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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583화 (583/916)

583화. 보월궁을 떠나다

신비스러운 힘이 미양 성역 곳곳에서 전쟁을 부추겼다. 삼대성지는 훨씬 치열하게 투쟁을 했으며 미양성역은 이전에 없던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이십 년이 흘렀다.

보월궁의 편전.

석목의 분신이 커다란 웅덩이 위에 떠있었고, 분신은 몸에서 검은 안개가 소용돌이쳤으며 몸통이 순식간에 두 배나 자라났다. 목옆으로도 똑같이 생긴 머리가 하나 튀어나왔다.

분신은 옆구리에 검은색 안개가 되감기며 굵은 팔이 네 개나 튀어나왔다.

“좋아, 금단이 대성했구나. 자, 공법을 한번 시험해보자.”

분신의 맞은편에 있던 석목이 허공에 서서 기뻐하며 말했다.

석목은 지금 천위 후기의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분신은 한 마디 대답을 하며 팔 네 개를 흔들어서 석목을 덮쳤다.

네 주먹에서 검은빛이 들끓었고, 검은색 안개가 무리를 지어 나타나더니 주변 공기가 흔들리며 ‘쿵!’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그 광경을 본 석목은 피하지 않았고, 저항하지도 않았다.

석목의 가슴에서 노란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근육이 순식간에 노란색 암석으로 변하며 분신이 날린 주먹을 막아냈다.

펑!

이어 커다란 소리가 울려퍼졌다.

분신은 몸이 흔들리며 네 주먹을 동시에 거두어들였고, 주먹에서 맴돌고 있던 검은 마기도 곧바로 터져버렸다. 하지만 석목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가슴에 나타난 노란색 암석이 점점 사라지며 석목의 피부가 드러났지만 옅은 멍 자국 말고는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았다.

이어서 가슴에 푸른빛이 반짝이더니 옅은 멍도 사라져버렸다.

“좋아, 이 주먹은 천위 중기도 감당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 내 토화(土化)방어를 막아내려면 아직 뜸을 좀 들여야 해. 수련 경지가 천위 후기는 되어야 하겠군.”

석목이 잠깐 고민을 하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 년 전에 석목은 몸을 봉인한 암석을 터트리고 나왔다. 구전현공의 다섯 번째 단계도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었다.

하지만 공법이 온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 년이란 시간이 흘렀어도 구전현공을 수련하는 건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분신은 이제 막 천위에 진입하여 기운이 불안정하군.”

석목은 잠깐 침묵하더니 단약 몇 알을 꺼내서 분신에게 먹였다. 그리고 분신에게 지시를 하여 스스로 경지를 안정시키도록 했다.

분신이 다시 마기를 덮어쓰는 모습을 본 후, 석목은 몸 밑에 빛을 밝히며 다시 허공에 앉아서 옥간을 하나 꺼내 들었다. ‘통천어령결’이었다.

이 공법을 갖게 된 후에 꽤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었다.

석목이 손을 들어 옥간을 이마에 가져다 대자 이마에서 영력이 일렁였다.

* * *

시간이 빠르게 흘러, 눈 깜짝할 사이 팔 년이 흘렀다.

통천어령결을 수련하는 건 매우 순조로웠고, 석목은 곧바로 경계를 돌파했으며 이미 열 번째 단계까지 수련을 했다.

열 번째 단계에 진입한 후, 석목의 분신은 훨씬 강력해졌다.

분신은 수련 경지가 이미 천위 초기 정상에 도달했다. 석목의 실력과 큰 차이가 났지만 둘은 신식 교류를 매우 잘 이루었다. 석목은 이제 자유자재로 분신을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통천어령결과 비교했을 때 명수결을 수련하는 건 조금 느렸다.

석목은 천위 후기에 들어선 후, 최선을 다해 명수결을 수련했다. 명수결은 네 번째 단계 이후부터 수련 환경과 필요한 영재들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석목은 이미 여덟 번째 단계까지 수련을 하였으며, 천위 후기에 들어선 후로 아홉 번째 단계를 천위 후기 정상까지 수련하려고 했지만 결코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물원소를 다스리는 힘이나 물갑옷의 방어력은 대폭 상승하였다.

여기에 토템 비술의 힘과 방어 기술에 공을 들인다면 웬만한 성계 강자를 상대하는 건 문제가 없었다.

여기까지 생각을 한 석목은 가볍게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눈을 감고서 연나와 연락을 취하려 했다.

