쁘지는 않았다.

조극은 꽤 일찍 안쪽으로 오게 되어서 그동안 단번에 진귀한 보물들을 꽤 많이 찾았다. 연나와 석목을 찾지 못해 답답했던 심정이 절반은 풀린 것 같았다.

“보월궁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조극이 속으로 생각했다.

둔광이 되어 날아가던 조극은 순간 안색이 변하더니 한쪽 방향을 바라봤다.

조극의 몸속에서 구전현공이 흔들리며 한쪽 방향을 가리켰는데, 무엇인가가 구전현공을 강렬하게 빨아들이고 있었다.

조극은 매우 좋아하며 곧바로 방향을 돌려서 그곳으로 날아갔다.

* * *

일각 후에 빛이 반짝이더니 조극이 검은 소나무숲 주변에 나타났다.

소나무숲에 서 있기만 해도 강력한 흙 속성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담긴 흙 속성 원기가 이렇게 방대하다니. 흙 속성 보물이 확실해. 내가 사용하게 되면 다섯 번째 단계를 이루는 건 금방일 거야!”

조극은 좋아하며 숲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이때 조극이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이어서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보더니 눈에서 빛을 반짝였고, 조극은 몸이 희미해지며 귀신처럼 자리에서 사라졌다.

몇 번 호흡을 한 후.

멀지 않은 곳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는 몸을 몇 번 날리더니 숲 바깥쪽 빈 땅으로 내려왔다. 둔광이 사라지면서 조금 마른 남자 한 명이 나타났고, 남자는 푸른 피풍의를 두르고 있었다.

복식을 보니 또 다른 청란성지의 제자였다. 그 남자는 수련 경지가 이미 천위 후기에 도달했다.

“이렇게 강력한 흙 속성 파동이다니! 내 현공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꼭 필요할 거야.”

마른 청년은 좋아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낮게 소리를 지르더니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퍽!

남자의 손에 푸른색 둥근 법보가 하나 나타났고, 법보는 빙글빙글 돌더니 대전 밖에 설치된 금제를 잘라버렸다.

하지만 청년은 발견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등 뒤쪽 멀지 않은 폐허에서 조극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났다.

조극은 눈에 차가운 빛을 뿜고 있었다. 또한 두 손은 이미 검은색과 하얀색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 * *

자취각에서 나온 석목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백 리 밖 산중턱에 은색 탑이 어렴풋이 보였다. 호기심이 생긴 석목은 탑을 탐색하기로 결정했다.

일주향이 흘렀다. 석목은 작은 숲속에 갑자기 멈춘 채 미간을 찌푸리며 왼쪽을 바라보았다.

왼쪽 뒤편 멀지 않은 곳에서 두 갈래 금빛이 빛을 반짝이며 석목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석목이 눈을 번쩍 뜨며 날아오는 빛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빛은 석목 앞에까지 날아오더니 멈췄고, 빛에서 하얀 옷을 두른 금발머리 청년 두 명이 나타났다.

두 청년은 팔에 금색 꽃무늬가 줄줄이 새겨져 있었다. 자세히 바라보니 둘은 축운검파의 쌍둥이 이족 청년이었다.

석목의 눈이 반짝였다. 두 청년은 비경에 들어오기 전부터 기분 나쁜 눈빛으로 석목을 훑어보곤 했는데,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축운검파 도우님들, 왜 제가 가는 길을 가로막는 거죠?”

석목이 물었다.

석목이 하는 말을 들은 두 청년은 석목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연기는 그만해! 이런 변신으로 남들을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내 눈은 못 속여.”

왼쪽에 서 있던 청년이 차갑게 말했다.

청년이 하는 말을 듣던 석목은 안색이 굳었다. 그리고는 실눈을 뜨면서 천천히 말했다.

“대체 누구야?”

청년은 큰소리로 웃더니 몸에 빛이 크게 번지며 강력한 용의 기운이 폭발했다.

“오조!”

석목은 머릿속에서 기억이 번쩍였다. 청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야 생각난 모양이구나. 곤륜 비경에서 보물 하나를 찾으려고 축운검파라는 신분을 이용했을 뿐인데 여기서 너를 만날 줄이야. 정말 운이 따라주는군!”

금발머리 청년은 눈에서 차가운 빛을 반짝였다.

“허허, 고작 분신 두 개로 나를 상대하겠다?”

석목은 깜짝 놀라는 것 같더니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서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잘난 척하기는! 너는 다른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망을 보고 있어. 저놈을 죽이는데 나 혼자서도 충분해.”

왼쪽에 있던 청년이 화난 목소리로 옆에 있던 또 다른 청년에게 말하며 번개 같은 속도로 석목을 덮쳤다.

