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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570화 (570/916)

570화. 옛 친구를 만나다

석목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집중을 하지 못하는 사이에 석목이 시전한 통천곤법에 허점이 생겼다.

그 사실을 눈치 챈 조극은 눈에 빛을 반짝였다. 하늘이 준 기회를 조극이 놓칠 리 없었다. 조극은 곧바로 몸에 빛이 크게 번지며 원숭이 허영을 만들어냈고, 그는 더욱 방대한 기운을 풍겼다.

조극이 들고 있던 장극은 마치 독사가 혀를 내밀 듯이 빠르게 앞을 향해 공격했다. 그리고는 단번에 석목이 드리운 곤봉 그림자를 뚫어버린 후에 번개 같은 속도로 석목의 가슴을 겨누었다.

석목이 깜짝 놀라서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옆으로 몇 발자국 움직이며 간신히 조극이 날린 공격을 피해냈다.

이제 막 몸을 세운 석목은 곧바로 여의빈철곤을 치켜들었고, 위아래로 휘두르며 곤봉 그림자들을 촘촘하게 만들어냈다.

이어서 ‘칙칙’대는 공기를 태우는 소리와 함께 하얀 기류가 나타났다. 기류는 금색 곤봉 그림자들과 빠르게 섞이더니 수많은 금색 짐승의 허영들로 변하며 기류가 주변 수십 장 범위를 전부 드리웠다.

석목은 두 손으로 곤봉을 꽉 쥐고서 앞을 향해 강하게 밀었다.

“백수진황!”

쿵, 쿵!

짐승이 우짖는 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는데 마치 짐승들 수천 마리가 동시에 울부짖는 것 같았다. 소리 때문에 허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으며 공기마저 곧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이어서 수많은 금색 짐승의 허영들이 다시 금색 홍수처럼 뭉치며 밀물 같은 기세로 조극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 광경을 본 조극은 깜짝 놀랐고, 그의 등 뒤에 있던 원숭이 허영에서 빛이 더 크게 번지더니 훨씬 뚜렷해졌다. 허영이 들고 있는 장극에서 하얗고 순수한 화염이 번졌다. 그건 양의 기운을 담은 불이었다.

허영이 번개 같은 속도로 장극을 휘두르자 하얀 화염 기류가 장극에서 들끓더니 용으로 변해서 몰려오는 짐승들을 향해 날아갔다.

우르릉!

용과 짐승이 강하게 부딪치며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눈부신 빛이 주변 수백 장 범위에 드리웠다.

이때 석목이 눈을 반짝이며 팔을 흔들자 검은 그림자가 소매에서 튀어나왔다. 검은 그림자는 석목의 분신이었고, 분신은 투명 피풍의를 두르고 있었다. 분신은 번개 같은 속도로 땅속에 스며들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한쪽에서 수봉월과 격전을 치르던 흑마족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석목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는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쳤다.

조금 전에 흑마족 남자는 마기 한 줄기가 흘러나왔다가 다시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판단이 잘못될 리 없다고 생각했다.

흑마족 남자가 다시 자세히 바라보려고 할 때, 석목이 금색 곤봉을 휘두르더니 밀려드는 짐승들 중에 일부를 떼어내어 수봉월을 비롯한 세 사람을 향해 공격을 했다.

수많은 짐승들이 날뛰자 땅이 흔들렸다.

이진종의 제자들 세 사람은 얼굴이 얼어붙었고, 세 사람은 다급하게 법결을 시전하여 짐승 허영들을 막아냈다.

흑마족 남자는 몸을 날려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손에 든 법보에서 검은 빛기둥 몇 갈래가 튀어나오며 세 사람을 공격했다.

이때 진곤단 밑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제단 밑에서 풍기던 흙 속성 파동이 자취를 감추었다.

석목이 몸을 흔들며 제단 근처로 날아갔다.

제단 밑에서 검은 그림자가 번쩍이더니 땅을 뚫고 나와서 석목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건들지 마!”

조극이 안색을 굳히며 소리를 질렀다. 조극은 몸에 회색빛을 두른 채, 곧바로 석목을 덮치려고 했다.

수봉월을 비롯한 세 사람도 석목을 쫓아가려고 했다.

이때 진곤단에서 다시 한번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더니 땅이 모두 격하게 흔들렸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이어서 제단 주변의 땅이 갈라지며 굵고 검은 기둥 수십 개가 땅을 뚫고서 솟았다. 수많은 마문이 새겨진 기둥들은 둥글고 커다란 진법을 하나 만들어냈다.

석목, 조극, 그리고 흑마족 남자와 이진종의 세 제자는 전부 검은색 기둥으로 만든 진법 안에 있었다.

