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580화 (580/916)

580화. 불쾌하게 헤어지다

“목역, 다른 제자들은?”

축운검파의 장로들이 전부 제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다급하게 물었다.

“장로님들, 제자 죄를 지었습니다. 다른 제자들은 곤륜성허에서 희생을 당했습니다.”

목역은 청란성지의 조극과 다른 제자들을 바라보며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

축운검파의 장로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목천절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목역의 표정을 읽어내며 전부 좋지 않은 눈빛으로 조극을 바라봤다.

이때, 공간 통로에서 빛이 반짝이며 이진종의 제자들과 흑마족들이 튀어나왔다. 청란성지와 축운검파처럼 두 세력도 스무 명 정도씩 돌아왔다.

특히 흑마족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부 천위 중기인 평범한 흑마족들이었다. 뛰어난 제자들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진종도 마찬가지였다. 여덟 도관의 대표 제자들 중에선 이화관의 온화를 뺀 나머지 제자들 일곱 명이 전부 곤륜성허로 들어갔는데, 막린우 한 사람만 살아서 돌아왔다.

팽악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팽악은 이진종의 제자들을 여러 번 훑어보았다. 그 중에 석목과 연나는 없었다. 혹시 안에서 죽어 버렸나?

우르릉!

이때, 곤륜성허 밖에 드리운 금색 구름이 격하게 흔들렸다. 금빛이 뿜어 나오자 속승 진인, 신도남, 목천절, 시무야 신경 강자 네 명이 전부 뒤로 물러났다.

공간 통로가 격하게 흔들리며 잠깐 사이에 닫혀버렸다.

곤륜성허에서 금빛이 퍼졌으며 주변에 드리운 금색 구름이 빠르게 돌아가면서 매우 느리게 곤륜을 감싸더니 먼 하늘로 서서히 날아가 버렸다.

삼대 성지와 흑마족은 많은 제자들을 잃게 되어서 침통했기 때문에 곤륜성허가 닫히는 광경을 신경 쓰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이렇게 많은 제자들이 죽어 버린 거냐고?”

눈썹이 하얀 청란성지의 노인이 조극을 보며 물었다.

“유 장로님, 실은……”

조극은 곤륜성허 속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말해주었다.

“폐허 속에 설치된 각종 금제와 인형들은 우리가 예상했던 수준보다 훨씬 강하여 많은 사상자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죽어 버린 제자들 중에 절반은 폐허 깊은 곳에서 희생을 당했습니다. 깊은 곳에 도착하자 축운검파와 이진종 두 종문의 도우들이 협조를 하지 않으며 각자 이익만 챙겼기 때문입니다. 힘이 흩어진 우리들은 인형 대군과 흑마족에게 공격을 받아서 이렇게 비참한 일을 당했습니다.”

눈썹이 하얀 노인은 조극이 하는 말을 듣더니 미간을 찌푸렸고, 노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흥! 조극 도우님, 말은 똑바로 하셔야지요. 그 석대 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조 도우님이 가장 먼저 우리를 공격했잖습니까! 당신이 우리 이진종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제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이 일은 어떻게 해명할 것입니까?”

막린회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진종과 축운검파가 시비를 걸지 않았더라면 제가 칼을 뽑았겠습니까?”

조극이 화난 얼굴로 막린회와 목역을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조극 사형,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은 그만 하세요. 분명 청란성지의 제자들이 우리에게 시비를 걸었습니다.”

목역은 이미 불쾌했는데 조극이 꺼낸 말을 듣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제가 말했잖습니까. 가장 먼저 공격을 한 쪽은 우리 청란성지의 제자들이 아니라고요. 누군가 우리를 모함한 것입니다.”

조극이 차가운 목소리로 반박했다.

“흥! 증거가 있습니까? 지금 책임을 회피하려고 이러시는 게 아닙니까! 그 여자 아이는 분명 청란성지의 제자들처럼 입고 있었습니다.”

목역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조극이 얼굴을 붉히며 다시 반박하려고 할 때였다.

“됐다. 그만 해.”

눈썹이 하얀 노인이 호통을 쳤다.

