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568화 (568/916)

568화. 처음으로 맞붙다

조극이 음과 양의 힘을 시전하자 천위 무인 두 명이 순식간에 죽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승은 안색이 겁에 질린 듯 어두워졌다.

이때 조극이 앞으로 걸어가 얼음 조각상으로 변해버린 남자를 부숴버리며 도승에게 말했다.

“석령토는 내가 가장 먼저 발견했어. 다만 너희가 덫에 걸리기를 기다렸을 뿐이야.”

“조극, 네 실력은 인정하겠다. 하지만 나는 너보다 백 년 먼저 구전현공을 수련했다. 내가 과연 너를 두려워할까?”

도승은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어디 덤벼봐.”

조극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덤덤하게 말했다.

순간 조극의 얼굴이 차갑게 변하더니 손에 든 장극에서 흑백 무늬가 나타났으며 강력한 기운이 주변으로 퍼졌다.

이때 도승도 눈에 날카로운 빛이 스치며 그가 두 팔을 하늘 위로 들어 올리자 가슴에 누런빛이 크게 번지더니 순식간에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입가에 뻗어 나온 뾰족한 이빨이 두 배나 커졌으며 몸통도 흑백으로 변했고, 풍기는 기운은 순식간에 천위 정상까지 폭발했다.

“으아……”

도승이 소리를 지르자 두 손이 날카로운 흑백 무기로 변했고, 흑백 무기에 회색 안개를 희미하게 두르며 몸 앞에 겹쳐서 들고 있었다.

휭!

이어서 도승이 두 손을 휘두르자 허공에 회색빛이 여섯 갈래 나타나더니 조극을 향해 날아갔다.

회색빛이 스친 자리가 찢어지며 검은색 틈이 생겨났고, 몸서리를 칠 정도로 차가운 기운이 균열에서 흘러나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조극이 장극을 휘둘렀고, 장극 끝에서 회색 회오리가 말려 나오더니 날아오는 회색빛과 강하게 부딪쳤다.

쾅!

빛과 회오리가 동시에 터지면서 먼지가 흩날렸다.

흩날리는 먼지 속에서 하얀빛이 반짝이더니 도승이 날카로운 손으로 먼지를 뚫으며 조극의 목덜미를 향해 휘갈겼다.

이에 조극이 뒤로 몸을 젖히며 장극을 위로 치켜들었다.

탱!

두 무기가 부딪치더니 한참 동안 대치 상태를 유지했고, 숲속에는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커다란 나무 뒤에 서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석목은 때 마침 조극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뒤에서 습격을 하고픈 충동이 몰려와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석목은 이내 충동을 억누르고 천천히 주먹을 풀었다.

지금은 공격을 할 최적의 시기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조극의 몸에서 빛이 크게 번지더니 커다란 회색빛 원숭이 허영이 나타났다.

조극이 풍기는 기세는 한 층 더 강력해졌고, 그는 장극으로 도승의 날카로운 무기를 한쪽으로 물리치더니 다시 장극을 들고 도승을 향해 찔러갔다.

조극의 등 뒤에 서 있던 원숭이 허영은 허공에서 두 주먹을 꽉 쥔 채로 조극과 함께 도승을 공격했다.

휙!

거센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장극에서 굵은 빛기둥이 튀어나오더니 길이가 한 장 정도 되는 장극 그림자가 나타났고, 장극 그림자는 방대한 위력을 휘감은 채 도승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도승은 당황했다. 날카로운 무기로 변한 손에서 회색빛이 번지더니 앞에 날아오는 장극을 잡으려고 했다. 동시에 도승은 근육을 순식간에 푸른색으로 바꿔 마치 나무 같았다.

이어서 어디선가 검은 안개가 빠르게 몰려오더니 순식간에 검은 비늘 갑옷으로 변하여 도승을 감쌌다.

쿵!

큰소리가 울려 퍼지며 도승이 두른 빛이 터져버렸다.

처참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빛 속에서 울려 퍼졌다. 이어서 도승은 두 손이 뒤로 구부러지더니 ‘툭!’하고 부러져버렸고, 가슴을 보호하고 있던 갑옷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뚫렸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뚫린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더니 핏빛 안개가 흩날렸다. 안개가 흩어지자 커다란 구멍만 휑하니 드러났고, 구멍에서는 회색 기운이 감돌며 칙칙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석목은 미간을 찌푸렸다. 뚫린 가슴에서 푸른빛이 번쩍이더니 순간 덩굴이 촘촘하게 자라나며 주변 근육과 엮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전히 맴돌고 있던 회색빛이 덩굴에 스며들자 푸른빛은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말…… 말도 안 돼……”

도승이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더니 두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가슴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피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어 쿵 소리와 함께 도승이 땅에 쓰러졌고, 빛이 반짝이던 눈도 흐릿해졌다.