검은 기둥은 윙윙 소리를 내며 검은빛이 크게 번졌고, 빠르게 검은 광막을 만들어내더니 사람들을 안으로 가두었다.

“이건 뭐야!”

조극을 비롯한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흑마족 남자만 차분한 눈빛으로 주변에 솟은 검은색 기둥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내 무엇인가 깨달은 듯이 가만히 서 있었다.

검은 광막에서 마문이 줄줄이 나타나더니 서로 얽히고설키며 순식간에 커다란 진법으로 변하였다.

조극은 안색이 굳었고, 무엇인가 알아차린 듯이 몸에서 회색빛을 크게 내뿜으며 석목을 공격하던 일을 멈추며 진법 밖으로 날아갔다.

수봉월을 비롯한 세 제자는 조극이 물러나는 모습을 보며 뿔뿔이 보호 방패를 꺼내들고서 몸을 번쩍이며 진법 밖으로 도망갔다.

석목도 등 뒤에 펼친 물과 불의 날개를 펄럭이며 밖으로 날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몇 갈래 마기가 주변에서 날아와 순식간에 몸을 감싸버렸다.

마기는 매우 얇아 보였지만 매우 끈질기게 석목을 묶어버렸다.

석목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곁눈으로 바라보니, 흑마족 남자도 수많은 마기들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흑마족 남자는 벗어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때 검은 진법에서 빛이 크게 번지더니 굵은 빛이 하늘로 솟아올랐다가 순식간에 흩어졌고, 진법 속에 있던 석목과 흑마족 남자는 이미 사라졌다.

두 사람이 종적을 감추자, 마기로 이루어진 대진이 서서히 멈추었다. 잠시 후에 주변은 원래 모습대로 돌아왔지만 진곤단 속에서 풍기던 순수한 흙 속성 파동은 사라졌다.

진법 밖에서 조극이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쉽게 진곤단에 접근하지 못했다.

수봉월을 비롯한 세 제자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세 사람도 내키지 않은 표정을 짓고서 있었지만 아무도 앞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 * *

석목의 눈앞에 칠흑 같은 공간이 나타났으며 공기가 격렬하게 들끓었다. 석목은 마치 커다란 회오리바람에 휩쓸린 나무처럼 몸을 가누지 못한 채 회오리바람에 몸을 맡겼다.

찢어지는 힘이 몸을 강하게 끌어당기며 살갗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석목은 몸이 매우 단단했지만, 찢어지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입에서 피를 계속 뿜어냈다.

다행히 힘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이어서 석목은 눈앞에 나타난 하얀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는 커다란 석실 속에 떨어졌다.

석목은 몸을 비틀거리다가 하마터면 바닥에 부딪칠 뻔했다. 다행히 발을 무겁게 대딛으며 간신히 몸을 바로 세웠다.

이때 옆에서 물결이 일렁이더니 흑마족 남자도 그곳에 나타났다. 흑마족 남자도 몸을 잠깐 비틀거리더니 멈춰 섰다.

“여긴 어딥니까?”

석목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두 사람은 크기가 십 장 정도 되는 석대 위에 놓였다. 석대는 제단 모양이었는데 수많은 검은색 부문이 새겨진 전송진법이었다. 그곳엔 옅은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제단 주변에는 크기가 십 장 정도 되는 나무와 검은색 돌기둥이 가지런히 서 있었다. 기둥들에도 복잡한 부문이 새겨져 있었는데 제단 위에 놓인 전송진법과 연결이 되어있었다.

커다란 석실은 온통 검은색이었으며 천장은 뾰족한 반원형이었는데, 석실은 제단을 빼면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비어있었다.

석실에 먼지가 두텁게 깔려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황폐하게 버려진지 오래된 것 같았다. 아마 오랜 시간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석목은 주변을 몇 번 더 훑어보더니 안색이 굳었다.

공기 속에 짙은 마기가 흐르고 있었지만 천지영기는 매우 희박했다.

“이곳은 아마 흑마 성역일 거야.”

옆에 있던 흑마족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석목이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흑마족 남자는 가볍게 웃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어 흑마족 남자는 몸에서 빛을 반짝이더니 검은 마문이 천천히 사라졌다.

머리 세 개와 팔 여섯 개도 원래대로 돌아왔으며 몸통도 줄어들어서 평범한 사람으로 변했고, 그는 외모가 평범한 청년이었다. 눈빛은 단단했으며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조금 전까지 비치던 흉악한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변신이 플리자 풍기던 기운도 점점 줄어들어서 천위 중기에 머물렀다.

“당신…… 풍리!”

석목은 깜짝 놀랐다.

“허허, 맞아. 석 형. 정말 오랜만이군. 이곳에서 만나다니!”