조극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눈으로는 막린회와 목역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네 말에 따르면 삼대 성지의 제자들이 싸움을 벌여서 이렇게 다 죽어버렸다는 소리더냐? 너는 성지의 제자들을 다스리는 입장으로 왜 싸움을 말리지 않았느냐?”

노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 장로님, 우리는 곧바로 이성을 되찾고서 싸움을 멈췄습니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이 관건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덫에 걸려 커다란 환진 속에 갇혔습니다. 그 환진은 우리들의 정신을 흐리게 만들어서 제자들은 제정신이 아닌 듯이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청란성지의 뛰어난 제자들은 모두 그곳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그 중 대부분은 축운검파의 제자들 손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조극은 눈을 붉히며 축운검파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조극이 하는 말을 듣던 노인은 안색이 퍼렇게 변하며 축운검파를 바라봤고, 사나운 기운이 노인에게서 폭발하였다.

다른 청란성지의 장로들도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축운검파를 바라보았다.

몇몇 성계 장로들이 기운을 합치자 마치 커다란 산이 축운검파를 향해 밀려가는 것만 같았다.

이때, 축운검파의 제자들 앞에 몇몇 성계 장로가 나타나서 빛을 번쩍이며 굉장한 기운을 폭발시켰다.

두 갈래 기운이 부딪치자 윙윙 소리가 나며 허공이 흔들렸다.

“여러분,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우리 축운검파와 싸움이라도 벌이자는 겁니까? 조금 전에 목역에게 물었습니다. 우리 축운검파의 제자들도 대부분 당신네 제자들에게 죽은 것이라고요. 정말 싸우려는 생각이면 어디 한 번 붙어봅시다!”

축운검파의 성계 장로 한 명이 손으로 법결을 시전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양측은 팽팽하게 맞섰으며 곧 칼을 빼들기 직전까지 갔다.

“그만해!”

이때 누군가가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종소리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것만 같았고, 장로들은 살기가 순식간에 꺾여버렸다.

속승 진인이 허공에서 천천히 날아 내려왔다.

신도남, 목천절, 시무야도 허공에서 내려왔다. 네 신경 강자들은 안색이 전부 좋지 않았다.

“두 도우님, 곤륜성허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했나봅니다. 우리 제자들이 처참히 죽은 걸 서로에게 책임지라고 하는 건 옳지 않은 판단입니다. 여기까지만 합시다.”

속승 진인은 신도남과 목천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만 합시다.”

신도남이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으며 말했다.

목천절은 한참 동안 침묵에 잠겨 있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무야는 몇 안 남은 흑마족들을 바라보며 기분이 침울해졌다. 하지만 삼대 성지가 서로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조금 풀렸다.

“여러분, 곤륜성허는 이미 사라졌습니다. 이곳에서 오래 머물지 말고 서로 흩어집시다.”

속승 진인이 큰 손을 흔들더니 푸른빛으로 청란성지의 장로들과 제자들을 감쌌다.

푸른빛이 반짝이며 청란성지의 제자들이 사라졌다.

신도남과 목천절도 이진종과 축운검파 제자들을 데리고 떠났다. 시무야는 차갑게 웃더니 몇 안 남은 흑마족들을 데리고 근처에 자리한 거선으로 다가가 사라져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주변은 다시 썰렁해졌으며 임시로 지은 거처 몇 개만 외롭게 남았다.

* * *

석목은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고, 그는 아직도 보월궁에서 수련을 하는 중이었다.

보월궁의 한 편전.

몸집이 웅장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청년이 가부좌를 틀고서 앉아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그와 똑같이 생긴 청년 한 명이 더 앉아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드러난 피부에 마문이 새겨졌다는 점이었다.

두 사람은 석목과 석목의 분신이었다.

연나가 떠난 후로 석목은 계속 보월궁에서 수련을 했다.

석목과 분신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서 각자 법결을 시전하며 수련을 했다.

대전 속에 밝은 빛과 어두운 빛이 석목과 분신 사이에서 확연하게 나뉘었다. 한쪽에서는 푸른빛이 들끓었는데 또 다른 쪽에서는 검은 안개가 자욱했으며 마기가 용솟음쳤다. 그 기운은 마치 뚜렷하게 나뉜 두 갈래 강물 같았다.