청년은 손에서 금빛이 반짝이더니 금색 전창이 하나 나타났다.

“죽어!”

금발머리 청년은 소리를 지르며 팔을 휘둘렀고, 금색 전창은 순식간에 허공에 선을 그리며 석목 앞까지 날아와 석목의 심장을 찌르며 등 뒤로 뚫고 나왔다.

금색 전창은 허공에 매우 날카로운 검은색 균열을 만들어냈다.

그 광경을 본 청년은 흡족한 듯이 웃다가 이내 표정이 굳어버렸는데, 눈앞에 있던 석목의 모습이 천천히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석목의 잔영이었다.

“고작 이 정도야?”

청년의 귓가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청년은 안색을 굳히며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석목은 커다란 물과 불의 날개를 펼쳐서 천천히 펄럭이며 허공에 떠있었다.

석목이 날개를 펄럭일 때마다 위치가 바뀌었고,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날아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꺼져!”

청년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더니 다시 석목을 덮쳤다.

청년이 손을 흔들자, 금색 전창이 희미해지더니 수많은 창 그림자가 나타났고, 창 그림자는 주변 십 장 범위에 드리우며 석목에게 향했다.

석목의 눈에서 차가운 빛이 번쩍였고, 그는 왼손바닥을 힘껏 내밀었다.

그러자 손바닥에서 하얀색 화염이 뿜어 나오더니 커다란 손바닥으로 변하여 날아오는 창 그림자들을 막아냈다.

밀려오던 창 그림자들이 터져버리며 하얀 손바닥은 계속 금발머리 청년을 향해 날아갔다.

청년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청년은 다급하게 전창을 거두어들여 몸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전창에서 금빛이 크게 번지더니 금색 방패로 변하였다. 이어서 방패에선 용 비늘 모양 꽃무늬가 줄줄이 나타났다.

쾅!

하얀 손바닥이 금색 방패와 부딪치자 강력한 양의 기운이 순식간에 금색 방패를 태워버렸다.

“말도 안 돼!”

금발머리 청년은 굳은 표정으로 몇 장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석목을 바라봤다.

이때 금발머리 청년 옆에서 금빛이 반짝이더니 또 다른 금발머리 청년이 나타났다.

“못 본 사이 많이 컸구나.”

이제 막 나타난 금발머리 청년이 말했다.

이어서 두 청년은 동시에 금빛을 크게 번지더니 몸에서 금색 비늘이 겹겹이 나타났다. 두 청년은 손바닥이 커다란 용의 발로 변했고, 용의 발에서는 쇠와 같은 빛이 번쩍였다. 또한 손에 들고 있던 금색 전창에서는 화염이 활활 타올랐다.

허공에서 뜨거운 화염이 이글거려서 공기마저 타버릴 것 같았다.

석목의 얼굴에 심각한 기색이 더해졌다.

이때 두 청년이 몸을 번쩍이며 석목을 향해 날아왔다.

두 청년이 손에 쥔 전창에서 화염이 활활 타오르더니 커다란 창 그림자로 변하여 각각 석목의 왼쪽과 오른쪽을 파고들었다.

창 그림자가 지나간 곳에서는 파동이 번졌다가 다시 부서졌다.

석목은 등 뒤에 펼친 물과 불의 날개를 펄럭이며 공격을 피하려 했다.

그러자 두 청년은 동시에 입을 벌려서 용이 울부짖는 소리를 냈다.

소리를 들은 석목은 표정이 멍해졌다. 하지만 곧바로 소리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는 혀를 깨물어서 정신을 가다듬었지만 잠깐 정신을 놓은 사이에 이미 공격을 피할 기회를 놓쳤다.

석목의 두 팔에서 흑백 빛이 번지더니 커다란 두 손이 나타나 양쪽에서 날아드는 금색 창 그림자들을 단번에 잡았다.

석목이 주먹에 힘을 꽉 쥐자, 창을 잡은 커다란 두 주먹에도 힘이 들어갔다.

펑!

순간 금색 창 그림자 두 개가 모두 부서져 버렸다.

그 광경을 본 두 청년은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이 전혀 표정이 달라지지 않았다.

이어서 두 청년이 큰소리로 울부짖자 몸을 감싼 금빛이 더 크게 부풀었다. 그 모습은 마치 금색 태양 두 개 같았고, 눈부신 태양에서 용이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때 삼사십 장 크기인 금색 교룡 두 마리가 빛 속을 찢고서 나오더니 놀라운 힘으로 발을 휘둘렀다. 그리고 동시에 입을 벌려 방대한 용식(*龍息: 용의 숨결)을 뿜어댔고, 석목은 용식 속에 묻혀버렸다.