도승의 시체를 바라보던 석목이 시선을 돌려 조극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제단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때, 조극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말을 이었다.

“소나무 뒤에 있는 분, 꽤 오랫동안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는 것 같던데 이제 나오시죠?”

조극이 하는 말을 들은 석목은 민망한 듯 웃더니 파란빛을 번지며 수막으로 몸을 감쌌다. 그리고 나무 뒤에서 제단 앞으로 걸어갔다.

“허허, 이진종의 제자가 구전현공을 수련쓰다니. 의외네.”

조극이 석목을 한번 바라보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알았어?”

석목이 보라색 눈썹을 위로 치켜 올리며 물었다.

“네가 구전현공으로 내 동문들을 죽인 후, 나는 네게서 풍기는 기운을 잘 기억해 두었지. 내가 저 세 사람과 싸우고 있을 때, 잠깐이었지만 네 기운의 파동이 흘러나왔어. 그렇지 않았더라면 정말 숨어있는 줄도 모를 뻔했지.”

조극이 말했다.

“그래.”

석목은 조극을 습격하려고 고민을 하던 사이에 자신이 노출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제 말을 더 이어가도 의미가 없었다.

조극도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

두 사람은 마주 보며 동시에 차가운 빛을 뿜어냈다.

이어서 조극에게서 빛이 크게 번지며 장극을 꽉 쥐더니 그가 몸을 꼿꼿이 세우자 장극에서 흑백 무늬가 줄줄이 나타났다.

“하.”

조극은 장극을 몸 앞으로 거두었다가 앞으로 맹렬하게 찔렀다.

장극 그림자가 순간 멈추는 듯 보이더니 하늘을 뒤덮으며 석목을 향해 쏟아졌다.

천지의 영기가 격렬하게 출렁였고, 회색 장극 그림자가 하늘에서 흩날리자 검은 균열이 수백 갈래 나타났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석목은 눈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한 손으로 법결을 시전하여 파란빛과 붉은빛을 동시에 몸에 휘감았다. 이어서 석목의 손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곤초에 박힌 여의빈철곤이 나타났다.

석목은 물과 불의 날개를 펄럭이며 뒤로 물러나더니 이번에는 남정번을 꺼내들었다.

휙!

남정번에서 파란색 빛이 흉흉하게 뿜어져 나오더니 허공에 십 장 정도 높이의 파란색 얼음벽으로 뭉쳐졌고, 얼음벽은 흩날리는 장극 그림자들을 막았다.

펑, 펑, 펑!

터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고, 파란 얼음벽은 장극 그림자들을 막아내는 듯 보이더니 이내 터져버렸다.

그리고 터져버린 얼음벽에서 금색 곤봉이 나타나서 회색 장극 그림자와 강하게 부딪쳤다.

쾅!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회색빛과 금빛이 사방으로 튀었고, 하늘은 마치 깨져버린 거울처럼 검은색 균열이 그어졌다.

그리고 다시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석목!”

조극은 여의빈철곤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짓더니 소리를 질렀다.

“허허, 그래서 어찌할 건가?”

석목은 전혀 거리끼지 않고서 신분을 드러내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어서 석목은 몸에서 파란빛이 들끓더니 키가 훨씬 커졌다. 그리고 뇌적의 모습이 희미해지며 석목의 모습이 나타났다.

“나를 갖고 장난을 치다니……”

조극은 얼굴이 굳어지더니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누구 탓을 해. 끝까지 쫓아오더니.”

석목이 웃는 얼굴로 말하며 여의빈철곤을 꽉 쥐었다.

“그래, 그래, 그래! 이진종에 들어가서 곤륜에 들어올 자격까지 따내다니. 그동안 내가 널 너무 얕잡아 봤다. 우리가 제대로 싸우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 네 실력이 어느 정도 인지 구경이나 하지!”

조극이 이를 악물고서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

조극이 몸에 회색빛을 두르고 장극을 좌우로 휘둘러 장극에도 회색빛을 감쌌다.