풍리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풍 형, 오랜만입니다!”

석목은 고향 사람을 만나자 매우 기뻤다.

풍리는 석목의 고향 사람으로 몇 안 되는 친한 사람중 한 명이었다.

타지에서 만나니 더욱 친근했다.

석목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기침을 했다.

“부상을 입었나?”

풍리가 물었다.

“괜찮습니다. 조금 전에 전송되면서 공간의 힘 때문에 찢긴 것 같습니다.”

석목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조금 전에 풍리가 이곳은 흑마 성역이라고 말했다. 성역을 넘나드는 전송은 몸에 큰 부담을 주었다. 석목은 몸이 단단했음에도 부상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풍리는 아무 피해도 입지 않은 것 같아 보였기 때문에 조금 의아했다.

하지만 더 깊게 고민하지 않고서 천천히 구전현공의 목화 능력을 시전하였다.

몸속에 자리한 순수한 나무의 힘이 상처가 생긴 곳으로 흘러갔으며 상처에서 푸른빛이 흐르더니 빠르게 회복되었다.

“아, 그런데 어째서 흑마족이 되었습니까? 곤륜성허는 또 어떻게 들어온 건가요?”

석목은 상처를 치료하며 물었다.

“말하자면 좀 복잡한데, 우연한 기회로 천마종의 마양대전(魔陽大典)에 참가하게 되었어. 운 좋게 마지막까지 남게 되었지. 그리고 남해성에서 전송되어 밖으로 나왔는데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이 흑마 성역에 도착해서 마종에 들어가게 되었지. 그래서 지금 모습이 이런 거야.”

풍리는 겪은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렇군요.”

석목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깊게 묻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천마종의 마양대전과 이진종의 승선대전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석 형, 자네는 지금 신분이 어때? 이진종의 제자?”

풍리가 물었다.

“아닙니다. 저는 청란성지의 제자입니다. 잠깐 이진종의 제자로 변장한 것뿐입니다.”

석목이 말했다.

석목이 하는 말을 듣던 풍리는 웃기만 할 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렇게 만난 두 사람은 감회가 새로웠다. 처음 만났을 때 두 사람은 작고 외진 성에 머물던 학생들에 불과했다. 시간이 흘러서 각자 다양한 풍파를 겪은 후에 다시 만나니 둘은 이미 천위 존재가 되어있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곳은 고향과 얼마나 떨어졌는지조차 알 수 없는 먼 곳이었다.

“여긴 아마 공간 전송진법일 거야. 다른 한쪽은 곤륜의 전송진법과 연결 되어 있을 테고. 우리는 아마 어떤 금제를 건드려서 전송된 것 같다.”

풍리는 발밑에 놓인 전송진법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곤륜성허를 벗어난 것입니까?”

석목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연나는 아직 곤륜성허에 있었다. 때문에 연나와 맺은 연결이 매우 약해졌다.

곤륜성허에는 수많은 보물들이 있었다. 그리고 곤륜성허에서 시련을 끝내려면 시간이 아직 한참 남았기 때문에 떠나기 아쉬웠다.

“아마 그럴 거야. 그런데 자네가 만약 돌아가길 원한다면 안 될 것도 없지. 내가 봤을 때, 이 진법은 여전이 작동되고 있어서 성석만 충분히 준비한다면 전송진법을 통해서 다시 곤륜성허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구나.”

풍리가 말했다.

“정말입니까!”

풍리가 하는 말을 듣던 석목은 기분이 좋아졌다. 때마침 성석이 한 덩어리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동안 나는 공간 전송진법을 연구했단다.”

풍리는 쭈그려 앉아서 손에 검은빛을 번쩍이며 제단 위에 놓인 전송진법의 무늬를 매만졌다.

풍리가 하는 말을 들으니 석목은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이 진법은 조금 특이해. 몸에 마기가 있는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어.”

풍리가 말했다.

석목과 풍리가 진법에 묶였을 때, 조극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아무 일도 없이 진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도 몸에 마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석 형, 혹시 성석이 있나? 그럼 다시 곤륜성허로 돌아갈 계획이야?”

풍리가 물었다.

“저는 해야 할 일이 더 남아있어서 돌아가야만 합니다.”

석목이 말했다.

“그렇군. 그럼 나는 같이 돌아가지 않을게.”

풍리가 말을 하며 진법에서 벗어났다.

“풍 형, 돌아가지 않으시겠다고요?”

석목은 의아했다.

“그래. 폐허를 한 바퀴 돌아봤는데 거긴 내가 쓸만 한 보물이 없더라고. 그리고 나도 다른 볼일이 있으니까 지금 곤륜성허에서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지.”

풍리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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