석목이 있는 곳에는 푸른빛이 단단하게 뭉쳐있었는데 천지영기가 끊임없이 그의 몸으로 모여들고 있었고, 석목 주변에 몇 장 정도 되는 푸른색 소용돌이가 끊임없이 돌고 있었다.

분신은 검은 마문을 번쩍이며 마기를 칭칭 감고 있었는데 마치 검은 누에 같았다.

그렇게 오 년이 흘렀다.

보월궁에 자리한 편전 속, 분신은 자취를 감추었으며 분신이 있던 자리에 크기가 한 장 정도 되는 검은색 누에가 놓여있었다. 누에는 마문이 촘촘하게 새겨진 채 질서있게 움직였다.

규칙적으로 검은 마기가 꿀렁였는데 그 모습은 마치 호흡을 하는 것만 같았다.

대전 가운데서 석목은 인삼처럼 생긴 푸른색 식물로 몸을 감싸고 있었는데, 식물 속에서 짙은 나무 속성 기운이 흘러나와 주변의 천지영기와 함께 가운데로 모여들며 석목의 머리 위에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소용돌이가 돌아가며 나무 속성 영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석목의 몸 곳곳으로 퍼지며 사지와 뼈마디로 흘렀고, 그는 몸이 푸른색 무늬로 덮인 채로 빛을 번쩍였다. 먼 곳에서 바라보면 흡사 하나의 비취 석상 같았다.

이때, 석목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그의 두 눈에 빛을 반짝이며 낮게 소리를 냈다.

이어서 석목의 머리 위에서 맴돌던 소용돌이가 터져버리며 수정 같은 푸른빛이 흩날렸고, 동시에 그는 손으로 빠르게 법결을 시전하였다. 이어 오른쪽 가슴에서 빛이 밝아지더니 푸른색 작은 가마 허영이 그의 몸을 뚫고 나왔다.

이제 막 터져버린 푸른색 빛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작은 가마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 광경은 마치 푸른색 물결이 흘러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맨눈으로도 보일 정도로 짙은 영기가 사방팔방에서 모여들며 석목 주변에 영력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소용돌이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편전에 윙윙 소리가 울려 퍼졌고, 짙은 영력이 끊임없이 가마로 흘러 들어갔다. 이렇게 몇 시진이나 흘러서야 가마가 점점 작아지며 사라져 버렸다.

마지막 한 줄기 영력이 들어가자 푸른색 가마는 허영이 아닌 실존하는 가마처럼 단단해졌고, 마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생생했으며 내뿜는 빛도 매우 밝아졌다. 이어 비취처럼 투명한 가마에서 풍부한 나무 속성 영력이 흘러나왔다.

푸른 가마가 빙글빙글 돌며 석목의 몸에 닿더니 다시 가마 그림 속으로 스며들었다.

석목은 몸에서 빛을 뿜어내며 대전 전체를 푸른색으로 물들였고, 극도로 강력한 기운이 몸에서 폭발하여 형태가 없는 기운 파동이 주변으로 흘러갔다.

파동이 닿은 검은 누에에서 마문이 번쩍였다.

“드디어 구전현공 네 번째 단계를 대성했어!”

석목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서 고개를 들어 기쁨에 취해있었다.

구전현공 네 번째 단계를 대성까지 이룬 것은 행운이 따라준 덕분이었다.

비록 완벽에 가까운 네 번째 단계의 구결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흠이 있었다. 다행히 석목은 첫 번째 단계부터 세 번째 단계까지 수련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전현공의 구결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스스로 깨우쳤다. 여러 번 시도를 한 끝에, 만년근의 도움을 받아서 드디어 오늘 성공한 것이었다.

석목의 두 눈에서 빛이 반짝였고, 두 팔에는 푸른빛이 감기며 나무 무늬가 줄줄이 그어졌다. 그 모양은 마치 푸른색 나무토막 같았다.

석목이 다시 두 눈을 감고서 신식을 내보내자 대전에 있는 천지영기 속에서 푸른색 빛줄기가 석목에게로 헤엄쳐 오는 것만 같았다. 빛줄기들은 전부 천지영기가 머금고 있던 나무 속성 영기였다.

그리고 대전을 채운 공기 속에는 더 짙은 나무 속성 영기가 흩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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