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2화. 치열한 싸움
이십 년 뒤.
청란성지의 세력에서도 변두리인 동양성.
행성에 있는 한 사막, 허공에서 수련사 수백 명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는데, 번쩍이는 빛과 울음소리, 바람소리가 사막의 허공을 채웠다.
한쪽은 청란성지의 제자들이었으며 한쪽은 축운검파였다.
청란성지와 축운검파는 곤륜성허에서 깊은 원한을 맺은 뒤로 모순이 점점 격화되었고, 성역에서도 외진 곳에서 두 세력은 본격적으로 대립했다.
청란성지의 제자들 중 가장 앞쪽에서 하얀 옷을 입은 청년이 장극을 휘두르며 맹공격을 펼쳤는데, 그는 조극이었다.
수십 년이 흐르면서 조극은 경지가 이미 천위 정상에 도달했고, 곧 성계에 진입하기 직전이었다.
조극의 두 눈에서 빛이 폭발하였으며, 장극에서는 회색빛이 번쩍이더니 수십 장까지 빛을 뿜어냈다. 빛이 스친 자리에 서 있던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고, 그는 축운검파에 속한 여러 천위 제자들을 그 장극으로 가볍게 죽였다.
“조극, 날뛰지 마!”
이때, 축운검파 무리에서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길이가 수 십 장이나 되는 검날이 조극을 향해 내리쳤다.
“덤벼!”
조극이 큰소리로 외치자, 장극에서 회색빛이 뿜어져 나와 검날을 맞았다.
쾅!
장극과 검날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딪치더니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조극은 열 몇 걸음을 물러나서야 간신히 몸을 멈췄고, 넓게 드리운 검빛이 사라지며 한 청년이 그곳에 나타났는데 그 자는 축운검파의 목역이었다.
“목역, 곤륜성허에서 도망을 가게 내버려뒀었는데, 오늘은 곤륜에서 죽어버린 청란성지의 제자들을 위해서 너의 개 같은 목숨을 끊어버려야겠어!”
조극이 장극을 휘두르며 말했고, 목소리가 먼 곳까지 울려 퍼졌다.
막 싸움을 하던 청란성지의 제자들과 축운검파의 제자들은 목소리를 듣더니 흠칫 놀랐다.
곤륜성허에서 벌어진 일은 워낙 오래전에 겪은 일이라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마음속엔 여전히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조극이 그 일을 언급하자 격전을 치르던 제자들은 마음속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날 희생된 우리 축운검파의 제자들은 전부 네가 죽인 거야. 오늘 꼭 네 머리로 제전(*祭奠: 제사)을 치를 거야!”
목역은 눈에 분노가 이글거렸고, 손에 든 장검 법보에서 화려한 빛이 퍼지더니 검과 사람이 하나가 되었다. 이어 목역은 인검합일을 시전하여 빠른 속도로 조극을 향해 찔러갔다.
조극도 눈에서 빛을 번쩍이더니 입가에 웃음기가 어렸다가 사라졌고, 조극의 장극에 회색빛이 번지며 목역이 날린 공격을 맞았다.
두 사람은 실력이 막강했고, 회색빛과 검빛이 얽히고설키면서 주변 공기가 일그러지며 흔들거렸다. 그 자리에서 강렬한 공간 파동이 흘러나왔으며 얇은 균열이 여기저기서 번쩍였고, 아무도 두 사람 가까이에 다가가지 못했다.
조극은 장극을 매우 유연하게 다루었고, 그는 단단한 회색빛을 내뿜으며 환상적인 공법을 시전하였다.
당기고, 가르고, 찌르고, 잘랐다!
다양한 극법이 입신의 경지에 도달하여 실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고, 거기에 구전현공의 힘이 더해지면서 성계 아래로는 아무도 조극을 상대할 수 없었다.
목역은 축운검파의 소주라 검도에 조예가 매우 깊었고, 조극이 다양한 공격을 하여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목역은 장검 법보를 화려하게 휘두르며 검영을 줄줄이 만들어냈는데 그 모양이 마치 하늘에 뜬 구름과 같았고, 구름이 파도처럼 밀려가며 조극을 공격했다.
검의 기운과 회색빛이 두 사람을 덮어버려 안쪽 상황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커다란 폭발 소리만 귓가에 울려 퍼졌다.
