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1화.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다
석목은 네 번째 단계를 대성하면서 몸을 목화시킬 수 있는 면적이 예전보다 몇 배나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천지 사이에 떠도는 나무 속성 영기를 감지할 수 있는 범위도 몇 배나 더 커졌다.
그리고 나무 속성 정기를 빨아들이는 속도도 몇 배나 빨라졌다. 비록 그때 조극이 시전한 법결과는 여전히 차이가 났지만 그래도 많이 빨라진 셈이었다.
석목은 신식을 다시 거두어들인 후에 눈을 뜨고 가까이에 있던 검은색 누에를 바라보았다.
검은 누에는 평온한 모습으로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좋아. 이미 지계 후기까지 갔어! 시간을 좀 더 들이면 천위까지 가겠는걸! 여긴 정말 수련의 성지구나!”
석목은 흡족해하며 큰소리로 웃었다.
얼마 전에 석목은 풍리와 연나의 입에서 모르고 있던 많은 일들을 알아냈다.
지금의 석목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지기를 갈망했다!
석목이 절대적인 실력을 갖춰야만 천정의 공격에 맞서 싸울 수 있고, 또한 백원왕과 연나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으며 지켜줘야 할 사람도 지킬 수 있는 것이었다.
“수아, 기다려!”
석목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단약을 몇 알 삼킨 후에 다시 눈을 감고서 휴식을 취했다.
* * *
석목이 폐관수련을 하는 동안에 미양 성역에는 폭동의 불씨가 심어졌다.
그 해, 곤륜성허에서 일어난 이변 때문에 삼대 성지는 많은 제자들을 잃었고, 삼대성지의 신경 존재들이 직접 나서서 정세를 평정해 충돌은 막았지만 이미 원한의 씨앗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 뒤로도 삼대 성지는 크고 작은 충돌을 일으켰으며 사이가 점점 나빠졌다.
곤륜에서 일어난 이변을 두고서 도대체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그리고 진실은 무엇인지 아무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삼대 성지의 제자들 손에 각각 다른 두 성지 제자들의 피가 묻은 건 확실한 진실이었다.
또한, 부석 성해에서 치르는 전쟁은 끝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점점 더 격해졌다. 흑마족은 삼대 성지간의 관계가 나빠진 사실을 눈치채고는 틈을 타서 대거 침입을 했고, 이에 흑마족이 점령한 구역은 전보다 두 배나 넓어졌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그제야 삼대 성지는 다급하게 몇몇 성계 장로들을 전방으로 보내 전세를 안정시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삼대 성지는 관계가 개선되기는커녕 점점 악화되었다.
삼대 성지의 세력이 바뀌는 시기에는 작은 투쟁까지 벌어졌다.
이 시기에 어디서 흘러나왔는지 삼대 성지가 각각 다른 두 세력에 첩자를 파견하여 상대 세력의 정보를 빼냈다는 둥, 삼대 성지의 누구누구가 흑마족과 공모하여 미양 성역을 독차지 하려고 한다는 둥, 여러 소문들이 미양 성역에 떠돌았다.
그리고 더 심한 소문도 있었다. 그건 바로 이진종이 팔대 황족을 공격한 천정의 직속 종파라는 소문이었다. 이진종은 일부러 비밀리에 외진 성역으로 가서 영석을 발굴하여 행성들의 영력을 고갈시킨 후에 폐성으로 전락시킨다는 소문이었다.
물론 이진종은 끝까지 헛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얼마 뒤에 이진종이 외진 행성의 영석을 과하게 채굴하여 영력을 고갈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사건 때문에 이진종은 미양 성역에서 쏟아지는 질타를 받아야만 했고, 이진종의 평판은 바닥에 떨어졌다.
이렇게 다양한 소문들 때문에 미양 성역에서 일어나는 투쟁과 모순은 점점 격화되었다.
* * *
미양 성역의 남명성(藍明星)은 이진종과 청란성지의 세력이 분리되는 행성이었다.
남명성의 한 산골짜기에서 수련자들 수십 명이 서로 공격을 하며 다양한 빛을 뿜어냈고, 공격으로 튕겨 나간 빛이 땅에 떨어지며 커다란 웅덩이가 여러 개 생겨났다.
전투를 펼친 사람들은 전부 천위 경지였다.
한쪽은 하얀색 옷자락에 작은 검이 수놓아져 있었고, 그 검 모양은 남명성에서 가장 큰 종파인 호천검파(昊天劍派)의 표시였다.
다른 한 쪽은 복식이 조금 다양했는데 대부분은 파란 피풍의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것은 남명성의 또 다른 종파인 유운종(柔雲宗)의 복식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푸른 피풍의를 두른 청란성지의 제자들이었다.
남명성은 원래 이진종과 청란성지의 관할 구역을 나누는 변계 행성이었고, 두 성지의 관계가 나빠지면서 평화롭던 남해성에 불씨가 튀었다. 그 화근이 지금 싸움으로 번졌다.