연나는 이곳을 떠난 이후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석목이 불러보아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석목은 신식을 통하여 연나가 사령계면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연나가 석목과 연락을 하지 않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리고 이런 적이 한두 번도 아니었다.

이번에도 석목이 부르자 연나는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석목은 보월궁에서 이미 육십 년이나 폐관수련을 했고,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때, 석목이 갑자기 눈썹을 치켜 올렸다.

조금 전에 기이한 영력파동이 편전 밖에서 흘러들어왔다.

영력 파동은 강렬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매우 약했다. 만약 석목이 천위 후기 경지에 들어서지 않았더라면 아마 느끼지 못했을 터였다.

석목은 몸을 일으켜 먼 곳에 있던 분신을 한번 바라보며 한 손을 흔들었다. 분신이 감고 있던 마기가 다시 몸속으로 들어가며 검은빛으로 변하더니 석목에게 날아왔다.

분신을 거두어들인 후에 석목은 앞으로 다가가 편전의 문을 열고서 주전으로 걸어갔다.

주전은 아무도 없이 텅텅 비어있었고, 그곳에는 살아있는 것 같이 생생한 보화선자의 조각상만 조용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석목은 대전 안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신식을 보내서 자세히 훑어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석목은 멈칫하더니 천천히 보화선자의 조각상 앞으로 다가가서 멈추었고, 그는 고개를 들어 복잡한 눈빛으로 연나와 똑같이 생긴 조각상을 바라보았다.

이때, 석목의 심장이 ‘쿵!’하고 가라앉았다. 등 뒤에서 강력한 기운 파동이 흘러 들어왔다.

석목은 미간을 찌푸리며 빠르게 돌아섰고, 두 손에는 이미 흑백 빛이 번지고 있었다.

석목의 등 뒤에 도포를 입고서 검은 머리를 드리운 아리따운 젊은 여인이 서 있었다.

“서문설, 네가 왜?”

석목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그래, 나야.”

서문설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몇 십 년 전에 이곳을 떠나지 않았어? 어떻게……”

석목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날 너와 네 친구가 귓속말을 나누면서 나를 한쪽에 내버려뒀었잖아? 그래서 심심하던 차에 대전 안을 돌아다녔지. 그리고 다시 주전에 왔을 때, 너희는 사라지고 없었어. 돌아가려고 했는데 대전의 문이 닫혀버려서 돌아갈 수도 없게 되었지. 계속해서 나갈 곳을 찾아다녔지만 편전은 대부분 봉인이 되어 있어서 들어갈 수도 없더라고. 그래서 한 편전을 찾아가서 폐관수련을 했지”

서문설이 천천히 말했다.

“그래, 그랬구나. 아, 혹시 조금 전에 기이한 영력 파동을 느끼지 못했어?”

석목이 물었다.

“아, 내가 경계에 진입할 때 뿜은 영력 파동이 너에게 흘러간 것 같네. 그런데 다행히 네가 느꼈으니 우리가 이렇게 만났겠지.”

서문설이 웃으며 말했다.

서문설이 하는 말을 듣던 석목은 잠깐 멈칫했다. 조금 전에는 서문설이 갑자기 나타나 정신이 없었다. 다시 신식을 보내서 훑어보니 서문설은 천위 후기의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 영력이 너였구나. 수련 경지가 이렇게 빨리 올라가다니.”

석목이 감탄하며 말했다.

“곤륜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천위 초기 한계에 도달했어. 그 뒤로 이곳에서 폐관수련을 하면서 천위 중기를 돌파했지. 그런데 이 대전은 매우 신비롭더라고. 이곳은 천지영기의 농도가 이진종의 몇몇 수련 성지들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해. 이곳에서 나갈 수도 없게 되었으니 할 일도 없어서 차라리 마음을 다잡고서 수련을 했는데 이렇게 몇 십 년이 흘렀을 줄이야. 나도 이렇게 빨리 천위 후기에 도달할 줄은 몰랐어.”

서문설이 말했다.

“어찌 되었든 천위 후기에 들어선 건 좋은 일이잖아. 축하해.”

석목이 말했다.

서문설은 영리함을 타고난 여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승선대전에 선발이 되었고, 이렇게 빨리 경계에 진입한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너도 마찬가지잖아. 이미 경지가 천위 후기에 도달했네. 나는 이제 막 천위 후기에 진입했는데 네 경지는 매우 안정되어 보여. 곧 성배를 응결하여서 성계에 진입하겠는걸.”