이때,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족히 백 장은 되는 검영이 조극과 목역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이때 하늘로 치솟은 검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기운을 감고선 강하게 떨어졌다.
두 사람과 가까이에서 전투를 벌이던 제자들은 영압 때문에 전부 싸움을 멈추고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우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검영이 터져버리더니 두 색깔이 섞인 눈부신 태양이 나타났고, 격렬한 공간 파동이 흘러나왔으며 거센 회오리 같은 기류가 사방팔방으로 밀려 나갔다.
이때, 두 사람이 번쩍이며 양쪽으로 갈라졌다.
두 사람은 조극과 목역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낭패를 보았다. 옷이 찢어졌으며 몸 곳곳에 적잖이 상처가 나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전설 속의 추풍축운검(追風逐雲劍)이 고작 이 정도인가? 너무 실망스럽군!”
조극이 차갑게 웃었다. 이어 그의 손에서 하얀 화염이 타오르며 장극으로 퍼졌다.
“죽고 싶은 게지!”
목역이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목역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스러운 빛이 스치더니 그는 몸을 날려 전장에서 벗어났다.
조극이 미간을 찌푸리며 목역을 쫓아가려고 했다.
이때, 먼 곳에서 검은 점이 나타나더니 이곳으로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점을 바라보던 조극은 표정이 얼어붙었다.
검은 점은 눈 깜짝할 사이에 가까이 다가왔는데 그것은 커다란 흰색 전함이었다. 전함은 족히 십 장이나 되었으며 선체 앞부분은 매우 날카롭게 갈려있는 상태였고, 전함이 날아오는 모습은 마치 검이 하늘을 가르는 것 같았다.
전함 양쪽엔 검은 포화구가 수십 개씩 뚫려 있었으며 난폭한 검은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큰일이다! 빨리 물러나! 축운검파의 장풍 전함이다!”
조극은 시선이 굳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격전을 치르던 청란성지의 제자들은 조극이 하는 말을 듣더니 전부 고개를 들어 하늘에 뜬 거대한 전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깜짝 놀라며 축운검파와 싸우다 말고서 뒤로 물러났다.
축운검파의 제자들은 청란성지의 제자들을 가로막지 않았다. 이때 허공에 뜬 전함에서 빛이 크게 번지며 각각의 검은색 포화구에서 하얀 빛기둥이 수십 갈래씩 청란성지의 제자들 쪽으로 날아갔다.
순식간에 처참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빛기둥에 부딪친 사람은 곧바로 큰 부상을 당했으며 심지어 몸통이 터지면서 죽어버렸다.
“갈라져서 물러나!”
전함이 연이어 빛기둥으로 공격을 하자 청란성지의 제자들은 절반이나 죽어 버렸고, 도망을 친 사람들은 고작 스무 명 정도였는데 그 제자들마저 뿔뿔이 흩어졌다.
축운검파의 제자들은 곧바로 쫓아가면서 전부 죽여 버리려고 했다.
이때, 그림자가 반짝이며 조극이 축운검파의 제자들 앞을 가로막았다. 이어서 조극이 장극을 가로로 흔들자 회색빛이 밀물처럼 밀려 나와 축운검파의 제자들을 공격했고, 장극이 내뿜는 빛에 부딪친 축운검파의 제자들은 멀리 튕겨져 날아가며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이 자식, 죽여 버려!”
뒤에서 공격을 하던 축운검파의 제자들은 검빛 수십 갈래로 커다란 홍수를 만들며 조극의 머리를 향해 휘갈겼다.
조극의 눈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그의 몸에서 흑백 두 갈래 빛이 번쩍이며 흑백 광막을 만들어냈고, 밀려오던 검빛 홍수가 광막에 부딪쳤다.
조극의 몸이 심하게 흔들리며 얼굴에 핏빛이 한 층 나타났고, 핏빛 광막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곧 터져버릴 것 같았다.
“조극 사형,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림자가 희미해지며 한 사람이 날아와 조극 옆에 나타났다. 그는 얼굴이 동그랬으며 푸른색 피풍의를 두르고 있던 남자였다.
남자가 손으로 법결을 하나 시전하자 몸에서 흑백 빛이 폭발하며 빛기둥이 하나 나타나서 조극이 드리운 광막으로 스며들었다.