양측은 인원수가 비슷했고, 벌써 한두 시진이나 싸웠는데 아직도 끝을 맺지 못했다.
이때, 몇몇 호천검파 천위 후기 무인들의 눈에서 빛이 번쩍이며 서로 한번씩 마주 보더니,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하얀 검 기운이 흘러나와 빠르게 합쳐지며 커다란 팔괘 도안을 만들었다.
호천검파의 몇몇 검객들은 입으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며 검결을 줄줄이 만들어냈다.
팔괘 도안은 빛이 점점 밝아졌다. 수많은 검의 기운이 팔괘 도안 주변에 나타났다.
호천검파 사람들이 낮게 소리를 지르며 팔을 휘두르자 검의 기운이 유운종과 청란성지의 제자들에게로 거세게 날아왔다.
그 광경을 본 유운종과 청란성지의 제자들은 안색이 변하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쾅, 쾅!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고, 유운종과 청란성지의 제자들에게 하얀 검의 기운이 드리웠다.
잠시 후에 검빛이 흩어졌다.
두 종문의 제자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아 절반이나 처참하게 죽어버렸고, 나머지 절반도 큰 부상을 당했다.
호천검파의 천위 후기 제자들은 힘을 많이 써버렸지만 유운종과 청란성지의 상황보다는 훨씬 나았다.
호천검파는 더욱 강력해진 기세로 상대를 공격했다.
“가자! 이 상황을 종문에 보고하고, 지원군이 도착하면 다시 공격 하는 거야!”
청란성지의 천위 후기 제자 한 명이 피를 한 모금 뱉어냈다. 그리고 호천검파가 다시 공격해오는 모습을 보더니 큰소리로 외치며 몸에 푸른빛을 감고서 먼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아직 살아있는 청란성지의 제자들은 전부 뒤를 따라 멀리 도망쳤다.
* * *
오년 뒤, 곤륜성허 보월궁의 편전 속.
석목은 두 눈을 감고서 대전 가운데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고, 그가 풍기는 기운은 훨씬 더 강력해졌다.
이어 석목의 이마 앞에 옥간 하나가 떠다니며 부드러운 빛을 뿜어냈다.
한참 뒤에 옥간은 빛이 서서히 사라지며 허공에서 떨어졌다.
석목은 두 눈을 뜨고서 옥간을 거두어들였다.
“다섯 번째 단계 앞부분은 온전한 편이네. 수련을 할 땐 문제가 없을 거야.”
석목이 눈썹을 찌푸리며 한참 동안 고민하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손을 흔들어 또 무엇인가를 꺼냈다.
검고 네모난 목합이었다. 한 뼘 정도 크기였는데 꽤 묵직했다.
석목이 ‘팍’소리를 내며 목합 뚜껑을 열자 목합에서 노란빛이 부드럽게 밝아지며 대전을 노란색으로 물들였다.
그가 고개를 숙여 목합 속에 든 물건을 바라보니, 그건 불규칙한 팔각형 돌덩이었다. 크기는 주먹만 했고 전부 노란색이었는데 겉에 어두운 금색 무늬가 가득 새겨져 있었다.
석목은 팔각형 돌덩이를 손에 들고서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돌덩이 위에 그어진 무늬는 전부 줄줄이 이어져 있었는데 사람이 새긴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이 자연스럽게 생긴 무늬였다.
“석령토, 역시 땅의 정수라고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석령토에서 흘러나오는 짙고 순수한 흙 속성 영력을 느끼며 석목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잠시 후에 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서 두 손을 맞대며 석령토를 손바닥 사이에 두었고, 조심스럽게 손을 접으며 몸 앞으로 가져왔다. 이어 석목의 왼손에서 하얀빛이 번쩍이더니 순수하고 뜨거운 양의 화염이 나타나 석령토를 태우기 시작했다.
양의 화염이 점점 거세지자 석령토도 노란빛이 점점 밝아졌으며, 석령토 위에 새겨진 복잡한 무늬는 어두운 금색이 아니라 밝은 금색으로 변하였고 매우 눈부셨다.
금빛이 액체처럼 석령토에서 흘러나와 석목의 팔을 타고 피부 속으로 흘러 들어가며 온몸으로 퍼졌다.
금색 액체는 제멋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어떤 특별한 규칙에 따라 석목의 몸에서 퍼져나갔고, 그의 몸에 석령토와 똑같은 무늬가 나타났다.
잠시 후에 석목이 쥐고 있던 석령토가 사라져 버렸고, 석령토는 완전히 액체로 변하여 전부 그의 몸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석목은 다섯 번째 구결을 외우며 손으로는 현묘한 법결을 시전하였다. 이어 몸에 새겨진 금색 무늬가 점점 밝아지더니 대전 안도 환해졌다.