용식이 지나간 허공은 격렬하게 흔들리며 찢겼다가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별 것도 아니군!”

금색 교룡 한 마리가 입을 나불거리며 사람이 하는 말을 뱉어냈다.

하지만 그건 섣부른 판단이었다. 넓게 퍼진 용식에서 석목이 튀어나오더니 하늘로 솟아올랐고, 석목은 몸에 혼돈된 빛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는 얼음처럼 차가운 눈으로 금색 교룡 두 마리를 번갈아가며 훑어보았다.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이지? 그 소원을 들어주마.”

석목이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말을 하며 여의빈철곤을 꺼내들었다.

빈철곤은 절반이 천기곤초에 끼워져 있었다.

석목은 한 손에는 여의빈철곤을, 다른 한 손으로는 곤초를 잡고서 힘을 꽉 주었다!

탱!

여의빈철곤이 천기곤초에서 뽑혀 나왔다.

쏴!

여의빈철곤에서 금빛이 뿜어 나와 겉을 타고 흘렀다. 곤봉은 빛을 감싼 채 점점 투명해지더니 방대한 위압감이 여의빈철곤에서 흘러나왔다.

석목이 발을 이리저리 움직이자 움직임을 따라 수많은 금색 그림자가 곤봉에서 줄줄이 튀어나오더니 주변에 드리운 하얀 기류를 감쌌다.

곤봉과 하얀 기류가 순식간에 합쳐져 하늘과 땅을 잇는 커다란 금색 회오리가 되었고, 하늘에서는 먹구름이 밀려왔으며 구름에서 금색 번개가 이리저리 내리치면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천둥소리에 땅마저 미친 듯이 흔들렸다.

혼란한 광경이었지만 모든 것은 눈 깜빡할 사이에 펼쳐진 일들이었다.

천지를 뒤엎는 방대한 힘을 느낀 교룡 두 마리는 깜짝 놀라며, 몸통을 뒤틀더니 도망을 치려고 했다.

“도망가려고? 꿈 깨.”

그 모습을 본 석목이 큰소리를 지르더니 손가락으로 여의빈철곤을 ‘탁!’하고 짚었다.

휘리릭!

금색 회오리 기둥이 흩어지며 구름 속에서 번쩍이던 번개가 교룡들 위로 우르르 쏟아졌다.

그러자 교룡들의 단단한 몸통은 마치 종잇장처럼 가볍게 찢어져 버렸고, 피가 비처럼 내렸으며 용의 비늘이 허공에서 흩날렸다. 이어 교룡은 처참하게 울부짖더니 이내 번개 속에 묻혀버렸다.

석목은 눈이 기쁨으로 가득 찼다. 곤초가 힘을 더하자 여의빈철곤은 위력이 몇 배나 강력해졌으며 기세는 더욱 방대해졌다.

하지만 이때, 쏟아지는 번개 속에서 용이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포효를 들은 석목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이어서 크기가 오륙십 장 되는 커다란 교룡이 천지무극(天地無極) 속에서 날아왔다.

거대한 교룡은 몸에서 성계 초기인 강력한 기운을 은은하게 흘려보냈지만 교룡은 몸이 이미 상처투성이가 되었으며 등은 뒤집혀서 피범벅이 되었다. 그리고 등뼈까지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성계 교룡은 천지무극에서 벗어났지만 도망가지 않고 허공에서 몸을 한 바퀴 돌리며 석목을 바라보았다. 교룡의 눈에서 불이 이글거렸다.

“합체했구나!”

석목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여의빈철곤을 휘둘렀다.

하늘에서 쏟아지던 번개가 다시 한곳으로 뭉치며 굵은 금색 빛기둥으로 변해서 여의빈철곤 위로 떨어졌다.

“한 수 더 받아라!”

석목이 큰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여의빈철곤에서 눈부신 금빛이 크게 번졌다.

금색 빛기둥이 다시 여의빈철곤에서 튀어나와 파멸의 기운을 감싼 채 성계 교룡을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

성계 교룡은 눈에 공포와 후회가 가득했다. 이때 금색 빛기둥은 눈 깜짝할 사이에 교룡에게로 날아갔고, 절대 피할 수 없는 속도였다.

그러자 성계 교룡은 입을 크게 벌리더니 굵은 용식을 뿜어내 빛기둥을 막으려고 했다.

펑!

용식과 부딪친 금색 빛기둥에서 번개가 번쩍이더니 용식을 가볍게 부숴버리며 교룡의 몸에 강하게 부딪쳤다.

금색 빛이 터져 버리며 성계 교룡은 흩날리는 빛 속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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