“휙…… 휙……”

장극이 휘몰아치는 소리가 점점 커졌고, 장극 끝에서 회색 안개가 뿜어져 나오더니 한 장 정도 되는 소용돌이로 변하였다. 이어 소용돌이가 맴돌자 숲속에 거센 바람이 일었다.

“죽어!”

조극이 큰소리를 지르며 장극을 가로로 휘둘렀다.

그러자 회색 소용돌이가 미친 듯이 돌아가며 석목에게 밀려왔다.

소용돌이에서 검은색 균열이 끊임없이 번쩍였고, 엄청난 흡인력으로 땅 위에 놓인 모래와 돌들을 전부 빨아들이며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숲속에서 ‘쩍, 쩍’대며 끊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높이가 백 장인 나무마저 소용돌이 속에서 순식간에 부스러기로 변하였다.

석목은 물과 불의 날개를 펄럭이더니 손에 든 여의빈철곤을 휘둘렀다.

곤봉을 휘두르는 속도가 빨라지자 하늘에 그림자가 층층이 나타나더니 금빛을 휘감고서 회색 소용돌이로 변하여 날아갔다.

우르릉!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곤봉 그림자에서 번개가 번쩍이더니 천지를 부술 듯한 기운을 뿜어냈다.

천지무극이었다!

석목은 몸을 돌리더니 손에 든 곤봉을 높이 치켜들었다가 앞으로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수많은 번개가 순식간에 하나로 뭉쳐서 굵은 금색 빛기둥으로 변하더니 흉흉하게 앞으로 밀려갔다.

쾅!

하늘을 뒤흔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금색 빛기둥이 소용돌이에 부딪치더니 금색 번개가 사방으로 튀었다.

강력하고 방대한 기류가 사방팔방으로 밀려났고, 기류의 힘 때문에 나무들이 전부 부러져 버렸다.

하늘과 땅 사이는 온통 회색으로 뒤덮여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석목이 날아서 내려와 발끝으로 땅을 짚더니 다시 한번 곤봉을 치켜들고서 공격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주변에 흐르던 공기가 멈춰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는 석목도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조극의 이마 가운데가 갈라지더니 이마에 있던 눈을 번쩍 떴고, 눈에서 눈부신 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석목은 깜짝 놀랐다.

석목이 다급하게 법결을 써서 주변에 하얀 화염을 드리웠다. 하지만 여전히 움직일 수가 없어서 조급했다.

석목의 몸을 묶어버린 하얗고 투명한 줄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빛은 예전보다 훨씬 짙어졌다. 석목이 양의 기운을 담은 화염을 시전해도 줄기에는 금조차 가지 않았다.

조극이 쓰는 이 공법은 예전보다 훨씬 강력했으며 매우 정교해졌다.

“죽을 준비나 해!”

조극이 차갑게 웃었고, 들고 있던 장극에서 회색빛이 크게 번졌다.

이때, 석목이 법결을 다시 시전하자 양팔이 각각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변했고, 팔에서 혼돈의 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그제야 투명한 줄기가 조금씩 어두워지면서 결국 부러져버렸다.

하지만 석목이 완전히 벗어나기도 전에 회색빛을 감싼 장극이 석목의 가슴을 겨누고 있었다.

석목이 어두운 표정으로 또 다른 법결을 시전하자 석목이 두르고 있던 파란빛이 크게 번지며 물갑옷이 나타나서 순식간에 몸을 감쌌다.

이와 동시에 남정번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석목의 몸 앞에 얼음벽을 세 겹이나 만들어냈다.

그리고 석목의 복부와 가슴, 그리고 근육에서 푸른빛이 희미하게 번지며 빛이 번진 곳에는 나무 무늬가 나타났다.

석목은 두 눈으로 조극을 노려봤다. 이때 조극의 등 뒤에는 회색빛으로 뭉친 원숭이 허영이 서 있었고, 허영도 손에 똑같은 장극을 하나 쥐고 있었다. 허영은 조극이 움직일 때마다 동작을 맞춰 똑같이 장극을 휘둘렀다.

펑, 펑, 펑!

얼음이 터지는 소리였다. 장극 끝에서 회색빛이 번쩍이더니 단번에 파란 얼음벽을 전부 부수며 석목의 가슴을 지키고 있던 물갑옷마저 찔렀다.

석목의 가슴에 물결이 퍼지며 엄청난 충격을 한 층, 한 층 막아나갔다.

하지만 장극이 지닌 힘이 워낙 막강했고, 혼돈의 빛까지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물갑옷은 결국 터져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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