서문설이 웃으며 말했다.

“천위 후기가 성배를 응결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잖아?”

석목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그런데 우리가 곤륜성허에 있는 동안, 밖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서문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이 가볍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건…… 나도 몰라. 실은 그 해에 이곳에 들어온 후로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어.”

석목이 말했다.

“음? 밖으로 드나들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안 나간 거야?”

서문설이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내게 곤륜을 나갈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석목이 다시 물었다.

서문설이 가볍게 웃더니 보화선자의 조각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도 천정과 관련된 일을 조금은 알고 있어. 네 친구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잖아? 너를 이곳에 남겨두고서 전송이 되어 나가는 방법도 알려주지 않았을 리 없고.”

“너도 천정을 알고 있어?”

석목이 멈칫하며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종문에 있던 고전에서 본 내용이 전부야. 천정 같은 존재는 너와 나 같은 사람들에게 너무 먼 이야기라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았어.”

서문설이 고개를 흔들었다. 더는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석목은 서문설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이상하고 기이한 기분이 들었다.

“석목, 나는 곤륜을 떠나서 미양 성역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나를 데리고 나가줄 수 있을까?”

서문설이 말했다.

“너는 이제 막 천위 후기에 진입했는데 기다리면서 경지를 좀 더 안정시키는 편이 좋지 않을까?”

석목은 서문설이 하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서 되물었다.

“나는 누군가와 백 년의 약속을 했어. 이제 기한이 다 되어서 어떻게 이곳을 나갈지 고민 중이었어.”

서문설이 답했다.

“백 년의 약속?”

석목은 안색을 바꾸며 물었다.

석목이 의아한 듯이 묻자 서문설이 “풋!”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때 너와 했던 그런 약속이 아니야.”

“그건……”

석목은 일부러 난감한 기색을 내비치며 망설이는 듯이 말했다.

“석목, 나를 도와서 이곳을 떠나게 해주면 그 빚은 어떻게 해서든지 꼭 갚을게.”

서문설은 석목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더니 간곡히 부탁했다.

“그럴 필요는 없는데, 실은 나도 얼마 후에 이곳에서 떠나려고 했어. 그런데 네가 급하게 나가야한다고 하니 그럼 나도 오래 머물지 않으려고. 지금 나가자.”

석목은 서문설이 부탁을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마워!”

서문설이 좋아하며 대답했다.

두 사람은 대전을 가로질러 문 앞으로 다가갔다.

석목이 손바닥을 뒤집자 빛이 흐르는 칠색 영패가 하나 나타났다.

석목이 영력을 시전하자 칠색 영패에서 빛이 튀어나와 대전의 문 위로 떨어졌다.

윙!

두 사람 앞에 놓인 커다란 대전 문의 위에 칠색 빛 파동이 줄줄이 번지며 마치 물결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대전의 문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칠색 빛띠가 위아래로 펄럭였고, 빛띠 속에서 공간 파동이 흘러 나왔다.

석목은 서문설을 한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가자.”

그리고 먼저 앞으로 걸어가서 칠색 빛을 밟으며 사라져버렸다.

서문설은 멈칫하며 대전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리고 보화선자의 석상에 시선을 고정했고, 그녀의 눈에 복잡한 기색이 스치더니 이내 칠색 빛을 밟았다.

서문설은 눈앞이 희미해지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 *

부석 성해에 칠색 빛이 나타나더니 커다란 진법을 만들어냈다.

칠색 빛이 몇 번 반짝이더니 천천히 사라지며 석목과 서문설이 나타났다.

두 사람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이내 긴장을 풀었다. 석목이 돌아서서 허공에 손을 흔들자 하늘에 드리운 칠색 빛이 빠르게 줄어들더니 사라져버렸다.

“석목, 데리고 나와서 고마워.”

서문설이 말했다.

“아니야.”

석목이 웃으며 말했다.

석목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는 아직 부석 성해에 있는 것 같아. 하지만 처음에 곤륜에 들어갈 때 있던 곳 같지는 않아.”

서문설도 주변을 한번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석 성해는 안전하지 않아. 성해에서 생기는 난류나 천재지변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니 우리 둘이서 성해를 뚫고 지나가는 건 너무 위험해.”

석목이 말했다.

“그럼 다른 방법이 있어?”

서문설이 물었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삼대성지의 제자들이 머물고 있는 부공성 요새가 있어. 그곳으로 가서 전함을 타고서 나가면 될 것 같아.”

석목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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