흑백 광막이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동시에 큰소리를 지르자 흑백 빛이 크게 퍼졌다가 폭발했다. 이에 광막 위로 떨어진 검빛 수십 갈래가 전부 튕겨져 날아갔다.
“갑시다!”
둘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두 갈래 빛으로 변하여 먼 곳으로 날아가며 사라져 버렸다.
목역은 두 사람이 멀어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목역은 더 이상 쫓아가지 않고서 전함으로 날아갔다.
* * *
전쟁터와 만 리 정도 떨어져 있는 산봉우리 위에 두 갈래 빛이 빠르게 날아오더니 낭떠러지로 내려왔고, 빛이 사라지자 조극과 얼굴이 동그란 청년이 나타났다.
두 사람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한쪽에서 큰 숨을 몰아쉬며 각자 단약을 꺼내 삼켰다.
“더는 쫓아오지 않는 것 같아요”
조극이 뒤를 한번 바라보더니 말했다.
“여 사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었더라면 절대 쉽게 도망가지 못했을 겁니다.”
조극은 청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조극 사형도 동문들이 빠르게 도망을 칠 수 있도록 그랬던 게 아닙니까?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청년이 말했다.
조극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무엇인가 말을 하려다가 갑자기 표정이 굳은 채 청년의 뒤를 바라보았다.
“누구냐?”
조극이 큰소리를 질렀다.
청년도 깜짝 놀라서 빠르게 돌아섰지만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청년은 멈칫했다.
풉!
장극 한 자루가 가슴을 뚫고서 나왔고,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조극…… 너……”
청년은 입에서도 피를 뿜었고, 그는 심장이 뚫려버린 채 힘겹게 몸을 비틀었다.
“여 사제, 저를 원망하지 마세요. 꼭 원망을 해야겠으면 구전현공을 수련한 스스로를 원망하시죠. 이미 다섯 번째 단계까지 수련을 했다니! 구전현공은 저만 수련할 수 있는 공법입니다!”
조극이 음흉하게 웃었고, 손에서 하얀 화염이 타오르며 장극을 타고서 청년에게 뻗어나갔다.
얼굴이 동그란 청년은 입을 벌린 채로 무엇인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온몸이 하얀 화염에 뒤덮인 채 잠깐 사이에 재가 되어 흩날렸다.
조극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장극을 거두었다. 그리고 다시 먼 곳으로 날아갔다.
* * *
반나절 뒤, 밤이 찾아왔다.
행성에 자리한 한 산맥, 먼 곳에서 빛 한 줄기가 빠르게 이곳으로 날아왔고, 산봉우리에 내려온 빛이 사라지자 조극이 나타났다.
조극은 주변을 훑어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때 등 뒤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희미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림자는 키가 훤칠했는데 날이 어두워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고, 몸에는 전투 갑옷을 두르고 있었으며 강력한 기운을 풍겼다.
“비로(毗盧) 선배님.”
조극은 공손한 표정을 드러내며 선배라는 사람에게 인사를 올렸다.
“일은 잘 해결했는가?”
희미한 그림자는 목소리가 매우 거칠었는데 마치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 같았다.
“청란성지의 제자들이 절반이나 죽었고, 소식이 청란성지로 전해지면 종문의 장로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지원군이 올 것입니다.”
조극이 말했다.
“좋아, 잘했구나.”
희미한 그림자가 말했다.
조극은 가볍게 웃었다.
“그런데, 곤륜성허에서 장태의 시신을 찾지 못해 존상께서 많이 실망하고 계시는구나.”
그림자가 다시 말을 했다.
“네. 그 일은 제 실수입니다.”
조극이 안색을 바꾸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일에 대해 별 말씀을 하지는 않으셨지만 곧 출관하실 게다. 항상 실수 하지 않도록 조심하거라. 너도 알다시피 존상과 나는 너에게 큰 기대를 하고있다.”
희미한 그림자가 말했다.
“네, 사명을 받들겠습니다!”
조극이 엄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그리고 구전현공도 꼭 신경을 쓰거라. 혹시 거추장스러운 사람이 있으면 꼭 나에게 알려주고. 이 수룡역린(水龍逆鱗)은 존상이 내린 물건이다. 받거라.”
희미한 그림자가 말을 하며 한 손을 흔들자 파란빛이 몸에서 튀어나오더니 반짝이며 조극 앞에서 둥둥 떠다녔다.
조극은 파란빛을 감싼 비늘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매우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