둥그런 파동이 석목을 중심으로 사방팔방으로 흘러나갔고, 땅에서 미세한 진동이 울렸으며 얇은 먼지가 땅에서 날아올라 작은 알갱이로 변하더니 파동 때문에 흔들렸다.
단단한 청강석이 깔린 바닥에 얇은 균열이 줄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퍽!’
가벼운 소리가 울렸다.
바닥에 난 균열이 굵어지며 거미줄처럼 퍼졌고, 청강석이 전부 부서져 버리며 작은 돌 알갱이들로 변했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석목의 곁에서 금빛이 흔들리더니 그의 배 왼쪽에 노란색 빛이 끊임없이 뭉치며 무늬가 줄줄이 생겼다.
무늬가 뭉치며 노란색 작은 가마가 하나 나타났다.
색깔만 다를 뿐 생김새는 간에 있는 푸른색 가마와 똑같았다. 하지만 가마 입구에서 풍기는 강력한 영력 파동은 흙 속성을 뿜어냈다.
작은 가마가 나타나자 흙 속성 영력이 사방팔방에서 모여들었다.
휙!
조금 전에 터져버린 돌 부스러기들도 흙 속성 힘에 이끌어서 석목에게로 모였다.
가벼운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으며 부서진 돌들이 끊임없이 석목에게 다가와서 붙었다.
한참이 지난 후, 석목은 옅은 노란색 먼지를 덮어 쓰고 있었다.
수많은 돌 부스러기들이 계속해서 날아오자 석목의 몸에 먼지가 두텁게 쌓였고, 색깔도 짙어졌으며 점점 단단해졌다. 먼지는 돌갑옷 마냥 석목을 감싸고 있었다.
흙 속성 영기가 대량으로 모여들자, 땅 위에 놓였던 석판이 부서져 버렸고, 더 깊은 곳에 있던 암석도 깨져버렸다. 그러자 대전의 바닥은 마치 격렬한 폭발을 겪은 듯이 움푹 파였다.
석목과 분신은 영력과 마기로 몸을 지탱해 이미 허공에 떠 있었기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패인 웅덩이가 점점 더 커지자 대전이 흔들리며 곧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다.
이때, 대전의 벽과 기둥 위에서 화려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부문이 줄줄이 나타났다. 이어 칠색 빛이 한 층 나타나며 대전 전체를 감쌌다. 그제야 격렬한 흔들림이 점점 줄어들었다.
석목은 암석에 뒤덮여있어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먼 곳에서 바라보면 마치 세모나고 넓적한 원석 같았다.
푸른 원석은 겉에 누런빛이 맴돌았으며 끊임없이 번쩍였고, 흔들리던 주위가 점점 잔잔해지며 흙 속성 영기만이 사방팔방에서 흘러오고 있었다.
* * *
몇 년 뒤 어느 날.
축운검파와 이진종의 세력이 구분되는 행성. 그 행성에 있는 한 성의 상공에서 이진종 제자들과 축운검파 제자들 수백 명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 여파가 성 안쪽 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진종에 속한 천위 후기 남자 하나가 하얀 수염을 드리우며 보라색 빛을 번쩍이자 커다란 나선수리검처럼 생긴 법보가 튀어나와 축운검파 무리 속에 떨어졌다. 이어 축운검파 제자 두 명이 법보에 맞아 두 토막으로 갈라지며 피를 뿜었다.
그러자 축운검파의 제자들은 푸른색 검을 여섯 자루나 날려서 둥그런 방패모양 검진을 만들어내며 수리검 법보를 막아냈고, 이어 얼굴이 누르스름한 청년 한 명이 검진 뒤에서 나타났다. 그 청년은 강력한 기운을 풍겼는데 천위 후기 경지였다.
수염을 드리운 남자와 얼굴이 누런 청년의 눈이 마주치자 허공에서 불꽃이 튀었다.
“죽여!”
두 사람은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격전을 펼쳤다.
검의 기운과 번개가 주변으로 튀기며 아래에 있는 성에 떨어졌다.
성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벽돌로 지은 성의 건물들은 수련자들이 날린 공격에 가볍게 무너져 버렸다. 성시 곳곳에서 불이 활활 타올랐으며 건물들이 붕괴되었고, 사람들이 머리를 감싸고서 허겁지겁 도망을 다니며 처참하게 울부짖었다.
하지만 허공에서 격전을 치르고 있던 이진종과 축운검파의 제자들은 사람들의 목숨엔 관심이 없었다.
싸움은 한참 동안 지속되었고, 제자들 중에 절반이 넘는 자들이 큰 부상을 입거나 죽었다. 이에 서로 상대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제자들은 전부 뿔뿔이 흩어졌고, 망가진 성만 그곳에 덩그러니 남았다.
지난 몇 년간, 이와 비슷한 광경들이 세 종파 사이에서 빈번하게 나타났고, 미양 성역의 삼대 성지 사이에 생긴 모순은 점점 격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